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파업연대기금이 주최한 2023년 4기 민주주의와노동학교가 8월26일 마지막 4강을 진행하고, 종강식도 열었습니다.

7월부터 2달간 격주로 진행해온 학교는 주제가 ’87년이후 노동운동사’인만큼, 한 강의도 허투루 놓칠 수 없는 밀도와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진행되었습니다. 강사인 권영숙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소장은 어떤 역사적 사례도 다시 똑같이 반복되지 않으며, 어떤 사회의 모습도 과거의 축적된 결과이며, “지금 바꾸지 않으면 미래도 똑같다”는 말로 시작했습니다. 87년이후 노동운동사- 민주노조운동의 태동과 형성부터 전환의 과정이 그랬습니다. 형성기의 특징과 과제, 그것이 전환기의 조건이 되고, 전환기의 과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실천하지 못하면 다음 ‘제도화’시기의 특징으로 남게 됩니다. 4강 2008년이후의 민주노조운동/노동운동은 사실은 3강 제도화시기의 연속성에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노동의 현재와 미래는 1) 노동시장의 변화와 비정규직화의 연속성 상에서 ‘플랫폼노동’화, 2) 노동권의 유보,배제, 해체라는 3중 딜레마(트릴레마), 3) 집단적 노사관계의 해체, 4) 계급형성이 아닌 ‘계급 해체’의 문제로 정리됩니다. 그러나 강사가 표현하는 ‘3무’의 문제로 인해 이는 더 심각한 문제로 발현되고 있습니다. 바로 “노동없는 민주(진보), 계급없는 노동, 그리고 좌파없는 조합주의’입니다. 노동없고, 계급없고, 좌파없는 노동조합운동은 결국 ‘조합주의’적 노동운동이고, 조합주의로는 기업노조주의를 넘어선 노동계급 전체의 계급적 노조운동, 갈라치기를 넘어선 계급적 단결, 그리고 계급 해체에 맞선 계급형성을 향해 나아갈 수 없습니다.

수강자들은 4강에 이르러 강사의 문제의식과 논지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근 50분에 걸쳐 많은 질문과 의견들을 쏟아냈습니다. ‘조합주의’가 왜 문제인지 깨달았고, ‘계급적 노조운동’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받아 안았다고 했습니다. 한 노동자는 자신이 교섭위원인데, 요즘 자신의 모든 발언이 조합주의적이어서 불편하고 어떻게 조합원들에게 발언해야할지 고민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노총의 한계에 대한 고민들- 상층 관료화에 맞서야하고, 단지 ‘조직률 제고’가 아닌 ‘계급성의 고양’이 필요한데 조합활동속에서 그것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고민한다고 했습니다. 이 모든 발언들이 이번 학교의 성과입니다. 한번의 자극제가 아니라, 화두로 삼고, 노조의 일상활동과 교섭과 투쟁에서 고민하며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조합주의를 넘어서 전계급적인 노조운동이 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종강식에서는 대표와 수강자 대표의 발언 뒤에 개근상 증정이 화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첫 공식 회식’ 자리에서 사파기금 전통인 1분 발언을 통해서 더 많은 진솔한 얘기들이 나왔습니다. 대부분 힘들게 먼 지방에서 주말마다 올라와 학교를 수강한 여러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건투!

“현재 한국의 노동운동에게는 두 가지 주요한 방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도화의 방향을 조직노동으로 더 진전시켜 이익집단정치에 더욱 전념하거나 혹은 보다 포괄적인(inclusive) 노동운동을 수립하는 것이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민주노총의 구호는 역설적으로 오늘날 민주노총 산하 조합원들이 하나가 되어야한다는 당위를 강조하는 말일 뿐이다. 이미 한국의 노동계급은 갈기갈기 찢어질 대로 찢어졌으며, 최근에 와서는 1인 노동자, 제로-워크 노동 등의 등장으로 ‘노동계급의 해체’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노동운동을 둘러싼 새로운 전환기적 상황인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위기’의 문제의식이 아니라 ‘전환’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민주화이행 이후 한국 민주노조운동, 혹은 노동운동은 지난 1987년 이후 30년을 경과하면서 이제 전환의 한 순환을 마쳤다. 그것은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형성과 전환과 맞물리면서 진행된 과정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87년체제의 극복이 운위되고 있다. 하 지만 극복되어야할 87년체제는 무엇인가? 그 체제에서 한국의 노동계급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 한국의 노동계급은 ‘제1의 전환’ 이후에 어떤 자기 전화를 모색할 것인가? 이것은 87년체제 이후가 불확정적이듯, 똑같이 그리고 동시에 열려있는 질문이다” (권영숙, 2017. 335쪽)

2023.8.29
사회적파업연대기금

Read More →

2023년 ‘민주주의와노동캠프’ 동영상이 완성되어 유튜브에 공개됐습니다. 많이 봐주십시오.

