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단단한 것들은 대기로 녹아 사라질 것이다(All that is solid melts into air)”, 칼 맑스가 한 말입니다. 하지만 단단한 것들이 녹아 사라진다고 해서 새로운 것들이 바로 대체하지는 않습니다. 안토니오 그람시는 이를 ‘궐위(Interregnum)의 시대’라고 했습니다. 낡은 것들은 사라지지만 새로운 것들은 아직 오직 않은 상태입니다. 그람시는 『옥중수고』에서 “낡은 것은 소멸하고 새 것은 아직 태어날 수 없는 궐위(闕位)의 시간(interregnum)에는 수많은 병적인 징후들이 생겨난다”고 했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전지구는 어떻습니까? 새해이지만, 새로운 것들이 보입니까? 낡은 것들은 사라지고 있지만, 새 것은 태어나고 있습니까? 궐위의 시대에, 과도기의 시대에 온갖 병적인 징후들이 생겨나고 있지 않습니까?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연대자 여러분!
2011년 7월17일 저는 노동이 파업기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면, 사회적 연대로 파업기금을 조성하는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운동을 시작하자고 페이스북이라는 SNS 공간에서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사파기금이 만들어졌고 이제 2024년 활동 13년째입니다. 사회단체들이 넘기 어려운 고비라는 5년도, 10년도 넘어서 존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희망을 모읍시다”라는 사파기금의 모토대로 희망이라는 파랑새가 이제 보인다고 감히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노동주체는 갈수록 약화되고, 조직화된 노동은 갈수록 조직노동의 한계 안에 갇힌 실천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노동계급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고, 그들은 노동권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습니다. 사회적 파업에 사회적 연대는 이들을 향해서 더욱 꿋꿋이 나아가야하지만,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노조 안의 틀에서 움직이고, 한 사업장의 투쟁에서 ‘단 하나의 승리’를 쟁취하기도 어렵습니다. 각각의 투쟁이 운동과 연결되는 방향과 내용을 가져가긴 더욱 요원합니다.

노동의 희망은 모든 노동자들이 자본의 갈라치기를 넘어서 하나의 계급적 이해를 가능하게 만들 때, 그 계급적이해가 억압 받고 착취 당하는 모든 민중 소수자들과 함께 할 때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세기말의 병적인 징후가 다채롭고 복합적이고 넓어질수록 우리의 절망은 더 깊어지고 두꺼워질 것입니다. 절망과 동의어는 고립입니다. 그리고 고립은 연대의 부재입니다. 하지만 찌르찌르와 찌찌르의 파랑새처럼 희망이란 것이 마냥 헤매면서 찾기만 한다고 외친다고 자기최면을 건다고 오지 않겠지요.

절망을 직시하고, 절망을 딛고 희망을 모읍시다. 올해는 그것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길 바랍니다.
낡은 것을 넘어서 새로운 것을 태어나게 만들어야겠습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존속하는 한, 초심을 유지하겠습니다.

2024. 1.9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권영숙

연말 맞아 사회적파업연대기금 통장에 찍힌 이름을 보고, 한참 생각했습니다. 사파기금은, 우리는 이 기대와 희망 모으기에 얼마나 열심히 진심이고, 진실에 다가가려고 하는가라고요. 연말이면, 사파기금에는 1년간 자신이 모은 돈이나, 연말에 성과급이나 보너스를 보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많진 않고요. 간혹 그리고 어떤 이는 해마다 하고 있습니다.

