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 노동영화열전 시즌2_1회 “노동자계급 천국으로 가다” 20180915
<사파 노동영화 열전>이 새로운 주제로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시즌1이 “파업 전야”였다면 이번 시즌 2는 “파업, 그리고 이후”입니다. 파업이라는 강력한 스펙터클 때문에 우리는 파업이 끝난 후의 그 지난하고 처절한 현장 투쟁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시즌2에서 선정한 영화들은 주로 파업 이후를 다룬 영화들입니다. 파업이 끝난 후 노동은 어떤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가를 영화를 통해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입니다.
첫 상영작은 엘리오 페트리 감독의 1971년 작품 “노동계급 천국으로 가다”였습니다. 1970년대 초 신자유주의가 도입되기 시작한 이탈리아의 부품 공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한국의 “파업전야”처럼 실제 공장에서 촬영하고 그 공장의 노동자들이 직접 영화에 출연해서 현장의 생동감을 더해줍니다. 현대 헐리우드 영화의 호흡에 익숙해지고 이탈리아 영화에 생경한 일부 참석자들은 영화 상영 후 더러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만 실제 공장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은 영화의 현장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사파 노동영화 열전>의 백미인 권영숙 대표와 함께 영화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토론도 이어졌습니다. 70년대 신자유주의 도입시기의 이탈리아 노동현실이 40년이 지난 한국의 노동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것에 놀라고 분노를 표했습니다. 권대표는 이탈리아를 휩쓴 “뜨거운 가을”이후 노동자 대중투쟁이 걸어간 길을, 한국의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의 상황과 연결해 설명했습니다.
토론에서 최근 남은 해고자 복직에 합의한 쌍용차 노동자의 조심스러운 이야기,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의 금속 제조업 노동현장에 대한 증언, 저 멀리 지방에서 반전반핵 운동을 하고 있는 이의 반핵에 대한 의지,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투쟁을 하고 있는 서울지역 교사 노동자들의 제조업 노동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협동조합에서 해고된 1인 노동자가 쏟아낸 조직노동에 대한 울분, 이덕우 노동변호사의 툭 던진 진지한 고민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뒷풀이 자리에서도 아나코 페미니즘과 이 영화가 일으킨 물의와 이어진 국제적인 논쟁등에 대한 이야기 등 자유롭게 영화에 대한 이런저런 해석을 하며 한국의 노동 현실에 대해서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잘 만들어진 노동 영화를 통해 오늘의 노동을 함께 고민하자. 이것이 <사파 노동영화 열전>의 기조입니다. 사랑방 영화제 같은 느낌이지만 치열한 토론과 학습의 장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잃어버린 노동계급의 언어를 복원해내고 그 언어로 세상을 해석하고 오늘을 싸워내는 것. 이 역시 사파 노동영화 열전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번 시즌2에도 많은 분들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사파 노동영화 열전> 제2회는 10월 13일(토) 열리고 상영작은 “당신과 나의 전쟁(태준식 감독)”입니다. 아까운 기획에 더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2018년 9월 20일
사회적파업연대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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