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 노동영화 열전 (두번째)_“파업전야” 171014

“몽키스패너를 치켜드는 그 장면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그 장면을 계속 만들어내야 합니다.”

2017년 9월 9일 오후 7시 사파기금 영화방에서는 두번째 영화로 장산곶매의 파업전야(1990)이 상영됐습니다. 첫 상영회보다 훨씬 많은,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어쩌면 촌스러웠지만 감동적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어색한 신파조 연기는 민망했습니다. 하지만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본 “파업전야”는 그 자체로 감동이었습니다. 혼자 봤으면 웃고만 말았을 장면도 현장 활동가들과 함께 보니 달랐습니다. 87년~89년의 그 당시와 오늘을 비교하며 무엇이 달라졌고 어떤 것이 여전한지를, 그리고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고민하게 했습니다. 노동자대투쟁 30주년에 함께 한 두 번째 상영회는 충분히 의미있었다라고 감히 말하겠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참가자들과의 영화 & 대화도 소중했습니다. <파업전야> 촬영장이었던 인천 남동공단의 한독금속은 당시 조업재개를 요구하는 파업중이었고, 노조위원장은 구속됐으며, 그에 따라 현장을 맡고 있던 노동자의 당시 상황에 대한 생생한 증언도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그렇게 큰 파장을 그리고 이렇게 현재까지 큰 의미를 가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덕분에 <파업전야>는 더 생동감 있었습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30년이 지난 지금, 노동운동은 당시보다 퇴보한 것이 아니냐는 뼈아픈 반성의 대화도 이어졌습니다. 그 지점이 과거와 현재가 달라진 변화의 지점이라는 사실은 통렬한 아픔이라는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오늘의 반성이 내일의 혁신을 위한 출발점이어야 하겠지요. 어떻게, 무엇을 혁신할 것인가. 우리가 끊임없이 해야 할 질문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화두 하나를 스스로에게 제기한 것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대화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파업전야2’를 만들자”, “공모전이 어떻겠느냐” 등등. 상영회는 끝났지만 열기는 식지 않았습니다. 투쟁을 승리하고 곧 공장으로 돌아갈 삼표 노동자들의 고민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소수노조로서 앞으로 경험할 그 많은 난관들을 똘똘 뭉쳐 지혜롭고 당차게 돌파하기를 바랍니다.

사파 노동영화 열전은 장대한 기획입니다. 하지만 무겁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부담없이 노동영화도 보고 옆에 앉은 동지들이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그 자리들을 노동자들과 연대자들이 채워주시고 만들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세 번째 상영회에서 뵙겠습니다.

2017. 10. 17(화)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사파 토론회] “일본의 계급적 노동운동의 동향과 반전반핵운동” 170926

2017년 9월 26일 7시 사파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지난 8월6일 히로시마 원폭 투하 72주년을 맞아 일본에 다녀온 권영숙 사파기금 대표, 김형계 민중행동 공동대표, 김용철 성서공단 상담소장이 일본의 계급적 노동운동과 반전반핵운동에 대해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점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자리였습니다.

한국과 일본 노동운동의 교류는 잦지만 일본의 계급적 노동운동에 대한 이해는 과연 얼마나 깊게 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일본의 경험을 통해서 한국의 노동운동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기획이었습니다.

‘혁명적 공산주의자동맹’, 소위 ‘중핵파’라 불리는 ‘혁공동’의 계급적 노동운동의 역사와 투쟁, 그리고 오늘의 모습을 이야기했습니다. 나리타 공항 건설 반대를 외쳤던 ‘산리즈쿠’ 농민투쟁과 이후 85년-87년 치열했던 국철의 분할 민영화에 맞선 도로치바 노조등의 투쟁과 패배를 거치면서 일본의 사회운동과 계급적 노동운동은 전환점을 돌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존속하고 있습니다. 국가에 의한 전국노조총연맹(총평)의 해체와 이후 ‘연합'(렌고)이라는 거대 어용 노총으로 일원화된 그때 이후야말로 ‘독립’적 노조운동, 계급적 노동운동의 의미가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57년 12월에 결성돼 아직도 존재하는 ‘중핵파’(혁공동)가 그들의 계급적 대중노선과 함께 계급적 노동운동을 복원시키기 위해 현재 어떤 조직적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일본 노동운동이 잘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 노동운동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오늘의 한국 노동운동은 무엇을 해야하는지. 참석하신 분들과 토론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자리였습니다.

