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는 2023년 6월3일 “민주주의와 노동의 동학: 체제전환을 향한 이론적 실천적 도정을 향해”라는 제하에 창립심포지엄을 열었습니다. 3월25일 창립식이후 본격적으로 연구소가 지향하는 이론적 탐구를 향한 대주제를 드러내는 자리였습니다. 흥미롭게도 정말 새로운 얼굴들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이 연구소의 내용과 방향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낡은 모습과 낡은 문제의식을 넘어서길 바라는 기대라고 여깁니다.

권영숙 연구소 소장이 심포지엄과 거의 동일한 제목의 기조발제문 “민주주의와 노동의 동학: 87년체제의 ‘체제전환’의 방향과 가능성- 자유주의 정치의 한계와 좌파의 위기를 중심으로”를 발표하였습니다. 근 40분에 걸쳐, 권영숙 소장은 현존 민주주의, 노동, 계급, 노동정치(세력화), 노조운동에 걸친 방대한 쟁점을 다루면서, 특유의 강력한 논지를 제시하고, 실천적인 목소리까지 결론으로 냈습니다. 사회를 맡은 백승욱(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발제문의 키워드를 민주주의, 계급, 민주노총등 3개로 정리했습니다.

기조발제문에서 권소장은, 박근혜 윤석열등 우파정권이 등장할 때마다 ‘민주주의 수호’담론이 득세하였고, 이런 규범적이고 비이성적인 대응앞에 좌파마저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로의 회귀에 동조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과연 “민주주의 수호”가 좌파의 정치적 담론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지형과 문제를 포착하기 위해서 ’87년이후 현존 민주주의’를 문제화해야한다고 말하고, 정권들간의 차이가 아니라 정치체제로서 민주주의의 체제적인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봐야하며, 그럴 때 ‘체제 전환;의 논쟁에서 정확한 출발점에 설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박근혜 윤석열 정부의 모습은 ’87년체제와 민주주의의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위기의 증후 혹은 증상”일뿐이라고 덧붙입니다. 따라서 문제삼아야할 것은 87년이후 민주주의 헌정질서 자체이며, 비정상이 아니라 ‘정상정치’로서 한국 민주주의입니다.

그리고 이행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계급문제에 허약한 민주주의이고, 이는 바로 자유주의정치의 근본문제이기도 하다고 발제자는 말합니다. 그에 따르면 87년체제는 ‘자유주의적 정치경제학적 질서’로의 ‘체제전환’ 이자 국가보안법으로 유지되는 보수양당 독점의 ’48년체제’의 부활로 규정됩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자유주의 정치는 계급, 이념, 그리고 정치적 민주주의의 3개 층위에서 한계를 노정하였으며, 제도적 자유주의 세력의 정치적 선택의 결과 보수우익이 부활하고 우익의 패권이 강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정치적 민주화이후 사회적 불평등은 해소되긴 커녕 격화되면서, 민주주의의 ‘심화’가 아닌 ‘민주주의의 환멸’ 현상을 낳았고 이것이 이명박근혜 우익정부의 집권과우익 헤게모니의 부활과 자유주의 세력간에 ㅡ 발제자의 개념에 따르면, ‘민주주의의 악순환’의 구도를 낳았다는것입니다.

하지만 현존민주주의 정치에 대해 노동좌파는 독자적 세력화는 커녕 ‘계급없는 노동’과 ‘노동없는 진보’를 반복하면서 자기 정립을 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부재의 위기’, ‘불가능성의 위기’에 접어들었고, 다른한편 노동계급은 아예 ‘노동사회’의 붕괴와 계급의 해체현상에 직면하였고 이것이 ‘노동의 위기’라고 권소장은 진단합니다. 그러므로 계급적 관점의 좌파의 정립이 가장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소위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노동계급정치’가 부재한 노조의 정치세력화일뿐이라고 비판합니다. 특히 민주노총을 지배하는 조합주의적 흐름은 노조활동만이 아니라 ‘조합주의적 정당’을 세웠고 민주노동당은 좌파계급정당이 아닌 ‘노조기반 (계급연합) 정당’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조와 정당의 ‘양날개론’은 소멸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민주노총등 노조운동의 지배적인 흐름으로 살아있다고 보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와는 준별되는 노동계급정치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습니다. 그는 ‘좌파는 민주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말하였고 이는 토론장에서 흥미로운 논쟁을 촉발하기도 하였습니다.

*여기까지 기조발제의 1부 요약이었고, 2부. 87년체제와 체제 전환 , 3부.노동좌파의 불가능성의 위기와 87년체제 전환의 새로운 방향은 이후 홈페이지에 게시될 자료집을 참조하기 바랍니다.

