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노동의 만남, 연대는 어떻게 가능한가?
지난해 12월의 계엄은 우리 사회가 실체적인 ‘민주주의’에 대해 얼마나 눈감고 있었는지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희생과 투쟁에도 불구하고, 현재형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노동’은 여전히 외면하고 젖혀놓은 ‘남의 일’로 치부되곤 했다.

민주주의의 광장과 노동운동의 만남은 아주 우연하게, 예상치 못하게, 그러나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이뤄졌다. 전농의 트랙터 시위가 경찰에 가로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되자 아무런 연고도 없던 수많은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남태령 시위대’로서 여러 이름과 별칭들을 얻었다. 그리고 그들은 남태령을 넘어서 노동투쟁에 대한 현장 연대자로 거듭나고 있다. 그들이 있어 외롭게 고립된 노동자투쟁에 아연 활기를 띠고 있다. 그들의 존재에 기대어 고공농성을 하고, 투쟁의 폭을 넓히고 있다.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와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현장의 노동자, 노동 연대자, 그리고 남태령의 시위대가 한자리에 모여서 민주주의, 노동, 그리고 연대가 우리 사이에 어떻게 가능한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익명의 개인이 광장과 투쟁현장의 연대자로 나서게 되었는지 그 경험들을 서로 나누고 미래를 기약하고 그려 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지난 2월 8일 서울 용산구 건치 사무실에서 열린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사회적연대파업기금 공동주최 민노연 민책클럽의 북토크 좌담회에는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60여명이 신청하여 현장과 줌으로 참석하였다. 의자가 모자랄만큼 빼곡이 채운 자리는 뜨거웠다. 참석자들은 압도적으로 남태령-노동연대자들이 많았고, 연대자들, 연구소와 연구자들, 언론 약간명이었다. 남태령연대에 관심을 쏟고 있는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참가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1부. 북토크는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의 인터뷰 참여자인 나윤옥(한화오션 노동자,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님과 권영숙 소장의 좌담을 50분 진행하였다. 이어 2부 집담회 ”남태령X여성X노동자- ‘다시 만난 세상’에서, 광장의 여성과 노동이 만나!”에서는 남태령을 넘어 노동연대하고 있는 최다한(루나틱), 베라, 그리고 나윤옥(한화오션 노동자), 최도은, 임정득 (민중가수)님이 참석하고, 권영숙 소장이 패널이자 좌장의 역할을 맡았다.

이날 행사는 ‘이론’과 ‘정책’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서로 만나고 이야기하고 서로를 차별하거나 혐오하지 않고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중요한 화두는 우리는 누구이고, 우리는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 것인가였다. 우리는 이 만남들이 정해진 ‘해답’이 아니라, 미래로 가는 ‘매듭’들이 되기를 바란다.

* 북토크와 집담회 전체 녹취록은 ‘녹취자료집’으로 홈페이지에 싣기로 한다. 전체 토론 요약을 읽어보길 바라며.
버릴게 없는 토론이었다. 그중에서도 취지와 패널들의 핵심 발언 1단락씩 소개해 올린다.

2025.2.15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1부. 북토크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

권영숙:
우리 사회에서 계급문제뿐만 아니라 젠더에 관한 문제 그리고 단지 계급과 젠더를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두 가지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교차하는가 하는 문제를 좀더 구체화해 보자라는 생각을 했던 거예요. 오늘의 문제의식의 배경이기도 한데요. “남태령X여성X노동자”도 마찬가지인데 ”크로스“는 다양한 결과를 만들기도 하고 그 과정도 화학적인 작용이 다양하잖아요. 사실 궁금하고 질문해야 될 것은 그 크로스는 과연 어떤 크로스인가 그 교차는 어떤 교차성인가 이 질문일 것 같습니다.
계엄과 그 이후 상황을 보면 한국 사회와 87년 체제의 모순들, 곪을 것들이 낡은 것들이 이렇게 터져 나왔구나 생각을 합니다. 12월 21일 남태령에 등장한 그 연대자들은 매우 새로웠습니다. 저는 이번 계엄-탄핵국면에서 유일하게 창발적이고 어떤 낯선 새로움이 그쪽에 있었다고 생각을 해요.

나윤옥:
단지 한 가지라도 아주 적은 거라도 노조 활동으로 서서히 바뀌는 게 보이니까 꼭 해야 됩니다. 전에는 우리 하청 노조가 없을 때는요 산재 은폐가 굉장히 많았어요. 사고 나면 트럭에다 싣고 나가서 병원에 치료받고 이런 경우가 너무나 비일비재했거든요. 근데 우리 하청 노동자들이 이제 눈을 부라리고 여기저기서 다 감시를 하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산재 은폐 이런 게 완전히 줄었어요. 작게 다쳐도 엠블런스 불러서 병원에 가서 확인해라 이렇게 나와요. 그러니까 그렇게 많은 움직임이 보이니까 안 할 수가 없어요. 만약에 우리가 또 노조가 없다면 지금 더 타락할 거예요. 더 나쁜 길로 갈 것 같아요.

