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숙(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노동사회학자)
1.
그자는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민주당보다 더 리버테리언인 양, 세상만사 다 우습다는 듯이, 한순간이면 다 벗어던질 듯한 사회문화적 태도. 그자가, 갑자기 어느 날 자신의 ‘비즈니스’로 이 지구와 이 인류를 구하겠다는 듯이 수소차니 전기차니 뭐니 할 때부터, 그리고 기후문제를 들먹일 때부터 특히 그랬다. ‘기후위기’는 이렇게 자본가들의 비즈니스에 군불을 때고 또 한 번 어떤 자본가들의 뜯어먹을 거리가 되겠구나 했다. 그 대표적인 인사가 머스크다.
어쩌면 가장 사기꾼스런 자. 조지 소로스를 뺨치는 자. 소로스는 헤지펀드, 투기적 금융자본의 이익을 뽑기 위해, 전 세계 내전을 부추기고, 내전 한편 아니 양편에다 군자금을 대고, 없는 사회운동도 만들었다. 그러므로 소로스는 20세기 후반 이후 자본가의 새로운 유형이었다. 그가 폴란드 출신(아니고 헝가리 출신이다. 소로스가 폴란드에서 했던 많은 ‘혁혁한’ 국제활동을 염두에 두다가 잘못 썼다. 근데 그냥 두기로 한다.)이라는 점까지.
근데 머스크 이 자는 웃기게도 자신을 투기적인 돈놀이꾼도 아니고, ‘제조업’ 혁신가인 양 포장한다. 자동차를 혁신, 또 혁신하겠다 한다. 근데 그가 정작 돈을 번 것은 모두 비트코인, 가상 금융에서였고, ‘선택된 소수’ 인간들을 우주로 보내주겠다는 우주선 프로젝트를 하면서 마치 ‘기술의 첨단’을 걷는 듯한 쇼 비니지스를 통해서, 자신이 만들어 파는 자동차의 한계를 슬쩍 무마했다. 이건 뭐, 이렇게 사기꾼스럽다니.
2.
그러더니 머스크가 SNS 수단인 트위터를 최근 구매했다. 트위터는 전 세계에서 가장 휘발성 강한 SNS 도구다. 결국 그는 잘 아는 것이다. 자본에도 SNS, 즉 Social Network Service가 중요하다는 것. 이제 자본가들에게 자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뭐니 뭐니 해도 ‘상징자본’이다. 뭐하러 언론사는 귀찮게 만들까. 언론사는 통제하기도 힘들고, 언론기사는 ‘가짜뉴스’ 만들기에도 한계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악하는 자는 머리 꼭대기에 있어야지. 바로 big brother!
고로 SNS를 장악하면 된다. 트윗을 날려서? 아니 그냥 트윗을 잡아먹고서. 흥미로운 것은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과정에서 몇 번이나 안 살 것처럼 흔들더니, 결국 샀다, 바로 미국 중간선거 얼마 안 남기고 말이다. 미국 중간선거는 매번 11월 둘째 주 화요일에 치러진다.
그리고 그가 인수 후 제일 먼저 한 것이 트윗의 노동자 3,700여 명에 대한 해고를 단행한 것이다. 그것도 참으로 무례한 방식으로! (내가 사람의 ‘무례’를 잘 따지는 건, 그게 결국 사람의 바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바로 회사의 SNS 창을 닫아, 해고 대상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해 자신이 해고됐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했다. 나쁜 짓~
3.
피비린내 나는 대량 해고에서 해고 방식만 고약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이하의 지점이다. 그는 정리해고를 하면서 트위터 안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인 ‘민주주의’ 파트를 없앴다. 그리고 트윗 안에서 ‘미디어 윤리’를 맡은 파트를 몽땅 덜어냈다. 이게 무슨 말이람? 여기서부터 좀 복잡하다.