참가자 전원이 참으로 열심히 듣고, 발언하고 토론하였습니다. 여름 장마비를 뚫고 방에서 더욱 솔직한 얘기들을 나눴습니다. 다음날 전원이 했던 1분 발언은 모두가 중요하고 의미있는 발언이었습니다.
전체 내용이 참 좋았지만, 동영상 제작과 분량의 한계로 말미암아 사진 등으로 포함하였습니다. 7분30초의 영상 많이 봐주세요.
다음에 이 토론을 이어가는 여러 기획들이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주최 사회적파업연대기금

4기 민주주의와 노동학교 3강이 “노동운동의 제도화 (1998-) – 사회적 대화와 내부적 배제” 란 제목으로 8월12일 오후2시 서울 금속노조 4층 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3강은 당일 대규모 집회등으로 참석률이 약간 저조했으나, 현장 투쟁중인 노동자들이 줌 참석으로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강사인 권영숙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소장은 자신의 2017년 논문을 교재로 삼아 노동운동사를 ‘현재의 관점’에서 재구성 설명하면서, ‘역사적 반가정 (counter-factualism)’방법을 계속 적용합니다. 만약 그 때 그 시점에 노동이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만약 그 ‘정세’에 구체적 개입이 달랐다면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구조는 이미 결정지워진 것이 아니며, ‘역사’는 이미 예정된 경로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 때 그 시점 그 노동의 선택은 다음 단계의 조건이 된다면서, 이것도 ‘경로의존성’이라 표현했습니다. 달리 말해서 행위자인 노동이 누구인가, 계급적 형성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는가, 그 때 ‘구체적인 정세에 대한 구체적인 개입’은 과연 옳았는가를 문제 삼았습니다. 그만큼 반성적인 역사 이해, 그리고 주체의 형성과 주체의 선택, 그리고 강사가 항상 강조하는 ‘구체적인 정세에 구체적인 개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다음에는 다르게 할 수 있고, 그때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했거나 했어야했다는 것입니다.

강사는 1998년 시작된 ‘제도화단계’는 이런 경로의존적인 노동의 선택이 세계화의 광풍속에서 어떤 댓가를 톡톡히 치렀는지 선명하게 드러냈다고 말합니다. 또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모습이 거의 주조되었던 시기였고 지금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수강자들의 탄식도 그만큼 커졌고, 토론에서 현재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고민들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강사는 냉정하게 형성기 민주노조운동이 자신의 “존재의 궤멸”을 막긴 했지만, 동시에 “국가와 정치적 민주주의의 한계에 도전하고 극복하여, 민주주의를 노동계급 주도로 급진화하고 사회적 실체적 민주주의로 만들지 못한 전환기”를 거친 결과, 바로 그 성격이 이후 “제도화단계의 선택과 방향을 예비하는 ‘경로의존적’ 조건”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 속에서 세계화가 한국 노동계급에 미친 영향은 노동운동의 성격 변화로 인해 더욱 복합적인 양상을 띠게 되었습니다. 아니 민주노노조운동의 선택과 내부적 변화가 세계화라는 시험대 위에서 여지없이 자신의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한국 노동계급 전체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시기에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민주노조운동은 법적 인정을 통한 제도적 통합을 선택했고, 1999년 공식적으로 합법화된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로부터 여러 정부 위원회 참가등으로 “제도화단계”에 이미 진입했습니다. 2000년부터는 정부 보조금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외부적 제도화’, 즉 전국적 산별 단체 교섭구조의 확보를 통해서 노동계급내부의 조건을 상향 평준화하는 데 진전을 이루지 못한채 ‘내부적 제도화’를 이루면서, 다양한 괴리와 충돌을 빚는 양상이 나타납니다. 외부적 제도화가 지체되고 있었지만, 노동은 노동운동에서 노조운동으로 그리고 ‘조직노동’으로 내부적인 제도화를 본격화합니다. 이로 인해 첫째, 제도적 교섭과 노동동원 사이의 긴장 점증, 둘째 중앙 교섭과 현장 투쟁의 괴리로 뚜렷한 ‘이중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운동이 아닌 ‘사회운동조직’으로 형식화, 전문화, 위계화되고, 대중동원은 스탭(상근, 간부)위주로 바뀌면서 ‘총파업’이 사라집니다. 집단교섭과 현장투쟁은 여전히 단위 기업노조에 맡겨지고, 중앙은 자본을 상대로 한 전국적 교섭없이 ‘노정’교섭이라는 기괴한 교섭 형태에 매달리고, 대정부 요구 투쟁, 제도 개선 투쟁에 주력하며 ‘정치화’됩니다. 노동자 투쟁은 갈수록 개별사업장으로 고립되고 중앙조직의 엄호 및 지도가 부재한 가운데 투쟁에서 중앙과 현장의 괴리가 커집니다. 그리하여 ‘무쟁의’ 합의 사업장 대 ‘장기투쟁 사업장으로 쟁의양상의 양극화도 심화됩니다. 강사는 민주노조운동의 이중화, 이중구조, 양극화는 우연적인 현상이거나 비정규직 도입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미 이전의 전환기에서 시작된 노동의 선택이 함께 빚어낸 결과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김대중 자유주의정부가 본격적으로 진행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절대 모든 노동계급에게 단일한 효과를 균등하게 미치지 않았습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고임금을 유지하였고, 중소기업은 임금하락과 해고 광풍을 맞았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자본과 대기업 조직노동은 ‘정리해고’이면에서 ‘비정규노동’이라는 해법을 발견하였습니다. 사회적 대화와 내부적 배제가 동전의 양면이라고 강사가 서늘하게 표현한 이유입니다.

결국 비정규노동의 출현은 자본과 국가의 노동시장 구조조정정치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민주노조운동의 한계와 노동의 선택의 결과였습니다. 이로써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시장이 분단되었습니다. 그러나 비정규노동은 노조운동에서 새로운 ‘진입부대’로서 의미도 큽니다. 문제는 비정규노조운동의 정체성이 과연 이전의 민주노조운동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가 입니다.

