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의 ‘풀빵의 약속’과 사회적파업연대기금” by Young-sook Kweon
아래 글을 읽고 사실 놀랐다.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말과 글과 생각과 다른 차원인지 느꼈다. 전태일이 자신은 굶고 차비를 아껴가며 어린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서 나눠주었던 데 대해 ‘자극’받아(^^), 본인이 버는 돈 중에서 노동연대에 쓰는 돈의 비중을 30%까지 늘려가야겠다는 약속. 바로 “풀빵의 약속”이다.. 비록 전태일의 풀빵에는 미칠지 못하더라도..
사회적파업연대기금에 돈을 출연하시는 분의 맘이 이러하리라.
사회적파업연대기금에 돈을 내겠다는 맘이 이런 맘이라면….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정말 잘 만들었다 싶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회적파업연대기금,
그리고 전태일이 지녔던 마음을, 지금 여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다시 모아가는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많은 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_()_
최XX:
아프다는 핑계로 어제서야 쌍용 자동차 희생 노동자 분향소에 갔다.
절을 올리는 시간 직전이라, 가져간 꽃다발을 어리버리하게 내려 놓기만 하고 재배를 올리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오늘 다시 분향소를 찾았다.
제법 많이 내리는 비를 그저 살짝 긋는 정도로 얼기설기 만들어진 천막 안으로 들어서서 신을 벗고 절을 올리러 발을 딛는 순간, 철퍽 하고 발이 젖었다.
순간 울컥하며 목구멍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죽어서도 이렇게 초라한 분향소에 혼을 뉘어야 했던 돌아가신 노동자와,
비가 오면 물구덩이가 되어 버리는 이 알량한 분향소마저 결사적으로 지켜야만 하는 저 꺼칠한 얼굴의 남은 동지들이었다.
재배를 올린 뒤 상주인 쌍차 노동자분들께 절을 하면서, 척척하게 젖어 있을 그분들의 발로 눈이 갔다.
집회 내내 젖은 스타킹을 타고 한기가 온몸으로 퍼졌다.집회가 끝나자마자 가까운 편의점으로 가서 남자 양말과 따뜻한 홍삼 음료를 있는대로 사다가 분향소를 지키는 분들께 드리고 나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한참을 서성거리다 돌아섰다.
항상 그분들과 함께 똑같이 발을 적시며 곁을 지키겠다고 약속하면 나의 위선이 되겠지만,이제는 결코 이전처럼 어설픈 좌절로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만 보지 않고
때로는 함께 발을 적시고, 또 때로는 마른 양말이라도 마련해 드리며 가까운 곳에서 움직이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 마른 양말 한 켤레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사파 기금 자동 이체 날짜를 하나 더 신청했다.
지난 전태일 열사 40주기 때 동상 앞에서 몇 가지 구체적인 약속을 했었는데,
그중 하나는 내가 ‘풀빵의 약속’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내가 버는 돈 중에서 노동 연대를 위해 쓰는 돈의 비중을 점점 늘려서 3년 안에는 최소 30% 이상을 정기적으로 연대 활동을 위해 지출하겠다는 것이었다.
전태일 열사는 자신은 굶고 차비도 없이 1시간 넘게 걸어가면서도 어린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서 나누어주었다.
30%라는 하한선은 최소 그 수준은 넘어서야, 남는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것을 함께 나누는 것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전태일의 풀빵에는 못 미칠지라도.
오늘 새로 신청한 것까지 합쳐 이번 달에 이미 지출했거나 지출할 ‘풀빵 값’이 수입의 25%가 되었다. 물론 이번달에는 부정기적으로 모금함 같은 곳에 넣은 것이 많아 그렇게 된 것이지만, 풀빵의 약속에 한 걸음 다가선 것 같아 조금 안도했다 – 보송보송 마른 발을 따뜻한 이불 속에 집어 넣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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