표면상으로 머스크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대한 ‘자정’, ‘규제’를 가하는 쪽으로 바꾼 방향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고, 더 이상 규제하지 않겠다는 식이다. 즉 ‘트윗에서 트윗을 날릴 자유’를 옹호한다는 거다. 뭐 대단해 보이지? 아니, 표현의 자유 옹호니까, 맞는 말 아니에요 싶지. 아니면 트윗에서 혐오발언이 난무하고 가짜뉴스를 확산하는 통로가 되니 문제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
맞다. 이 해고 단행이라는 방식으로 내부의 규제 관련 부문을 정리하는 것은, 지저분한 우익 포퓰리스트들의 SNS 준동을 슬쩍 눈감아주겠다는 신호다. 그리고 이는 미국 민주당- 바이든 정부의 입장에 정면 다르게 나가겠다는 것이다. 고로 머스크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과 민주당이 아닌 공화당 동아줄을 확실히 잡겠다는 메시지를 ‘정리해고’로 보여준 것이다.
반대로 민주당과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같은 인물이 다시는 미국의 ‘고요하게 안정된’ 공화-민주 양당 정치 구조를 흔들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런 정략과 SNS 규제가 맞물려 있다. 한국은 아니 그런가?
4.
그런데 다시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단지 일개 자본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니 세상의 풍향을 이용해 ‘비즈니스’를 해온 자본가의 행동이 일종의 나침반처럼 가리키는 바를 우리는 봐야 한다.
이번 머스크의 트위터 노동자 대량 정리해고를 두고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이 이에 대한 성명을 냈다는 것이다. 폴커 튀르크 대표는 11월 5일 OHCHR 홈페이지에 공개한 서한에서 머스크를 향해 “출발이 좋지 않다. 트위터는 인권이 경영의 중심이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기서도 ‘인권’이 등장한다. 자 이쯤 되면 이게 단순히 해고를 둘러싼 문제나, 표현의 자유냐 혐오테러의 규제냐의 문제가 아닌 것 같지 않나?
맞다. 아니다. 이것은 ‘중국 문제(리스크)’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미국이 계속 끌어가냐 마는가의 문제이다. 머스크는 지금 중국 리스크를 죽여야만 돈을 더 이상 잃지 않고 돈을 벌게 된다. 그의 자본이, 그의 차들이, 그가 펼칠 세상이, 중국과 미국의 친구 관계를 요구한다. 이는 트럼프 집권 시절, 한국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북한과 화해무드를 더 지지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될 일이다.
덧붙여 UN과 산하 기구들도 전혀 중립적이지 않다. 더 정확히는 정치적이다. 미국 주류 정치와 연동되고 있다. 아니 미국과 서방의 ‘지정학적 전략’과 한몸일 가능성이 높다. 내가 여러 번 논문이나 강의에서 의미한 ‘국제인권체제international human rights regime’라는 것이 ‘체제’로서 그렇다.
5.
그러니 머스크 등의 자본가들로선, 민주당 올드보이들과 어쩔 수 없이 ‘호전광’이 돼버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끌고 가면서, 중국에 대해서 ‘민주주의 전쟁’을 하지 않게, 이쯤에서 멈추게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것은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절대적으로 압승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공화당 내 ‘가장 평화주의자’는 우습게도 트럼프다. 그리고 트럼프와 함께하는 정치인들이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절대다수가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
머스크는 잠시 우물쭈물하다가, 여기에 베팅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트위터 회사 내부의 인적 정리를 통해서, 머스크는 민주당과 바이든, 그리고 ‘전쟁’하자는 녹색과 자유주의자들에 대해서 완전히 반대편으로 돌아선 것을 보여준 것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말이다, 이 반전이.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자유주의 우파 민주당과 독일의 녹색당 소속 외무장관, 경제부총리 등이 지금 가장 ‘호전광’이라는 사실 말이다. 어떻게 하여 ‘녹색’이 피비린내 나는 적색이 되었는지 말이다. 한순간이다. 하지만 이미 그 이데올로기의 불철저함에 내장돼 있기도 한 것이다.
한국에서 학습효과로 삼아야 할 일이다.
* <사파시평>은 홈페이지와 민중언론 참세상에 동시 게재됩니다.