4강 마지막 강의는 비정규노동조합운동의 가능성을 비롯한 노동의 현단계 진단, 그리고 한국 노동계급과 노동운동의 미래에 대한 것입니다. 3강까지 수미일관되게 이어진 역사서술과 강사의 문제의식이 현재의 노동/운동에 대해 어떤 진단과 미래를 그려낼까요. 4강의 제목은 “2008년이후 민주노조운동 – 조합주의 속에서 노동의 미래”입니다.

2023.8.16사회적파업연대기금

Read More →

4기 민주주의와 노동학교 2강이 “노동운동의 전환기 (1993- 1998) – 포위와 조직노동의 제도화 모색”이란 제목으로 7월29일 오후2시 장소를 민주노총 15층으로 옮겨 진행되었습니다. 대면 강의와 줌 강의 두 가지로 진행했습니다.

강사인 권영숙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소장은 87년이후 노동운동사를 민주주의와 노동계급(운동)의 상호적인 관계의 동학으로 풀어서 3단계로 ‘시기구분’하면서, 1997년이 아닌 1991년-1993년을 전환점으로 삼았습니다. 2강은 바로 시대구분에서 가장 중요한 ‘민주노조운동의 전환”기를 들여다봤습니다. 시기적으로 1991년 5월투쟁의 패배로부터 1993년 김영삼정권의 등장이후 ‘신노동정책’과 1996년 ‘노동법개정’까지 다뤘습니다.

” 결국 국가-자본-노동 모두 ‘전환’기에 돌입하였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현존하는 ‘노동배제적’인 정치적 민주주의에 적합한 새로운 정치적 기회구조를 만들 것인가라는 과제가 국가 앞에 있었다. 특히 민주노조운동 내부에 강력한 생산파괴력을 가진 대공장 수출주력 산업 노조들의 전투성을 어떻게 거세하고 국가-자본 동맹에 순응하도록 만들 것인가라는 또 하나의 과제가 국가와 자본 앞에 있었다. 반면에 노동으로서는 전노협의 조직적 존속이 어려운 가운데, 과연 어떻게 새로운 내셔날 센터를 세울 것인가라는 과제가 놓여있었다. 이는 민주노조운동의 조직적 결집의 방식이기도 하고, 노동계급 혹은 조직노동의 이해를 어떻게 실현 혹은 제도화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했다.” (권영숙, 2017. 312쪽)

강사는 노동운동, 노조운동, 그리고 조직노동이란 개념을 각각 구분하면서 한국의 노동운동이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국노조대표자회의에서 ‘노동정치조직’의 조직가입을 배제하면서 ‘노조운동’으로 전일화되었고, 민주노총기에 들어서 ‘전환기’의 조직적 정치적 과제에 대한 우경적 경로를 택하면서 ‘조직노동’의 길을 의식적으로 선택하였다고 지적합니다.

김영삼정권하 정치적 기회구조가 일방적 탄압과 배제에서 선별적 수용과 ‘포위적 처방’으로 바뀌면서, 국가의 노동정책은 ‘억압적 개입과 사법적인 통제의 혼합’으로 전환하였습니다. 지금 손배가압류등 문제가 되는 노사분규의 형사화(범죄화), 사법화(민사화)가 바로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는 점을 강사는 강조하였습니다. 바로 민주노조운동과 한국 노동체제 문제의 단초는 바로 이 ‘전환기’의 성격에 있었고, 민주노총은 이런 변화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였는데 그러지 못하였다는 것입니다. 김영삼정권은 ‘신경영전략’과 ‘신노동정책’이란 이름으로 현장 권력 재장악, 임금체제의 변화, 그리고 담론과 정책의 혼융으로 구체화했습니다.

그렇다면 전환기에 노동의 선택은, 어떻게 단일한 조직화모델을 가져올 것인가와 어떻게 전투적 조합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적 집합행위의 전략을 택할 것인가였습니다. 약간의 치열한 사투끝에 노동은 노동법 개정을 통한 ‘법적 인정’투쟁을 통해서, 조직적 전국적 교섭구조의 확립을 통한 산별화 모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좌파와 단절하고 노조중심의 정치세력화를 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총구호는 “노동해방”은 “노동총단결”로 그리고 “민주노조 총단결”로 변화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산별 전국적 교섭구조의 제도화에 여전히 이르지 못하였는데, 이는 단지 한국적 노자관계의 문제뿐 아니라 민주노총이 기업별 노조주의와 조합주의를 그대로 안고 만든 정상조직인 탓도 있었습니다. 이 기업별노조를 넘어서는 문제를 민주노총은 태생부터 숙제로 안았지만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서는 노력은 부족했습니다. 민주노조운동 35년이 지난 지금도 민주노총은 여전히 기업별 단위 단체교섭에 기초한 기업별 노조모델, 그리고 좌파적 이념으로부터 거리를 둔, 조합주의를 정치적 조직적 방침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노조 중심의 정치세력화로 귀결되었습니다.

수강자들은 전환기의 성격,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강사의 비판적인 접근에 대해서 일부는 “충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 충격에 맞게 많은 활발한 토론과 문제제기,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하나 하나 되짚고 살피면서, 과거의 역사가 결국 오늘을 만들었다는 ‘현재의 역사’라는 점을 씁쓸하고 명확하게 인식하는 계기였습니다.

그렇다면 1997년 노동법개정으로부터 ‘제도화’의 단계라고 강사는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어떤 제도화였을까요? 8월12일 3강 “노동운동의 제도화 (1998-) – 사회적 대화와 내부적 배제”에서 알아 볼 수 있습니다.

