올해 전태일 55주기다. 1970년 11월13일 전태일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분신했고, 전태일이 남긴 ‘정신’이 무엇인지는, 시대마다 달라진다. 지금 이 시대에 전태일이 누구인가는 너무도 분명하다. 수없는 전태일들이 있다. 하지만 전태일의 정신을 지금 이 시대에 무엇으로 세우고 실천으로 담을 것인가는 명확하지 않다. 충분하지도 않다. 그것은 목적의식적인 실천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전태일 55주기 기일을 맞아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의 ‘전야제’에 11월 17일과 18일 새벽까지 함께 했다. 올해도 역시 비정규직 이제그만이 마련한 전야제이다. 이전의 전야제는 민주노총이 개최했다. 높은 연단과 이른바 시민사회단체의 명망가들의 발언들이 이어졌던 본대회와 달리, 전야제는 더 가깝고 더 깊숙하고, 더 현장성있는 가두 집회와 술자리로 채워졌다. 어떤 이들은 본대화보다 전야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본대회도 언제나 이렇지는 않았다. 투쟁으로 사수하고, 최루탄이 자욱한 가운데, 수많은 희생과 전투를 통해서 첫 전국노동자대회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전국노동자대회의 기원을 충분히 알고 있거나, 아니 ‘이해’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으랴.
그러는 가운데 본대회는 더욱 형식화되고, 규모를 향한 경주 같아졌다. 연단도 높아졌다. 방송차과 음악하는 차들이 등장했다. ‘즐거운 집회’를 해야한다는 강박도 생겼다. 정파따라 집행부가 바뀐다고 해서 전국노동자대회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공허한 구호들, 책임지지 못하는 실천들, 단 하루동안 ‘계급’이라는 단어가 꽤나 많이 운위되는 날, 그리고 그 날 나름 뜨겁게 가슴을 덥힌 듯 자위하고, 뿔뿛이 흩어지고 나면 민주노총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남는다.
전야제는 어느덧 민주노총의 프로그램이 아니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올해도 열린 전야제다. 전국노동자대회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그래도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나서는 자리라는 점이다. 올해 전야제는 세종호텔 노조 고진수지부장이 있는 자리까지 행진했다. “근로기준법이 버린 노동자들의 집회”. 하지만 민주노총의 본대회 제목도 “모든 노동자들의 민주노총”이다. 두 집회의 제목은 다른 듯 같기도 하다.
권영숙 대표의 논지에 따르면, 언제 근로기준법이 노동자들을 품었던 적이 있던가! 이 말이다. 근로기준법은 그 이름도 근로의 ‘기준’을 정하는 법인데, 버젓이 11조에 “적용범위”에 관한 조항을 설정하고 있다. 바로 “상시 5명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적용하며 “상시 4명이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일부 규정을 적용”한다는 예외를 둔 것이다. 노동하는 기준이 기업규모따라 차등적으로 적용되고 예외를 만들 수 있도록 만든 악법이 근로기준법이다.
근기법의 적용범위 조항은 이 법이 만들어진 이후 의연하게 자리잡고 있다. 민주화이행도 이 조항을 바꾸지 못했다. 민주노총도 이 법을 바꾸지 못했다. 아니 한참동안 민주노총은 근로기준법의 이 조항을 문제삼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전태일이 노동하던 청계천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경우도 상당한 사업장들을 제외시킬 근로기준법이기도 하다. 그러니 “근로기준법을 지켜라!”와 “근로기준법을 불사르라!”는 하나의 맥락이다. 지켜라라고 외치면서 화형식을 해야하는 근로기준법.
현행 근로기준법은 전면 개정되어야한다!
그리고 정리해고와 파견법등은 전면 철폐되어야한다!
전야제 시작하기전 세종호텔 앞에서 경찰과 잠시 심한 충돌이 있었다. 호텔 벽에 스티커 붙이겠다고 나서자 경찰이 막아서면서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래도 맨몸으로, 몸 사리지 않고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뛰쳐 나가서 경찰과 맞대응하면서, 밀리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그들을 기억한다. 이제 문화제 하자고 대오를 모으는 방송차 소리와 함께 대오는 맞은편에서 문화제를 시작했다. 조금 유감이었다. 전태일 55주기의 의미, 이 가운데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좀더 거침없는 성토와 목소리가 나왔으면 좋았겠다. 근로기준법에 대한 판단도 좀더 날카롭게 제기되었으면 좋았겠다.