2부. 집담회 “남태령X여성X노동자“

권영숙:
온라인에서 파편화된 이름으로 유령처럼 존재했던 민주적 주권자들이 이름을 부여받은 계기가 됐죠. 그렇지만 그 이름은 아직까지 확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남태령 연대자들의 노동자성에 주목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남태령과 노동이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연구소는 오늘 북토크와 집담회를 통해서 민주주의와 노동의 두 갈래가 서로 만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민주주의도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생각하고요. 노동도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한계도 많습니다. 우리는 사회적 연대와 노동이 나아갈 길까지 이야기를 해보면 더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루나틱:
저는 남태령이 되게 좋았던 이유가 저희 말로는 이제 운동권 인수인계라고 하거든요. 남태령에서 ”농민가“를 시작으로 ”바위처럼“도 배우는 시간을 가지고 ”불나비“도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서 저는 남태령이 기존에 있던 운동권과 새롭게 트위터를 주축으로 하는 운동권들이 만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쌀밥을 엄청 좋아하는데요. 양곡 관리법이랑 최저시급이랑 저는 되게 닮아 있다고 생각을 해요. 제가 진짜 좋아해서 집회 나갈 때마다 말하는 게 전태일 열사의 ‘너는 나다’라는 말입니다. 농민과 노동자가 어떤 관련이 있어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식으로 남태령에서의 연대가 이어져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나윤옥:
20대 30대가 나와서 세상을 여니까 대한민국이 아직까지는 희망이 있구나 저는 대한민국 죽었다고 생각했거든요. 모든 법도 있는 자들은 안 지키고 없는 자들만 지켜야 되는 이 더러운 땅인데 아직은 이런 어린 친구들이 바른 생각을 하고 있구나 또 우리가 알고 있던 세대는 버릇없고 자기만 알고 이런 세대로 생각을 했는데 어린 친구들이 굉장히 많이 와서 연대를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함께 어차피 이 동지들도 세상에 나가서 일을 해야 되고 함께 또 만나면 함께 싸워야 될 때도 있고 그럴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도 함께 먼저 달려가겠습니다.

임정득:
남태령 국면에 이제 질문지를 봤을 때 저는 남태령이 탄핵을 넘어서는 정말 어떤 어떤 시점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때 왜 그런 생각을 했냐면 자유 발언을 하러 나오신 분들이 정말 정말 다양한 정체성이었어요. 지금까지는 내가 그걸 드러내기에 조금 싫었던 혹은 두려웠던 이런 것들을 드러냄으로 인해서 내 자신의 문제가 지금 이 탄핵 국면 정말 바꿔야 되는 이 문제와 연관되어서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하는 그것이 저는 굉장히 중요한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최도은:
1953년 3월 8일 만들어진 노동자의 기본권인 노동법, 5월10일 만들어진 근로기준법도 아직도 지키지 못하는 나라, 농민들이 살고자 하는 법을 지키지 않은 나라 이러한 나라에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오늘 여기에 참여해 주신 제가 잘 모르는 시민 남태령 연대 동지들과 새로운 분들이 우리 사회가 사람의 존재를 우리 법으로 만들어 놓은 것도 지키지 않는 이 사회에 대해서 함께 저항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봅니다.

베라:
남태령이 커다란 분기점이다 하는 것을 저는 사실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생각을 해보니까 달라진 게 있긴 하더라고요. 어떤 다른 것들이 주체가 되는지도 잘 몰라서 나 여기 가도 되는 건가 했는데, 알게 되면서 전장연 시위에 나가게 된 것 같고 그 이후로 노동자들이 억압받는 현장에도 나가게 되고.
사실 농민분들도 노동자분이시잖아요. 정말 다양한 분들이 연대를 하고 계셨고 내가 이걸 전혀 모르고 있었구나 하면서 이제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돼서 굉장히 신기했던 것 같아요.
온라인 커뮤니티는 그렇게 돌아가 우리끼리 이렇게 뭉쳐 있어서 누군가가 존재를 아는구나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제 나 자신을 숨기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데 이제 그러니까 내 커뮤니티에 속해 있지도 않은 사람이 내 앞에서 내가 존재를 드러냈음에도 부정당하지 않았다라는 것이 굉장히 저에게도 좀 놀라웠던 것 같아요.

권영숙 (좌장):
2011년 노동의 사회적 고립을 어떻게 희망으로 바꿀 수 있을까, 그래서 “희망을 모읍시다”라는 구호를 가지고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을 만들었고, “노동이 돈 앞에 쓰러지지 않는 사회적 연대”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되살펴보면, 우리가 넘어서야 되는 건 한편으로는 당사자주의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연대를 누구에게 한다라는 대상화입니다. 남태령은 탄핵국면을 완전히 바꿨던 어떤 새로운 것이 가능했던 그러나- 제가 올해 기금 신년사에서 표현했는데- 시작은 미비하지만 끝이 창대하길 바란다라고 표현했던 그것입니다. 지금은 접속의 단계라고 생각하는데, 접속을 넣어서 접합을 하고 결합을 넘어서 사회적 연대를 할 것인가가 중요해요. 시작은 아직 여기까지이고, 그러나 앞으로 갈 가능성은 우리가 열어둬야 되기 때문에 오늘 토론이 있는 것 같습니다.이렇게 존재들이 교차해서 단지 교차를 넘어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무엇인지에 관해서 앞으로 생각을 더욱 많이 해볼 수 있길 바랍니다.

