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권영숙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2022년 7월 5일 사파기금 사무실
1987년 노동자대투쟁 가운데 거제 옥포만에서 이석규 열사의 죽음과 육해공으로 펼쳐진 국가와 자본의 탄압 속에서 싸우면서 민주노조를 만들어냈던 대우조선이다. 이제 2022년 대우조선의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비정규 노동자들과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공장내 첫 비정규파업을 한달 열흘째 감행하고 있다. 대우조선 사내하청지회가 아니라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다. 단위 사업장을 넘어서 비정규노동의 단일성으로 노동자의 계급적 파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우조선 35년만에 처음으로 배의 진수식을 막아냈다.
이렇게 역사는 반복이나 재연이 아니라 매 순간 새로움으로 나타난다. 한달 열흘을 넘기며 지속되고 있는 이 파업투쟁의 다음 단계 역시 분명히 새로울 것이라고 믿어 본다.
(호칭은 각각 대담자 권영숙 대표는 “권”, 김형수 지회장은 “김”으로 줄여 사용하기로 한다)
권: 직접 얼굴 보고 인사하게 되어 반갑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에 대해서 소개해달라.
김: 노조는 2017년 결성했다. 작년 9개 도장업체와 단체교섭을 해서 성사시켰고 도장공 250명이 하청노조에 가입했다. 올해부터 21개 업체와 파업권을 얻기 위한 단체교섭을 시작했고 임금인상 30%를 요구했다. 6월2일 부분파업을 시작했고 6월7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권: 지금까지 파업 상황을 간단히 말해달라.
김: 처음에는 8개 주요 생산거점 길목을 점거하는 파업을 했고 보름쯤 지나자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사측이 직반장등 현장 책임자들을 투입하여 물리력 행사를 끊임없이 하고 있고, 우리는 공권력 투입을 위한 빌미를 제공할 충돌을 피하고자, 때리면 맞으면서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130만평 조선소 안에서 소수 인력의 생산 주요 거점 점거 투쟁은 한계가 많다. 6월22일부터 제1도크 끝장투쟁에 돌입했다. 그 결과 대우조선 35년 역사에 처음으로 진수식이 불발됐다. 현재 건조중인 배 15m 난간에 6명이 고공농성중이고, 바닥 케이지 안에 유최안 부지회장이 신나통을 품고 농성중이다. 구사대와 공권력의 침탈을 막을 곳을 찾아서 도크 내 구조물에 쇠창살 치다 보니 – 본래 계획과 달리 – 너무 좁아졌다. 다리를 펼 수 있게 철창 아래를 잘라주겠다고 해도 유최안 부지회장이 거절했다. 하지만 유최안 부지회장은 0.000001%도 죽을 염려 없다. 살려고 하는 투쟁. 다함께 살려고 하는 투쟁이다. 안 죽으려고 들어간 거다.
권: 현재 투쟁을 끌어가고 승리하기 위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가?
김: 현재 투쟁을 전국적인 투쟁으로 만들고, 사회적인 연대로 확대해나가는 것이다. 7월5일 노조에서 7월23일 거제로 향하는 희망버스를 제안했다. 노조와 민주노총이 엄호하면서 힘을 실어줘야 되는 것과 별개로 바깥에서 사회적인 힘이 실려야만 윤석열 정부와 산업은행을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사이 사이에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결의대회도 잡을 것이다. 7월20일 금속노조가 6시간 파업권을 획득하여 지역별 결의대회가 예정돼 있는데, 지역별로 하지 말고 서울은 산업은행, 지역은 거제로 집결해달라고 제안한 상태다. 7월20일 이전엔 경남권 1천명 간부 대회를 열게 된다. 이미 6.29로 잡은 결의대회를 미뤄서 대우조선해양 파업을 엄호하기위해 우리가 요청하는 날에 잡기로 했다.
이렇게 노조의 결합과 확대로부터 사회적 연대투쟁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그리고 7월 23일은 희망버스와 노동조합이 결합해서 사회적인 투쟁으로 넘어가는 고리들을 연결시켜 나가려고 한다.왜냐하면 7.23 희망버스 그 날부터 대우조선 정규직들이 2주간 휴가에 들어간다. 하청 노동자들은 1주간 휴가다. 고로 7월 마지막주와 8월 첫주에 공장이 텅 비게 된다. 다른 노동조합들도 거의 다 휴가 기간이기 때문에 거제 전체가 휴가에 들어간다. 그 이전에 어떤 식으로든 뭔가를 해야 될 것 같다. 도크가 막히면서 내주부터 현장이 영향받으며 멈출 것같다. 사측은 공장 셧다운을 하거나 공권력 침탈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본다.
권: 7월23일 희망버스 발진 때까지 무슨 실마리가 보이나?
