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5월25일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20회 사파포럼을 뜨겁고 진지한 열기 속에서 열었다. 올해 사파포럼의 주제인 “현장시리즈- 나의 투쟁, 우리의 운동”이라는 제하에, 중요한 현장 투쟁의 당사자들이 자신의 투쟁에 대해 발제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연대자들이 함께 토론하는 첫 회였다. 첫 회 발표자로 김형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나서 “2022년 대우조선파업과 거통고 지회의 투쟁” 제하의 발표를 했다.
처음부터 이번 기획은 묵직한 화두를 던지면서 홍보에 나섰다. 어떻게 하면 투쟁은 한번의 제대로 된 승리를 거둘 수 있는가, 어떻게 투쟁은 운동으로부터 멀어지지 않고 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연대와 투쟁은 서로를 대상화하지 않고 하나가 되는 사회적 파업을 통해서 사회적 동맹을 만들어갈 수 있는가. 결국 말하자면 투쟁, 운동, 그리고 연대가 어떻게 하나의 사회변혁을 향한 ‘우리’를 형성하고 , 주체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사파포럼은 현장에서 답을 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뻔하게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식의 게으른 접근은 취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장을 밖에서 바라보고, 현장 안의 당사자들도 자신의 투쟁을 객관화하여 곱씹고 해부하며 스스로 말하고, 나아가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연대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과정으로서 ‘현장’을 말하기로 했다. 현장시리즈의 제목이 “나의 투쟁, 우리의 운동”인 이유였다. 사회자인 사파기금 권영숙 대표는 취지 설명을 통해서 이를 잘 밝혔다. 이는 이후 올해 내내 이어질 사파포럼 현장시리즈의 문제의식이 될 것이다.
2022년 대우조선 파업은 그런 점에서 첫번째 사례로 더할 나위 없었다. 한국 사회에 조선소 점거 투쟁을 통해서 사내하청노동문제를 선명하게 알렸다. 그 투쟁은 운동으로 되고, 연대가 함께 하여 하나의 제대로 된 승리를 만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부족했고, 모든 것들이 늦었다. 김형수 지회장은 이에 대한 결과론적인 판단을 하기보다는, 2017년 노조를 설립할 때의 힘든 준비부터, 이후 2022년 51일 여름 파업에 이르기까지 현장 투쟁 과정을 강조하였다. 사내하청노동자들은 외부가 아니라 조선소 현장에서 그 어렵다는 ‘노조’를 만들려고 기도했다. 그것도 ‘세상을 바꾸는 노조’를 표방했고, 대우조선 일개 기업단위 노조가 아니라 ‘지역노조’를 지향했다. 7명에서 시작하여, 100명, 200명이 모이는 대오로 키웠다. 130만평 넓은 대우조선에서 정말 적은 대오는 포기하지 않고 몇번의 ‘파업’을 2022년 이전에도 단행했다. 코로나19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2022년 6월부터 7월까지 51일간 비정규직이 처음으로 단행한 조선소 도크 점거파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파업은 사회적이었지만, 파업의 성과는 사회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권영숙 좌장은 이를 거통고지회 후원문화제 연대사를 통해서 “계급적 단결의 부재, 사회적 연대의 부족”으로 진단했다. 김형수지회장은 내부의 어려운 조건과 준비과정, 그리고 부족한 역량을 꼽았다. 겸손한 표현이다. 하지만 동시에 산별노조와 중앙노조가 고작 ‘거수기’ 아니, ‘서명기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산별화’로 치부되는 민주노조운동의 현재 상황에서, 이는 단위 노조가 처음부터 감당하고 각오하고 준비했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시작은 창대하지만 끝은 미미할 수도 있고,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할 수도 있다. 거통고지회는 다시는 이전과 같은 노조 초창기를 경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거통고지회는 이제 2022년 대우조선 파업과 같은 파업은 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같은 파업은 없으므로. 이제 나아가는가, 아니면 더 후퇴하는가의 기로이다. 청중석에선 열띤 질문들이 이어졌다. 2022년 파업에만 주목했을뿐, 그 이전 그런 무수한 투쟁과 파업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다르다는 점, 그리고 거통고지회 노동자가 말했듯이 “힘들겠지만, 이것을 해야한다는 것은 안다”라는 계급적인 직관. 현장 시리즈가 청중의 머리와 가슴에 닿는 순간이었다.
사파포럼은 계속 현장시리즈 “나의 투쟁, 우리의 운동”을 올해 내내 할 것이다. 이번 포럼에 모인 이들은 당연히 모이고, 다음 포럼 주제로 모일 이들은 더 모여서, 정말 “제대로 된 투쟁”, 그리고 “투쟁과 연대가 운동으로 하나가 되는” 과정, 그 속에서 새로운 사회변혁의 기운을 서로 만들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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