계급적 노동운동이, 아니 노조운동이란 무엇일까? 이것에 대한 질문을 하고 답을 생각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도 현재의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의 현주소를 생각하면 의미가 있으리라 봅니다. 이에 대해서 히로시마 연대유니온의 노조 규약이 시사적입니다. 규약1조는 “노동운동의 계급적 발전을 위한다”입니다. 2조는 “모든 억압과 차별의 철폐를 위한다”입니다. 그리고 3조에 와서 조합원의 권리와 이해라는 매우 익숙한 문구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토론회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일본 철도노조와 꾸준하게 교류해온 철도노조분들이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해주셨습니다. 국철 분할 민영화 반대투쟁의 선봉이었고 지금은 일본의 계급적 노조운동의 상징이 되고 있는 도로치바 노조의 대협 담당자도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투쟁이 끝나고 사업장에 복귀할 노동자들의 고민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진작 이런 자리에 왔으면 좋았을걸”이라는 어느 노동자의 아쉬움은 사파기금이 아직 더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참여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한국의 경험에 매몰되지 않고, 시야를 더 넓힐 수 있는 토론회를 더 많이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2017. 9. 28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사파 노동영화 열전-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의 <파업>상영 170909

2017년 9월 9일 오후 7시 사파 노동영화 열전 – “파업전야”의 첫 작품인 에이젠슈타인의 <파업> 상영회가 노동자와 연대자들이 함께 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습니다. 남영동 사파분실로 이전한 후 첫 행사이기도 했습니다.

82분짜리 무성영화인데 주최측인 사파기금에서 한글 자막을 일부 입혀 이해를 도왔습니다.
영화 마지막이 워낙 충격적인 장면인지라, 암전후 불을 켰을때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참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영화 토크”를 통해서 길잡이 권영숙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와의 Q & A 토크를 하면서 영화와 노동에 대한 일부 질문을 토론으로 해소했지만, 한번 더 보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영화라는 중론이었습니다.

너무도 중요한 영화이지만, 실제로 노동영화로서 상영되는 경우가 흔치 않고, 또 혼자 보기도 어려운 영화를 사파기금의 ‘노동영화열전’의 첫 영화로 함께 본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자리였습니다.

다음 영화는 10월 13일 오후 7시, 장산곶매의 <파업전야>입니다. 많이 참석해주세요. 러시아혁명에 이어 87년 노동자대투쟁과 파업전야에 대해서 영화도 보고 토론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2017.9.12.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사회적파업연대기금 6주년 잔치 2017.7.22

[답례 인사]

사파기금 6주년 잔치에 와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011년 7월 발족 이래 참 많은 일을 해왔습니다. 64회의 기금 지원, 14회의 사파포럼, 6회의 사파동행, 6회의 사파작은희망버스, 2차례의 ‘민주주의와 노동’학교 등의 일들을 해왔습니다. 파업하는 노동자들이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투쟁하고 파업권을 행사할 수 있는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하기 위한 시간들 이었습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파업권이 노동의 시민권으로 인정받는 그 날까지 사파기금은 희망을 모아나갈 것입니다. 6주년 잔치에 와주신 여러 분들의 말마따나 사파기금이 필요 없어지는 그 날이 올 때까지 말이죠.

하지만 너무 쉽게 그 말은 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사파기금이 없어지는 그 날’은 쉽게 올리도 만무하기 때문에 그동안에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정성이 더욱 필요합니다. 그리고 또한 이 사회에서 ‘노동의 사회적 연대’의 문제의식은 더욱 공고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노동의 사회적 파업이 이 사회안의 모든 민중의 희망이 되는 날도 쉽게 오지 않습니다. 그동안 사파기금은 ‘사회적 파업에 사회적 연대’라는 문제의식을 고양하기위한 그 첫걸음으로 파업기금을 모으고 지원했고, 이제 그 문제의식을 어떻게 다양하게 힘모아 만들어 갈까 고민할 것입니다. 지난 촛불을 지나고 6주년을 맞이하면서 그 문제의식은 더욱 절실하다 할 것입니다.