[녹취자료집] 사파기금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주최 북토크 및 집담회 “남태령X여성X노동자” 250208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올해 현장시리즈 ‘나의투쟁, 우리의운동’ 3번째로 준비한 22회 사파포럼 “2021년 현대제철 파업투쟁이 넘어선 것들, 넘어서야할 것들”을 2024년 11월 23일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열었습니다.

올해 마지막 행사이기도한 이날 사파포럼은 현대제철 비정규지회의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교육장을 가득 채운 참가자들이 이 주제에 집중하며 모두가 참여하고 토론하는 의미있는 자리였습니다. 사회자 권영숙 사파기금 대표가 서두에서 밝힌 취지대로, ‘나의 투쟁’과 ‘우리의 운동’ 사이를 잇는 예민하고 중요한 많은 질문들을 던지고 토론하는 가운데 투쟁 노동자들은 자신의 문제를 객관화하고, 연대자들은 투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더하면서 현장시리즈의 취지를 충분히 실천하였습니다.

발제자인 이상규 현대제철 비정규지회장은 ‘현대제철 파업투쟁이 넘어선 것들, 넘어서야할 것들’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발제문을 발표하였습니다. 2021년 현대제철 비정규지회는 코로나 방역통제 속에서 53일간 공장 점거투쟁을 감행하였고, 이는 공장 밖 조합원들의 굳센 엄호와 내부의 견고한 투쟁 속에서 가능했음을 빽빽이 정리한 ‘투쟁일지’로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이상규지회장은 자화자찬보다는, 시작부터 자본의 ‘기획’이 깃든 비정규노조의 설립과정에서 어떻게 ‘민주노조’로 반듯하게 설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 노동부의 불법파견 감독에 이어 현대차자본이 발빠르게 대응한 ‘자회사 비정규직화’에 맞서 자회사 반대 직접고용 쟁취 투쟁을 감행하기 위해 초기 준비를 거쳐 통제센터 기습 점거농성을 감행했는지 과정, 그리고 조합원들들은 구사대에 밀리지 않고 정말 잘 싸웠다를 강조하면서도 현장의 ‘생산을 타격’하는 실질적인 파업으로 확대되지 못한 점에 대한 인정과 지적등으로 토론을 위한 많은 시사점을 제공했습니다.

토론은 좋았습니다. 자신의 투쟁을 미화하지도 않았고, 밋밋하게 평범하게 만들지도 않았습니다. 현대제철 비정규노조 조합원들은 이 토론에 진지하게 임하였고, ‘내재적인 비판’을 솔직담백하게 상호 교환하였습니다. 이만으로도 사파포럼의 의미에 걸맞는 토론이었습니다.

내용도 좋았습니다. 용광로 셧다운 장치가 있는 통제센터 점거가 준비된 전술이었는가의 문제, 점거농성이 53일로 장기화되면서 내외부가 분리된 전술의 한계와 조합원들의 동요, 사회적인 연대파업으로 만들기 위한 사회적인 선전과 홍보의 부족등이 거론됐습니다(하지만 이는 금속노조 민주노총의 한계와 사회적 연대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또 현대제철 6곳중에서 당진공장만이 노조를 힘있게 세우며 농성파업이 가능했지만 이미 다른 공장의 자회사 선례로 인한 내부 동요, 자회사 고용에 동의하려는 집단적인 움직임속에서 직접고용 쟁취 대오를 유지하면서 ‘조직적인’ 퇴각을 하였다는 점등입니다.

이는 마지막 순서로, 당시 파업에 참가하였고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빠짐없이 “현대제철 파업투쟁이 넘어선 것들과 넘어서야할 것들”을 각자 말하는 것으로 종합되었습니다. ‘넘어선 것들’은 노동자의 힘, 파업의 힘을 자각하게 되었고 구사대와 자본의 의도를 물리치고 노조를 사수하였다는 점, 반면 ‘넘어서야할 것들’로는, 그런 단결력에도 불구하고 단결력의 부족을 실감하였다는 점, ‘자회사 전환’방식을 거부하였지만 현재 진행중인 법원 불법파견 소송에 조합원 거의 전부가 해당자이고 따라서 법률투쟁의 한계를 넘어서는 과제가 향후 노조의 존립과 성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와 과연 ‘비정규직 철폐”라는 목표는 어떻게 계속 유지하고 실천할 것인가의 문제등입니다.

이상규 지회장은 이에 대해 “21년 53일 통제센터 점거파업투쟁은 자본과의 전쟁에서 이제 하나의 전투가 끝났을 뿐”인 의미이며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사회자인 권영숙 대표는 마무리하면서 비정규직 철폐는 분명히 단위사업장을 넘어서는 문제이지만, 동시에 한 사업장의 노조 역시 ‘전계급적 단결’이라는 문제의식을 놓쳐서는 이 목표를 온전히 쟁취할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비정규노동의 존재는 정규직노조의 시험대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22회 사파포럼은 정확한 주제의식을 가득 담아낸 좋은 토론장이었습니다. 불편한 진실을 진솔하게 함께 나누며 다가올 미래를 함께 고민한 모든 참가자들께 연대의 인사를 보냅니다.