백승욱 사회자는 기조발제를 꼼꼼히 요약하면서, 자유주의적 정치경제적 체제 전환에서 ”자유주의’의 의미를 더 분명히 할 것을 주문하였고 발제자는 답하였습니다. 사회자는 패널들의 토론을 발제와 연결하여 치열한 토론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패널 양준석(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소속)은 87년이행으로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실현됐고, 이후 부르조아 민주주의에 포섭당하지 않는 전진이 요구되었으나 반대로 되었다면서, 기조발제의 많은 부분을 단락별로 인용하면서 대체로 동의하였습니다. 비정규운동의 조합주의적 경향에 대한 비판, 민주노총이 기층노동자들을 조직할 필요도 지적하였습니다.

패널 양동규(민주노총 부위원장)는, 기조발제자의 표현인 “노동좌파”라는 말을 그대로 원용하면서, 기후위기등 인류의 위기가 노동좌파의 진출을 요구하고 이제 “멸종이냐 사회주의냐”의 기로에 서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민주노총에 대한 기조발제자의 비판에 대해 “민주노총은 일종의 플랫폼”이라고 표현하였고, 이에 대해 청중석의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플랫폼’이라는 표현의 부적절함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양 부위원장은 연구소가 반자본주의 담론을 벼리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피력했습니다.

패널 임운택(계명대 사회학과)은 자본이 아닌 국가만을 상대로 싸우는 정치주의, 그리고 계급적 실천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계급물신주의’가 있다고 지적하고, 연대의 추상적 가치보다 노동현장의 구체적 변화속에서 조직화와 연대 복원을 주문하였습니다. 하지만 기조발제자는 ‘계급’이 부재한 현재 노조운동을 언급하면서 ‘계급물신주의’는 한국에서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이견을 제기했습니다.

패널 박경석(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은, 구두 발언을 통해서 “87체제는 비장애인의 체제”일뿐이고, 장애인들의 동참이 불가능했으며, 이 체제하에서 중요시된 것은 단지 재활, 돌봄의 성격일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의 ‘혐오정치’에 대해서, 언제 어둠의 정치 아니었던 적이 있나? 좀더 세고 야비한 놈을 만난 것일뿐이고, 제대로 붙을만하다고 말하고, 혐오와 갈라치기를 제대로 해줘서 오히려 장애인운동의 쟁점화에 성공하고 있다면서, 노동이 장애인운동과 함께 하면서 나서자라고 독려하여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날 토론회는 사회자의 표현대로 “최근 드문 토론회”였습니다. 주제도, 현장 토론도 치열했고, 기조발제자와 패널들, 사회자가 모두 일치단결하여 주제에 걸맞는 내용있는 토론을 하기 위해 힘을 모았습니다. 무려 3시간 30분이 넘은 토론회는 숨죽이듯 토론을 참관하는 새로운 얼굴의 청중의 존재로 인해 더욱 의미 있었습니다.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는 구태의연한 모습과 논의를 넘어서서 이날 창립심포지엄에 모인 새로운 얼굴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향해서 말을 걸고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서 조금씩 길을 만들어가야겠습니다.

창립심포지엄을 막 끝낸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관심과 동참, 지지를 바랍니다.

2023.6.14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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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창립 심포지엄
“민주주의와 노동의 동학 – (87년) 체제 전환을 향한 이론적 실천적 도정을 향해”

일시 : 2023. 6.3 (토) 오후 2시- 5시
장소: 서울 민주노총 15층 교육장 및 온라인중계

– 취지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의 창립 취지를 알리는 심포지엄
민주주의와 노동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
대혼란의 시기에 정세적 혼란을 극복하고 좌파적 입장을 정립하기 위한 출발

– 기조 발제
민주주의와 노동의 동학 – (87년) 체제 전환을 향한 이론적 실천적 도정 : 자유주의 정치의 한계와 노동(운동)과 좌파의 위기를 중심으로
권영숙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소장)

– 사회: 백승욱 (중앙대 사회학과)

– 패널 토론:
임운택 (연구소 연구위원, 계명대 사회학과)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양준석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 대표)

주최: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demlabor1848@gmail.com)

* 연구소 후원: bit.ly/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화물연대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다시 총파업으로 정치에 책임을 물을 터”

대담: 권영숙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2023년 5월 3일 사파기금 사무실

2022년 화물연대는 11월24일부터 12월9일까지 16일간 전국 파업을 감행했다. 윤석열 정권이 노조탄압을 공식적인 노동정책으로 천명하고 온갖 흑색선전, 공권력 투입 협박등으로 몰아붙이면서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대우조선 파업이 끝난 후 연이어 터진 파업이었다. 화물연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한달내에 첫 파업을 감행했던 노조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권은 민주노총 내에서 싸울 의지가 있고 싸움에서 물러나지 않는 노조를 공격하고 있다. 그리고 화물연대노조 파업 다음으로 집중탄압의 표적이 된 건설노조에서 지난 5월 1일 메이 데이에 양회동 노동자가 분신 자결했다. 정권과 자본에 맞서 싸울 의지가 있는 노조들이 함께 뭉치길 바란다. 화물연대 노조가 윤석열 정권에게 노동자답게 하는 ‘제대로 된 복수’는 새로운 총파업일 것이다.
이 대담은 양회동의 분신 이틀 후인 5월3일 진행하였다. 대담은 화물연대 파업의 전과정에 대한 복기와 함께 일몰제 논쟁을 넘어서 품목 제한 완전철폐, 완전한 노동자성 쟁취등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호칭은 각각 대담자 권영숙 대표는 “권”, 이봉주 위원장은 “이”라고 줄여 사용하기로 한다)