참세상 기사게시판 :: 기사 :: 일론 머스크라는 자본가와 미국 중간선거 – <font color=”red”>[사파시평]</font> 트위터 대량 해고의 미국 국내정치적, 지정학적 의미 (newscham.net)
[기쁜소식 5호]
<사파동행 5호>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톱기사로 11월9일 성남본사 상경 파업 투쟁을 하는 대전 한국타이어 김용성지회장과의 대담인 [사파인터뷰]를 올렸습니다. 오늘 그들이 성남 본사로 쳐들어옵니다. 때 맞춰서 읽어봅시다.= 2022년 3기 ‘민주주의와 노동학교’ 성황리에 진행중중입니다.
전체 강의안 소개, 1강과 2강을 앞두고 ‘강사의 말’, 그리고 1강과 2강의 강의 후기를 함께 일목요연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한국 노동권의 역사, 현재, 그리고 노동운동의 동맹 전략: 권리의 유보, 배제, 해체의 3중 장애를 넘어서는 노동권의 새로운 인식”
_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이 핵심적인 노동의제를 선택하여 개최하는 집중연속 강의
_ 10월 8일부터11월22일까지 서울시NPO센터에서 격주로 개최.
_ 25명 정원에 2배가 신청하여 대면과 비대면 줌강의로 진행중.
– 노동권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적 검토, 노동권 현실에 대한 선명한 진단, 그리고 노동운동의 방향과 전략에 대한 포괄적인 진단과 해법까지.
= 그리고 기금 지원연대 소식과 기금 활동등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의 두달간 활동들을 수록했습니다.
가장 기억나는 것으로 이 글을 읽어주세요.
“다시 오겠다고 한 약속.. 세번째 방문
[사파 연대] 비전향장기수 만남의집 2022가을 방문 221002”=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행사 알림] 2꼭지입니다.
미리 알려드리니, 달력에 표시해두고, 이 두 개의 행사 꼭 놓치지 마세요. 간단한 내용은 클릭해서 본문을 보시길.
-[행사 알림] “내 일터의 노동권에 대하여” 집담회 개최 (12/19)
– [행사 알림] “손배가압류와 노조법 2,3조에 대하여” 쟁점 토론회 개최 (12/6)* <사파동행>은 사파기금 연대자들에게 이메일로 전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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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1. 09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민주주의와노동학교 3강이 “한국 노동권의 변천사”라는 주제로 2022년 11월 5일 서울시NPO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이태원참사’ 희생자와 피해자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이제 강의는 중반전을 넘어서면서 제법 틀을 갖추고 본격적인 얘기로 들어섭니다. 1,2강에서 스스로 이해도를 점수 매기면서 강사의 시각의 낯섬에 대해 난해함을 토로하던 수강자들은, 1,2강에서 벼린 노동권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노동권 역사를 보는 인식을 기초로 하여 한국 노동권의 변천사와 노동현실에 대한 강의에 집중하였고 그만큼 토론에서 각자의 생각들을 얘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강사인 권영숙 노동사회학자는 1,2강에서 논의를 요약하면서, 자본주의가 발달한다고 해서, 그리고 민주주의하에서 무조건 노동권이 허용되거나 비슷한 ‘체제’의 모습을 가지지 않으며, ‘서유럽 모델’이 당연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강의를 열었습니다. 노동의 시민권을 권리로서 ‘제도화’하는데 있어 3가지 선행조건을 열거했습니다. 1)법제도적 명문화, 2) 시민권에서 국가라는 에이젼시, 그리고 3) 국가-사회 관계속에서 사회의 ‘노동존중’입니다.