김: 보이나? 저는 아직은 실마리가 안 보인다는 생각이 들고, 우리가 또 무엇을 결정할지 내부적으로 이야기를 해봐야 되니까, 뭔가 실마리 보이면 좋겠지만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더 많고 그 대비를 해야한다. 중요한 것은 7명의 동지가 견뎌줘야하는데, 그것이 지금 관건이다. 그리고 가장 걱정되는 점이다.
권: 7월13일이 김지회장 3차 출석요구서 기한이다. 검찰이 바로 체포영장 발부하지 않고 3차까지 채우는 것도 좀 의외이기도 하고. 3차 출석 기한까지 산업은행등 움직임이나 노사교섭이나 접촉등이 있을까?
김: (웃음) 그 이전에도 경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계속 취소했다. 이게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게 윤석열이 검찰총장 되고 대선 출마설 이런 것들이 불거지면서 경찰에서는 작년 투쟁때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리고 윤석열이 정권을 잡고 비정규 투쟁하는 사업장으로 대우조선이 핵심적으로 오르면서 올해초 드디어 검찰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는데 그 때는 법원이 기각한 적이 있다. 지난해 23일 파업때 내가 크레인 멈추었던 일로 구속영장이 청구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계속 시도해왔다. 그리고 파업도 계속 했다. 이번 파업은 여론화되고 알려졌지만, 우리는 매번 이런 식이었다. 현장에서 공정 잡고 파업투쟁을 해왔다. 수년동안 해왔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현장 동력이 만들어져야했다. 작년 3월초 10일파업을 했고, 노조 500명 대오가 결집했다. 코로나19 동안 집회 인원수 통제에 아랑곳없이 유일하게 대규모 집결파업을 한 유일한 노조였더라. 정부가 방역을 핑계로 집회 인원 199명, 99명으로 제한할 때도 우리는 파업대오 500명을 모아서 결행했으니까.
권: 올해는 뭘 믿고 전면파업을 감행하자고 결의를 했나? 좀 돌려서 말하면 노조를 만든 과정과 조직화 과정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해달라.
김: 2014년부터 노조 만들 준비를 차근차근 해왔고, 2017년 노조를 만들었다. 조직을 만들 때부터 생산을 멈추고 파업을 통해 노동자의식을 고양하자라고 생각했다. 법의 맹점을 이용해 정규직화하고, 결국 나만 사는 투쟁은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게 했다. 노조를 만들고, 그 틀안에 안주하지 않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키워야한다고 봤다. 그 이전에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 노조가 아니라 하청노동자위원회라는 조직을 통해서 고공농성등 공중전을 해야만 했다.
처음부터 조합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사내하청노조로 하자는데 ‘거제통영고성’ 지역노조로 하자고 이름을 정했다. 이유는 조선업종이 이직이 많다. 기업들간에 이동도 많다. 넓은 의미로 노동자를 묶어내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지역지회로 발족했다. 거제통영고성 지역을 포괄하는 지역노조이므로, 이 지역 조선소 어디나 투쟁 벌어지면 노동자들이 요구하면 우리는 싸움 붙는다.
노조에 현장 노동자들의 가입도 중요하지만, 조합원들을 계급적으로 성장시키기위해 작은 투쟁부터. 모든 작은 일들도 조합의 이름을 걸고, 개인적으로 아닌 원청을 상대로 싸워왔다. 그 결과가 이번 파업까지 이어진 것이다.
권: 그 문제의식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대우조선에 하청업체가 90여개가 넘는다고 들었고, 대우조선 바깥에도 다양한 규모의 조선소들이 있는데, 그것을 대우조선 대기업 하나로 한정해버리면 사실상 노조는 그 기업안에 머물러 버리는 한계가 있지 않겠나. 자동차업종 사내하청 노조도 그런 한계가 있어보인다. 그렇다면 지역노조의 틀이 이번 파업에 어떤 식으로 역할을 했나?
김: 사실 이런 지역노조로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조선소 내에 업종이 매우 다양하다. 노동자들의 이익에 교집합이 많을수록 조직하기가 더 쉽기도 한데, 조선소의 다양한 업종의 노동자들을 그것도 지역을 아우르면서 묶는 것이 힘들었다. 그리고 이해관계를 갈라서 경쟁 붙이는게 자본의 특기인데 조선업종은 그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의 의식이 그대로 노동자들에게 침투된 곳이 조선업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업종의 차이, 업종간의 차별들도 조직화하는데 역이용했다. 왜 이런 차이, 차별, 경쟁체제가 있는지, 실제로 내가 그런 차별구조속에서 과연 이익을 보는지 고민하고 생각거리로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그리고 벗어나는 방법을 같이 강구해보자고 설득을 했다. 다른 직종들끼리 서로 다르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하나다. 완성된 배를 보면서 그 배를 만든 조선 노동자는 모두 하나라는 생각을 하자고. 자본의 논리대로 노동을 분업화하고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이익이라는 식의 달콤한 열매를 내놓지만 우리는 절대 그 열매들을 나눠 가지지 못한다고.