 

권영숙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이하 권): 먼저 3월 25일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창립식에서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신 축사가 무거워서 이 요청에 어떻게 부응할까 생각도 했는데 차차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작년 12월 파업종료 이후 시간이 꽤 지났고 파업기간 동안 인터뷰를 했다면 진행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도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연대자들에게 알리면서 함께 할 기회일 수도 있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지금 몇 달 지나서 그때 16일간의 파업, 파업 전후와 지금에 이르기까지 과정과 현 정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각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업은 윤석열 정권의 역공으로 더 가열되어 진행됐지만, 그래서 오히려 다시 찍고 가야 할 지점과 짚어봐야할 화물업종 관련 쟁점들도 있다고 보고요. 해서 이 두 가지를 다 볼 수 있는 지금이 오히려 토론의 적기일 수도 있다 싶습니다. 이 인터뷰는 평이한 인터뷰라기보다는 저와 하는 직격 인터뷰 혹은 대담처럼 생각하시고 저도 쟁점을 끌어내기 위해 이야기를 좀 직접적으로 하겠습니다. 멈추지 마시고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그리고 생각하고 있는 바를 조금 더 끌어내서 말씀해 주시면 더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요.

이봉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위원장 (이하 이): 네. 좋습니다. 연구소 창립 다시 축하합니다.

: 어제 아니 벌써 이틀전이네요, 5월 1일 메이 데이 세계노동절 현장에서 건설노동자의 분신 소식을 들으면서, 그리고 집회장에서 잠시 뵙기도 했지만, 복잡한 심경을 서로 나누기도 했는데요. 작년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 속에서 파업을 감행했던 화물연대 위원장으로서 그날 현장에 있던 그 누구보다 더 착잡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의례적인 이야기는 빼고 먼저 이 질문을 드릴게요. 그 소식을 듣고 어떤 심정이었나요? 지금 화물연대에 이어 건설노조에 정권의 탄압이 집중되고 있고 또 분신 소식을 들었는데요.

: 어떤 선택이라기보다는 그렇게 절박한 상황에 내몰려져서 나온 행동,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내몰려 내쳐져 내린 결단이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이 정부가 그의 목숨을,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생각을 합니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얼마나 억울했으면 목숨을 끊었을까. 그래서 동시에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투쟁을 좀더 힘있게 만들어가야 하지않나 합니다. 돌아가신 분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요. 분신하신 동지가 진짜 억울하게 생각했던 거잖아요. 우리 노동자들이 그 노동자가 돌아가셔야 했던 억울함과 사연들을 풀어주는 것, 그래서 투쟁에서 승리하는 것이야말로 유서를 보면 쓰여있는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건설노조가 돌아가신 분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투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는 단지 건설노조뿐만 아니라 전체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퇴진을 비롯한 모든 투쟁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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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 창립식, 현장 행사 동영상입니다.

기조발언을 통해서 연구소의 설립취지와 활동방향을,
축사발언을 통해서 많은 노동자와 연구자들의 기대를,
그리고 현장의 축하건배사를 통해 잔잔한 열정을 확인해보세요.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의 앞날과 활동에 많은 관심과 응원 지지, 재정적 후원을 바랍니다!

내용
– 기조발언: 권영숙 제안자
– 축사: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임운택 전 비판사회학회 회장
이종회 노동당 공동대표
김형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

후원: bit.ly/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이메일: demlabor1848@gmail.com
홈페이지: dem-labor.org
페이스북 페이지: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민노연#창립식행사

모든 이들에게,

무엇인가 새로운 일, 그것도 ‘거창하게’ 보여질법한 (그러나 아직 현실화되지 않아 그 결과가 매우 미확정적인) 이름과 명분을 걸고 시작할 때, 기대도 크고 걱정도 많습니다. 과연 우리는 누구이고, 그것을 해낼 수 있을까하는. 이런 때 많은 이들의 십시일반 도움 그리고 전달되는 마음과 의지가 무언의 격려가 되고, 실제적인 도움이 됩니다. 여러분이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를 발족하면서 제가 바라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연구소 학습모임과 연구 실천활동을 위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연구소에 연구만을 하는 상근 연구자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이 땅의 변혁과 계급적 노동운동을 위한 양질의 연구 결과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겠죠.