강사는 대한민국 헌법 조항을 예시로 들면서, 한국은 1) 법제도적 명문화면에서 보면 노동의 시민권을 인권을 넘어 ‘사회권’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인정한 법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헌법에서 자유주의적 시민권인 ‘결사의 자유’와 별도로 헌법 33조에 노동권을 명시하였고, 단체결성의 권리, 단체교섭의 권리, 그리고 단체 행동의 권리를 나란히 적시한 것도 이례적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두 가지 조건에서 계속 문제적입니다. 즉 국가의 역할, 그리고 사회의 역할(혹은 모습)이죠. 강사는 노동권의 변천사를 1987년 민주화이행이전, 1987년이후- 1997년 노동법 개정, 그리고 1997년 이후 민주화와 신자유주의의 변곡점등 3단계로 나눠 이를 설명했습니다. 한국 노동운동사의 축약버전 강의 같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사는 결국 이는 국가, 민주주의, 신자유주의의 3가지 문제로 축약된다고 말했습니다. 국가의 문제는 발전국가의 노동정책을 통해서, 그리고 정치와 노동의 문제는 노동배제적 자유민주주의의 한계로 정리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강의는 국가와 법에 대한 문제를 집요하게 드러냈습니다. 수강자들이 가장 열심히 집중하고 토론에서 많이 거론한 지점이기도 합니다. 국가와 법, 정치를 둘러싼 문제가 권리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나아가 권리의 투쟁, 법을 향한 투쟁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졌습니다. 4강 “노동권의 3중 딜레마”는 그것을 총체적으로, 현재적으로 바라보는 강의가 될 것입니다.
2022.11.08.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인터뷰 및 글: 김한주 (금속노조 교육부장)
복수노조 사업장인 한국타이어 내에서 소수노조였던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가 올해 처음 다수 노조가 되면서 파업 투쟁의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오는 9일부터 성남 본사 상경투쟁을 벌일 예정인 한국타이어지회 김용성 지회장과 전격 인터뷰를 게재한다. 소수노조 시절 차별의 벽을 뚫고, 이제 파업 투쟁의 길로 들어선 한국타이어 노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회의 ‘게릴라 파업’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파업 상황을 알려달라
우리는 지난 7월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7월 전 조합원이 총 8시간 게릴라 파업(파상파업)을 실시했다. 8월에는 16시간, 9월과 10월엔 24시간 게릴라 파업을 벌였다. 게릴라 파업은 급하게 가동해야 하는 공정부터 순서대로 일손을 놓는 방식이다. 파업 시간을 2시간부터 7시간까지 끊어가며 ‘순간의 타격’을 극대화했다. 최근에는 지명 파업으로 돌입했다. 쟁의가 길어진 시점에서 전 조합원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우려되는 점이 있어서다. 우선 조합원 약 1600명이 기존 어용노조를 탈퇴하고 금속 지회에 가입했다. 이들은 지난해 어용노조가 주도한 파업이 위원장의 직권조인으로 마무리된 경험을 지니고 있다. 쟁의행위가 길어질수록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또 파업하면 임금손실을 떠안는데 감당 수준은 개인별로 다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일부 조합원만 파업에 나서는 것이다. 한편으로 지회는 파업으로 인한 임금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조합비를 인상했다. 조합비 인상안이 가결되면서 조합원들은 상대적인 불안감을 점차 떨치고 있다. 이제 다수 노조가 된 지회는 ‘더이상 어용노조와 함께 했던 과거로 돌아갈 순 없다’는 의지로 투쟁의 불을 지피는 중이다.
7월부터 이어진 파업 투쟁의 쟁점은 무엇인가?
지회는 창립 후 7년 동안 소수노조였다. 이 기간 사측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쳐 어용노조와 교섭을 했고 지회는 교섭권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올해 지회가 다수노조 지위를 찾았다. 그렇게 되자 이번엔 사측이 어용노조와 개별 교섭을 실시하더라. 교섭 권한은 노조에 있는 게 아니라 사측에 있다는 것이다. 개별교섭을 시작한 사측은 어용노조와 교섭을 마무리하며 회사측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가이드라인은 기본급 4.1% 인상에 격려금 100만원이다. 이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실질임금 인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회는 이 가이드라인을 돌파해야 한다. 지회는 기본급 4.8% 인상, 타결금 200만원 추가 인상, 임금피크제 단축(피크 시점 59세→60세)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에 회사의 가이드라인을 돌파하지 않으면 사측은 또 어용노조를 이용해 민주노조를 방해할 것이다.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악법으로 올해 싸움에서 밀리면 내년은 더 어려우리라 판단한다. 그래서 파업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돌파하겠다는 모두의 의지가 높다.