2023. 8. 03

사회적파업연대기금

Read More →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와 공동주관으로 2023년 7월22일 ‘4기 민주주의와노동 학교’ 연속 4강 강의의 1강의 문을 서울 도봉숲속마을에서 열었습니다.

작년 3기 학교에서 ‘한국노동권의 역사, 이론, 현실’이란 시의적절한 주제로 진행한데 이어 올해의 대주제는 ’87년이후 노동운동사’입니다. 부제는 ‘민주노조운동의 형성과 전환, 그리고 노동의 미래’입니다. 강사는 사파기금 대표이자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의 권영숙 소장입니다.

강사는 2017년 <경제와사회>115호에 실은 논문을 얼개로 하여, 87년이후 노동운동사를 ‘민주노조운동’의 형성과 전환의 과정이라는 독특한 시각에서 강의할 것입니다. 1강은 87년이후 노동운동사의 ‘시기구분’ 문제, 6월항쟁과 노동자대투쟁,그리고 1987년- 1992년까지 ‘민주노조운동의 형성기’로 채워졌습니다. 97년 외환위기를 전환점으로 삼아 87년체제와 97년 노동체제를 구분하는 한국 학계와 노동계의 지배적인 인식에 대해서 강사는 먼저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하였습니다. 즉 1997년을 전환점을 삼는 시각은 “노동운동에 가해진 외부적 충격과 구조적 변화를 중시”하는 견해일뿐이며, 민주주의이후 노동운동사를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 단지 외부조건의 변화뿐 아니라 노동운동 내부와 주체의 자기변화도 동시에 고려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랬을 때 ‘민주화’라는 체제이행과 체제 변화속에서 한국 노동계급운동의 역사, 특히 87년이후 등장한 소위 민주노조운동의 ‘형성’과 ‘전환’을 제대로 살펴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강사는 이어 87년이후 노동운동사를 민주노조운동의 형성(formation)과 전환(transformation)의 정치과정으로 봤을 때 전환점은 1991년 5월 투쟁의 패배로부터 1993년 김영삼정권의 등장까지 과정, 즉 1991년-1993년으로 봐야한다는 논지를 제기합니다.

이후 강의는 87년 6월항쟁의 자유주의 성격에 ‘계급적 색채’를 흩뿌린 ‘노동자대투쟁’의 사회적 정치적 의미와 구체적인 과정, 이어 87년이후 한국 민주주의 이행으로 인한 ‘체제변화’의 구체적인 성격에 대한 검토를 거쳐 변화하는 ‘정치적 기회구조’앞에서 노동의 선택을 검토하였습니다. 당시의 민주노조운동은 ‘억압과 배제’를 특징으로 한 형성기 정치체제에 대해서 기업별노조와 조합주의, 탈이념 탈계급화된 노조운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로부터 한편으로는 조합주의와 기업별 노조주의를 넘어서서 전국적 경제적 통일성을 가질 수 있는 ‘조직적 전환’의 문제가 제기됩니다. 다른한편으로 이행이후 ‘자유주의 헤게모니’가 끌어가는 민주 대 반 민주 동맹정치의 구도로부터 독립하여 계급정치를 가동하고 좌파정당을 만들어 정치적 통일성을 기하는 과제를 안고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형성기 민주노조운동은 이에 대해서 어떻게 응전하고 어떤 계급적 선택을 감행했을까요? 1991년에서 1993년까지 전환기 민주노조운동의 내부적 변화와 자기전화는 위 과제에 대해 점차 ‘탈계급적’이고 조합주의적 경로로 경도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1993년 이후 2단계 ‘전환기 민주노조운동’에 있어서 “포위와 조직노동의 제도화 모색”이란 문제로 다룰 예정입니다.

40여명이 넘는 이들이 신청한 학교 강의는 기본적으로 대면 (불가피한 경우 줌) 강의 2시간, 토론 1시간의 알찬 시간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신청자들은 다양합니다. 올해는 비정규노조 노동자들이 많이 신청하여 중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기대되는 4기 민주주의와노동학교 연강을 주목해주세요.

2023. 7. 28사회적파업연대기금

Read More →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올해 2023년 처음으로 ‘민주주의와노동’ 캠프를 1박2일로 열었습니다. 이번 캠프는 4기 민주주의와노동학교 1강을 7월22일 오후2시 연데 이어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어 7월23일 오전10시까지 진행했습니다. 처음 하는 캠프였지만, 적절한 인원들이 모여서, 매우 열띤 토론을 펼쳤습니다.

캠프는 1987년이후 1992년까지 ‘형성기 민주노조운동’의 명암에 대한 1강 강의와 연속되는 주제로 1부를 시작하여 더욱 풍부하고 심도있는 토론을 처음부터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좌장 권영숙 대표의 문제제기적 화두 발언에 이어서 고진수 사파기금 운영위원이자 세종호텔노조 지부장이 ‘민주노조운동 35년의 명암’ 주제, 김형수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운영위원이자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1997년이후 비정규노조운동의 진단’ 을 주제로 화두를 던졌습니다.

고진수 발제자는 1987년이후 민주노조운동이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계급의 조직으로서 정확히 자신의 노선을 정립하고 힘을 모아간다면 한국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대세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제로, 민주노조운동의 문제점을 ‘투쟁’과 ‘구호’의 괴리, 정규직 대 비정규직 차별등 간극들의 해소 실패, ‘노동개악 저지’ 구호의 한계와 민주노총에 대한 사회적 비판등으로 짚어냈습니다.