연구소로서 삼은 역할을 흔들리지 말고 잘할 것을 기대하고 격려하고, 재정 후원 해주시고, 토론회등 행사에 많이 참여해주시고, 체계적인 학습모임에도 같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여러 사업 제안도 좋습니다. 필요한 연구 조사를 의뢰해주셔도 가능하면 수용하겠습니다. 돈벌이가 목표는 아니어야 합니다. 계급적 관점에서 좌파적 시각에서 필요한 연구조사는 노조운동과 노동운동이 변혁운동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될 것입니다.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는 아마 세상의 많은 연구소들 중 하나일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 넘쳐나는 연구소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노동에 대한 좌파적 담론 생산을 목표로 하는 연구소로는 드문 연구소가 될 것입니다. 계급적 관점에서, 노동운동에 필요한 연구 성과로 복무하는, 이론적 실천을 하려고 합니다. 제가 청년기 학생운동부터 지금까지 중요하게 머리에 새기고 가슴에 품고 손발로 실천하려는 모토가 “구체적인 정세에 구체적인 개입”입니다.

맑스가 말했듯이 철학은 세상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변혁해야합니다. 하지만 변혁은 구체적인 정세에 구체적인 개입으로서만 나타납니다. 그리고 정세 진단은 정치적 세계관과 단단한 이론의 골조 위에서 가능합니다. 정세론이 모든 것의 총화인 이유입니다. 정세에 대한 분석에서 세계관, 이론적 당파성, 그리고 현실 파악의 구체성이 다 드러납니다. 정확한 정세를 진단할 때 우리는 정확한 실천으로 구체적인 현실에 개입할 수 있습니다. 정세와 실천에서 이론적 능력과 실천, 그리고 이념적 방향, 즉 당파성 양자가 균등하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론과 이념이 부재한 운동은 방향을 상실하고 동요하기 십상입니다. 외국의 것을 발빠르게 번역하여 낸다고, 혹은 19세기로 돌아가서 맑스만 읖조린다고, 20세기 초로 돌아가서 레닌과 룩셈부르크만 읖조린다고 해서 이론과 이념이 곧바로 구체적인 정세에 대한 구체적 개입을 위한 무기가 되지 않습니다. 그건 생경하고 구체성이 없는 이론의, 현실에 대해 겉도는 개입일 뿐입니다.

지금 맑스의 현재화 혹은 21세기 맑스를 만들자는 말이 아닙니다. 지금은 첫째, 이론과 현실을 정확하고 풍부하게 이해하여 연결하고, 둘째, 구체적인 정세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과 분석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론과 학습, 그리고 연구가 필요합니다. 나아가 셋째, 변화하는 자본주의 정치경제적 현실에 대한 예민하고 적극적인 해석과 이론화도 필요합니다.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이해와 인정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것이 지금 세상의 변혁을 모색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이론적 자세와 이론에 대한 자세라고 봅니다.

이런 생각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이론적으로 도모하는 하나의 소박한 공간으로서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를 창립하려고 합니다. 이 공간을 통해서 이론적 실천의 무기를 들고, 노동이 조직노동 너머 사회적 노동으로, 좌파가 철학의 빈곤과 대안의 무능함을 떨치고 더 넓고 깊은 정치적 좌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애써보겠습니다.

지속적인 관심, 의미있는 참여, 뜨거운 후원을 기대합니다.
우선 3월25일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창립식이 멋지게 치러질수 있도록. 함께 힘 모으고 뜻 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

2023.  3. 14.

권영숙 제안자 드림

일시: 2023. 3. 25(토) 오후 4시 – 6시30분
장소: 서울 서초대로46 길74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 (서초역, 교대역 4백미터)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는;
‘민주주의와 노동’이라는 주제를 정치경제학비판의 관점에서 이론적 실천적으로 탐색하고 연구하기 위해 출범합니다.
근대이후 자본주의의 발전과 정치체제의 혁명 혹은 이행은 노동과 민주주의의 관계맺음과 동학을 중심으로 일어났습니다. 21세기의 오늘날에도 한국사회와 전지구적 변혁과 전환을 상상하고 실천하는데 있어, 민주주의와 노동의 관계는 결정적인 이론적 정치적 화두입니다.

*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는;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함께 연구집단을 구성하여, 다음과 같은 목적으로 연구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 이론과 실천의 일치 혹은 이론적 실천
– 우경화되는 담론지형속에서 좌파적 담론의 형성과 개입
– 노동운동에 필요한 개념, 정책, 이슈등 연구 생산을 통한 기여

*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는;
다음의 3개 주제를 핵심 연구로 삼을 예정입니다.
– 민주주의와 노동
– 정치경제학 비판
– 법과 정치

연구활동에 항상 다음 경구를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요, 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르른 생명의 나무, 실천이다!”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의 발족에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합니다.
창립식에 오셔서, 연구소 활동에 대한 격려와 조언을 아낌없이 부탁드립니다.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의 안정적인 재정 독립을 위해서 다음 후원창구를 개설했습니다. 연구소는 후원회를 별도로 운영하고, 연구소 소식과 연구성과를 가장 먼저 알리겠습니다.
bit.ly/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12월17일 3기 민주주의와노동학교의 후속 ‘공개집담회’를 “내 일터의 노동권에 대하여”라는 제하에 열었습니다.

