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사파포럼, “박근혜게이트와 노동자정치투쟁”(2016.12.27.)
어제 12월 27일. 사파기금의 2016년 마지막 행사인 사파포럼이 오후 7시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자리가 거의 차고 벽쪽에도 앉을 만큼 성황을 이룬 자리였다. 그리고 토론회의 진지함과 열기는 더욱 강렬했다. 정말 가장 적절한 시점에 가장 필요한 기획에, 가장 적합한 사람들이 모여서 진행한 토론회가 아니었나 라는 자평을 뻔뻔하게 해본다.
포럼의 제목은 “박근혜게이트와 노동자정치투쟁”이다. 박근혜게이트 속에서 ‘노동자정치투쟁’의 의미와 활동을 평가해보는 자리다. 달리 말하면 이른바 촛불과 노동의 조우 가능성에 대한 토론이기도 했다. 과연 촛불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과연 촛불과 노동은 서로 만날 수 있을까? 노동이 촛불을 들었듯이, 촛불은 노동의 구호를 함께 외칠 수 있을까? 왜 그렇지 못할까? 어떻게 하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까? 이것이말로 현재 투쟁의 규모와 에너지에 비해서 터무니없는 ‘조기탄핵(혹은 즉각퇴진)’의 현주소 속에서, 박근혜 이후를 향해 체제와 구조의 변혁을 위해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해서 “가장 적절한 시점에 가장 적절한 토론회”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적합한 사람들”인 이유는 이번 사파포럼은, “최소 1년에서 10년까지 투쟁에 지치고 고립된, 상처받은 투쟁사업장들이 모여서 자신의 투쟁을 넘어서 ” 노동탄압 민생파탄 박근혜 퇴진을 위한 공동투쟁’을 결성했는데, 그들과 사파기금이 공동주최했기 때문이다.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약칭)은 지난 11월1일 박근혜게이트가 터지자 마자 가장 빠르게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앞에서 시국농성을 시작했고, 이제 58일째다. 주말마다 촛불의 한켠에서 피켓팅을 하고, 매일의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적게 나타날 때도, 촛불을 꺼지지 않게 지켜왔다. 그리고 사파기금의 연대자들은 처음부터 그들의 투쟁에 주목했고, 두달간의 촛불집회속에서 노동의 목소리를 확대하기 위해서 애써왔다. 그들 노동자들과 연대자들이 어제 함께 모여서 현 시국속에서 정치적 민주주의와 노동자투쟁, 개별 사업장 노동자 투쟁과 정치적투쟁(박근혜 게이트)의 관계, 그리고 촛불에 대한 복잡한 심경과 평가들을 쏟아냈다.
여하튼 패널들은 정말 적절하게 구성된 것 같았고, 자료집은 훌륭했다. 간결하고 평이한 언어속에서 노동자들이 박근혜게이트와 현 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떻게 싸워왔으며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보여주는 참으로 귀중한 자료집이라고 자부한다. 꼭 읽어보면 좋겠다. 청중으로 참석했던 민주노총 양동규정치위원장 말에 따르면, 최근 시국 토론회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좋은 내용으로 활발한 토론을 해서 인상적이었다고 할 만한 토론회이기도 했다.
토론회는 먼저 공투의 공동소집권자인 김혜진님의 여는 말로 시작했다. 김혜진님은 구로동에 남은 전노협 사업장인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전 분회장이다. 이제 그 공장은 노조(상급단체)와 회사의 합의로 파괴되고 사라졌다. 김혜진님등 2인은 여전히 그 합의에 동의하지 않고 투쟁중이다. 개별사업장 싸움에서도 지쳤을텐데 공투를 위해서 가장 열심히 움직이는 이다. 또한 갑을오토텍 @이재헌지회장의 기금 지원 감사 인사말도 들었다.
그리고 패널 토론문을 하나씩 소개하고자 한다. 길지만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기에…
공투 공동소집권자이자 아사히글라스노조 지회장인 차헌호지회장은, 공투가 내걸었던 “대통령 퇴진투쟁”에 대해 올해 5월초만해도 싸했던 노동내부 주류의 분위기를 한 컬럼을 예로 들어 소개하면서, 그러나 지난 11월 가장 먼저 시국농성을 시작한 것을 “가장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후 과정을 보면 “시민들은 온갖 아이디어로 박근혜 정권을 조롱하고 묘사하는 촛불집회를 만들어갔지만, 노동자들은 깃발만 앞세우고 단순참가하는 수준으로 ‘박근혜 퇴진’에 갇혀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하고, 이는 그동안 “노동자 정치가 실종”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덩그러니 남아서 투쟁하는 상황”이 되지 않기 위해, 노동의 구체적인 요구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 지금이라도 계획을 세워야한다고 제안했다.