11월 9일 본사 상경 투쟁은 어떤 기조와 목표를 세우고 있나?
7월부터 이어온 투쟁에 한 번 더 큰 힘을 모아 싸워보자는 결의를 높이는 차원이다. 현재 사측 태도를 보면 교섭에서 추가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대안을 만들고 제시하는 건 집행부 몫일 수도 있겠다. 이 몫은 현장 조합원의 힘에서 출발한다. 물론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싸움을 함께 하나 투쟁의 주체가 스스로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 그 힘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신규 조합원도 많이 있으므로 함께 의지를 맞춰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파업 투쟁을 승리로 이끈다면 2023년엔 금속노조와 연대의 전선도 넓혀가지 않겠나.
보수언론은 ‘60년 무분규 사업장’임을 강조하며 노조 파업을 비난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노동자가 그간 자신의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무권리 사업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은 어떤 착취구조 아래에 놓여있었나?
나는 지금껏 한국타이어에 노조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60년 무분규’가 이를 방증한다. 지금까지 어용노조 조합원을 관리하고 통제한 것은 어용노조가 아니었다. 회사 관리자였다. 그래서 조합원을 비롯한 현장의 노동자들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관리자에 의해 고과에서 누락되고, 차별받고, 부당해도 입을 닫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노동자들이 이를 깨닫고 저항한 게 작년 파업부터였다. 어용에서 파업을 주도하긴 했으나 조합원들이 스스로 노동자성을 찾은 과정이 컸다. 그렇게 파업 투쟁이 일었는데 어용 위원장은 직권조인을 했다. 나는 당시 지회 대의원으로서 강하게 문제 제기했다. 어용 조합원을 포함한 노동자들이 이 과정을 지켜봤고, 오히려 나에게 발언권을 보장하라며 같이 분노하더라. 작년부터 이어진 저항에 많은 이가 지회로 합류했다. 민주노조가 노동자로 사는 데 대안이 된 거다.
계급성과 저항의 발현이라는 점에서 민주노조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 지회가 노동자 다수를 민주노조로 조직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나 활동을 했었나?
지회는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주목했다. 재해사고, 질환 등에 대응했다. 7년의 과정이었다. 그동안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은 산재 신청조차 못했다. 산재를 신청하면 불이익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 산재는 심각한 수준이다. 2년 전에도 끼임으로 사망사고가 났다. 같은 사례로 산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사고가 구조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걸 뜻한다. 재해 문제가 커진 까닭에 노동청이 따로 TF를 꾸릴 정도였다. 과거 제1노조였던 어용노조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참여했지만 사측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며, 대안을 마련하기는커녕 사고 원인도 분석하지 않았다. 사측은 비용 논리를 대며 안전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안전 센서 등 장치를 달면 생산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우리는 소수노조였지만 이에 대해 끊임없이 대응하고 노동자 개인의 산재 신청을 도왔다. 또 하나는 근골격계 질환이다. 현재 지회 조합원 2300명 중 약 300명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를 신청하고 출근하고 있지 않다. 이 과정에서 지회가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산재 승인은 지회 설립 전인 2014년 71건에서 2020년 217건으로 증가했다.) 이런 지회 활동으로 많은 노동자가 지회로 조직됐다.
한국타이어 총수 일가의 ‘돈잔치’가 상당하다. 조현범 회장은 2020년과 2021년 배당수익으로 281억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일가의 이윤 독점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나?