2022년 3기 민주주의와 노동학교는 “한국 노동권의 역사, 현재, 그리고 노동운동의 동맹 전략: 권리의 유보, 배제, 해체의 3중 장애를 넘어서는 노동권의 새로운 인식 “이라는 대주제하에 4강에 걸쳐 권영숙 노동사회학자의 강의로 진행되었고, 노동자들이 각자의 일터에서 노동권을 진단하는 발표를 하는 자리였습니다. 귀한 자리였고, 많은 이들이 참여했고,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민중민주열사와 이태원 참사로 죽임당한 158명에 대한 묵념에 이어 “인터내셔날가”를 훌륭한 홍익대 인디밴드 기타리스트의 편곡과 반주로 함께 불렀습니다. 러시아어로 1절, 이후 한국어로 3절까지 초라 가수와 임정득 가수의 선창하에 제창이 이어졌는데, 이 주제의 토론회에서 인터내셔날가를 여는 노래로 부르는 의미가 컸고, 더욱 어울린다 여겼다봅니다.

좌장이자 학교강사였던 권영숙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는, “각 일터와 노동형태들을 망라해서 노동권 문제를 개별적이고 종합적으로 토론하는 자리 기획이, 노동계에서 거의 없었다”고 말하고, “산별과 업종, 기업규모와 정규 비정규 고용형태, 젠더와 국적에 따라 다른 노동권”의 현주소를 무시하고 두루뭉실하게 노동권 일반으로 다루면서 특히 대기업 정규직 조직노동 중심의 사고와 실천이 지속됐다며 비판적인 지적을 했습니다. 노동권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을 위해서 노동권의 지연, 배제, 그리고 해체라는 “노동권의 3중 딜레마”를 제대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무원노조의 조창현, 전교조의 조남규 진영효 조합원은 공무원노동자와 교사노동자의 일터에서 “지연된 노동권”에 대해서 진단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두 발제가 모두 공무원노조, 전교조 운동사에 집중되었고, 공무원특별법과 교원법의 문제를 경유하여, 법외노조였던 두 노조의 투쟁전략과 현재 상태를 진단하였습니다. 결국 법외노조에 대한 대응은 ‘합법노조’가 되는 것이 아니며, ‘지연된 노동권’에 대한 대응은 모두를 포괄하는 노동권을 주장하는 것이라는 점을 이 두 사례는 드러냈다고 좌장은 이후 덧붙였습니다. 공무원, 교사들을 대상으로한 소위 ‘특별법’이라는 법체제의 문제에 대한 이후 토론을 기대합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노동권은 전형적인 비정규직 노동권의 상태, 즉 ‘배제된 노동권’입니다. 동일노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원청사용자와 교섭구조, 즉 노자관계를 확보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파업은 바로 불법화됩니다. 결국 노동3권에서 배제됩니다. 지난 7월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51일간의 파업이 극명하게 드러냈습니다. 20일째 단식중인 김이춘택 사무장은 조선소 현황과 하청노동자 고용구조에 대한 진단에 이어, 하청노동자의 대응을 ‘존재의 이전’과 ‘존재의 부정’의 두 유형으로 설명했습니다. 470억의 손배가압류속에서 거통고지회의 투쟁이 노조법2조, 3조와 직결되지만 동시에 조선소 비정규운동의 중요한 시동을 건 파업투쟁이 되길 바랍니다.

“물류 플랫폼노동자의 ‘해체되는 노동권'”에 대해서 정성용 쿠팡물류센터 인천분회장이 발제했습니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을 해왔고, 노조를 만들었고, 투쟁중에 해고당했지만, 민주주의와노동학교 강의 내용에 따라 쿠팡 물류센터에 대해 “노동3권으로 뜯어보기”를 이 발제를 통해서 처음으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직고용된 노동자들이고, 형식상 노동3권을 가졌고, 단체 교섭도 진행하지만, 이들의 노동권은 사실은 ‘해체되는 노동권’입니다. 일용직이 68%, 계약직이 24.6%, 그리고 정규직은 단 2,5%인 일터에서 과연 노조는 어떻게 존재 가능하고, 어떻게 노동3권을 확보하고, 어떻게 단체 교섭을 하고 단체 행동을 하고, 단체협약을 지키게 만들 수 있을까요? 허울좋은 직고용 뒤에 숨은 ‘일용직 노동자들’은 결국 ‘플랫폼 노동의 현실입니다.