긴 하룻밤이었다. 문화제가 끝난후 남산 안기부 자리 아래 터널에 1인 텐트들이 깔렸다. 사람들은 텐트로도 들어가 취침을 시작했지만, 일부는 명동 바닥을 휩쓸며 술잔을 기울였다. 취침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멀찍이 떨어져서 거리에 주저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긴 대화를 시작했다. 어찌 보면, 이전에 전야제의 모습이 이랬었다. 어느 해 전야제때는 민주노총이 대규모 텐트를 쳐두고도, 조합원들에게 여관비를 지불하여 뜨끈한 여관방에서 재워서 문제가 되고 언론에 보도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맨몸으로 함께 부딪히는 자리가 얼마만인가. 20대청년 연대자들과 조합원들이 섞인 자리. 권영숙 대표가 새벽까지 자리를 함께 했다. 덧붙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호텔앞에서 보초선 경찰들에게 커피 믹스 4잔을 타서 대접했다는 후문이다. 오늘 ‘민중의 지팡이’ 당신들도 고생했으니까. 다음에 일 벌일 때는 ‘준법투쟁’이라도 하길 바란다. 그리고 고진수 지부장의 선동처럼, 당신들을 기다리는 노동조건도 이럴 것이다. 그러니!
포함한 비디오 동영상은 세종호텔 앞 몸싸움이 끝난후 대오를 정비하던 20분동안 고진수 지부장이 피를 토하듯이 했던 선동 발언이다. 꼭 들어보길 권한다.
2025.11.10
사회적파업연대기금
고진수 세종호텔 지부장 전국노동자대회 발언문
(2025. 11.8)
안녕하십니까!
오늘로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지 만 4년이 되었습니다.
정리해고 철회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269일째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종호텔지부장 고진수입니다.
투쟁!
세종호텔은 복수노조 사업장입니다.
10년전만 해도 정규직수가 200명이 넘었습니다.
어용노조가 다수가 되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으로 정규직을 줄이고 부서를 하나씩 외주화 했고 비정규직이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코로나를 핑계로 수차례 구조조정을 더 진행하고 8년만에 다수노조가 되어 교섭을 진행하던 민주노조 조합원 12명을 끝내 정리해고까지 했습니다.
지금 세종호텔은 정규직 20명에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이 40여명 일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핑계로 정리해고 한 후 이듬해부터 관광수요가 해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작년부터는 객실 판매만으로 역대급 수익으로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관광수요가 늘어날것임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고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을 까지 지원하며 고용을 유지해달라고 했는데 노동위원회와 사법부는 자본의 편만 들었습니다.
불법파견에 대한 판결은 10년씩 끌면서 정리해고 판결은 전광석화로 끝을 냅니다.
정리해고는 비정규직으로 이어지고 이제 비정규직에도 다양한 형태의 등급으로 또 구분이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수도권 호텔들은 최고급 특급호텔을 일부 제외하면 대부분 구조조정으로 그나마 남아있는 정규직을 내보냈고 그들의 80% 가까이는 동종업계 비정규직으로 재취업을 했습니다.
10년전 250명이 정규직으로 일하던 세종호텔이 이제 정규직 20명에 하청비정규직 40여명이 일하고 호텔업무에 중요 노동인 객실청소업무는 하청업체에도 소속되지 않은 일용직으로 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이 착취를 당하고 있습니다.
죽음을 당기더라도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는 윤석열과 한동훈이 성장주도로 주가 5.000을 외치며 노동의 불평등은 단계적으로 천천히를 말하는 이재명정부와 노동자들에게 과연 얼마나 다릅니까!
55년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법전과 자신을 불태웠던 전태일열사를 뜻을 기념하는 오늘
새 시대를 어떻게 주도할 것인지를 묻는다면
마음껏 착취할 수 있는 자유를 자본가들로 부터 빼앗고
문서로만 남아있는 근로기준법과 천만노동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노동3권을 되찾는 투쟁을 민주노총이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불법적인 계엄에 맞서 투쟁하고 민주주의를 되찾는데 앞장선 노동자민중들이 빼앗긴 노동권을 전면 적용시키라고 당당하고 강력하게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할 때 진정으로 모든 노동자들의 민주노총의 구호는 완성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