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노동의 만남, 연대는 어떻게 가능한가?
지난해 12월의 계엄은 우리 사회가 실체적인 ‘민주주의’에 대해 얼마나 눈감고 있었는지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희생과 투쟁에도 불구하고, 현재형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노동’은 여전히 외면하고 젖혀놓은 ‘남의 일’로 치부되곤 했다.

민주주의의 광장과 노동운동의 만남은 아주 우연하게, 예상치 못하게, 그러나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이뤄졌다. 전농의 트랙터 시위가 경찰에 가로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되자 아무런 연고도 없던 수많은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남태령 시위대’로서 여러 이름과 별칭들을 얻었다. 그리고 그들은 남태령을 넘어서 노동투쟁에 대한 현장 연대자로 거듭나고 있다. 그들이 있어 외롭게 고립된 노동자투쟁에 아연 활기를 띠고 있다. 그들의 존재에 기대어 고공농성을 하고, 투쟁의 폭을 넓히고 있다.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와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현장의 노동자, 노동 연대자, 그리고 남태령의 시위대가 한자리에 모여서 민주주의, 노동, 그리고 연대가 우리 사이에 어떻게 가능한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익명의 개인이 광장과 투쟁현장의 연대자로 나서게 되었는지 그 경험들을 서로 나누고 미래를 기약하고 그려 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지난 2월 8일 서울 용산구 건치 사무실에서 열린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사회적연대파업기금 공동주최 민노연 민책클럽의 북토크 좌담회에는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60여명이 신청하여 현장과 줌으로 참석하였다. 의자가 모자랄만큼 빼곡이 채운 자리는 뜨거웠다. 참석자들은 압도적으로 남태령-노동연대자들이 많았고, 연대자들, 연구소와 연구자들, 언론 약간명이었다. 남태령연대에 관심을 쏟고 있는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참가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1부. 북토크는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의 인터뷰 참여자인 나윤옥(한화오션 노동자,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님과 권영숙 소장의 좌담을 50분 진행하였다. 이어 2부 집담회 ”남태령X여성X노동자- ‘다시 만난 세상’에서, 광장의 여성과 노동이 만나!”에서는 남태령을 넘어 노동연대하고 있는 최다한(루나틱), 베라, 그리고 나윤옥(한화오션 노동자), 최도은, 임정득 (민중가수)님이 참석하고, 권영숙 소장이 패널이자 좌장의 역할을 맡았다.

이날 행사는 ‘이론’과 ‘정책’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서로 만나고 이야기하고 서로를 차별하거나 혐오하지 않고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중요한 화두는 우리는 누구이고, 우리는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 것인가였다. 우리는 이 만남들이 정해진 ‘해답’이 아니라, 미래로 가는 ‘매듭’들이 되기를 바란다.

* 북토크와 집담회 전체 녹취록은 ‘녹취자료집’으로 홈페이지에 싣기로 한다. 전체 토론 요약을 읽어보길 바라며.
버릴게 없는 토론이었다. 그중에서도 취지와 패널들의 핵심 발언 1단락씩 소개해 올린다.

2025.2.15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1부. 북토크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

권영숙:
우리 사회에서 계급문제뿐만 아니라 젠더에 관한 문제 그리고 단지 계급과 젠더를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두 가지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교차하는가 하는 문제를 좀더 구체화해 보자라는 생각을 했던 거예요. 오늘의 문제의식의 배경이기도 한데요. “남태령X여성X노동자”도 마찬가지인데 ”크로스“는 다양한 결과를 만들기도 하고 그 과정도 화학적인 작용이 다양하잖아요. 사실 궁금하고 질문해야 될 것은 그 크로스는 과연 어떤 크로스인가 그 교차는 어떤 교차성인가 이 질문일 것 같습니다.
계엄과 그 이후 상황을 보면 한국 사회와 87년 체제의 모순들, 곪을 것들이 낡은 것들이 이렇게 터져 나왔구나 생각을 합니다. 12월 21일 남태령에 등장한 그 연대자들은 매우 새로웠습니다. 저는 이번 계엄-탄핵국면에서 유일하게 창발적이고 어떤 낯선 새로움이 그쪽에 있었다고 생각을 해요.

나윤옥:
단지 한 가지라도 아주 적은 거라도 노조 활동으로 서서히 바뀌는 게 보이니까 꼭 해야 됩니다. 전에는 우리 하청 노조가 없을 때는요 산재 은폐가 굉장히 많았어요. 사고 나면 트럭에다 싣고 나가서 병원에 치료받고 이런 경우가 너무나 비일비재했거든요. 근데 우리 하청 노동자들이 이제 눈을 부라리고 여기저기서 다 감시를 하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산재 은폐 이런 게 완전히 줄었어요. 작게 다쳐도 엠블런스 불러서 병원에 가서 확인해라 이렇게 나와요. 그러니까 그렇게 많은 움직임이 보이니까 안 할 수가 없어요. 만약에 우리가 또 노조가 없다면 지금 더 타락할 거예요. 더 나쁜 길로 갈 것 같아요.