그런데 의외로 노동자들 중에는 그런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도 꽤 있더라. 내 일을 다른 이들에게 미루고 누군가는 더 일하게 하는 생산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었고.
권: 조선업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자동차와 비교를 많이 하곤 하는데, 자동차와 노동공정이 많이 다르지 않나? 자동차의 경우 탈숙련화-비정규직화와 자동화를 동시에 구축하면서 노조의 현장권력을 약화시켜왔다. 반면에 조선업종은 더 노동집약적이고 자동화가 상대적으로 드디고 미약한 반면 비정규직을 더 급속히 전면 도입하는 방식의 전략을 자본이 구사해왔다. 두 업종간 차이가 비정규 노조 조직화나 투쟁에 영향을 어떻게 미쳤다고 보나?
김: 결과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조선업종은 자동차만큼 기계화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컨베이어벨트처럼 움직인다. 단지 그 컨베이어벨트가 너무 크다보니까 컨베이어벨트의 공정 흐름들을 파악 못하는 거다. 일종의 인력의 컨베이어 벨트라고 할 수 있다. 모양만 다를 뿐 내용적으로 들어가보면 똑같은데, 조선소에서 컨베이어벨트의 역할을 하는 것이 트랜스포터다. 트랜스포터가 야드에 블록을 놓고 노동자들을 일을 하게 하고, 공정이 끝나면 그걸 또 끌고 다른데 가서 놓고, 이렇게 공정이 이어진다.
권: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자동차 업종의 컨베이어 벨트에 비교해서 조선소 노동자들의 관계나 현장권력의 성격등이 조금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김: 대우조선 공장이 백삼십만평이 넘고, 노동자들간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서 현장내 인간관계도 멀다. 그러니 의식적으로 묶어내는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의식적으로 조직해야한다.
알고보면 우리나 자동차나 결국 똑같다고 노동자들에게 말하면서 조직했다. 조선소의 경우 만들어내는 생산물인 배가 크고 노동자들간 물리적 거리가 멀지만, 알고 보면 자동차에 왼쪽 바퀴 오른쪽 바퀴가 있듯이, 우리도 큰 배의 좌현과 우현이 있다.
권: 조선업종에서 지난 5-6년간 비정규직 규모가 급속히 감소했다. 또 감소폭이 아주 컸다. 전체적으로 조선노동자 총규모 자체도 많이 감소했다. 이런 고용 불안정은 어떻게 노동자들과 노조에 영향을 미쳤나?
덧붙여 왜 조선업종은 비정규직화가 급속도로 전면적으로 진행돼, 비정규직이 80%까지 육박할 정도로 비정규 중심의 사업장이 됐을까? 같은 대기업 금속업종인 현대자동차의 경우 사내하청과 외주화를 병행하면서도 정규직을 일정규모 유지하려는 자본의 경향성이 있었고, 그에 따라 비정규직노조도 정규직 전환투쟁 중심으로 투쟁을 진행했다.
김: 이유는 비정규직 임금이 높았기 때문이다. 사실 한때 조선소들에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의 임금이 더 많던 시절도 있었다. 정규직들이 오히려 비정규직으로 넘어오려는 경우도 있었고. 일이 막 쏟아지니까. 물량, 일을 바로 바로 쳐내야하니까. 공장들은 많아지고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더 그랬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자기 공장 내에서 차를 만든다. 그런데 거제는 진짜 온 동네가 대규모부터 중소 규모까지 모두 조선소다. 일을 쳐내야하니까, 10만 원에 쓰던 사람들을 급하면 20만 원, 30만원에 부른다. 하청노동자들은 낮에 일하고 야간에 다른 데 한탕 뛰어서 일당 30만원을 더 받는다. 그런 일감을 “돌발”이라고 한다. 그리고 예전에는 사실 고용 안정면에서도 문제가 별로 없었다.
여하튼 조선소에서 인력 부족문제가 심각하다. 그리고 조선업종 자체가 경기를 심하게 타기도 한다. 결국 물동량 맞춰 고용 규모가 요동을 친다.
권: 그러니까 경기와 물동량에 따라서 사람을 확 늘려 뽑기도 하고 또 그만큼 또 빨리 잘라버리기도 해야하니까, 그런 업종에 가장 합당한 게 어쩌면 비정규 노동형태였고 정규직 노동은 어쩔 수 없이 경직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더이상 숫자를 더 안 늘려버렸다. 이것도 일종의 고용의 불안정 형태중 하나인데, 구체적으로 현재 대우조선의 정규직 비정규직 규모가 어떤가? 조합 가입율은?