해서 2017년 7월 22일(토) 오후 4시 사파기금 발족 6주년 잔치를 소박하게 열었습니다. 여러 곳에서 많은 분들이 와주셨습니다. 일일이 거명하지 않겠습니다. 해주신 소중한 덕담과 축하의 인사들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곳에 사파기금은 있겠지만, 처음으로 단독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이 ‘사파분실’이 더욱 알찬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채워 나가겠습니다. 사파분실 벽에 전시된 지난 6년의 역사들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사파기금은 꿋꿋하게 노동의 사회적 연대를 원칙으로 삼고 실천하겠습니다.

준비한 음식과 술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기금에 손을 대지 않기 위해서 검소하게 준비하려고 했습니다. 모이는 사파기금이 최대한 온전하게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기금이 노동자들의 지원에 온전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별도의 단체 운영비가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사파기금 운영을 지원하는 ‘단체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지난 6년을 함께 해주신 노동자들, 연대자들 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한걸음씩 길을 같이 만들어 나가길 희망합니다. 그 길에 더 많은 연대의 손이 모이고, 맞잡은 손 놓지 말고 끝까지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길이 없으면 길을 내면 된다!
함께 가는 이 길이 되기를.

사파와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두 건투합시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권영숙

2017.7.27
남영동 사파분실에서

 

[6차 사파동행_광화문 노동자 고공단식농성장편] 2

동영상 제작: 사회적파업연대기금

2017년 4월 25일 광화문사거리 삼성광고탑 위에 오른 6인의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사업장 노동자들의 고공단식농성 12일차였습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의 ‘찾아가는 현장연대’인 사파동행6차집회는 이들과 동행했습니다. 고공의 영상통화를 현장에서 빔프로젝터로 연결해, 처음으로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 담았습니다. 많이 봐주십시오.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

1차 박근혜퇴진 촛불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광화문을 지켜온 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촛불은 이들에게 단 한번의 발언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광화문의 유령 아닌 유령이 된 그들이 40m 광화문 광고탑에 올랐습니다.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노동3권 쟁취!
노동법 전면 제개정!
그들의 외침입니다.

그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들의 투쟁이 곧 우리의 투쟁입니다.
함께 투쟁해서 함께 승리합시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사파기금 사무실 개소식 및 특강 “촛불이후 노동의 진로”_170328

[답례 인사]
개소식에 축하해주신 분들에게 인사드립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2011년 노동연대운동으로 발족했고, 2012년 사회적 파업에 대한 상시적인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연대운동을 시즌2로 선언하면서 ‘1만인 1만 구좌 갖기” 운동을 제안했습니다. 페이스북에 올린 그 두번째 제안서에는 캠페인 장소를 기입하게 돼있는데, “세상의 모든 노동이 있는 곳”이라고 썼습니다.

농담 아닙니다. 사파기금이 있는 곳은 바로 세상의 모든 노동이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공간도 없이 형체도 없이, 그리고 최소의 조직을 지향하며 6년간 활동하던 사파기금이 드디어 이번에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우리는 그곳을 ‘사파 분실’이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위에 말했듯이 본사는 바로 ‘세상의 모든 노동이 있는 곳’이니깐요.

2017년 3월 28일 오후 7시 30분 사파기금 사무실 개소식을 조촐하게 열었습니다. 그동안 동가숙 서가식 참 힘들었습니다. 기금이고 단체고간에 후원금을 단체 유지비와 상근비로 거의 소진하는 기존의 단체 활동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기금에 오는 모든 돈은 모이는대로 노동자파업에 대한 연대기금으로 사용하기위해, 정말 검소하게 활동했습니다. 기금의 경상경비는 거의 운영위원회가 부담했습니다. 그러나 연대활동도 늘어나고 일도 많아지면서 공간의 필요성과 절박함은 커져만 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6년만에 이 조그만 공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했습니다.

