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이 불고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날은 고공농성자들에게 더욱 마음이 많이 쓰이는 날씨입니다. 바로 그런 날씨였던 6월 20일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세종호텔노조 고공농성장에 저녁 도시락을 나르기로 했습니다. 한화 본사 앞 30미터 첨탑위 김형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에게도 도시락 연대하기로 했으나, 그는 바로 전날인 6월19일 요란하게 국회의원들이 몇명이 올라가고 내려오는 북새통 속에서 내려왔습니다. 체포연행을 막기 위해 나타난 이들이 진정한 연대자들입니다.

두 사람 다 초밥을 좋아합니다. 두 사람 다 길고 짧은 시간 사파기금과 인연이 있기도 합니다. 고공농성장에 도시락 들고 간 것은 처음입니다. 모포, 복숭아, 자두 ,방한품, 난로등 온갖 것들을 나른 적이 있네요. 날이 궂고 사람이 적은 날에 사파기금은 현장 방문을 하는 쪽을 선택하는데 날은 참 잘 잡았습니다.

갔더니 세종호텔 농성장에 물건을 둔 비닐들은 훌러덩 날아갔고, 고공농성장이기도 한 구조물에서 늘어뜨린 현수막 2개가 어디론가 날라가고 없었습니다. 참 신경쓰이고 위험한 상황이죠. 하지만 웃으면서 만났고, 도시락 올려 보냈습니다. 올려보내는데 하늘에서 폭우가 입으로 고스란히 들어오고, 사파기금 10주년 맞이로 만든 푸른색 우산은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잘 지내는가, 잘 지낸다는 무뚝뚝한 인사말로 끝내고 나왔습니다.

녹색병원은 멀었고, 전철은 붐볐고, 퇴근길의 노동자들 표정들은 무표정하니 피곤하였습니다. 갑자기 <닥터 지바고>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1917년 혁명이 일어난 후 러시아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무표정하고 지쳐있고 질린 표정. 소설가가 가진 관점이기도 했고, 혁명은 쉽게 오지 않는다는 해석도 가능하겠고. 노동자투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김형수지회장에게, 사무실 근처에 잘하는 초밥집의 초밥을 배달하려고 했는데 ‘미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비오는 거리, 살짝 ‘탈주’하여 식당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정세에 관한, 거통고 고공투쟁에 관한, 거통고 이후 투쟁에 관한. 오랫만에 긴 대화 서로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그리고 건투를 빕니다.

2025.6.22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세종호텔농성장 방문 사진만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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