한국타이어를 둘러싼 계열사가 많다. 한국타이어 공장에 설비를 놓는 업체, 고무를 납품하는 업체 등이 있는데 모두 총수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최대주주는 한국앤컴퍼니다. 총수 일가가 한국앤컴퍼니를 통해 한국타이어를 통제하고, 이윤을 쓸어 담는 구조다. 한국타이어는 해외공장에서 많은 흑자를 내고 있다. 그런데 국내공장만 적자라는 이유로 민주노조를 옥죄는 상황이다. 해외로 진출하기 전인 2002년에 사측은 해외 경영을 통한 이윤은 노동자에 정당하게 분배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는 온데간데없다. 한국타이어 역사는 오로지 총수 일가가 손쉽게 이익을 챙겨가기 위한 정황들로 가득하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
많은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한국타이어지회라는 노조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을 알고 있다. 소수노조는 창구단일화로 인해 교섭권 없고 따라서 파업권도 없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창구단일화라는 악법에 막혀 있다. 그래서 지회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를 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회가 지금 벌이는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승리하는 모습을 본보기로 보여주면서 많은 노동자가 민주노조 깃발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 복수노조 상황에서 여전히 힘겨운 싸움하는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내달라.
* 이 인터뷰는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소식지 <사파동행> 5호 게재 기사로, ‘민중언론 참세상’에 동시 게재합니다.
1.
답답하고 저리다. 너무 많은 목숨들이 어처구니 없게 죽었다. 그들은 그렇게 저 자리에서 죽을줄 몰랐을 것이다. 그 상황이 그렇게 위험천만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할로윈 파티를 저렇게까지 운집해서 해야하는가 라는 것은, 도덕적인 판단도 뭐도 아니고 남의 취향들이다. 그 취향과 세태가 못마땅하여도 남의 취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온 나 역시 할로윈이 한국에 이렇게 급속히 퍼진 것에 대해서 당황스럽고 흥미롭다. 하지만 그게 그렇다고 유별난 일인가 하면 그건 아니다. 차라리 세계화를 비난하는게 낫겠다.
아무튼 이 사회 숨막히는 사회에서 뭔가 ‘출구’는 아니더라도, 짧은 한때의 축제나 일탈을 꿈꿀 수도 있고, 누구는 올해는 저 이태원이라는 데 가서 저 할로윈 파티를 하는 대중의 물결에 한번 휩쓸려보자 했을 수도 있다. 그건 도덕적인 비난의 대상일 수 없다. 거의 다수가 각자 그런 출구 아닌 출구들을 조금씩은 예비하고 꿈꾸고 심지어 결행한다. 텃밭을 가꾸거나 매주마다 다른 일은 제치고 산을 오르거나, 가족에 올인하며 두문불출하거나, 은퇴후 집자리를 보러다니거나….. 다 자기 숨통을 열기 위한 안타까운 출구전략이나 하룻밤의 출구다. 그것들간에 뭔 대단한 차이가 있는지.
2.
내가 덧붙이고 싶은 건 이것인데, 서울은 인구밀도가 높다. 사람들은 어떤 대형 이벤트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는 보지 않으면 안될 것같은 사회 분위기도 있다. 밀도 높은 도시에 (유동인구가 만들어내는) ‘순간 밀도’ 는 더 높아진다. 도심의 공간들이 여기가 핫hot하다가 저기가 핫hot하다가 변화도 있다.
이태원은 한때는 지역상권이 많이 죽었다가 경리단 길인지 개발되고 나서 많이 일어섰다. 대형 이벤트들이 붙었다. 이태원 인터내셔날 거리행진도 치러진다. 할로윈 파티도 이태원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아직은 다른 곳들에서 젊은 성인들이 할로윈이라고 모여 파티할 만하지 않으니, 여기 이 공간으로 집중적으로 모여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태원을 가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지형적인 사실이 있다. 이태원 뒷골목은 좁고, 간선도로도 좁다. 특히 해밀턴 호텔 뒷골목을 가보면 경사지고 좁다. 도저히 공간상 10만명이 운집할 만하지 않다.
올해 코로나19 3년째이고 거리두기가 해제된 첫 해에 이태원 할로윈파티에 10만명 집결이라는 소식은 이미 예고된 것이다. 그렇다면 10만명이 운집할만한 거리를 만들거나 그런 일시적 운집으로 인한 대비는 정부가 해내야할 몫이다. 바로 여기서 1차적으로는 관할하는 지자체인 서울시, 그리고 중앙정부와 행안부등, 국가의 책임이 가장 크다.