김형수 발제자는 1997년이 여하튼 비정규직 전면도입과 비정규노조운동의 시작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거통고조선하청지회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비정규직 조직화의 어려움과 수의 열세, 원하청 연대를 말하기엔 너무 심각한 원청 노조의 실상, 사회적 연대와 투쟁의 괴리등으로 정리하고, 다음 파업의 승리를 위해서라도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 역설하였습니다.

캠프 참가자들은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매우 활발한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좌장과 두 발제자의 발제를 중심으로 질문과 답들, 반박이 꼬리를 이었습니다. 현안으로 최저임금제도와 이에 대한 민주노총의 대응 문제, 노동시간 단축의 문제, 민주노총의 ‘노조할 권리’의 한계와 이중성, 원하청 연대가 아닌 비정규노조운동의 독자적 정립 필요성등에 대한 신랄한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2부 주제는 ’87년체제와 노동계급정치의 가능성’이었습니다. 진영효 전교조 조합원이 ’87년 이행이후 초기 진보정당운동 평가’를 발제하였고, 이어 김석(민주노총), 조창현(공무원노조)등이 보충 발제를 통해서 ‘민주노총 중심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평가를 개진했습니다.

진영효 발제자는 이행직후 백기완 ‘독자후보’전술이 민중의 정치세력화 선언이었지만, 실제로는 기존 보수야당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했으며 민주화투쟁의 한계에 갇혀있었고, 이는 이후 민중후보와 합법적 대중정당 건설 노선에서도 “한계와 오류를 반복하면서 실패”했다고 총평했습니다. 권영숙 대표는 초기 진보정당운동과 민주노총이 발족한 후 진행한 정치세력화의 가장 큰 차이는 ‘사회주의’라는 이념이 사라진 것이라고 지적하고,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중심의 정치세력화는 정확히 말하면 노동계급정치가 아니라 ‘노조의 정치세력화’이며, 이는 영국의 노동당, 미국의 민주당과 노조의 동맹이라는 역사적 경로에 오히려 가깝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노동계급정치는 사회주의 좌파의 정립과 정당건설에 민주노조운동의 좌파적 계급적 세력이 결합하는 것이 좌파계급정치의 방식일 수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7월23일 아침 총괄토론에서 각자는 1분 발언을 통해서, 학교와 캠프의 내용이 아주 시의적절하였고, 문제를 드러내고 문제를 깊게 드러내고 들여다보는 좋은 기회였다는 소회를 한결같이 표현하고, 이런 자리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고 신선하다는 점이 안타깝다는 점도 표현하였습니다.

한번의 토론으로 모든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것이고, 한번의 결론이 모든 결론이 될 수 없습니다. 캠프의 의제였던 민주노조운동과 비정규노조운동의 진단, 87년체제와 노동계급정치의 가능성은 계속 논의되어야할 주제이며, ‘종합의제’였던 ‘노동좌파의 부재의 위기와 극복방향’은 ‘사회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나아가 노동계급에게 ‘사회주의가 문제적인가’라는 질문의 제기와 소략한 답변으로 그쳤지만 이후 계속 문제화해야할 화두로 정리했습니다.

캠프는 끝났지만 그 토론 결과를 안고 민주주의와노동학교 2강,3강, 4강이 치열하게 이어질 것입니다.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2023. 7.28
사회적파업연대기금 Read More →

[언론 보도]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이 올해 7월22일 처음 여는 민주주의와노동 캠프 소식을 <민중언론 참세상>에서 7월 19일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더불어 이날 앞서 오후2시 시작하는 4기 민주주의와노동 학교 개강 소식도 전했습니다.

학교 수강과 캠프 참가는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신청 마감되었습니다. 단 학교 강의는 줌 신청 약간명 가능합니다.

http://m.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7274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창립식이 2023년 3월25일 토요일 서초동 민변 건물 대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많은 이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종회 노동당 공동대표, 임운택 비판사회학회 전회장, 그리고 누가 뭐래도 2022년 노동자계급투쟁의 선봉이자 윤석열정부에 대한 노동자 반격의 포문을 연 양대 노조, 대우조선파업을 이끈 김형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과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이 축사발언을 하셨습니다. 과분한 기대, 절실한 요구와 함께 이론과 실천이 함께 해야 한다는 말씀들이었습니다.

축하글을 보내주신 이들도 있습니다. 양규헌 노동자역사 한내 대표이자 전노협 마지막 위원장, 권옥자 청주노인병원분회장, 지율스님, 조성웅시인, 김호철 민중음악 작곡가, 손호철 서강대 정치학과 전 교수,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 위원장, 양희철 비전향장기수 선생님 (만남의 집)등입니다. 하나같이 경청하면서 앞으로 연구소가 나아가는데 새겨들어야할 말씀들입니다.

창립식 자리에 함께 한 이들에게 특히 고맙다는 말씀 드립니다. 연구자들과 투쟁조끼를 입은 노동자들이 함께 했습니다. 건배사를 통해서 연구소에 바라는 말씀들을 해주셨고, 정세에 대한 무게있는 진단들도 함께 했습니다. 축하 공연을 멋지게 해준 최도은, 임정득 민중가수에게도 고맙습니다. 이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노래 <인터내셔날>로 발족식의 문을 열었습니다.

가장 큰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 이들은, 연구소 제안과 창립식 준비에 처음부터 호응해주신 이들입니다. 이들이 이 날 행사를 만들었고, 앞으로 연구소를 이어가는데 가장 중요한 이들입니다.