김: 거제 조선업종 노동자 총규모가 지금은 3분의 1로 줄었다. 대우조선만해도 제일 많았을 때 거의 6만 명 가까이 됐었는데 지금 1만 8천명 남짓이다. 이중 현재 생산직중 정규직은 4700명이고, 이중 3분의 1이 ‘현장직’이다. 정규직의 다수는 사무 관리직이고, 실제 직접 생산직 정규직은 1500명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65%가 비정규직이다. 그중에 거통고조선하청지회에 가입한 대우조선 비정규 생산직이 500여명 정도 된다.
그리고 대우조선내에 대략 96개 사내하청업체가 있고, 이중 21개사업장에 조직된 우리 노조 조합원들이 올 6월 2일 파업을 시작하고 6월7일 전면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다른 공장에도 조합원이 있긴 한데, 그 곳들은 아직 조합원들이 결의가 조금 부족해서 아직까지 교섭을 못 하고 있는 데도 있고.
권: 조선소에서 정규직이 그렇게 소수화되면, 비정규직이 노조의 중심이 되고 결국 비정규 투쟁이 조선소 파업의 주력이 되고 생산을 중단할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이 되고 지금의 자동차보다 오히려 비정규 중심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만약에 잘 조직된 노조가 투쟁의 중심으로 서게 된다면 그럴 것이다. 조선 자본 역시 그런 노자관계의 취약성을 이해하고 있겠다. 그래서 이번 투쟁에서 물러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고.
김: 그래서 지금 회사 목적은 조선하청지회 노조를 깨자이다. 임금인상 30%를 요구해도 임금협상은 노사 단체교섭의 대상인데 회사가 아예 10%든, 뭐든 숫자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노조를 인정해야한다는 것이 자본으로선 제일 부담이다. 그래서 교섭도 못하고, 또 안하고, 계속 파업중인 거점을 침탈해왔다. 하지만 수백명이 몰려와 침탈해도 우리는 또 천막치고 또 천막치고 버텼다. 폭력사태 유발되도록 만들고 그것을 빌미로 공권력을 요청한다는 복안이니. 우리는 맞으면서 파업 거점을 사수해왔다.
언급하신대로 정규직은 향후 5년 정도 지나가면 아마 힘이 없을 것이다다. 대우조선도 지금 정규직 숫자가 이제 4천 대까지 내려왔고, 한 해에 500명씩 정도 퇴직하고 있는 반면 신규채용은 하지 않고 있으니까.
권: 조선업종과 자동차업종이 금속노조의 양대 기둥이고, 한때는 민주노조운동의 양대 축이기도 했다. 1994년 이전 전노협을 해소하면서 명분이 산별노조론이었고, 어떤 산별 노조 모델로 갈 것인가에서 금속노조의 조선노협과 자동차업종이 소산별과 대산별 논의를 각각 대표했다. 조선노협 중심의 소산별론이 대산별 주장에 꺾이면서 전노협이 해소되고 급속히 민주노총으로 재편되면서 사무직까지 포함한 하나의 노총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민주노조운동의 산별화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통일시켜나가는 실천과정이 없이 계속 무늬만 산별이었고, 산별화논의의 핵심이었던 금속노조의 경우 현대자동차 노조가 가입해 1노조가 된 것이 민주노총 창립 10년뒤인 2006년이었다. 그것도 금속노조 깃발 아래 사실은 기업 노조를 유지하는 방편로 삼기 위해서.
근데 조선업종의 경우도 87년 노동자대투쟁을 열어젖혔던 현대중공업의 정규직노조가 한때 금속노조에서 제명됐었고, 노사가 무쟁의선언으로 상생을 외치다가 몇년전 다시 금속노조에 들어왔다. 대우조선 정규직 노조는 어떤가?
특히 지난번 7월2일 민주노총 영남권 결의대회때 정규직 노조는 발언조차 하지 않았고, <새벽함성>이라는 현장 소식지에서는 심지어 자본과 조선하청지회 양쪽에 자제를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실었던데.
김: 솔직히 ‘민주노조’가 뭔지 모르겠다. 민주노조를 말하면서도, 이거 참 어렵네. 대우조선 정규직노조는 민주노총 소속이 아니었던 적이 없고, 집행부도 민주파가 당선됐다. 이번 집행부도 전국회의 소속이고 진보당과 가깝다. 그 직전은 현민투가 잡았었다. 언급한 <새벽함성>은 노조 소식지인데 그런 내용이 버젓이 실린다.