2024. 11. 26
사회적파업연대기금

22회 사파포럼 자료실 바로가기

제22회 사파포럼 현장 시리즈 “나의 투쟁, 우리의 운동”(3차)
“2021년 현대제철 파업투쟁이 넘어선 것들, 넘어서야할 것들”

발제: 이상규 (현대제철 비정규지회장)

일시: 2024년 11월 23일 오후 3시
장소: 서울 민주노총 15층 교육장
사회: 권영숙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올해 사파포럼은 “나의 투쟁, 우리의 운동”이라는 제목으로, 노동자투쟁에 빛나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투쟁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직시하고 해부하고 평가합니다. 함께 싸웠던 노동자들과 연대자들이 이 발제를 두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위해서 ‘공론의 장’에서 토론합니다.

1차 “2022년 대우조선 파업과 거통고지회의 투쟁”, 2차 “2019년 톨게이트노조 파업 – 노동권과 일자리를 둘러싼 투쟁”에 이어 2021년 현대제철 당진공장 비정규지회의 53일 파업과 자회사 반대 직접고용 쟁취 투쟁을 토론합니다.

2021년 8월 23일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당진 공장)는 무기한 전면파업을 선언하고 바로 제철소 용광로를 가동하는 통제센터를 점거하는 초유의 파업을 감행합니다 금속노조 최대 규모의 비정규노조답게 자본의 허를 찌른 투쟁이었습니다. 금속노조의 자회사 반대 직접고용 원칙 결정을 말만이 아니라 실천으로 사수하는 투쟁이었습니다.

10월14일 통제센터 점거농성을 풀고 10월 15일 53일간의 파업을 끝냈습니다. 간부 180명에게 200억, 조합원 461명에게 46억등 총 246억 손해배상 청구 상태입니다. 이후 원청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의 자회사 정책을 쉼없이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정규지회는 조합원 수가 절반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직접고용 자회사 불가 방침을 고수하면서 의연하게 자본에 맞서는 힘있는 노조로 활동하며 ‘비정규노동 철폐’의 문제의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 비정규지회의 2022년 제철소 통제센터 점거파업 토론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에 한발 더 나아가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코로나19 고립속에서 공장 점거투쟁으로 자신을 지켜낸 현대제철 비정규지회 파업투쟁 토론장에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유튜브 라이브 중계
https://youtube.com/live/r0Nk7RujGDM?feature=share

 

주최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이 여는 사파포럼 2024년 주제 ‘현장시리즈: 나의 투쟁,우리의 운동’ 두번째 토론회 “2019년 톨게이트 파업투쟁: 노동권과 일자리를 둘러싼 투쟁”이 2024년 7월6일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열렸습니다.

잔뜩 찌뿌린 날씨 금방 비라도 쏟아질 듯했지만, 톨게이트 노조 조합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많이 모였고, 현대제철 노조원등과 연대자들이 함께 했습니다. 말그대로 어떻게 하면 제대로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투쟁은 운동과 멀어지지 않고 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투쟁과 연대가 서로를 대상화하지 않고 ‘우리’가 되어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3시간동안, 발제 40분과 풍부한 토론으로 진행했습니다.

도명화 전지부장과 박순향 현지부장의 공동발제는 간결하고 핵심을 잘 정리했습니다. 톨게이트 2019년 경부선 캐노피 상공농성과 청와대 앞 농성, 김천 도로공사 점거농성, 그리고 2019년 10월 대법원 직접고용 일부 판결이후 청와대 앞 단식농성까지 숨가빴던 과정을 되짚어봤습니다. 그 투쟁에서 전술은 유연했고, 과감했다는 점을 얘기했습니다. 아니, ‘전술’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새겼습니다. 저들이 밟으면 ‘대응’하는 것이 아닌, 선제적이고 준비된 전술, 그리고 질서있는 퇴각에 대한 토론을 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톨게이트노조 전국 파업이 있기전에 서산 톨게이트 영업소에서 14명의 여성노동자들의 질긴 투쟁과 파업이 있었습니다. 가장 힘들게 현장에서부터 연대를 불러들이면서 싸웠던 서산 톨게이트 투쟁이 없었다면 전국적 파업이 없었습니다. 바짝 메마른 광야에 한점의 불씨가 된 것이라고 사회를 맡은 권영숙 대표는 말했습니다.

도명화 전지부장과 박순향 부지부장은 투쟁의 전 과정과 파업을 끝냈던 순간에 대해서 솔직하게 그리고 거침없이 질문에 답하였습니다. 조합원들조차 몰랐던 사실을 서로 공유하면서, 투쟁을 복기하였습니다. 때로는 눈시울에 젖기도 했습니다. 내부의 토론회와 분명히 다르게 스스로를 객관화하면서, 톨게이트노조를 넘은 시야로 토론이 가능했습니다.