평이하고 소박한 언어로 그러나 핵심적인 내용을 발언해 주목을 끌었던 김혜인 하이디스 평조합원의 토론문. 그는 “박근혜정권 퇴진”이 적힌 몸자보를 입기 싫었다고 했다. 입지 않았다고 했다. 정리해고 절회하라는 구호에는 무관심한 시민들이 이 몸자보엔 너무 지나친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부정적인. “너희 빨갱이년들 물러가라”는 말은 무서웠고, “박근혜가 퇴진하면 너희들 인생이 뭐가 바뀌냐:”는 말에는 자신도 답을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동투쟁 속에서 하이디스의 투쟁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박근혜 게이트후 시국농성이 시작되자 고이 모셔만 두었던 몸자보를 꺼내입었다고 했다. 차갑기만 하던 시민들이 갑자기 “우리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주고”, “우리끼리 외치던 박근혜퇴진의 구호를 온 국민이 함께 외치게 될줄은 몰랐다”고… 하지만 지금은 “힘이 빠진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때에 노동자 투쟁을 알리고 문제를 폭로해야 하는데, 자꾸 우리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민주노조 사수야말ㄹ “시민들이 진짜로 외쳐야할 구호”가 아닌가 반문했다. 해서. 노동자 시국농성처럼, 앞으로 시민들이 노동자로서 구호를 외칠 수 있도록 “준비된 투쟁”이 필요하다고 마무리했다.
이 얘기는 그대로 김영아 사파기금 운영위원이자 다산콜센터 초대지부장의 발언으로 이어졌다. “박근혜는 억울하고, 촛불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대규모 촛불집회에서 소외된 노동자” 투쟁속에서, 정작 정권을 “사유화한” 자본을 겨냥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석(Seok Kim) 민주노총 기획실장은 이날 토론회가 많이 부담스러웠을 것같다. 민주노총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타를 도처에서 듣고 있기에, 더구나 사파기금과 투쟁사업장 공투가 함께 하는 토론회에 발표자로 나서는 것의 부담감은 배가된다고 웃으면서 운을 뗐다(사파기금의 ‘악명’이 좀 높다 민주노총에서~ ). 그는 민주노총의 최근 정세분석을 소개하고, 앞으로 노동등 조직대오와 촛불을 갈라치기하고, 투쟁의 성과를 제도권이 독점하고 주도권을 관철하려는 시도앞에서, 민주노총이 할 역할에 대해서 조심스레 개진했다. 2017년 “대중의 사회경제적 요구들이 분출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노동에 대한 고통전가도 이뤄질 것이다. 사회적 합의가 시도될 가능성도 높다. 2017년에 “비정규직 철폐와 최저임금 1만원, 재벌체제의 타파, 공공서비스의 강화, 노동악법철폐와 노동법 전면개정”을 목표로 걸고, 대안 의제 전면화와 노동자민중 정치적 진출의 기반 구축, 조직노동과 미조직대중의 결합으로 전사회적 전민중적 전선 구축등을 방향으로 제시했다.
플로어의 토론들도 못지 않게 훌륭했고 의미심장했다. 다 스케치하긴 힘들고, 아사히 노동자 송동주님의 말. “노동자들에게 이것은 ‘게이트’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들에게 체제는 ‘박근혜 게이트’ 이전의 문제다. 그리고 그런 구조와 체제에 대해서 잊지말고 계속 싸워야한다”.
포럼의 발제자들과 노동자들은 촛불에 가려진 노동의 존재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얘기했듯이 노동자들은 현실적이었다. 쓸데없는 희망을 품지도 않았고, 정치인들 선무당의 작두놀음에도 현혹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또한 노동의 입장에서 촛불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마지막의 얘기를 민주노총과 조직노동은 과연 얼마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
좌장으로서 마지막 정리발언하면서 이리 말했다. 현단계의 투쟁이 다음 단계의 가능성과 한계가 된다. 촛불로 상징되는 ‘박근혜 퇴진’ 투쟁은 가능성도 있었지만 한계도 노정했다. 그리고 노동자운동/민주노총도 그에 대해서 한계를 보였다. 퇴진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은 그 점에서 틀린 말이다. 그것은 단계론이 아니다. 지금 퇴진투쟁을 어떻게 하고, 어떤 내용을 실어서 실천했는가가 그 다음의 ‘이후’에 대한 방향타를 제시하고, 가능한 조건을 여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정세분석은 그 점에서 조금 안이하다. 민주노총이 말하는 ‘노동개악 저지’는 결국 조직노동을 사수하고 보호하는 투쟁이기 십상이다. 그리고 ‘적폐청산’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사회의 문제는 박근혜가 벌인 적폐가 아니라 연속적인 문제였다. 촛불에는 중산층도 있지만 동시에 사회경제적인 박탈감과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서 반감과 분노, 그리고 진입이 거부당한 쳥년 노동자들, 그리고 촛불집회에도 나오지 못하는 더많은 노동자들의 존재가 아른거린다. 그들이 진정 민주노총이 함께 해야할 ‘촛불’이고 그들의 요구까지 받아 안으면서 ‘사회적 총파업’을 해야하지 않을까… (뭐 말하자면 이런 취지의 발언인데.. ㅎ)
그렇게 열띤 토론회는, 다음 일정에 쫒기듯이 시간을 아쉬워하면서 끝냈다.
아무래도 2차 토론회를 해야하지 않을지 싶다.
이어서 2016년 사파 송년회가 ‘투쟁사업장 공투’를 초대하여 진행됐다.

제14회 사파포럼, “박근혜게이트와 노동자정치투쟁” 토혼 현장 사진 앨범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