물론 우리도 원하청 연대 시도는 안한 것이 아니다, 했다. 원하청 교섭도 시도했고. 하지만 현대중공업등 원하청 공동투쟁의 예들을 보듯이 원하청 공동투쟁은 실패했다고 본다. 해서 우리 입장은 정규직 노조는 힘도 없고, 그냥 우리 투쟁에서 빠지고 훼방만 놓지말라는 것이다. 7월2일 결의대회때도 발언은, 하라고 시켜도 안 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안 시킨 거다. (웃음)
권: <새벽함성> 내용을 보면, 조선하청지회와 회사 양쪽에게 2만명 전체 구성원(?)을 생각해서 자제를 촉구한다는 내용이고, 이후에도 비슷한 입장을 계속 올리는 것 같은데, 그러면 그런 발언은 사실상 파업 파괴적인 행위다. 금속노조에서 이를 방관만 하고 있을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우조선 지회는 7월10일에는 조선하청지회에 7월12일까지 농성을 풀고서 업은행을 상대로 함께 싸우자라는 제안을 <새벽함성>에 실었다. 대우조선 지회 소속이기도 한 일부 대의원들은 조선지회에 대해서 비정규 파업을 정리하지 못하면 탈퇴하겠다고 압박을 가하는 한편, 파업농성장과 고공농성자들에 대해 물리적으로 파업 파괴행위를 서슴치 않고 공개적으로 지속하고 있다.)
권: 요구 조건과 투쟁방식과 관련된 두가지 이슈를 질문하려고 한다. 지금 하청지회 제안은 하청 집단교섭단을 만들고 하청업체와 집단교섭을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파업의 쟁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30% 삭감된 임금의 회복 인상이다. 그리고 이것 역시 하청업체들과 집단교섭단을 만들어 교섭하여 타결하고자 한다.
반면 지금껏 대부분의 비정규투쟁은 불법파견 투쟁과 원청을 상대로 한 정규직 전환 투쟁이었다. 현대기아차 사례에서 보듯이 불법파견투쟁은 결국 조합원들만의 정규직 전환이었고, 그들이 떠난 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져 비정규직 철폐는 요원했다. 또한 오히려 ‘불법파견’을 문제삼는 투쟁 덕분에 근로자파견법이 오히려 제도적으로 공고화된 측면이 있다.
그동안 나는 이런 점들을 토론회등에서 꾸준히 제기하고 비판해온 연구자이자 활동가 입장에서 이번 조선하청지회 투쟁이 반갑기도 했고, 그 요구가 맞다고 본다. 하지만 하청업체와의 집단교섭은 하청업체와의 관계, 원청이 아닌 하청 고용주를 인정하는 문제,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을 고착화하는 또다른 투쟁이 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구심도 있을 수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 많이 이야기한다. 하지만 형식이나 이런 것들이 내용을 앞설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형식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다 미리 상정할 필요 없고, 얼마나 자신의 계획을 갖고 투쟁할 수 있을 만한 의지를 갖고 있느냐 그리고 그것을 위해 노동자들이 얼마나 의지를 모아내냐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정규직 그것들은 사실 형식의 문제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예전에 조선소의 경우 정규직들이 비정규직 되려고 막 하던 시절도 있었고. 이게 사실 자본이 만들어놓은 구별이다.
사실 저 역시 금속노조에 가서 항상 이야기 하는 게, 이제 불법 파견소송 좀 그만하자고, 돈과 시간이 더 들더라도 노동자들을 스스로 싸우게 만들어야 되고 그 싸움 속에서 노동자들의 계급성이 생겨야하고, 그래야지만 노동자들이 사회적 문제까지 나아간다고. 또 파견법을 없앨 생각을 안 하고 왜 불법파견 소송을 하냐고, 자본가들이 만들어놓은 법 테두리안에서 왜 우리가 신분 상승 투쟁을 하냐고 이것이 말이 되냐고. 파견법 없애는 투쟁을 해야된다고.
그래서 우리는 불법파견 투쟁 안 한다고 말한다. 파견법을 없애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되겠냐? 우리한테 힘이 있어야 된다, 그러니까 어떤 힘이냐면 현장을 멈추는 힘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 현장에서 생산을 멈추는 힘이 생기면 파견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못한다, 그게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결국에는 파견법은 사장될 거다라고.
권: 제가 그동안 투쟁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에게서 듣고 싶었던 이야기다. 불법 파견은 파견이 불법만 아니면 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비정규투쟁은 불법파견투쟁이었고, 정규직 전환 투쟁이었는데, 소송에 다 이겨도 몇년을 끌다가 노동자들이 지칠대로 지칠 때쯤에 회사는 자연 결원 부분을 중원한다는 명분으로 비정규지회 조합원들을 정규직화 시켰고, 그 자리를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이 채웠다. 결국 “비정규직 철폐” 구호와는 아주 먼 결과를 낳았다.
김: 우리도 정규직화 투쟁을 하긴 한다. 올해 지금 산업보안부 요원들 5명이 정규직화 투쟁을 해서 이겼다. 정규직 된 다음에 우리 노조에 있을 수 없고 정규직 노조로 가라고 하는데 가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 노조로 가는 자체가 의미가 있고, 가는 자체가 뭔가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가라고 했다. 불법 파견 문제로 우리가 만약에 투쟁을 만들어낼 수 있고 노동자들에게 뭔가 다른 것들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고 내가 계급적으로 어떤 위치인가를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하면 할 수도 있다.