전 그 분들에게서 어떤 희망을 보기도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이어짐이 일회성이 아니다라는 딱 그 정도의 희망요. 그 확인이 나쁘지 않습니다. 계속 함께 노동의 사회적 연대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최근 제가 들은 말이 있습니다. 사파기금의 모토가 “희망을 모읍시다”인데, 왜 제안자이고 현재 대표인 당신은 희망을 말하지 않고 계속 ‘절망을 퍼뜨리고 있는가’라고. 희망을 모으자고 말하면서, 왜 하는 말들은 모두 “절망에 관한 얘기”이냐고. 그에 대해 전, 희망을 쉽게 말하기 전에 희망을 제대로 일구기위해 절망을 말하는 것이라고. 지금은 우리가 직면한 절망을 외면하지 않고 제대로 보는게 희망을 모으는 첫 걸음이라고 말합니다. 네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제 말이 사람들에게 잘 다가가지 않고 절망만 더 키우는게 아닌가 라는 우려, 부담, 두려움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올해는 정말 희망없음의 또다른 이름일뿐인 ‘절망’을 넘어서는 새로운 기획들을 무쇠의 뿔처럼 펼치고 싶습니다. 여러분 많이 기대해주십시오. 그리고 성원해주십시오.
이제 우리라는 말을 구성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정치를, 사회적 연대를 넘어 사회적 동맹을 향한 정치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사파기금도 그 중의 일부일뿐입니다.

새해 여러분 몸 건강하세요. 그리고 어제가 오늘같이, 내일을 오늘같이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의 사회적 연대에 함께 해주세요.

2023.1.10. 늦은 새해 인사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권영숙 드림

[새해 인사]

2022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365일이 다시 시작된다는 사실이야말로 어쩔 수 없이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하는 계기가 되나 봅니다.
연대자 여러분, 새해에 복 많이 지으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21년은 사회적파업연대기금 10주년이었습니다. 10주년을 지나면서 또 한번 새겨봅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이 과연 무엇이고 어떤 존재가 되어야하는지. 파업기금을 사회적으로 공공연히 조성하고 노동의 파업권을 거침없이 요구하는 사파기금의 확산 정도가 이 사회 노동연대의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겠지요. 사회적 파업이 무엇인지, 노동의 사회적 연대가 어떠해야하는지, 그 내용을 채우고 그 실천이 목표치에 이를 때, 아마 이 사회는 어느덧 한 발자국 성큼 나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10년동안 쉼없이 달려오면서 사파기금의 모든 동력과 시간과 열정을 투쟁하는 노동자와 민중과 함께 하기 위한 기금 조성과 연대활동에 집중했습니다. 사파기금을 제안하면서 알려드린대로, “돈이 모이는대로 쌓아두지 않고 연대”하고, 사회적 연대가 절실한 곳 어디든 전국 방방곡곡의 투쟁하는 현장에 손을 내밀고 전국을 다니면서 연대하였습니다.

그렇게 모든 힘을 연대활동에 쏟느라고 정작 단체 소식지 하나 10년동안 발간하지 않았습니다. 10년 활동을 결산한 결과, 2011년이후 총 218회 연대활동을 했고, 월평균으로 하면 월 18회 기금지원 및 연대활동을 한 셈입니다. 하지만 단체 활동을 홍보하는 일은 항상 후순위로 밀렸습니다. 2011년 희망버스이후 사회적 연대가 갈수록 약해지는 가운데 사파기금의 노력이 필요한 현장은 더욱 늘어났고, 미약하나마 가진 모든 힘을 퍼붓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사파기금의 연대자들에게 사파기금의 활동을 체계적으로 알리기 위한 소식지 발간을 계속 미룰 수 없습니다.

10주년을 마무리한 올해부터 사파기금의 소식지를 내기로 했습니다.
2022년부터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소식지 <사파동행>을 발간합니다.
읽어주시고, 많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노동이 돈앞에 스러지지 않는 사회적 연대를 위하여’

올 한해 사회적파업연대기금과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시대가 불투명할수록 더욱 투명해지는 정신,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그런 건강한 정신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건강과 평화를 빕니다.
서로 힘을 북돋우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2022. 1.3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권영숙

사파의 연대자 여러분께

여유롭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사회적파업연대기금과 함께 해주신 연대자들 여러분과 지금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투쟁하는 민중 노동자 여러분께 추석 인사 드립니다.

‘코로나19 국면’이 2년째인데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재난앞에서 우리 사회 불평등한 민낯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사파기금은 재난에 대한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적 연대라고 생각합니다. 방역 통제 속에서 목소리가 지워진 이들을 위해 사회적 연대의식이 더욱 필요한 상황입니다.