톨게이트노조투쟁에서 가장 힘든 순간은 서산 투쟁에서 지부장이 직권조인하면서 배신을 하고, 대법원 판결로 직접고용 일부 인원과 나머지로 나뉘어지면서 조합원 단결을 유지하여야 했을 때라고 했습니다. 자본과 국가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 그리고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톨게이트 노조는 정규직으로 직접고용되면서 노동권을 둘러싼 투쟁에서 일자리를 둘러싼 투쟁으로 만들어가야할 시점입니다. 과학기술의 도입과 자동화, 디지털 자본주의에 대해 그 변화를 당연시하지 말고 그 변화 자체와 속도에 대해서 일단 멈춤을 요구하며 저항할 수도 있다는 점,나아가 노동이 힘을 만들어 통제에 나서는 투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권대표는 하였습니다.

참으로 바람직한 토론이었고, 내용있는 질의응답이었습니다. 유튜브에 다시 편집본이 오르면 꼭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뒤풀이에서 어느덧 구호는 ‘나의 투쟁’, ‘우리의 운동으로’로 화답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3회 현장시리즈를 기다려주시고, 더욱 많은 참가자들이 모여 “나의 투쟁에서 우리의 운동으로” 구호를 함께 외칠 수 있길 바랍니다.

2024. 7. 8.
사회적파업연대기금

“2019년 톨게이트 투쟁 – 노동권과 일자리를 둘러싼 투쟁”

발제 : 도명화, 박순향 (톨게이트노조 전, 현 지부장)

일시: 2024년 7월 6일(토) 오후 3시-6시

장소: 서울 민주노총 15층 교육장 

2019년 전국에서 터져나온 톨게이트 비정규노동자들의 파업투쟁, 경부고속도로 톨게이트 고공 집단농성, 김천 도로공사 농성, 마지막으로 촛불정부라는 문재인정권의 청와대 앞 단식 농성을 이끌었던 톨게이트노조 도명화, 박순향 전, 현 지부장이 4년전 전국적 파업투쟁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파업 이후’에 대해 해부하고 곱씹은 발제를 합니다.

유튜브 라이브 중계:

https://www.youtube.com/live/SSc9am_dpGw?feature=shared

 

사회: 권영숙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화두:
– 어떻게 해야 투쟁에서 단한번의 제대로 된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 투쟁은 왜 운동과 멀어지는가, 그리고 어떻게 투쟁으로부터 운동을 키울 것인가.
– 투쟁과 연대는 어떻게 하나가 되어 세상을 변혁하는 방향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
이 질문을 안고 ‘현장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2019년 톨게이트 파업투쟁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던, 그러나 누구나 예상 가능했던 파업이었습니다. 지역에서 소수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준비했던 노동자들, 거침없이 대오를 이뤄 파업의 봉화를 전국적으로 들었던 노조 조합원들, 그들과 함께 모든 파업현장에서 헌신적으로 함께한 연대자들. 그 투쟁과 연대의 이중주는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마무리되었을까요?

이 파업투쟁은 모든 비정규 노동자들의 지연된 권리가 처한 현실, 그리고 기술혁명 및 디지털자본주의라는 미명하에 노동의 미래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파업은 노동의 시민권이 배제되고 박탈된 비정규노동자들의 권리선언이었고, 구조조정이라는 낡은 이름 대신 기술혁명이라는 미명하에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노동의 존재를 해체하는 국가와 자본에 맞서는 파업이었습니다.

2019년 톨게이트 파업 투쟁의 지도부가 자신의 투쟁을 객관화해서 발제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서로 배우며 투쟁과 운동의 관계를 토론하고, 그 투쟁에서 연대자들이 비껴난 존재가 아니라, ‘투쟁과 연대’의 관계에 대해 함께 토론하면서, 점차 ‘우리’를 구성해가는 과정. 우리’를 구성하는 과정에 함께 하지 않으시렵니까?

주최 사회적파업연대기금 sapafund@gmail.com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5월25일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20회 사파포럼을 뜨겁고 진지한 열기 속에서 열었다. 올해 사파포럼의 주제인 “현장시리즈- 나의 투쟁, 우리의 운동”이라는 제하에, 중요한 현장 투쟁의 당사자들이 자신의 투쟁에 대해 발제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연대자들이 함께 토론하는 첫 회였다.  첫 회 발표자로 김형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나서 “2022년 대우조선파업과 거통고 지회의 투쟁” 제하의 발표를 했다.

처음부터 이번 기획은 묵직한 화두를 던지면서 홍보에 나섰다. 어떻게 하면 투쟁은 한번의 제대로 된 승리를 거둘 수 있는가, 어떻게 투쟁은 운동으로부터 멀어지지 않고 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연대와 투쟁은 서로를 대상화하지 않고 하나가 되는 사회적 파업을 통해서 사회적 동맹을 만들어갈 수 있는가. 결국 말하자면 투쟁, 운동, 그리고 연대가 어떻게 하나의 사회변혁을 향한 ‘우리’를 형성하고 , 주체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사파포럼은 현장에서 답을 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뻔하게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식의 게으른 접근은 취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장을 밖에서 바라보고, 현장 안의 당사자들도 자신의 투쟁을 객관화하여 곱씹고 해부하며 스스로 말하고, 나아가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연대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과정으로서 ‘현장’을 말하기로 했다. 현장시리즈의 제목이 “나의 투쟁, 우리의 운동”인 이유였다. 사회자인 사파기금 권영숙 대표는 취지 설명을 통해서 이를 잘 밝혔다. 이는 이후 올해 내내 이어질 사파포럼 현장시리즈의 문제의식이 될 것이다.