내 말은, 투쟁을 고정화시켜 정량화시켜놔가지고 투쟁하지 말자는 것이다. 현장에서도 그런 게 사실 보인다. 현장에서 항상하는 얘기인데, 우리의 투쟁이 올라가면 본질이 드러나게 돼있다. 아무리 불법파견이니 이야기해도 안 드러난다. 항상 회사가 하는 얘기가 있지 않냐, 당신들하고 우리는 근로관계가 없기 때문에라고. 하지만 우리가 투쟁에 돌입하고 투쟁이 올라가면 그 본질은 드러난다. 진짜 우리가 막 투쟁하니까 저들 원청이 직접 지시를 내리고, 급하니까 막 하청업체 직원들한테 바로 지시를 내리고.
우리가 노조 만들고 나서 계속해서 회사한테 얘기를 했다. 우리는 불법파견 소송 안 한다 내가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회사는 계속해서 우리가 불법파견 소송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계속 불법 파견의 소지들을 없애더라.
결국 비정규노동이 문제다. 그 본질을 세상에 드러내게 하려면, 자본이 스스로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게 하려면 불법파견투쟁 아닌, 우리 비정규 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자본을 폭로해야한다 .
우리의 투쟁이 격렬하면 격렬해질수록 자본이 직접개입할 것이고. 그렇게 비정규직 노동의 본질이 날 것그대로 드러날 것이다.
권: 아까 했던 두번째 질문인데, 지금 대우조선 원청이 아닌 하청회사들 21개를 상대로 임금 30% 인상 요구 투쟁을 하고 있는데, 교섭의 방식은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건가? 교섭 테이블의 반대편에 앉는 자가 누구냐는 비정규투쟁과 노사교섭에서 중요하고 예민한 문제다. 또 조선소내 업종의 차이가 큰데 교섭에서 이는 어떻게 하려나?
김: 회사는, 즉 하청회사들은 개별교섭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직종별로 업체 대표를 뽑아와라 그랬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도장 쪽이면 도장 쪽에 있는 업체들 중에 대표를 한 명 뽑고, 용접에 있는 업체들이 10개 있으면 이 중에 대표를 한번 뽑아서 내보내라 요구했다. 노동조합도 우리 교섭위원들을 직종별로 대표를 뽑아서 교섭단을 구성한다.
업종들의 차이과 구별이라는 것이 결국 자본의 갈라치기다. 하지만 직종별로 임금이 별 차이가 없고 거의 다 똑같다. 그래서 집단교섭을 하고 직종내 차이와 직종간 차이를 계속 좁혀나갈 것이다.
권: 87년 노동자대투쟁이후 휩쓸었던 ‘임금인상투쟁’이라는 것이 실종된지 오래됐다. 임금인상투쟁은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 구호로 대체됐고, 정규직 노조들은 노사 밀실교섭을 통해서 비정규직의 노동착취로 자신의 임금을 보전하거나 일부 인상하는 길을 택했다. 결국 정규직 비정규직 양자에서 모두 임금인상 투쟁이 실종된 것이다.
하지만 대우조선에서 조선하청지회의 파업은 정규직의 ‘고용의 방패’, 임금의 지속적인 하락, 병영같은 공장, 열악한 노동조건속에서 소극적으로 다른 업종으로 떠나고 물러나는 개인적인 저항일뿐인 ‘대퇴사’가 아니라 사라진 임금인상투쟁, 그것도 모든 노동자들을 위한 임금인상 투쟁을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사파기금의 6월 23일 성명서). 이런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 어떻게든 보면 투쟁이라는 것도, 우리는 그냥 계급이라고도 하지만 사회적 정세라는 게 있기 때문에 이렇게 했을 때 시민사회라든지 전체가 어떠한 태도를 보일까 어떤 입장이 목소리가 나올까 이런 것도 고민해야한다. 이번에 30% 임금인상을 하면 구조조정전인 2016년 수준으로 가는 것이다. 그때 임금이 연 3천만 원 넘었었다. 잔업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것 포함해서 3천만원 넘었었다.
그리고 30% 임금인상이라고 하면 우리는 전체 노동자를 다 의미하는 거다. 당연히 다른 노조나, 조선하청지회에 가입되지 않은 비정규 노동자에게도 동일하게 혜택이 돌아간다. 하지만 이렇게 결정하고 실천하는 데 힘들었다. 예를 들면 조합원들이 이렇게 말한다. 우리 것만 올려달라고 하면 빨리 끝날 것 같은데 노동조합에서 왜 다 올려달라고 해서 시간을 오래 끌고 있냐? 뭐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있고. 사실은 그걸 설득하는 게 굉장히 쉽지 않았다.