“사라지는 노동권, 노동계급 없는 노동: 1인 노동자의 경우”에 대해서 발표한 김한경님은 ‘마트 노동자’입니다. 그는 제과점 공장에 ‘구인공고’부착물을 보고 들어갔고 3개월마다 재계약했습니다. 요양보호사로 채용됐을 때는 “워크넷”이라는 인터넷 채용사이트를 통해서 들어갔습니다. 마지막으로 24시간편의점 ‘아르바이트’ 역시 구인구직 플팻폼인 ‘알바천국’을 통해서 들어갔습니다. 정상적인, 즉 근로기준법과 노조법과는 완전 무관한 채용형태는 플랫폼 노동을 통해서 가능했습니다. 1인 노동자와 사용자간의 관계는 노사관계로 다뤄지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주 다루지 않는 장애인 노동권에 대해서 금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활동가가 발표했습니다. 노동시장에서 장애인의 지위와 현황, 한국의 장애인 노동정책과 법제화 수준은 형편없습니다. 장애인 노동자의 월평균임금이 최저임금 기준의 20%입니다. 전체 장애인의 85%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됩니다. 장애인은 말하자면 자본에 착취당할 수 ‘없는’ 노동자, 즉 노동자 아닌 장애인입니다. 그들이 ‘자본에 착취당하지 않는 장애인 노동자’로 서기 위한 노동권은 노동에 대한 새로운 성찰과 개념을 요구합니다. 장애인의 노동권에 대한 이해가 전체 노동계급의 노동권에 결여된 핵심을 살펴보는 ‘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권영숙 좌장은 덧붙입니다.

이번 집담회는 새롭다는 평이었습니다. 이렇게 6개의 일터에 대해서, 노동권이라는 시각에서, 그것도 급진적인 노동권을 향한 ‘동맹’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발표할 기회도 들을 기회도 없었다는 평이 이어졌습니다. 이 토론회가 계기가 되어, 더욱 명료하고 선명한 노동권에 대한 문제의식과 “노동자가 하나”가 되기위한, 계급을 형성하기 위한 토론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사파기금은 그런 기획을 준비하겠습니다.

2022.12.23.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19회 사파포럼을 “손배가압류와 노조법 2,3조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12월6일 열었습니다. 많은 인원이 참가하지 않았지만, 발제와 토론은 치열하고 밀도 높았고, 많은 의미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노조법2,3조 개정안이 국회에 회부되고 운동본부가 차려져 국회앞 농성중이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3인을 비롯하여 금속위원장, 공공운수 부위원장, 민주노총 부위원장 각1인이 농성중인 상황에서 이 주제를 잡아 민주노총 12층에서 토론하는 것 자체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또 취지문에서 밝혔듯이, 올해말과 내년초를 달굴 “뜨거운 노동쟁점”을 둘러싸고 아직 “숨은 쟁점들”이 많다는 점을 주제 선택의 이유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투쟁에서 어쩌다 상징처럼 된 거통고조선지회의 김형수 지회장 발제와 안준호 부지회장의 낭독, 그리고 마지막에 유최안 단식자도 함께 했습니다.

기조발제는 “오래된 손배가압류 문제와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라는 제목으로 권영숙 노동사회학자가 했습니다. 발제문 요약만 16페이지입니다. 발제자는 손배가압류가 일단 이 정권의 문제도 아니고, 2014년 쌍용자동차때부터 문제도 아니고, 2000년대 초부터 문제도 아닌, 바로 87년 민주화이행/노동자대투쟁이후 노동에 대한 새로운 통제수단으로 시작된 “오래된 손배가압류”라는 점을 먼저 강조했습니다. 이는 발제 논지에서 매우 중요한데, 손배가압류는 민주주의 정치체제하에서 ‘노동통제’의 새로운 전략과 기법의 일부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제자는 다양한 노동통제 유형을 제시하고, 이중 “사법적 통제”가 형사화, 민사화, 개인화라는 특징을 가지면서 손배가압류라는 문제가 부각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손배가압류는 단지 ‘정당한’ 노사분규의 경우 노조와 개인조합원을 손배가압류 대상에서 금지한다는 노조법 3조의 문제를 넘어선 전체적 맥락을 이해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이와관련 노조법 3조 개정안에 대한 법률적 해석과 의미, 그리고 벌어질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지적했습니다.

노조법 2조 개정안은 상대적으로 크게 논쟁점이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특히 노동자성에 대한 ‘추정규정’의 효력, “이 법에 의한”을 “헌법에 의한”으로 고치는 것의 실정법적, 실체적인 한계등도 검토해봐야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노조법이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면적 개정이 아닌 2조와 3조로 국한되었고, 2조와 3조가 연결되지만 서로 구별되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발제자는 노조법 3조보다 2조를 특히 강조했고, 두 조항이 연결된다면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라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를 그는 입법투쟁의 ‘주체’의 문제와 ‘계급정치적’ 관점에서 현재의 민주당등 국회 세력과 손잡는 방식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적인 우려를 표했습니다.