오신 많은 이들이, 사파기금이 사무실도 없었는지 몰랐다고, 자신들의 노조보다도 열악하다고 얘기하더군요. 빙고!^^ 그게 바로 사파기금 정신이고 원칙입니다. 인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많은 이들이 정말 열화와 같이 응원해주시고 공간 마련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셨습니다. 그동안의 생고생이 뿌듯합니다.

사무실은 마련했는데 집기는 아무 것도 없는지라, 처음으로 파업기금이 아니라 단체 후원을 부탁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보태주셨습니다. 이것으로 당분간 사무실 세를 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무용 집기들도 마련했습니다. 일일이 여러분의 이름을 거명하진 않겠습니다. 마음으로 새기겠습니다.

그리고 또 정말 많은 분들이 당일 오셔서 직접 축하해주시고, 덕담도 해주셨습니다. 그 말씀도 잊지 않겠습니다. 공간이 넘 미어터지면 어떨까 했는데 정말 기대한만큼, 그리고 기대한 얼굴들이 보여서 기뻤습니다.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은 언제나 든든한 사파기금의 동지이자 연대자들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동지가 됩시다! 그리고 전국에서 많은 연대자들이 오셔서 축하해주셨습니다. 일일이 거명치 않겠습니다. 궁금하면 사진으로 확인하세요.

또 자칫 썰렁할 새 공간을 채울 푸른 식물과 꽃들을 가져오시거나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사무실 잘 꾸몄고 환합니다.

대접하느라고 준비했는데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사파기금은 앞으로 이 공간을, 잘 이용하겠습니다. 무엇 하나 허투루 쓴 적이 없었던 과거의 초심으로 이 공간을 재미있고 의미있게 채워나가겠습니다. 많이들 방문해주세요.

그런 의미를 채우는 첫 방식-누구는 사파다운 방식이라고 하시는데-으로 “촛불정국 이후의 노동의 진로”라는 제목으로 오후 6시부터 1시간반동안 <정세특강>을 열었습니다. 촛불속에서 노동은 왜 시민이 되려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었는지, 촛불퇴진운동이 남긴 것과 한계는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의 정세와 노동의 진로에 대한 꽤 신랄한 비판과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질문들이 앞으로 이 공간에서 더욱 활발히 개진되고, 함께 답을 찾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길이 없으면 길을 내면 된다!
함께 가는 이 길이 되기를.

사파와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두 건투합시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권영숙

2017.4.07
남영동 사파분실에서

2016년 사파 송년회(2016.12.27.)

사파기금 올해의 마지막 행사인 송년회를 잘 치뤘습니다. 제14회 사파포럼을 끝낸후 이어서 밤 9시에 시작한 아주 늦은 야밤 송년회였습니다. 추운 겨울밤, 장소가 미어터져라 서로 밀착해서 앉아서, 맛있는 음식과 술을 두고 좋은 자리에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좋은 얘기 많이 했습니다.

작년 송년회는 이마빌딩 ‘삼표’본사앞에서 동양시멘트 하청노조 농성 노동자들과 거리에서 함께 했는데, 이번에는 ‘투쟁사업장 공동투쟁’ 노동자들을 초대해서 대접하는 자리로 삼았습니다. 57일째 거리에서 비닐 한장 덮고 자고 길거리에서 세끼 해결하는 노동자들에게 한끼라도 걱정하지 않고 맘껏 들게 하고 싶었습니다. 음… 예상대로 됐습니다. ㅎㅎ 포럼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낸 뒤라서인지, 서대문의 맛집을 정했는데 다들 일단 먹는 것에 열중했지요.