창립식 그날의 현장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12월17일 3기 민주주의와노동학교의 후속 ‘공개집담회’를 “내 일터의 노동권에 대하여”라는 제하에 열었습니다.

2022년 3기 민주주의와 노동학교는 “한국 노동권의 역사, 현재, 그리고 노동운동의 동맹 전략: 권리의 유보, 배제, 해체의 3중 장애를 넘어서는 노동권의 새로운 인식 “이라는 대주제하에 4강에 걸쳐 권영숙 노동사회학자의 강의로 진행되었고, 노동자들이 각자의 일터에서 노동권을 진단하는 발표를 하는 자리였습니다. 귀한 자리였고, 많은 이들이 참여했고,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민중민주열사와 이태원 참사로 죽임당한 158명에 대한 묵념에 이어 “인터내셔날가”를 훌륭한 홍익대 인디밴드 기타리스트의 편곡과 반주로 함께 불렀습니다. 러시아어로 1절, 이후 한국어로 3절까지 초라 가수와 임정득 가수의 선창하에 제창이 이어졌는데, 이 주제의 토론회에서 인터내셔날가를 여는 노래로 부르는 의미가 컸고, 더욱 어울린다 여겼다봅니다.

좌장이자 학교강사였던 권영숙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는, “각 일터와 노동형태들을 망라해서 노동권 문제를 개별적이고 종합적으로 토론하는 자리 기획이, 노동계에서 거의 없었다”고 말하고, “산별과 업종, 기업규모와 정규 비정규 고용형태, 젠더와 국적에 따라 다른 노동권”의 현주소를 무시하고 두루뭉실하게 노동권 일반으로 다루면서 특히 대기업 정규직 조직노동 중심의 사고와 실천이 지속됐다며 비판적인 지적을 했습니다. 노동권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을 위해서 노동권의 지연, 배제, 그리고 해체라는 “노동권의 3중 딜레마”를 제대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무원노조의 조창현, 전교조의 조남규 진영효 조합원은 공무원노동자와 교사노동자의 일터에서 “지연된 노동권”에 대해서 진단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두 발제가 모두 공무원노조, 전교조 운동사에 집중되었고, 공무원특별법과 교원법의 문제를 경유하여, 법외노조였던 두 노조의 투쟁전략과 현재 상태를 진단하였습니다. 결국 법외노조에 대한 대응은 ‘합법노조’가 되는 것이 아니며, ‘지연된 노동권’에 대한 대응은 모두를 포괄하는 노동권을 주장하는 것이라는 점을 이 두 사례는 드러냈다고 좌장은 이후 덧붙였습니다. 공무원, 교사들을 대상으로한 소위 ‘특별법’이라는 법체제의 문제에 대한 이후 토론을 기대합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노동권은 전형적인 비정규직 노동권의 상태, 즉 ‘배제된 노동권’입니다. 동일노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원청사용자와 교섭구조, 즉 노자관계를 확보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파업은 바로 불법화됩니다. 결국 노동3권에서 배제됩니다. 지난 7월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51일간의 파업이 극명하게 드러냈습니다. 20일째 단식중인 김이춘택 사무장은 조선소 현황과 하청노동자 고용구조에 대한 진단에 이어, 하청노동자의 대응을 ‘존재의 이전’과 ‘존재의 부정’의 두 유형으로 설명했습니다. 470억의 손배가압류속에서 거통고지회의 투쟁이 노조법2조, 3조와 직결되지만 동시에 조선소 비정규운동의 중요한 시동을 건 파업투쟁이 되길 바랍니다.

“물류 플랫폼노동자의 ‘해체되는 노동권'”에 대해서 정성용 쿠팡물류센터 인천분회장이 발제했습니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을 해왔고, 노조를 만들었고, 투쟁중에 해고당했지만, 민주주의와노동학교 강의 내용에 따라 쿠팡 물류센터에 대해 “노동3권으로 뜯어보기”를 이 발제를 통해서 처음으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직고용된 노동자들이고, 형식상 노동3권을 가졌고, 단체 교섭도 진행하지만, 이들의 노동권은 사실은 ‘해체되는 노동권’입니다. 일용직이 68%, 계약직이 24.6%, 그리고 정규직은 단 2,5%인 일터에서 과연 노조는 어떻게 존재 가능하고, 어떻게 노동3권을 확보하고, 어떻게 단체 교섭을 하고 단체 행동을 하고, 단체협약을 지키게 만들 수 있을까요? 허울좋은 직고용 뒤에 숨은 ‘일용직 노동자들’은 결국 ‘플랫폼 노동의 현실입니다.

“사라지는 노동권, 노동계급 없는 노동: 1인 노동자의 경우”에 대해서 발표한 김한경님은 ‘마트 노동자’입니다. 그는 제과점 공장에 ‘구인공고’부착물을 보고 들어갔고 3개월마다 재계약했습니다. 요양보호사로 채용됐을 때는 “워크넷”이라는 인터넷 채용사이트를 통해서 들어갔습니다. 마지막으로 24시간편의점 ‘아르바이트’ 역시 구인구직 플팻폼인 ‘알바천국’을 통해서 들어갔습니다. 정상적인, 즉 근로기준법과 노조법과는 완전 무관한 채용형태는 플랫폼 노동을 통해서 가능했습니다. 1인 노동자와 사용자간의 관계는 노사관계로 다뤄지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주 다루지 않는 장애인 노동권에 대해서 금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활동가가 발표했습니다. 노동시장에서 장애인의 지위와 현황, 한국의 장애인 노동정책과 법제화 수준은 형편없습니다. 장애인 노동자의 월평균임금이 최저임금 기준의 20%입니다. 전체 장애인의 85%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됩니다. 장애인은 말하자면 자본에 착취당할 수 ‘없는’ 노동자, 즉 노동자 아닌 장애인입니다. 그들이 ‘자본에 착취당하지 않는 장애인 노동자’로 서기 위한 노동권은 노동에 대한 새로운 성찰과 개념을 요구합니다. 장애인의 노동권에 대한 이해가 전체 노동계급의 노동권에 결여된 핵심을 살펴보는 ‘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권영숙 좌장은 덧붙입니다.