연대자들과 함께 하는 집단적인 연대의 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어려움속에서 사파기금은  작년이후 현장 방문, 물품연대등에 더욱 노력을 집중하였습니다.  작년 ‘코로나19노동재난연대기금’을 조성하여 비정규, 이주노동, 해고노동자 투쟁지원과 활동가지원기금을 신설했고, 재난속에 배제되고 지워지는 목소리를 주제로 한 집담회와 사파포럼을 열었습니다.

코로나19이후 각자도생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삶에 익숙해지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사파기금은 사회적 연대운동을 열심히 펼치겠습니다. 연대자 여러분이 연대로 함께 해주시면 더욱 큰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올해말까지 코로나19노동재난연대기금 2차 조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재난의 불평등 속에서 그래도 나보다 더 힘든 사회적 약자들, 비정규 해고노동자, 이주노동자, 국제연대, 활동가지원기금으로 사용하는데 마음과 힘을 모아주세요.

https://sapafund.org/?p=4360에서 사파기금의 활동과 코로나19노동재난연대기금 2차 조성방법을 확인해주세요.
링크에서 바로 참여하기: bit.ly/3tsCA9Y

그리고 2021년 7월 발족 10주년이 되었습니다. 올해말 송년회를 겸해 10주년 행사를 조촐하게 계획하고 있습니다. 10년동안 사파기금과 함께 꾸준히 연대활동을 해오신 여러분을 위해 마련하는 자리입니다.  코로나19를 넘어서 12월에 꼭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2021년 한해가 몇달 남지 않았습니다.
한 해 잘 보내시고, 함께 사회적 연대로 새세상을 향한 희망을 모읍시다.

2021. 9.21
사회적파업연대기금

경자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새해는 편하게 덕담을 하기엔 주변의 정세가 참으로 복잡다단합니다만, 비관속에서 낙관을 꿈꾸는 태도가 가장 필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연대자 여러분 부디 새해에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사회적 연대운동에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때로 생면부지의 사람관계보다 못한 것이 바로 기금을 조성하고 전하는 연대자와 투쟁 당사자의 관계일 수 있습니다. 돈을 주고 받는 관계가 사회적 연대란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생각보다 위험한 활동입니다. 연대운동으로 하기에는 더 깊은 숙려와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이런 방식의 사회적 연대를 가볍게 보거나 불편하게 보기도 합니다. 더구나 투쟁과 연대에 대해서 당사자주의와 주관적이고 개별적인 연대를 넘어서 하나의 동맹으로 모이자라고 제안한다면 그 지향은 더 예민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의 이름은 그래서 처음부터 쉽지 않은 과제를 스스로 세운 셈입니다.

운동에 돈은 필요합니다. 당연합니다. 투쟁이 돈 없어서 죽기도 하고, 돈 없어서 무릎을 꿇기도 하고, 돈 없어 투쟁을 억울하게 포기합니다. 그러니 돈은 투쟁이기도 합니다. “노동이 돈앞에 스러지지 않는 사회적 연대”라는 표어는 그렇게 나왔습니다.

처음에 사회적 파업기금을 사회적 연대로 모으자는 제안을 8년여전에 할 때의 소박한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운동은 돈만으로 안됩니다. 아니 돈은 운동에서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돈으로 돈을 이길 수 있을까요? 아니요. 돈으로 돈을, 자본을, 자본주의를 이길 수 없습니다. 또 돈이 없어서 운동이 투쟁이 승리를 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런듯 보이지만 그것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이 결정적이지 않습니다. 돈은 그 결과일 뿐입니다.