권: 사라진 임금 인상 투쟁을 전면적으로 살려냈다는 것과 임금 인상 30%라는 게 모든 노동자들 포함하고, 무임 승차든 뭐든 함께 간다라고 한 것은 정확하지만, 실천목표로 잡기 쉽지않다. 요즘 그런 노조가 많지도 않다.
김: 우리는 원래 그래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조선소에 일하는 이주 노동자부터 모든 노동자들까지. 또 여성 노동권 차별을 없애야 된다고 계속 이야기한다.
권: 6월2일 파업 돌입이후 파업에 참가하는 조합원들은 늘었는지 줄었는지? 그리고 파업노동자들은 공장 안에서 뭘 하는가? 매일매일 어떻게 파업을 진행하고 있나?
김: 6월 2일부터 파업 시작해서 약간씩 전술의 변화도 있고 8개 거점에서 3개의 거점으로 이동했다. 지금은 1도크 안의 7인의 농성노동자들을 사수하면서 거점 집중 투쟁중이다.
파업 참가 인원은 줄었다, 이제 줄어들 만큼 줄어들었다. 더 늘어나야한다는 생각은 안 했다. 올 사람 다 왔고, 더 할 사람도 없고 이제 끝까지 갈 사람들이 다 남았다.
아침에 출근하면 7시까지 다 모여서 출근 선전을 잠시 짧게 하고, 제가 밖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조합원들이 나를 데리러 나와서 겅비들을 뚫고 함께 들어간다. 이후 현장 동지들과 간략하게 집회하고 조별로 계획들 전달하고 여러 의견들 공유하고 조별 활동 하고, 그리고 좀 쉬었다가 점심 먹고 조별 교육하고 토론도 하고 선전전하고 이렇게 한다.
권: 7일 2일 민주노총 영남권대회를 거제 대우조선 앞에서 열기까지 좀 시끄러웠는데 어떻게 관철했나?
김: 제가 공개적으로 제안을 했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처음에 상집 회의에서 이렇게 한번 해보려고 했는데, 산별 대표자들이 거부하고 논란이 많아서 안 되겠다며 위원장이 영남권 집회를 취소하고 서울에서 집중하는 걸로 결정했다고 해서, 제가 서울로 급히 올라왔다. 올라와서 중집 성원들 있는 데서 무조건 내려와야 된다고 이야기를 했고.
산별 대표자들 설득이 안 된다 그런 얘기를 하길래 당연히 설득 안 되지, 위원장이 한 번 현장에 내려와가지고 이 현장을 보지도 않았는데 설득이 어떻게 되겠냐, 와서 직접 봐라 직접 보고 내가 직접 보니까 어떻더라고 이야기를 해야지 설득이 되든가 말든가 할 거 아니냐고, 한번 내려와 보지도 않고 이런 얘기를 하느냐, 당장 내일 내려와라 제가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권: 7월 2일 민주노총 영남권 결의대회 집회할 때 시내에서 집회를 열었다. 공장 안에서 파업중인데, 연대집회는 공장 밖, 도크의 농성자 7인도 볼 수 없는 곳에서 집회하고 끝내는데 대해 말들이 나오기도 했고. 그 날 집회후 행진이 끝날 때 왜 안으로 들어가 진격이라도 해보지 않았느냐는 말들이 나왔고. 그 날도 어서 갑시다 하고 지회장이 정면에서 외치는 장면으로 끝나버렸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공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가능한가?
김: 가능하다. 공장으로 밀고 들어가면 된다. 근데 그 때는 제가 참았다. 아니 하지 말자고 하지는 않았고. 제가 사실 그날도 대오 다 일어나라 그래가지고 같이 들어가자고 같이 하려고 했지만 안했다. 또 6월 24일 금속 결의대회 할 때도 제가 바깥에서 하지 말고 내부 집회를 하자 제안했었다. 그런데 대우조선 정규직 노동조합에서 굉장히 곤란해 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어쨌든 대표자와 위원장등 일부만 들어가는 걸로 정리했고. 7월2일에는 대표자들 자리에 앉지 않았고, 그날 발언할 때도 그 얘기를 했다. 우리 다음에는 꼭 안에서 만나자고.
권: 여전히 투쟁과 연대 사이에, 혹은 단위 노조의 파업과 민주노총의 단결력 사이에 갭이 있다. 1m짜리 케이지에 들어가서 자신을 가둔 노동자와 도크 벽 고공에 점점이 박혀 있는 노동자 6인등 이 정도로 절박한 투쟁을 하고 있는데 그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모인 대오가 그 절박함을 따라가지 못하는 갭이 있어보인다. 그래서 집회를 어떤 방식으로 할 거냐가 이제부터 더욱 고민이 돼야 되는 부분이라고 본다.