이번 집담회는 새롭다는 평이었습니다. 이렇게 6개의 일터에 대해서, 노동권이라는 시각에서, 그것도 급진적인 노동권을 향한 ‘동맹’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발표할 기회도 들을 기회도 없었다는 평이 이어졌습니다. 이 토론회가 계기가 되어, 더욱 명료하고 선명한 노동권에 대한 문제의식과 “노동자가 하나”가 되기위한, 계급을 형성하기 위한 토론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사파기금은 그런 기획을 준비하겠습니다.

2022.12.23.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19회 사파포럼을 “손배가압류와 노조법 2,3조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12월6일 열었습니다. 많은 인원이 참가하지 않았지만, 발제와 토론은 치열하고 밀도 높았고, 많은 의미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노조법2,3조 개정안이 국회에 회부되고 운동본부가 차려져 국회앞 농성중이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3인을 비롯하여 금속위원장, 공공운수 부위원장, 민주노총 부위원장 각1인이 농성중인 상황에서 이 주제를 잡아 민주노총 12층에서 토론하는 것 자체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또 취지문에서 밝혔듯이, 올해말과 내년초를 달굴 “뜨거운 노동쟁점”을 둘러싸고 아직 “숨은 쟁점들”이 많다는 점을 주제 선택의 이유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투쟁에서 어쩌다 상징처럼 된 거통고조선지회의 김형수 지회장 발제와 안준호 부지회장의 낭독, 그리고 마지막에 유최안 단식자도 함께 했습니다.

기조발제는 “오래된 손배가압류 문제와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라는 제목으로 권영숙 노동사회학자가 했습니다. 발제문 요약만 16페이지입니다. 발제자는 손배가압류가 일단 이 정권의 문제도 아니고, 2014년 쌍용자동차때부터 문제도 아니고, 2000년대 초부터 문제도 아닌, 바로 87년 민주화이행/노동자대투쟁이후 노동에 대한 새로운 통제수단으로 시작된 “오래된 손배가압류”라는 점을 먼저 강조했습니다. 이는 발제 논지에서 매우 중요한데, 손배가압류는 민주주의 정치체제하에서 ‘노동통제’의 새로운 전략과 기법의 일부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제자는 다양한 노동통제 유형을 제시하고, 이중 “사법적 통제”가 형사화, 민사화, 개인화라는 특징을 가지면서 손배가압류라는 문제가 부각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손배가압류는 단지 ‘정당한’ 노사분규의 경우 노조와 개인조합원을 손배가압류 대상에서 금지한다는 노조법 3조의 문제를 넘어선 전체적 맥락을 이해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이와관련 노조법 3조 개정안에 대한 법률적 해석과 의미, 그리고 벌어질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지적했습니다.

노조법 2조 개정안은 상대적으로 크게 논쟁점이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특히 노동자성에 대한 ‘추정규정’의 효력, “이 법에 의한”을 “헌법에 의한”으로 고치는 것의 실정법적, 실체적인 한계등도 검토해봐야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노조법이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면적 개정이 아닌 2조와 3조로 국한되었고, 2조와 3조가 연결되지만 서로 구별되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발제자는 노조법 3조보다 2조를 특히 강조했고, 두 조항이 연결된다면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라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를 그는 입법투쟁의 ‘주체’의 문제와 ‘계급정치적’ 관점에서 현재의 민주당등 국회 세력과 손잡는 방식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적인 우려를 표했습니다.

현장 발제로, 거통고지회는 51일간의 파업투쟁이 남긴 성과와 한계에 대해서 겸허하게 발표했습니다. 김형수지회장이 공장내 출입을 이유로 형사재판을 받아야하는 날이라 안준호 부지회장이 발제했지만, 그들은 마치 한몸인양 발제를 했습니다. 김형수지회장은 재판후에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에서 줌으로 보충 발제하는 성의를 보였습니다. 단식중인 유최안 부지회장도 토론 막바지에 노조법2,3조 입법투쟁이 전부가 아니라, 사회적 파업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KEC 사례는 정리해고 2회를 철회시키면서 치열하게 투쟁한 결과 법원의 30여억의 손배가압류 금액 조정에 응하고 조합원들 모두가 함께 그 금액을 물었습니다. 그 과정은 돈이, 자본이 노동자들을,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어떻게 짓밟고자 파업의 불법화, 형사법상 업무상방해, 그리고 민사법상 ‘손배가압류’를 법의 허울아래 이용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반대로 이 과정은 어떻게 전투적이고 단결된 노조가 허울좋은 ‘사법적 금전적’ 탄압을 물리쳐왔는가의 사례입니다. 발제자 김진아 수석부지회장이 짧은 발제중에 울컥하고 울먹이는 모습은 숙연하였습니다.