3.
이 참사를 두고 “후진국형”이란 표현은 쓰지 말았으면 한다. 편견이다.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에서도 이런 “몰린 인파의 압사”는 없지 않았다. 그리고 어쩌면 이건 선진국형일지 모른다. 정보의 과잉, 정보의 공유가 갈수록 순간밀도를 높이는 이벤트들과 결합해서 벌어지는 참사이므로 그렇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일부 우파 신문들의 논조가 좀 수상하다. 파이낸셜타임즈, 조선일보 일제히 이들은, 개인들을 비난하고 나선다. 인재 아닌 인재로 만들고 있다. 아주 자극적이다. 한쪽에서 시신들이 널부러져있는데, 다른 쪽에선 “sex on the beach”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는 기사. 근데 기사가 매우 엉성하다. 이런 기사는 기사로서도 흠결이 많고, 이런 기사로 문제를 호도하려는 것도 경계해야한다.
4.
재난문자와 재난방송.
요즘 한국인들은 매일 휴대폰으로 정부가 쏘아보낸 재난관련 문자를 수없이 읽고 있다. 정부는 스팸 문자다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많은 문자들을 보낸다. 그런데 왜 정작 재난의 현장에선 이렇게 정보가 차단되고 공유되지 않았을까? 이태원 재난 현장에는 한곳에 몰린 대중들의 귀에 들리게 공중에서 큰 스피커라도 사용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과연 불가능했을까? 더이상 밀지 말고, 가장 밀도 높은 그곳으로 밀고 들어오지 말고, 분산하라고. 가만히 있지 말고 안전지대로 빠져나가라고 방향을 신속하고 주의깊게 안내하고 행동지침을 알려주는 방송 말이다. 이 나라 아파트단지마다 달려서 시도때도 없이 주민들의 일상을 파괴하는 ‘일방적 통보’는 수없이 많은데, 하다못해 10만명이 운집할 저 거리에 어떤 알림 시스템이라도 없었나?
오늘 아침 이태원의 저 장면들을 보면서, 한쪽에선 사람들이 춤춘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특히 우파 언론들이 자극적인 기사로 맹비난중이다. 근데 현장에서 과연 정확히 사태를 알 수 있었던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도시의 공간들이라는 것이, 익명성 속에서 순간적으로 모인 이들이, 자신의 ‘물리적 감각’으로 보고 듣는 것 이상의 어떤 정보를 현장에서 알아낼 수 있을까?
일 벌어지고 나서, 결국 저렇게 맨투맨으로 물리적으로 현장에서 사람들의 물결을 통제하겠다고, 손에 야광봉 들고 이리뛰고 저리 뛰고, 사람들의 대오를 더이상 앞쪽으로 오지 못하도록 몸으로 막는, 얼마되지 않는 경찰들의 모습이 더 기가 막혔다. 과연 현장 상황에 맞는 준비를 하고 출동한 것일까?
한쪽으로 이 국가는 저 위로부터 아래로, 정보의 간격도 없이, 분리도 없이 일방적으로 쏟아내면서. 정작 현장에선 어떤 정보도 제대로 공유되거나 전파하는 시스템의 준비는 하지 못하고, 결국 사람 대 사람으로 재난에 대응한다는 것….
온갖 디지털 강국이 보이는 재난현장의 모습이다.
여기서도 느끼는 바가 많다.
느끼는바가 너무 많아서 탈이다.
이렇게 많은데, 왜 이런 재난은 일어나고야 마는걸까.
답답하고 저린 마음이 제일 먼저인 이유다.
조건 불문, 세월호에 이어, 국가와 정부의 책임, 재난 체계의 문제를 따지는 것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2022.10.30
– 권영숙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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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같은 밤을 보냈을 이들에게 위로를.
죽은 이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으로 명복을.