현장 발제로, 거통고지회는 51일간의 파업투쟁이 남긴 성과와 한계에 대해서 겸허하게 발표했습니다. 김형수지회장이 공장내 출입을 이유로 형사재판을 받아야하는 날이라 안준호 부지회장이 발제했지만, 그들은 마치 한몸인양 발제를 했습니다. 김형수지회장은 재판후에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에서 줌으로 보충 발제하는 성의를 보였습니다. 단식중인 유최안 부지회장도 토론 막바지에 노조법2,3조 입법투쟁이 전부가 아니라, 사회적 파업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KEC 사례는 정리해고 2회를 철회시키면서 치열하게 투쟁한 결과 법원의 30여억의 손배가압류 금액 조정에 응하고 조합원들 모두가 함께 그 금액을 물었습니다. 그 과정은 돈이, 자본이 노동자들을,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어떻게 짓밟고자 파업의 불법화, 형사법상 업무상방해, 그리고 민사법상 ‘손배가압류’를 법의 허울아래 이용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반대로 이 과정은 어떻게 전투적이고 단결된 노조가 허울좋은 ‘사법적 금전적’ 탄압을 물리쳐왔는가의 사례입니다. 발제자 김진아 수석부지회장이 짧은 발제중에 울컥하고 울먹이는 모습은 숙연하였습니다.

철도노조는 정규직, 공기업, 고임금 받는 노조의 경우도, 파업권을 행사한다면 피해가지 못하는 것이 손배가압류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김형균 조합원은 손배가압류만 해도 몇번이었고 그를 조정, 취소, 그리고 납부란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했던 과정을 담담히 밝혔습니다. 파업을 한다면 한국 노동자 누구나 손배가압류 대상일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토론에서도 많은 중요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선 참석자가 올린 후기를 덧붙입니다 (아래 홈페이지 전문에서 읽어보세요).

노조법2,3조 개정운동은 이제 시작입니다. 그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그 논의가 더 튼튼한 합의를 만들수록, 투쟁은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2022.12.16
사회적파업연대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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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후기>
@조남규:
깊이있고 날카롭고 감동적인데다
정신이 번쩍 나는 토론회였다.
충격에 가까운 오늘의 각성으로 내가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조차 하다.
어쨌든 감사드린다. 발제자와 토론자, 참가자, 주최측 모두에게 꾸우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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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발제인 권영숙 대표의 발표 내용은 내 식으로 요약하자면,
* 노조법 2,3조 개정에 목을 매는 게 여러모로 위험한 면이 있다.
* 내용상 노조법 2조에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하면 뭔가 많이 달라질 거 같지만, 이것은 자본에게 결정적인 타격이 되거나, 이로 인해 노동이 결정적인 힘을 얻는 게 아니다.
* 노조법 3조에 손배 가압류의 조건을 2항부터 7항까지 길게 이어붙이는 것 역시 부분적으로 유리해지는 측면이 있지만, 그 외에는 엄단한다는 식으로 갈 가능성이 커서 막상 현실화되면 어느정도 힘있는 노조가 조금 유리하고 힘없는 노조는 더 악랄한 탄압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대해 나중에 토론에서 거통고 지회 안 부지회장은 노란봉투법이 있느냐 없느냐가 지난 거통고 투쟁이나 앞으로 거통고 투쟁의 중요한 조건이 아니다. 자본은 노란봉투법 따위 얼마든지 피하며 더 악랄하게 탄압할 수 있는 애들이고, 우리에게 중요한 건 투쟁의지와 철저한 준비와 실천과 연대이다.고 답하였다.)
* 게다가 노란봉투법을 추진하는 주체를 보라, 노동 중심의 운동기구가 아니라 민주당에 의존하여 정의당, 명망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이 망라된 여당뺀 사회적 합의기구 모양새이다. 그동안 노동법 개악한 것은 항상 민주당 정권이었고, 민주당은 정권을 잃었을 때만 친노동 행보를 시늉만 한다.
* 여기에 경총은 노란봉투법에 맞서는 그들의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부당노동행위 자본가 처벌조항 삭제, 대체근로허용, 점거파업금지 등을 제시하고 있다.
* 이러면 어떻게 되겠나? 뭔가 될 것처럼 희망고문만 하다가 끝나거나, 최대치가 2조 원청 사용자 인정은 빠지고 3조에서 몇 개 바지고 완화된 상태에서 자본가 요구 일부 받아들이는 교환 거래로 통과될 것이다.
* 지금 이런 노조법 2,3조에 목매고 있을 때가 아니다. 화물연대 파업을 엄호하는 연대파업을 성사시키는 지도력을 발휘하고 혼신의 힘을 다하면서, 부분적으로 노조법 개정을 말하되, 3조에 구구절절한 제한조건을 달기보다는 본래 문구 “쟁의로 인한 손해에 노조와 조합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라는 문구 자체를 현실화시키는 투쟁이 더 낫다고 본다.
( KEC 김 수석부지회장(아니고 사무장)은 3조 2항~7항을 (적은 액수로) “얼마 이상의 벌금을 줄 수 없다”로 한정하는 것이 더 간단하고, 투쟁에 유리하다. 법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아니다, 투쟁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조건일 뿐이다. 투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답변하였다.)
현장발제 3개는 거통고, KEC, 철도노조의 투쟁사례 요약이면서 손배가압류 상황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손배가압류가 초점이라기보다는 지난한 투쟁의 흐름을 내적으로, 반성적으로, 속사정도 다 보여주면서, 그 간간신고를 이겨내는 과정을 담담히 서술하였다. 꼭 일독을, 눈으로 읽지말고 소리내어 읽어보시기 바란다. 발제자들도 발제문을 거의 그대로 읽었는데, 상황상황들이 환히 눈 앞에 떠오르며 눈물이 났다.
현장발제자들의 마지막 발언은 * 이렇게 무기력할거면 새로운 깃발이라도 들어야 하지 않나?, * 민주노총이 전선을 치며 나아가야 한다. 전선을 치지 않고 개별사업장의 투쟁에 연대하는 정도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 죽도록 싸워왔는데 이제 정년이 한달 남았고, 이제야 모든 게 더 잘 보인다. 시지프스의 바위돌을 굴려올려온 것만 같다. * 우리는 열심히 투쟁했고 어려움을 이기고 승리했지만, 세월이 흐르고 투쟁하는 사람들만 고립되거나 손해보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든다. * 법 개정은 투쟁의 조건일 뿐이다. 법이 투쟁을 대신해서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등등이었다.
헤어지며 남는 의문은 * 이렇게 훌륭하게 완벽하게 싸우는 노조활동이 일반화되겠는가? 민주노동당은 어찌하여 이 지경이 되었는가? 우리의 정치방침은 어디서부터 어느 방향으로 고쳐야 하는가? *노조법 2,3조를 노란봉투법으로 고치면 플랫폼 노동인 라이더들에게는 무엇이 변하거나 좋아지는가? 오늘 현장 발제에 이 분들도 한 파트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2022년 3기 민주주의와 노동학교 강의를 수강한 노동자들이 그 문제의식과 내용적 성과를 모아서, 각자 노동하는 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발표하는 후속 집담회를 개최합니다. 공개 집담회의 주제는 “내 일터의 노동권에 대하여”입니다.