2부. 집담회 “남태령X여성X노동자“

권영숙:
온라인에서 파편화된 이름으로 유령처럼 존재했던 민주적 주권자들이 이름을 부여받은 계기가 됐죠. 그렇지만 그 이름은 아직까지 확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남태령 연대자들의 노동자성에 주목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남태령과 노동이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연구소는 오늘 북토크와 집담회를 통해서 민주주의와 노동의 두 갈래가 서로 만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민주주의도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생각하고요. 노동도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한계도 많습니다. 우리는 사회적 연대와 노동이 나아갈 길까지 이야기를 해보면 더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루나틱:
저는 남태령이 되게 좋았던 이유가 저희 말로는 이제 운동권 인수인계라고 하거든요. 남태령에서 ”농민가“를 시작으로 ”바위처럼“도 배우는 시간을 가지고 ”불나비“도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서 저는 남태령이 기존에 있던 운동권과 새롭게 트위터를 주축으로 하는 운동권들이 만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쌀밥을 엄청 좋아하는데요. 양곡 관리법이랑 최저시급이랑 저는 되게 닮아 있다고 생각을 해요. 제가 진짜 좋아해서 집회 나갈 때마다 말하는 게 전태일 열사의 ‘너는 나다’라는 말입니다. 농민과 노동자가 어떤 관련이 있어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식으로 남태령에서의 연대가 이어져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나윤옥:
20대 30대가 나와서 세상을 여니까 대한민국이 아직까지는 희망이 있구나 저는 대한민국 죽었다고 생각했거든요. 모든 법도 있는 자들은 안 지키고 없는 자들만 지켜야 되는 이 더러운 땅인데 아직은 이런 어린 친구들이 바른 생각을 하고 있구나 또 우리가 알고 있던 세대는 버릇없고 자기만 알고 이런 세대로 생각을 했는데 어린 친구들이 굉장히 많이 와서 연대를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함께 어차피 이 동지들도 세상에 나가서 일을 해야 되고 함께 또 만나면 함께 싸워야 될 때도 있고 그럴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도 함께 먼저 달려가겠습니다.

임정득:
남태령 국면에 이제 질문지를 봤을 때 저는 남태령이 탄핵을 넘어서는 정말 어떤 어떤 시점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때 왜 그런 생각을 했냐면 자유 발언을 하러 나오신 분들이 정말 정말 다양한 정체성이었어요. 지금까지는 내가 그걸 드러내기에 조금 싫었던 혹은 두려웠던 이런 것들을 드러냄으로 인해서 내 자신의 문제가 지금 이 탄핵 국면 정말 바꿔야 되는 이 문제와 연관되어서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하는 그것이 저는 굉장히 중요한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최도은:
1953년 3월 8일 만들어진 노동자의 기본권인 노동법, 5월10일 만들어진 근로기준법도 아직도 지키지 못하는 나라, 농민들이 살고자 하는 법을 지키지 않은 나라 이러한 나라에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오늘 여기에 참여해 주신 제가 잘 모르는 시민 남태령 연대 동지들과 새로운 분들이 우리 사회가 사람의 존재를 우리 법으로 만들어 놓은 것도 지키지 않는 이 사회에 대해서 함께 저항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봅니다.

베라:
남태령이 커다란 분기점이다 하는 것을 저는 사실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생각을 해보니까 달라진 게 있긴 하더라고요. 어떤 다른 것들이 주체가 되는지도 잘 몰라서 나 여기 가도 되는 건가 했는데, 알게 되면서 전장연 시위에 나가게 된 것 같고 그 이후로 노동자들이 억압받는 현장에도 나가게 되고.
사실 농민분들도 노동자분이시잖아요. 정말 다양한 분들이 연대를 하고 계셨고 내가 이걸 전혀 모르고 있었구나 하면서 이제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돼서 굉장히 신기했던 것 같아요.
온라인 커뮤니티는 그렇게 돌아가 우리끼리 이렇게 뭉쳐 있어서 누군가가 존재를 아는구나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제 나 자신을 숨기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데 이제 그러니까 내 커뮤니티에 속해 있지도 않은 사람이 내 앞에서 내가 존재를 드러냈음에도 부정당하지 않았다라는 것이 굉장히 저에게도 좀 놀라웠던 것 같아요.

권영숙 (좌장):
2011년 노동의 사회적 고립을 어떻게 희망으로 바꿀 수 있을까, 그래서 “희망을 모읍시다”라는 구호를 가지고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을 만들었고, “노동이 돈 앞에 쓰러지지 않는 사회적 연대”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되살펴보면, 우리가 넘어서야 되는 건 한편으로는 당사자주의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연대를 누구에게 한다라는 대상화입니다. 남태령은 탄핵국면을 완전히 바꿨던 어떤 새로운 것이 가능했던 그러나- 제가 올해 기금 신년사에서 표현했는데- 시작은 미비하지만 끝이 창대하길 바란다라고 표현했던 그것입니다. 지금은 접속의 단계라고 생각하는데, 접속을 넣어서 접합을 하고 결합을 넘어서 사회적 연대를 할 것인가가 중요해요. 시작은 아직 여기까지이고, 그러나 앞으로 갈 가능성은 우리가 열어둬야 되기 때문에 오늘 토론이 있는 것 같습니다.이렇게 존재들이 교차해서 단지 교차를 넘어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무엇인지에 관해서 앞으로 생각을 더욱 많이 해볼 수 있길 바랍니다.

[녹취자료집] 사파기금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주최 북토크 및 집담회 “남태령X여성X노동자” 25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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