2022년 대우조선 파업은 그런 점에서 첫번째 사례로 더할 나위 없었다. 한국 사회에 조선소 점거 투쟁을 통해서 사내하청노동문제를 선명하게 알렸다. 그 투쟁은 운동으로 되고, 연대가 함께 하여 하나의 제대로 된 승리를 만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부족했고, 모든 것들이 늦었다. 김형수 지회장은 이에 대한 결과론적인 판단을 하기보다는, 2017년 노조를 설립할 때의 힘든 준비부터, 이후 2022년 51일 여름 파업에 이르기까지 현장 투쟁 과정을 강조하였다. 사내하청노동자들은 외부가 아니라 조선소 현장에서 그 어렵다는 ‘노조’를 만들려고 기도했다. 그것도 ‘세상을 바꾸는 노조’를 표방했고, 대우조선 일개 기업단위 노조가 아니라 ‘지역노조’를 지향했다. 7명에서 시작하여, 100명, 200명이 모이는 대오로 키웠다. 130만평 넓은 대우조선에서 정말 적은 대오는 포기하지 않고 몇번의 ‘파업’을 2022년 이전에도 단행했다. 코로나19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2022년 6월부터 7월까지 51일간 비정규직이 처음으로 단행한 조선소 도크 점거파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파업은 사회적이었지만, 파업의 성과는 사회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권영숙 좌장은 이를 거통고지회 후원문화제 연대사를 통해서 “계급적 단결의 부재, 사회적 연대의 부족”으로 진단했다. 김형수지회장은 내부의 어려운 조건과 준비과정, 그리고 부족한 역량을 꼽았다. 겸손한 표현이다. 하지만 동시에 산별노조와 중앙노조가 고작 ‘거수기’ 아니, ‘서명기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산별화’로 치부되는 민주노조운동의 현재 상황에서, 이는 단위 노조가 처음부터 감당하고 각오하고 준비했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시작은 창대하지만 끝은 미미할 수도 있고,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할 수도 있다. 거통고지회는 다시는 이전과 같은 노조 초창기를 경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거통고지회는 이제 2022년 대우조선 파업과 같은 파업은 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같은 파업은 없으므로. 이제 나아가는가, 아니면 더 후퇴하는가의 기로이다. 청중석에선 열띤 질문들이 이어졌다. 2022년 파업에만 주목했을뿐, 그 이전 그런 무수한 투쟁과 파업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다르다는 점, 그리고 거통고지회 노동자가 말했듯이 “힘들겠지만, 이것을 해야한다는 것은 안다”라는 계급적인 직관. 현장 시리즈가 청중의 머리와 가슴에 닿는 순간이었다.

사파포럼은 계속 현장시리즈 “나의 투쟁, 우리의 운동”을 올해 내내 할 것이다. 이번 포럼에 모인 이들은 당연히 모이고, 다음 포럼 주제로 모일 이들은 더 모여서, 정말 “제대로 된 투쟁”, 그리고 “투쟁과 연대가 운동으로 하나가 되는” 과정, 그 속에서 새로운 사회변혁의 기운을 서로 만들어가길 바란다.

[자료집 보기] https://wp.me/p2WbZr-1O8

“2022년 대우조선 파업과 거통고지회의 투쟁”
발제 : 김형수 ( 거통고조선하청노조 지회장)

일시: 2024년 5월 25일(토) 오후 3시-5시
장소: 서울 민주노총 15층 교육장 

클릭 : 유튜브 생중계

질문: 
어떻게 해야 투쟁에서 단한번의 제대로 된 승리를 만들어낼 것인가.
투쟁은 왜 운동과 멀어지는가, 그리고 어떻게 투쟁으로부터 운동을 키울 것인가.
투쟁과 연대는 어떻게 하나가 되어 세상을 변혁하는 방향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  

문제의식: 
투쟁은 언제나 있습니다. 투쟁은 언제나 일어나고야 맙니다.
자본이 있는 한, 자본주의 현실이 있는 한, 노동자 계급의 현실은 노동자투쟁을 일어나게 합니다.
하지만 그 많았던 투쟁들은 어떻게 운동이 되거나 되지 못했을까요? 
왜 투쟁은 운동이 되지 못하고, 투쟁하면 할 수록 운동과 멀어질까요? 
어떻게 투쟁을 운동으로 만들어가고 운동을 키우는 방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요?
투쟁과 연대의 이중주는 서로를 대상화하지 않고 어떻게 하나가 되어 세상의 변혁을 향한 사회정치적 힘이 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안고 ‘현장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나의 투쟁,  우리의 운동”이라는 제목으로, 노동자투쟁에 빛나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투쟁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직시하고 해부하고 평가합니다. 함께 싸웠던 노동자들과 연대자들이 이 발제를 두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위해서 ‘공론의 장’에서 토론합니다.