자본과 국가가 ‘돈으로 하는 통제’를 통해서 노동의 손발을 묶을 때, 그들이 박살내는 것은 단지 파업기금 없이 투쟁하는 노동자들뿐만이 아니라 하나의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노동계급운동입니다. 자본이 돈으로 가하는 탄압을 금지하자는 운동이 지지부진한 것도 바로 노동의 목소리와 투쟁이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노동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각자의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단일한 대오와 구호를 통해서 사회적 총파업으로 노동세상을 앞당겨야합니다. 그 뜻이 바로 “사회적 파업에 사회적 연대”입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지난 8년간 노동이 돈앞에 스러지지 않는 사회적 연대, 노동의 사회적 파업에 사회적 연대를 구축하려고 했습니다. 그 과정은 말이 씨가 되어 행동이 되고 실천이 된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한계를 느끼고 깨닫기도 했습니다. 돈으로 돈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파업으로 돈을 무너뜨려야한다는 사실. 사회적 파업에 사회적 연대를 모아서, 하나의 사회적 ‘동맹’을 구축해야한다는 사실은 더욱 명확해보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턱도 없이 부족합니다. 어쩌면 구멍난 독에 물붓기같은 것이 노동자들의 개별적인 투쟁입니다. 연대자들은 주관적으로 자신들이 마음을 내고 싶을 때 연대하고, 노동자들은 투쟁후에 연대운동으로 다시 모이지 않습니다. 아마도 사파기금이 발족한 지난 8년간 연대자들과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개별적인 투쟁이후 온전히 결집하고 하나의 대오로 결집할 수 있었다면 이미 큰 대군이 되었을 것입니다.

결과에 많이 지쳤습니다. 지치고 실망하지만 포기할 수 없습니다. 사파기금이 힘을 내고자 합니다. 힘을 내서 나아가고자 합니다. 요청합니다. 함께 해왔던 이들은 더욱 가까이 다가와주십시오. 옆에서 가만히 지켜만보던 이들은 한발 안으로 다가와주십시오. 기금을 지원받았던 노동자들은 파업기금을 환원해주십시오. 사파기금을 함께 키우고 조성해주십시오. 같이 가는 길이 지금 당장은 새로운 길은 아니지만, 함께 모색하는 길이 되길 바랍니다.

이제 지속성을 고민합니다. 기금 지원후의 투쟁은 과연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까? 여러 고민들을 품고자 합니다. 그 뜻으로 올해에는 원점에서 고민하고 실천하려고 합니다.

노동이 돈앞에 스러지지 않는 사회적 연대와 사회적 파업을 향하여.

노동해방을 향하여.

그 길에서 하나가 되길 바랍니다.

새해 건투하시고 건강하십시오!

연대로 만나겠습니다.

2020. 01. 28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권영숙

[2018년 신년인사]

무술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새해 인사들은 어느 해보다 더 밝고, 활기차고, 덕담이 넘칩니다. 새로운 365일이 또 한번 시작된다는 사실이야말로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하는 큰 계기인가 봅니다. 새해에도 연대자 여러분 복 많이 지으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정치정세와 노동을 둘러싼 환경을 생각하면 올해는 그리 만만한 해가 아닐 것 같습니다. 노동 배제적인 민주주의는 ‘노동존중’이라는 화려한 수사만 남긴채 그대로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87년 민주화 이행이후 한국의 정치적 민주주의가 미완이었고, 불철저했고, 우파의 집권과 헤게모니를 허용했던 첫번째 이유는 그것이 민생 부재, 노동 부재의 민주주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진보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민주주의의 환멸이 민주주의에 대한 반동과 우파 정권의 집권을 가져왔다고 저는 강조해왔습니다.

절대권력은 스스로 붕괴한다는 말처럼, 이명박근혜 정권은 스스로 붕괴의 씨를 뿌렸고, 촛불은 그것을 끝내 태워버렸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민주주의는 다시 ‘회복’되었고, 이른바 ‘민주정부’가 다시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 정부가 87년이후의 허약했고 편협했던 민주주의를 극복했는지는 의문입니다. 촛불과 그 촛불의 운동 지도부 역시 그 한계를 벗어나서,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사회혁명’이 가능하도록 계기점을 만들었는지 회의스럽습니다.