그리고 이번 송년회는 사회자 고진수(JinSoo Ko)의 발견이었습니다. 모든 참석자들을 일일이 불러서 통성명시키고 이름 세번을 떼창으로 연호했습니다. 갈수록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지요.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한 자리에 있으면 적어도 통성명은 해야지요. 한반도의 남쪽에서 가장 먼 곳으로 부터 북상했지요. 울산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들, 아산 현대차 노동자, 이천 하이디스 노동자들, 구미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들, 구미에서 이제 천안으로 이사한 스타케미칼(현 파인텍) 파업중인 노동자들, 천안 갑을오토텍 노동자, 평택 쌍용차 노동자들, 대전-부평 콜트콜텍 노동자, 구로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동자, 공무원노조, 공공운수 일반노조 노동자등. 그리고 민주노총 상근 노동자들. 이름을 뜨겁게 연호하고, 발언하고프면 발언하고..

그리고 이어 연대자들도 일일이 호명했습니다. 많이들 와주셨어요. 장수에서 오신 분도 계시고… 새로운 얼굴은 새로와서 좋았고, 항상 같이 해주시는 이들은 같이 해주셔서 반가웠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참석해준 연대자 여러분 반가웠고요. 1년동안 사파기금이 애써온 보람, 투쟁 노동자들과 쌓은 신뢰가 매해 고스란히 송년회를 통해 그대로 확인되는 것같습니다. 흥미로워요.^^

내년에는 어떤 일이 사파기금을 기다리고 있을지, 1년간 어떻게 연대하고 인연을 맺어서, 2017년 송년회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됩니다. 힘들지만 그래도 사파기금은 필요한 운동입니다.

그냥 지켜만 보지 마시고, 함께 나서주시길!~

제14회 사파포럼, “박근혜게이트와 노동자정치투쟁”(2016.12.27.)

어제 12월 27일. 사파기금의 2016년 마지막 행사인 사파포럼이 오후 7시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자리가 거의 차고 벽쪽에도 앉을 만큼 성황을 이룬 자리였다. 그리고 토론회의 진지함과 열기는 더욱 강렬했다. 정말 가장 적절한 시점에 가장 필요한 기획에, 가장 적합한 사람들이 모여서 진행한 토론회가 아니었나 라는 자평을 뻔뻔하게 해본다.

포럼의 제목은 “박근혜게이트와 노동자정치투쟁”이다. 박근혜게이트 속에서 ‘노동자정치투쟁’의 의미와 활동을 평가해보는 자리다. 달리 말하면 이른바 촛불과 노동의 조우 가능성에 대한 토론이기도 했다. 과연 촛불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과연 촛불과 노동은 서로 만날 수 있을까? 노동이 촛불을 들었듯이, 촛불은 노동의 구호를 함께 외칠 수 있을까? 왜 그렇지 못할까? 어떻게 하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까? 이것이말로 현재 투쟁의 규모와 에너지에 비해서 터무니없는 ‘조기탄핵(혹은 즉각퇴진)’의 현주소 속에서, 박근혜 이후를 향해 체제와 구조의 변혁을 위해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해서 “가장 적절한 시점에 가장 적절한 토론회”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적합한 사람들”인 이유는 이번 사파포럼은, “최소 1년에서 10년까지 투쟁에 지치고 고립된, 상처받은 투쟁사업장들이 모여서 자신의 투쟁을 넘어서 ” 노동탄압 민생파탄 박근혜 퇴진을 위한 공동투쟁’을 결성했는데, 그들과 사파기금이 공동주최했기 때문이다.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약칭)은 지난 11월1일 박근혜게이트가 터지자 마자 가장 빠르게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앞에서 시국농성을 시작했고, 이제 58일째다. 주말마다 촛불의 한켠에서 피켓팅을 하고, 매일의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적게 나타날 때도, 촛불을 꺼지지 않게 지켜왔다. 그리고 사파기금의 연대자들은 처음부터 그들의 투쟁에 주목했고, 두달간의 촛불집회속에서 노동의 목소리를 확대하기 위해서 애써왔다. 그들 노동자들과 연대자들이 어제 함께 모여서 현 시국속에서 정치적 민주주의와 노동자투쟁, 개별 사업장 노동자 투쟁과 정치적투쟁(박근혜 게이트)의 관계, 그리고 촛불에 대한 복잡한 심경과 평가들을 쏟아냈다.