철도노조는 정규직, 공기업, 고임금 받는 노조의 경우도, 파업권을 행사한다면 피해가지 못하는 것이 손배가압류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김형균 조합원은 손배가압류만 해도 몇번이었고 그를 조정, 취소, 그리고 납부란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했던 과정을 담담히 밝혔습니다. 파업을 한다면 한국 노동자 누구나 손배가압류 대상일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토론에서도 많은 중요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선 참석자가 올린 후기를 덧붙입니다 (아래 홈페이지 전문에서 읽어보세요).

노조법2,3조 개정운동은 이제 시작입니다. 그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그 논의가 더 튼튼한 합의를 만들수록, 투쟁은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2022.12.16
사회적파업연대기금

****
<참가자 후기>
@조남규:
깊이있고 날카롭고 감동적인데다
정신이 번쩍 나는 토론회였다.
충격에 가까운 오늘의 각성으로 내가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조차 하다.
어쨌든 감사드린다. 발제자와 토론자, 참가자, 주최측 모두에게 꾸우벅…
——————–
주발제인 권영숙 대표의 발표 내용은 내 식으로 요약하자면,
* 노조법 2,3조 개정에 목을 매는 게 여러모로 위험한 면이 있다.
* 내용상 노조법 2조에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하면 뭔가 많이 달라질 거 같지만, 이것은 자본에게 결정적인 타격이 되거나, 이로 인해 노동이 결정적인 힘을 얻는 게 아니다.
* 노조법 3조에 손배 가압류의 조건을 2항부터 7항까지 길게 이어붙이는 것 역시 부분적으로 유리해지는 측면이 있지만, 그 외에는 엄단한다는 식으로 갈 가능성이 커서 막상 현실화되면 어느정도 힘있는 노조가 조금 유리하고 힘없는 노조는 더 악랄한 탄압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대해 나중에 토론에서 거통고 지회 안 부지회장은 노란봉투법이 있느냐 없느냐가 지난 거통고 투쟁이나 앞으로 거통고 투쟁의 중요한 조건이 아니다. 자본은 노란봉투법 따위 얼마든지 피하며 더 악랄하게 탄압할 수 있는 애들이고, 우리에게 중요한 건 투쟁의지와 철저한 준비와 실천과 연대이다.고 답하였다.)
* 게다가 노란봉투법을 추진하는 주체를 보라, 노동 중심의 운동기구가 아니라 민주당에 의존하여 정의당, 명망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이 망라된 여당뺀 사회적 합의기구 모양새이다. 그동안 노동법 개악한 것은 항상 민주당 정권이었고, 민주당은 정권을 잃었을 때만 친노동 행보를 시늉만 한다.
* 여기에 경총은 노란봉투법에 맞서는 그들의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부당노동행위 자본가 처벌조항 삭제, 대체근로허용, 점거파업금지 등을 제시하고 있다.
* 이러면 어떻게 되겠나? 뭔가 될 것처럼 희망고문만 하다가 끝나거나, 최대치가 2조 원청 사용자 인정은 빠지고 3조에서 몇 개 바지고 완화된 상태에서 자본가 요구 일부 받아들이는 교환 거래로 통과될 것이다.
* 지금 이런 노조법 2,3조에 목매고 있을 때가 아니다. 화물연대 파업을 엄호하는 연대파업을 성사시키는 지도력을 발휘하고 혼신의 힘을 다하면서, 부분적으로 노조법 개정을 말하되, 3조에 구구절절한 제한조건을 달기보다는 본래 문구 “쟁의로 인한 손해에 노조와 조합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라는 문구 자체를 현실화시키는 투쟁이 더 낫다고 본다.
( KEC 김 수석부지회장(아니고 사무장)은 3조 2항~7항을 (적은 액수로) “얼마 이상의 벌금을 줄 수 없다”로 한정하는 것이 더 간단하고, 투쟁에 유리하다. 법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아니다, 투쟁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조건일 뿐이다. 투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답변하였다.)
현장발제 3개는 거통고, KEC, 철도노조의 투쟁사례 요약이면서 손배가압류 상황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손배가압류가 초점이라기보다는 지난한 투쟁의 흐름을 내적으로, 반성적으로, 속사정도 다 보여주면서, 그 간간신고를 이겨내는 과정을 담담히 서술하였다. 꼭 일독을, 눈으로 읽지말고 소리내어 읽어보시기 바란다. 발제자들도 발제문을 거의 그대로 읽었는데, 상황상황들이 환히 눈 앞에 떠오르며 눈물이 났다.
현장발제자들의 마지막 발언은 * 이렇게 무기력할거면 새로운 깃발이라도 들어야 하지 않나?, * 민주노총이 전선을 치며 나아가야 한다. 전선을 치지 않고 개별사업장의 투쟁에 연대하는 정도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 죽도록 싸워왔는데 이제 정년이 한달 남았고, 이제야 모든 게 더 잘 보인다. 시지프스의 바위돌을 굴려올려온 것만 같다. * 우리는 열심히 투쟁했고 어려움을 이기고 승리했지만, 세월이 흐르고 투쟁하는 사람들만 고립되거나 손해보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든다. * 법 개정은 투쟁의 조건일 뿐이다. 법이 투쟁을 대신해서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등등이었다.
헤어지며 남는 의문은 * 이렇게 훌륭하게 완벽하게 싸우는 노조활동이 일반화되겠는가? 민주노동당은 어찌하여 이 지경이 되었는가? 우리의 정치방침은 어디서부터 어느 방향으로 고쳐야 하는가? *노조법 2,3조를 노란봉투법으로 고치면 플랫폼 노동인 라이더들에게는 무엇이 변하거나 좋아지는가? 오늘 현장 발제에 이 분들도 한 파트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