모든 것은 다시 시작입니다. 아니 모든 것은 원점에서 시작됩니다. 아니 모든 것은 같아졌지만 같지 않은 위치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1987년’은 과연 영광일지, ‘미완의 혁명’일지,’ 아니면 또하나의 ‘수동혁명’일지라는 질문은, 곧바로 2017년 촛불을 향한 비수같은 질문이기도 합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이 땅 민주주의의 ‘노동배제’에 대해서 문제제기하고, 노동의 사회적 고립을 연대로 뚫고 나아가면서, 노동의 ‘희망’을 모으겠다는 제안으로 지난 2011년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숨차게 달려왔고, 이제 7년을 바라보면서 조금 지치기도 합니다. 연대는 사라지지는 않지만 고만고만하게 이뤄지고 있고, 조직노동의 계급적인 단결은 갈수록 자본의 갈라치기 앞에서 분열과 각자도생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연대와 투쟁의 이중주로 노동이 스스로 해방되는 길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사실은 유일한 ‘희망’ 임이 다시 분명해집니다. 나만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만인을 위한 투쟁, 나의 투쟁이 모두의 투쟁임을 깨달을 때 연대와 투쟁이 함께 하는 승리의 기틀을 잡는다는 사실도 명확히 깨달았을 뿐입니다. 그 깨달음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빈손입니다. 희망보다는 절망을, 단결보다는 분열을, 진정성보다는 동요를, 방향성보다는 혼돈을 더 많이 지켜보게 될 것같습니다.

하지만 ‘희망’이라는 단어에 왠지 거부감을 가졌던, 그리고 한국의 노동현실은 우리에게 이보다 더한 절망을 요구한다고, 절망속에서 차라리 버텨나갈 힘을 찾아야한다고 봤던 저같은 사람이 ‘희망’이라는 단어를 입에 글에 올리기 시작했듯이, 그것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는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이 과연 무엇이고 어떤 존재가 되어야하는지. 누구 말대로 사파기금의 확산 정도가 이 사회 노동연대의 바로미터가 될수도 있겠지요. 사회적 파업이 무엇인지, 노동의 사회적 연대가 어떠해야하는지, 그 내용을 채우고 그 실천이 목표치에 이를 때, 아마 이 사회는 한발자국 성큼 나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혼돈과 동요속에서 뚜렷해지는 발자국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실패속에서 포기를 멈출 수 있는 동력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경험 한조각이라도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올한해 사회적파업연대기금과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시대가 불투명할수록 더욱 투명해지는 정신,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그런 건강한 정신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새해, 무조건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서로 힘을 북돋우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2018. 1. 3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권영숙 드림

다사다산했던 壬辰年이 끝나고 丙申年 새해가 내일 시작됩니다.

희망버스의 성과를 이어받아 노동의 파업권이 돈의 압박에 무력해지고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어야하는 비참한 노동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꿔보자는 제안으로 시작한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이 벌써 5년째 접어들었습니다.

사파기금은 특히 돈이 모이는대로, 쌓아두지 않고, 전액을 현장 지원하는 기금입니다.
주로 장기투쟁사업장과 돈의 압박에 시달리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파업 및 생계기금으로 지원하면서 어느덧 지원 횟수는 50회를 넘어섰습니다. 더불어 노동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우기 위한 사파포럼을 꾸준히 열어왔고, 현장 연대의 기회를 늘리기 위해 ‘사파동행’과 ‘작은 희망버스’를 작년부터 시작했습니다.

이제 사파기금은 노동자들에게 자본의 금전적 탄압속에서 단비같은 존재, 그리고 투쟁의 소방수같은 존재라고 불립니다. 이 모두가 사파기금과 함께 노동을 외면하지 않고 연대해온 여러분의 관심으로 인해 가능했습니다. 함께 해주신 연대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올해도 노동법 개악으로 노동의 현실은 더욱 벼랑끝이고 선거바람에 노동자들의 외로운 목소리는 더욱 묻힐 듯합니다. 사파기금의 존재는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노동의 희망을 밝히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계속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권영숙 드림

2016.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