여하튼 패널들은 정말 적절하게 구성된 것 같았고, 자료집은 훌륭했다. 간결하고 평이한 언어속에서 노동자들이 박근혜게이트와 현 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떻게 싸워왔으며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보여주는 참으로 귀중한 자료집이라고 자부한다. 꼭 읽어보면 좋겠다. 청중으로 참석했던 민주노총 양동규정치위원장 말에 따르면, 최근 시국 토론회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좋은 내용으로 활발한 토론을 해서 인상적이었다고 할 만한 토론회이기도 했다.

토론회는 먼저 공투의 공동소집권자인 김혜진님의 여는 말로 시작했다. 김혜진님은 구로동에 남은 전노협 사업장인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전 분회장이다. 이제 그 공장은 노조(상급단체)와 회사의 합의로 파괴되고 사라졌다. 김혜진님등 2인은 여전히 그 합의에 동의하지 않고 투쟁중이다. 개별사업장 싸움에서도 지쳤을텐데 공투를 위해서 가장 열심히 움직이는 이다. 또한 갑을오토텍 @이재헌지회장의 기금 지원 감사 인사말도 들었다.

그리고 패널 토론문을 하나씩 소개하고자 한다. 길지만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기에…

공투 공동소집권자이자 아사히글라스노조 지회장인 차헌호지회장은, 공투가 내걸었던 “대통령 퇴진투쟁”에 대해 올해 5월초만해도 싸했던 노동내부 주류의 분위기를 한 컬럼을 예로 들어 소개하면서, 그러나 지난 11월 가장 먼저 시국농성을 시작한 것을 “가장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후 과정을 보면 “시민들은 온갖 아이디어로 박근혜 정권을 조롱하고 묘사하는 촛불집회를 만들어갔지만, 노동자들은 깃발만 앞세우고 단순참가하는 수준으로 ‘박근혜 퇴진’에 갇혀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하고, 이는 그동안 “노동자 정치가 실종”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덩그러니 남아서 투쟁하는 상황”이 되지 않기 위해, 노동의 구체적인 요구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 지금이라도 계획을 세워야한다고 제안했다.

평이하고 소박한 언어로 그러나 핵심적인 내용을 발언해 주목을 끌었던 김혜인 하이디스 평조합원의 토론문. 그는 “박근혜정권 퇴진”이 적힌 몸자보를 입기 싫었다고 했다. 입지 않았다고 했다. 정리해고 절회하라는 구호에는 무관심한 시민들이 이 몸자보엔 너무 지나친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부정적인. “너희 빨갱이년들 물러가라”는 말은 무서웠고, “박근혜가 퇴진하면 너희들 인생이 뭐가 바뀌냐:”는 말에는 자신도 답을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동투쟁 속에서 하이디스의 투쟁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박근혜 게이트후 시국농성이 시작되자 고이 모셔만 두었던 몸자보를 꺼내입었다고 했다. 차갑기만 하던 시민들이 갑자기 “우리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주고”, “우리끼리 외치던 박근혜퇴진의 구호를 온 국민이 함께 외치게 될줄은 몰랐다”고… 하지만 지금은 “힘이 빠진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때에 노동자 투쟁을 알리고 문제를 폭로해야 하는데, 자꾸 우리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민주노조 사수야말ㄹ “시민들이 진짜로 외쳐야할 구호”가 아닌가 반문했다. 해서. 노동자 시국농성처럼, 앞으로 시민들이 노동자로서 구호를 외칠 수 있도록 “준비된 투쟁”이 필요하다고 마무리했다.