올해 사파포럼을 이렇게 구성하여 진행합니다.
1차 “2022년 대우조선 파업과 거통고지회의 투쟁”을 두고 이 파업을 이끈 주역이자 지도자인 김형수 지회장이 거통고지회 노조의 투쟁을 해부하고 곱씹은 발제를 합니다. 노동자, 연대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보태져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나머지 절반을 채워주십시오. 5월25일입니다.

주최 사회적파업연대기금 sapafund@gmail.com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19회 사파포럼을 “손배가압류와 노조법 2,3조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12월6일 열었습니다. 많은 인원이 참가하지 않았지만, 발제와 토론은 치열하고 밀도 높았고, 많은 의미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노조법2,3조 개정안이 국회에 회부되고 운동본부가 차려져 국회앞 농성중이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3인을 비롯하여 금속위원장, 공공운수 부위원장, 민주노총 부위원장 각1인이 농성중인 상황에서 이 주제를 잡아 민주노총 12층에서 토론하는 것 자체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또 취지문에서 밝혔듯이, 올해말과 내년초를 달굴 “뜨거운 노동쟁점”을 둘러싸고 아직 “숨은 쟁점들”이 많다는 점을 주제 선택의 이유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투쟁에서 어쩌다 상징처럼 된 거통고조선지회의 김형수 지회장 발제와 안준호 부지회장의 낭독, 그리고 마지막에 유최안 단식자도 함께 했습니다.

기조발제는 “오래된 손배가압류 문제와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라는 제목으로 권영숙 노동사회학자가 했습니다. 발제문 요약만 16페이지입니다. 발제자는 손배가압류가 일단 이 정권의 문제도 아니고, 2014년 쌍용자동차때부터 문제도 아니고, 2000년대 초부터 문제도 아닌, 바로 87년 민주화이행/노동자대투쟁이후 노동에 대한 새로운 통제수단으로 시작된 “오래된 손배가압류”라는 점을 먼저 강조했습니다. 이는 발제 논지에서 매우 중요한데, 손배가압류는 민주주의 정치체제하에서 ‘노동통제’의 새로운 전략과 기법의 일부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제자는 다양한 노동통제 유형을 제시하고, 이중 “사법적 통제”가 형사화, 민사화, 개인화라는 특징을 가지면서 손배가압류라는 문제가 부각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손배가압류는 단지 ‘정당한’ 노사분규의 경우 노조와 개인조합원을 손배가압류 대상에서 금지한다는 노조법 3조의 문제를 넘어선 전체적 맥락을 이해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이와관련 노조법 3조 개정안에 대한 법률적 해석과 의미, 그리고 벌어질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지적했습니다.

노조법 2조 개정안은 상대적으로 크게 논쟁점이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특히 노동자성에 대한 ‘추정규정’의 효력, “이 법에 의한”을 “헌법에 의한”으로 고치는 것의 실정법적, 실체적인 한계등도 검토해봐야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노조법이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면적 개정이 아닌 2조와 3조로 국한되었고, 2조와 3조가 연결되지만 서로 구별되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발제자는 노조법 3조보다 2조를 특히 강조했고, 두 조항이 연결된다면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라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를 그는 입법투쟁의 ‘주체’의 문제와 ‘계급정치적’ 관점에서 현재의 민주당등 국회 세력과 손잡는 방식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적인 우려를 표했습니다.

현장 발제로, 거통고지회는 51일간의 파업투쟁이 남긴 성과와 한계에 대해서 겸허하게 발표했습니다. 김형수지회장이 공장내 출입을 이유로 형사재판을 받아야하는 날이라 안준호 부지회장이 발제했지만, 그들은 마치 한몸인양 발제를 했습니다. 김형수지회장은 재판후에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에서 줌으로 보충 발제하는 성의를 보였습니다. 단식중인 유최안 부지회장도 토론 막바지에 노조법2,3조 입법투쟁이 전부가 아니라, 사회적 파업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KEC 사례는 정리해고 2회를 철회시키면서 치열하게 투쟁한 결과 법원의 30여억의 손배가압류 금액 조정에 응하고 조합원들 모두가 함께 그 금액을 물었습니다. 그 과정은 돈이, 자본이 노동자들을,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어떻게 짓밟고자 파업의 불법화, 형사법상 업무상방해, 그리고 민사법상 ‘손배가압류’를 법의 허울아래 이용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반대로 이 과정은 어떻게 전투적이고 단결된 노조가 허울좋은 ‘사법적 금전적’ 탄압을 물리쳐왔는가의 사례입니다. 발제자 김진아 수석부지회장이 짧은 발제중에 울컥하고 울먹이는 모습은 숙연하였습니다.

