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뎡야핑입니다.
가자지구에 보낼 긴급 생계지원 모금함에 사회적파업연대기금에서 후원해 주셔서, 모금 주최 단위 중 하나로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지적하듯 지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이스라엘 점령군이 가하는 폭격 때문만이 아니라, 음식과 물, 전기와 연료, 의약품 반입 금지가 초래한 굶주림과 추위,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지점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사파기금을 비롯한 149개 단체가 공동주최로 함께 하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에서 가자지구 긴급 지원 모금함을 열게 됐습니다.

모금 실무를 주관하는 ‘사단법인 아디’는 팔레스타인 현지 단체들의 사업을 지원하는 활동을 전문적으로 해 왔습니다. 이번 모금 지원도 전에 사단법인 아디에서 함께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으며 팔레스타인 사회 내에서도 신망이 높은 ‘팔레스타인 여성위원회 연합’ 가자 지부에서 수행할 예정으로, 현지 통신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 속에도 정기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한국 뉴스에서 하도 팔레스타인을 “분쟁 지역”이라 부르다보니 가자지구는 원래 그런 데 아닌가, 하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스라엘 점령군이 2007년 가자지구 육해공을 봉쇄해 지금까지 현대사에서 가장 긴 봉쇄를 이어오고 있고, 의약품과 모든 물자, 사람의 출입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가자지구에서의 삶이 황폐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2008년부터 이스라엘 점령군은 일상적인 폭격에 더해 주기적으로 대규모로 가자지구를 침공했기 때문에 가자지구의 산업도 파괴되고, 실업률도, 빈곤율도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어려움속에서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서로의 삶을 돌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은 반 세기 넘은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에도 결코 사회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았었습니다. 10월 7일 이전까지는요. “역사상 가장 극심한 민간인을 징벌하는 군사작전”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미국산 폭탄에 마을들이 통째로 사라지고, 같은 성씨를 쓰는 일가 친척이 100명씩 동시에 살해되고 있는 현재, 가자지구가 맞은 위기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미 어린이 8천여 명을 포함해 2만명이 살해됐습니다. 주민 100명 중 한 명이 살해된 것입니다. 이스라엘 점령군이 가자지구 봉쇄를 해제하고, 집단학살을 멈추게 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스라엘에 가자 침공을 중단하라는 전 세계 시민들과 함께 긴급행동에서도 격주 일요일마다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고, 매일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는 등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막기 위해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매일 출근하고 학교에 간다는 일상이 완전히 파괴된, 인구80%가 강제이주당해 피난민으로 지내며, 하루 수백 명씩 점령군의 폭격에 목숨을 잃고 있는 가자지구의 재앙적 상황에 전 세계의 지원과 지지가 절실합니다. 이번 모금은 그런 절실함에 대한 응답입니다.

가자지구는 우주에서 볼 때 이제 색도 질감도 다르다고 합니다. 완전히 파괴돼 잿빛으로 폐허가 되는 지역이 지금도 매일같이 늘고 있습니다. 구글 노동자들은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집단학살이 인류 역사 최초의 인공지능에 기반한 집단학살이라고 규탄합니다. 이스라엘 점령군은 자국 무기의 고도의 정밀성을 자랑하면서, 의도적으로 민간시설을 무차별 폭격했습니다. 그 결과 이슬람국가(IS)에 맞선 미국 주도 연합군이 벌인 전쟁 3년 동안 살해된 민간인보다 70여일간 이스라엘 점령군에 살해된 민간인이 더 많습니다.

이스라엘 노총 ‘히스타드루트’ 위원장은 지난주 이스라엘의 주요 무기 회사인 엘빗 시스템스와 IAI의 공장을 방문해 가자지구 폭격에 사용될 포탄에 이렇게 썼습니다. “이스라엘 국민은 살아있다. 히스타드루트와 이스라엘 노동자들의 인사를 보낸다.”
팔레스타인 노총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군사점령의 오랜 파트너로 기능해 온 이스라엘 노총과 나아가 점령국가 이스라엘을 보이콧해 식민지배를 끝내게 강제해 달라고 전 세계 노동 운동에 오랫동안 호소해 왔습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팔레스타인의 연대 요청에 응답해 왔습니다. 특히 2021년에는 샌프란시스코 교육공무원 노동자들과 구글/아마존 노동자들이 응답해 각자의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미국 최대 노조 중 하나인 전미자동차노조가 이스라엘에서의 투자철회를 위해 팔레스타인 연대 실무 그룹을 구성했습니다.

이번 지원이 사파기금을 비롯해 한국의 노동운동 진영이 팔레스타인과 더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연대 관계를 맺을 계기가 되길 소망합니다. 고맙습니다.

2023. 12.25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긴급구호 모금캠페인 참여하기: https://box.donus.org/box/adians/Gaza_F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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