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긴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10월1일 세종호텔노조와 사측의 3차 교섭이 열린 서울고용노동청 앞 결의대회에 권영숙 대표와 운영진이 연대 참석하였다. 긴 집회였다. 오후에 시작한 교섭이 파행에 이르고, 교섭단은 교섭장에서 농성을, 연대자들은 야간 집회를 이어가다 거리 노숙후 다음날 아침 집회를 끝냈다.
“추석전에 고진수 세종호텔 지부장을 내리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노사가 만난 1차 교섭 자리에서 오세인 대표이사는 이는 교섭이 아니라 ‘대화’라고 주장했다. 2차 교섭에서 사측은 ‘복직 아닌 다른 안’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노조측과 공대위는 ‘복직외에 다른 안은 없다’는 기본 원칙하에 복직안을 내놔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이날 3차 교섭이 열린 것이다. 이런 가운데 추석전 고공 농성 200일 훌쩍 넘어선 고진수 지부장을 땅으로 내리자는 주장은 허공에 사라졌다.
그래서 3차 교섭이 더욱 중요했다. ‘복직외에 다른 안은 내놓지 못하게’ 철저히 봉쇄하면서, ‘복직없이 이 투쟁은 절대 정리하지 못한다’는 결의를 목소리와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것이 교섭장에 나온 사측에 전달되고, 고용노동청이라는 대리인에게 전달되어야 했다. 그것은 결국 오세인 대표이사의 뒤에 복직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자본가 주명건에게 전달되고, 고용노동청 뒤에 이재명 정권에게도 전달되어야 했다.
연대자들이 다시 모였다. 꾸준히 모이는 이들이 또 모였다. 3차교섭에 이르도록 조직노동 혹은 ‘대중조직’이라는 민주노종 전체, 세종호텔 노조의 상급 단체인 서비스연맹은 조직적인 동원지침을 내리지 않았다. 1차와 2차 교섭에서 연대자들 일부가 모인 것은 ‘교섭’에 대한 ‘압박’을 가하는 힘이었다. 이 힘에만 기대지 말고, 민주노총의 조직대오가 나서주길 바라는 세종호텔 노조와 고진수 지부장의 절박한 목소리에 대한 답은 또 없었다. 그것이 현재 3차 교섭의 결과다.
교섭단은 이날 4차 교섭을 10월10일, 즉 연휴 다음날 열자고 제안했다. 사측은 복직외의 다른 안을 내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교섭 의제 전환을 시도했고, 결국 자리를 떴다. 그동안 사측이 일방적으로 1,2,3차 교섭일정을 정했고, 노조가 처음으로 제안한 4차 교섭일자였던 10월 10일은, 사측의 무시와 서울지방고용청의 방관 속에서 그냥 지나갔다.
사측의 태도는 이미 꽤 분명해 보인다. 복직은 배제하고 그동안 투쟁에 대해 다른 ‘안’으로 회유하여 끝을 내보겠다는 심산이다. 과연 이 답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혹은 이를 거부할 결의를 다잡을 수 있는가? 그리고 복직말고 어떤 안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다음은 회사에 끌려가지 않는 교섭, 힘으로 쟁취하는 교섭을 위해서라면, 무슨 준비를 해야 하겠는가?
권영숙 사파기금 대표의 글을 인용하자면, “이른바 교섭과 협상이 눈 앞에 보일수록, 눈앞에 보이는, 표면적인 상황과 구도를 넘어서 정세를 봐야할 필요성은 더 커진다. 그러니 협상은 표면일뿐이다. 협상이 다가올수록 중요한 것은 정세를 정확히 읽는(혹은 읽어온) 것이고 정세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교섭은 최종 결과일 뿐이며, 필요한 것은 교섭에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힘이다”.
세종호텔 노조의 긴 투쟁 속에서 지난 4년간 투쟁, 200일 넘는 1인 고공농성을 이제야말로 투쟁답게 교섭으로 이끌어가는 힘이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다. 교섭을 투쟁으로 돌파하는 힘이 필요하다.
2025.10.12
사회적파업연대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