“노동자는 하나”라고 말하지만, 한국의 노동계급의 ‘계급내’ 현실은 산별과 업종, 그리고 무엇보다 기업규모와 정규 비정규 고용형태, 나아가 젠더와 국적에 따라 다릅니다. 이를 두루뭉실하게 노동권 일반으로 말해왔습니다. 특히 대기업 정규직 조직노동 중심의 사고와 실천이 이 땅의 다양한 “노동권”이 처한 현실을 가리고 심지어 냉소하게 만들었습니다.

노동권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을 통해서 “노동자가 하나”가 되기위해, 먼저 각자의 일터에서 노동권에 대한 진솔한 ‘현장의 진단’을 청취하고 ‘하나가 되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석 바랍니다.

-일시 : 2022. 12. 17 (토)오후 2시
– 장소: 서울 정동 민주노총 15층 교육장

좌장: 권영숙 (노동사회학자. 민주주의와노동학교 강사)

일터의 노동권 진단:
– 공무원노동자의 ‘지연된 노동권’ (조창현, 공무원노조 대구본부장)
– 교사의 교권 아닌 노동권에 대하여 (조남규 전교조 조합원, 난곡중학교 교사)
– 사내하청 노동자의 ‘배제된 노동권’ (이김춘택 거통고조선하청지회 사무장)
– 물류 플랫폼노동자의 ‘해체되는 노동권’ (정성용 쿠팡물류센터 인천분회장)
– 사라지는 노동권, 노동계급 없는 노동 – 1인 노동자의 경우 (김한경 마트노동자)
– 노동권은 장애인의 권리 (금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활동가)

주최 사회적파업연대기금 sapafund@gmail.com

[공지] 제19회 사파포럼 – “손배가압류와 노조법 2,3조에 대하여”

일시: 2022. 12. 6 (화) 오후 6시 30분
장소: 서울 정동 민주노총12층 대회의실

손배가압류와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뜨거운 노동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노조법 2,3조는 왜 문제이며, 어떤 방향으로 개정해야하는지 아직 숨은 쟁점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손배가압류는 노조법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그동안 손배가압류는 노조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한국 노동의 계급적 단결과 사회적 연대를 넓히는 방향으로 노조법을 개정하기 위해 보다 더 구체적이고 치밀하고 비판적으로 알아보는 [19회 사파포럼]을 12월6일 엽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합니다.

1. 기조발제:
“오래된 손배가압류 문제와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 성찰”/ 권영숙 노동사회학자

2. 현장발제:

– ” 대우조선 파업과 노조법의 문제점, 그리고 노동법개정 투쟁방향”/ 김형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

– “우리는 어떻게 손배가압류에 대응했는가: KEC 대응 사례로 본 손배가압류의 실체와 효과”/ 김진아 KEC노조 수석부지회장

– “철도노조 손배가압류 대응이 남긴 교훈”/ 김형균 철도노조 부산고속차량지부

주최 사회적파업연대기금 sapafund@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