또 하나는 시간이 문제인 것 같은데. 김지회장 3차 출석요구 기한이 7월13일이고, 7월23일 희망버스가 발진한다. 향후 싸움을 어떻게 만들어가야할까?
김: 저는 누가 중심에 섰냐, 누가 이 투쟁을 가져가서 끝까지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해가지고 시민 사회가 함께 붙고, 이런 거 아니면 금속 중심으로 민주노총이 이 투쟁을 안으면서 시민사회단체가 옆에서 같이 어우러지고 이런 것보다도 그냥 한 목소리로. 그게 하나의 이름이든 공동의 이름이든 나열되어 있든 그런 건 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권: 2011년 희망버스가 발진한 한진중공업도 조선소인데 2022년 대우조선해양도 조선소다. 이번에는 비정규 노동자의 조선소 점거파업이고, 사라진 임금 인상 투쟁을 제기하면서 코로나19 국면의 윤석열 정권하 노동 정세를 돌파하는 중요한 투쟁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희망버스를 띄워야 할 절호의 기회다. 그것도 그때 희망버스의 정신을 살려서 띄워야 한다고 본다.
거제 대우조선을 바라보고 있는 노동자들과 연대자들에게 한마디, 연대에 대한 메시지라고 할까 한마디 부탁한다. 어떤 연대를 바라는지 혹은 어떻게 연대해 주기를 제안해도 좋고.
김: 우리가 하고 있는 투쟁에 단순히 그냥 연대를 하고 내가 이걸 도와주는 게 아니고 자신이 바로 당사자가 됐다, 그렇게 생각하면 좋겠다. 누군가는 곧 우리가 될 것이다. 이 문제가 바로 내 가족의 일이고 우리 사회의 일이니까 그 일원으로서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
권: 2011년 2차 희망버스 타고 올라오면서 제가 사파기금을 만들자 제안할 때 문제의식이 바로 그랬다. 시민이 노동에게 연대해 주는 게 아니라 노동하는 사람들끼리의 노동하는 사람들의 수평적 연대가 되어야 한다. 그게 사회적 연대의 의미다라고 생각을 했다. 대대적인 희망버스가 이번에 7월23일 발진하길 바라고, 단지 “다시한번 2011년이여!”가 아니라 이번 파업투쟁에 대한 연대를 통해서 노동중심의 연대세력을 구축하고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 왜 그러지 못할까를 항상 고민했다. 근데 우리는 한 발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걸 갈구하고 그 투쟁을 기다리던 동지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느꼈다. 금속노조 안에서도 그러한 투쟁들, 그냥 힘 있는 어떤 것들, 막 가슴 속에 있는 것들을 소리치고 말하는 투쟁들을 해보고 싶어 하는 동기들이 강하다는 것들을 느꼈고. 근데 누군가는 그런 투쟁을 하려면 감수해야 될 것들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감수할 각오로 투쟁을 선택했다.
권: 맞는 말이다. 당사자가 스스로 싸우려고 하고 누군가에 기대서 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싸워서 내가 만들어 나간다라고 하는 게 먼저일 것 같고, 그게 있을 때 연대도 확장되는 것 같다. 사실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왜 연대가 쪼그라들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을 한다, 노동자 투쟁이 전망이 없다라고.
예컨대 비정규직 투쟁도 결국에는 자신이 정규직 되고서 투쟁도 사라져 버렸다. 그렇다면 비정규투쟁과 비정규 노동운동은 스스로 사라지기 위한 투쟁을 하는 것인가 라는 문제의 지점이 있다. 과연 비정규노조운동의 전망은 무엇일까라는 고민도 게속 해야한다.
김: 운동도 투쟁도 전문화된 것 같다. 왜냐하면 투쟁을 하면서 제일 먼저 듣는 말이, 소위 선수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뭐부터 이야기하냐면, 출구 전략이 뭐냐라는 얘기부터 한다. 그런데 나는 출구 전략이 없다. 계속 이 투쟁하면서 마지막까지 이미 이 생각을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고 그에 대한 가장 완벽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었고. 그래서 우리가 허락하지 않으면 절대로 끝나지 않는 투쟁을 만들어낼 거다, 그걸 우리가 할 거다라고 얘기를 한다. 그럼 우리가 허락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 투쟁 이게 뭘까, 어떤 투쟁을 나는 하면 될까. 소위 말하는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된다는 압박 없이 우리 스스로가 결정해야한다라고 생각한다.
권: 근 2시간에 걸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파업투쟁으로 매우 바쁜 일정속에서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의 <사파동행>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다. 건투를 빈다!
– 끝
“이 대담은 민중언론 참세상에 7월13일자 공동게재됐습니다” 참세상 기사게시판 :: 기사 :: “7.23 대우조선 희망버스, 사회적 연대투쟁의 연결고리 될 것” – [대담] 대우조선 비정규 파업투쟁의 지도자,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노조 지회장 (newscha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