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현장소식]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들의 투쟁
지난 10여년간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의 가열찬 불법파견 정규직화투쟁으로 기아차는 대부분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었다. 그러나 식당, 청소, 경비 노동자는 불법파견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과 함께 기아차 화성공장 6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노동조건속에서 일하고 있다. 10년을 넘게 일해도 잔업, 특근 수당을 합해 최저임금이 겨우 넘는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이다.
인력충원없이 추가되는 부당한 업무지시, 일상화된 성적 괴롭힘, 보복성 징계까지…
기아차 화성공장의 청소 위탁업체 보광산업은 지난 2월, 글로벌품질센터(사무동)에서 근무중인 김경숙, 오명숙 조합원에게 기존의 청소업무와 달리 차량점검 현장에서 발생하는 깨진 유리, 플라스틱, 무거운 쇳덩이, 고무벨트, 차량덮개등의 자동차부품 산업폐기물 처리를 지시했다. 산업폐기물은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전문장비를 활용한 담당자가 처리하기로 되어 있다. 이에 해당 업무를 지시받은 노동자들은 회사와 노조에 산업 폐기물 처리에 대한 업무 협의를 요청했고 4월이 되어서야 회사는 산업폐기물 처리는 청소노동자가 할 수 없는 업무가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바로 미운털 박힌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 이후 부당업무지시에 맞섰던 김경숙, 오명숙 조합원에 대한 회사의 보복이 시작되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한 달 동안 실시간 노동강도를 측정하는 맨아워을 근거로 삼아서 이들 노동자들의 화장실 출입시간까지 체크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8월16일, 두 조합원은 결국 실내에서 실외 외곽 청소로 전환 배치 명령까지 받았다.
이에 분노한 조합원들은 부당함에 맞서 5월9일부터 현장내에 대자보를 부착하며 문제의 내용을 노동자들과 공유하기로 하고 5월12일부터 매일 피켓시위에 돌입했다. 이들의 투쟁과정에서 그동안 원하청 관리자들에 의해서 오랜 관행처럼 자행되어 왔던 성희롱, 성추행 문제도 폭로하고 해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하청업체는 조사를 차일피일 미루고 원청은 나몰라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사측과 어용 대의원에 의해 투쟁 조합원들은 어느새 직장내 괴롭힘의 가해자로 둔갑해 있었다. 노조 지회에서도 어용대의원과 일부 간부들의 허위 탄원서, 사실왜곡등으로 인해 투쟁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고립된채 노조내에서 어떠한 투쟁지원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를 괴롭히면 죽을만큼 힘들게 해주겠다“며 겁박하던 보광산업은 지난주 9월5일 부당함에 맞서 투쟁하는 조합원 5인에게 중징계를 통보했다.
김경숙, 박경희 조합원은 해고, 이삭 조합원 출근정지 90일, 오명숙 조합원 출근정지 60일, 김욱조 조합원 출근정지 30일
사측이 제시하는 징계사유는 어이가 없기만 하다. 즉 ‘정당한 지시 불이행 및 무단이탈, 직장내 괴롭힘, 허위사실 유포, 불법행위 지속’ 결국 이들이 직장내 성희롱등과 내부 탄압등에 대해서 문제제기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 언론사등과 인터뷰한 내용은 허위사실 유포, 연대단위들과 함께 이를 고발하는 피켓팅을 한 행위를 징계한 것이다.
기아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들은 거대자본의 탄압에 맞서 끈질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5월 12일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점심도 거르며 중식 선전선과 퇴근 선전선, 연대선전선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차 연대선전전(8월6일)에서 김경숙 조합원은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저는 청소노동자입니다. 화장실 청소를 하며 가래침과 재떨이를 닦아내고 넘쳐 나는 똥오줌을 이 두 손으로 닦아내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우리 사회는 청소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지만 청결한 화장실을 만드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우리에게 자부심을 주지 못했습니다…정육점의 고기마냥 등급을 매겨 우리 청소 노동자가 최하위 등급이라며 임금을 책정하고 이중삼중의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저희는 현재 사측의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탄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싸우겠습니다. 궃은일에 가장 낮은 임금을 받고 있지만 우리는 기아차의 주인입니다. 그래서 기아차에서 일하는 구성원 누구나 존중받을 수 있는 일터를 동지들의 연대로 만들려고 합니다.
지난 2차 집회에 이어 오늘도 한번도 뵌적 없는 분들도 이 자리를 함께해 주셔서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격입니다. 저희도 저희처럼 투쟁하는 노동자를 위해서 연대하겠습니다. 투쟁!“
‘2주마다 진행되는 연대선전전을 통해 배터리 충전하듯 늘 충전되어 처음 시작하는 맘으로 힘이 납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노동자의 말속에서 연대가 그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있는지 배어나온다.
징계의 칼날앞에 쓰러지지 않겠노라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현장에서 가열차게 투쟁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을 향한 우리 연대자들의 뜨거운 지지와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