이 얘기는 그대로 김영아 사파기금 운영위원이자 다산콜센터 초대지부장의 발언으로 이어졌다. “박근혜는 억울하고, 촛불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대규모 촛불집회에서 소외된 노동자” 투쟁속에서, 정작 정권을 “사유화한” 자본을 겨냥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석(Seok Kim) 민주노총 기획실장은 이날 토론회가 많이 부담스러웠을 것같다. 민주노총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타를 도처에서 듣고 있기에, 더구나 사파기금과 투쟁사업장 공투가 함께 하는 토론회에 발표자로 나서는 것의 부담감은 배가된다고 웃으면서 운을 뗐다(사파기금의 ‘악명’이 좀 높다 민주노총에서~ ). 그는 민주노총의 최근 정세분석을 소개하고, 앞으로 노동등 조직대오와 촛불을 갈라치기하고, 투쟁의 성과를 제도권이 독점하고 주도권을 관철하려는 시도앞에서, 민주노총이 할 역할에 대해서 조심스레 개진했다. 2017년 “대중의 사회경제적 요구들이 분출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노동에 대한 고통전가도 이뤄질 것이다. 사회적 합의가 시도될 가능성도 높다. 2017년에 “비정규직 철폐와 최저임금 1만원, 재벌체제의 타파, 공공서비스의 강화, 노동악법철폐와 노동법 전면개정”을 목표로 걸고, 대안 의제 전면화와 노동자민중 정치적 진출의 기반 구축, 조직노동과 미조직대중의 결합으로 전사회적 전민중적 전선 구축등을 방향으로 제시했다.

플로어의 토론들도 못지 않게 훌륭했고 의미심장했다. 다 스케치하긴 힘들고, 아사히 노동자 송동주님의 말. “노동자들에게 이것은 ‘게이트’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들에게 체제는 ‘박근혜 게이트’ 이전의 문제다. 그리고 그런 구조와 체제에 대해서 잊지말고 계속 싸워야한다”.

포럼의 발제자들과 노동자들은 촛불에 가려진 노동의 존재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얘기했듯이 노동자들은 현실적이었다. 쓸데없는 희망을 품지도 않았고, 정치인들 선무당의 작두놀음에도 현혹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또한 노동의 입장에서 촛불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마지막의 얘기를 민주노총과 조직노동은 과연 얼마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

좌장으로서 마지막 정리발언하면서 이리 말했다. 현단계의 투쟁이 다음 단계의 가능성과 한계가 된다. 촛불로 상징되는 ‘박근혜 퇴진’ 투쟁은 가능성도 있었지만 한계도 노정했다. 그리고 노동자운동/민주노총도 그에 대해서 한계를 보였다. 퇴진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은 그 점에서 틀린 말이다. 그것은 단계론이 아니다. 지금 퇴진투쟁을 어떻게 하고, 어떤 내용을 실어서 실천했는가가 그 다음의 ‘이후’에 대한 방향타를 제시하고, 가능한 조건을 여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정세분석은 그 점에서 조금 안이하다. 민주노총이 말하는 ‘노동개악 저지’는 결국 조직노동을 사수하고 보호하는 투쟁이기 십상이다. 그리고 ‘적폐청산’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사회의 문제는 박근혜가 벌인 적폐가 아니라 연속적인 문제였다. 촛불에는 중산층도 있지만 동시에 사회경제적인 박탈감과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서 반감과 분노, 그리고 진입이 거부당한 쳥년 노동자들, 그리고 촛불집회에도 나오지 못하는 더많은 노동자들의 존재가 아른거린다. 그들이 진정 민주노총이 함께 해야할 ‘촛불’이고 그들의 요구까지 받아 안으면서 ‘사회적 총파업’을 해야하지 않을까… (뭐 말하자면 이런 취지의 발언인데.. ㅎ)

그렇게 열띤 토론회는, 다음 일정에 쫒기듯이 시간을 아쉬워하면서 끝냈다.
아무래도 2차 토론회를 해야하지 않을지 싶다.

이어서 2016년 사파 송년회가 ‘투쟁사업장 공투’를 초대하여 진행됐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 5주년 기념영상

“당신이 있어 지금까지 왔습니다”

“2016년 여기 대한민국을 사는 당신의 ‘노동’은 안녕하십니까?”
“노동이 지탱하고 있는 세상의 모든 곳을 위하여”
“한발씩 웃으며 끝까지, 함께!”

노동이 돈앞에 스러지지 않게 하는 사회적 연대, 사회적파업연대기금입니다.
https://youtu.be/gr6gEvnmZ2s
(신청: http://goo.gl/6inT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