이 사회의 모순에 대해서 또 한번 생각할 기회 이상의 무엇을 남기길.
3기 민주주의와노동학교는 2강을 끝내고 이제 중반을 접어들어 2강을 개최합니다. 3강과 4강은 한국의 노동권의 역사, 체제, 그리고 현실에 대한 진단 및 전략에 대한 강의로 꾸려집니다. 수강자들이 가장 많이 몰린 강의이기도 합니다.
3,4강 강의를 위해서 1,2강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노동권의 기원, 인권과 시민권과 구분되어야했던 이유, 계급투쟁 속에서 확장되고 변형됐던 노동권, 노동계급 존재의 ‘인정’의 문제이기도 한 노동시민권에 대한 이해는 한국의 노동권의 역사, 체제, 그리고 현실을 이해하고 실천을 구상하는데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먼저 3강은 앞서 이론적인 준비와 더 넓은 비교사적인 이해틀 속에서 한국 노동권의 역사와 노동법체제의 성격을 포괄적으로 살펴보도록 합니다.
3강. 한국 노동권의 변천사와 노동현실 (11/5)
– 한국 헌법과 노동3권
– 노동권의 법제도와 현실
– 해방이후 노동권 변천사 3단계
– 국가, 민주주의, 신자유주의
*읽을거리: 권영숙, 2020. “한국 노동권의 현실과 역사: ‘노동존중’과 노동인권에서 노동의 시민권으로”, <산업노동연구> 26권1호. 233 – 250쪽
다음은 3강 강좌에 대한 강사의 말입니다.
“노동권을 자명하게, 당연한 것으로, 언제나 주어지는 것으로 여기지 않고 역사적인 개념이자 역사적인 현실로 바라봐야한다는 시각이 가장 필요한 것은 사실 한국의 노동권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전략을 고민할 때입니다. 서구등 소위 선진자본주의국가들이 다 허용했으니 허용되어야하고, 그리고 서유럽적 모델을 당연시하는 것부터 달리 봐야합니다. 한국에서 노동권이 어떻게 출현하였고 어떤 맥락과 조건속에서 지연되거나 확장되었는가는 이 나라 노조운동과 좌파운동의 ‘역사적 현실”이고, ‘제도와 전략’이 교차하는 지점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노동권의 역사는 어떠했을까요? 어떻게 87년이후 ‘노동법체제’는 만들어지고 진화했을까요? 이 나라는 과연 어느 정도로 헌법으로부터 노동법, 시행령, 규칙까지 노동권을 성문화하고 집행하는 구체적인 실천방식을 통해서 ‘노동의 시민권’, 즉 노동에 대한 ‘인정’을 하고 있을까요? 한국의 민주화이행이후 민주주의와 노동의 관계를 노동의 시민권의 역사를 통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청서 및 상세 소개문(클릭) : https://bit.ly/제3기_민주주의와_노동학교
2강. 노동권의 역사: 시민혁명에서 민주적 계급투쟁으로 (10/22)
– 자본주의에서 노동의 시민권 개념의 대두와 변천
– 최초의 노동법과 노동3권의 제도화 과정
– 사회권과 계급투쟁
*읽을거리: 권영숙, 2020. “한국 노동권의 현실과 역사: ‘노동존중’과 노동인권에서 노동의 시민권으로”, <산업노동연구> 26권1호. 227 – 232쪽
” 윤석열대통령이 지명한 경사노위 위원장 김문수씨가 10월13일 경영자총협회를 찾아가 “노동권도 중요하지만 재산권도 중요”하고 “현대 민법의 소유권 절대 원칙이 있고, 소유권을 침해하게 되면 공산주의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며 격렬하게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김문수씨는 아주 솔직한 사람입니다. 한국 노사분규에 대한 법적 판결문을 보면, 이런 근거로 판결을 내린 경우가 허다합니다. 김문수씨의 말과 반대로 과연 노동권은 재산권을 넘어서는 시민권일 수 있을까요?
– 권 영숙 (노동사회학자, 민주주의와 노동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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