철도노조는 정규직, 공기업, 고임금 받는 노조의 경우도, 파업권을 행사한다면 피해가지 못하는 것이 손배가압류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김형균 조합원은 손배가압류만 해도 몇번이었고 그를 조정, 취소, 그리고 납부란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했던 과정을 담담히 밝혔습니다. 파업을 한다면 한국 노동자 누구나 손배가압류 대상일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토론에서도 많은 중요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선 참석자가 올린 후기를 덧붙입니다 (아래 홈페이지 전문에서 읽어보세요).

노조법2,3조 개정운동은 이제 시작입니다. 그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그 논의가 더 튼튼한 합의를 만들수록, 투쟁은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2022.12.16
사회적파업연대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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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후기>
@조남규:
깊이있고 날카롭고 감동적인데다
정신이 번쩍 나는 토론회였다.
충격에 가까운 오늘의 각성으로 내가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조차 하다.
어쨌든 감사드린다. 발제자와 토론자, 참가자, 주최측 모두에게 꾸우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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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발제인 권영숙 대표의 발표 내용은 내 식으로 요약하자면,
* 노조법 2,3조 개정에 목을 매는 게 여러모로 위험한 면이 있다.
* 내용상 노조법 2조에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하면 뭔가 많이 달라질 거 같지만, 이것은 자본에게 결정적인 타격이 되거나, 이로 인해 노동이 결정적인 힘을 얻는 게 아니다.
* 노조법 3조에 손배 가압류의 조건을 2항부터 7항까지 길게 이어붙이는 것 역시 부분적으로 유리해지는 측면이 있지만, 그 외에는 엄단한다는 식으로 갈 가능성이 커서 막상 현실화되면 어느정도 힘있는 노조가 조금 유리하고 힘없는 노조는 더 악랄한 탄압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대해 나중에 토론에서 거통고 지회 안 부지회장은 노란봉투법이 있느냐 없느냐가 지난 거통고 투쟁이나 앞으로 거통고 투쟁의 중요한 조건이 아니다. 자본은 노란봉투법 따위 얼마든지 피하며 더 악랄하게 탄압할 수 있는 애들이고, 우리에게 중요한 건 투쟁의지와 철저한 준비와 실천과 연대이다.고 답하였다.)
* 게다가 노란봉투법을 추진하는 주체를 보라, 노동 중심의 운동기구가 아니라 민주당에 의존하여 정의당, 명망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이 망라된 여당뺀 사회적 합의기구 모양새이다. 그동안 노동법 개악한 것은 항상 민주당 정권이었고, 민주당은 정권을 잃었을 때만 친노동 행보를 시늉만 한다.
* 여기에 경총은 노란봉투법에 맞서는 그들의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부당노동행위 자본가 처벌조항 삭제, 대체근로허용, 점거파업금지 등을 제시하고 있다.
* 이러면 어떻게 되겠나? 뭔가 될 것처럼 희망고문만 하다가 끝나거나, 최대치가 2조 원청 사용자 인정은 빠지고 3조에서 몇 개 바지고 완화된 상태에서 자본가 요구 일부 받아들이는 교환 거래로 통과될 것이다.
* 지금 이런 노조법 2,3조에 목매고 있을 때가 아니다. 화물연대 파업을 엄호하는 연대파업을 성사시키는 지도력을 발휘하고 혼신의 힘을 다하면서, 부분적으로 노조법 개정을 말하되, 3조에 구구절절한 제한조건을 달기보다는 본래 문구 “쟁의로 인한 손해에 노조와 조합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라는 문구 자체를 현실화시키는 투쟁이 더 낫다고 본다.
( KEC 김 수석부지회장(아니고 사무장)은 3조 2항~7항을 (적은 액수로) “얼마 이상의 벌금을 줄 수 없다”로 한정하는 것이 더 간단하고, 투쟁에 유리하다. 법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아니다, 투쟁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조건일 뿐이다. 투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답변하였다.)
현장발제 3개는 거통고, KEC, 철도노조의 투쟁사례 요약이면서 손배가압류 상황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손배가압류가 초점이라기보다는 지난한 투쟁의 흐름을 내적으로, 반성적으로, 속사정도 다 보여주면서, 그 간간신고를 이겨내는 과정을 담담히 서술하였다. 꼭 일독을, 눈으로 읽지말고 소리내어 읽어보시기 바란다. 발제자들도 발제문을 거의 그대로 읽었는데, 상황상황들이 환히 눈 앞에 떠오르며 눈물이 났다.
현장발제자들의 마지막 발언은 * 이렇게 무기력할거면 새로운 깃발이라도 들어야 하지 않나?, * 민주노총이 전선을 치며 나아가야 한다. 전선을 치지 않고 개별사업장의 투쟁에 연대하는 정도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 죽도록 싸워왔는데 이제 정년이 한달 남았고, 이제야 모든 게 더 잘 보인다. 시지프스의 바위돌을 굴려올려온 것만 같다. * 우리는 열심히 투쟁했고 어려움을 이기고 승리했지만, 세월이 흐르고 투쟁하는 사람들만 고립되거나 손해보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든다. * 법 개정은 투쟁의 조건일 뿐이다. 법이 투쟁을 대신해서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등등이었다.
헤어지며 남는 의문은 * 이렇게 훌륭하게 완벽하게 싸우는 노조활동이 일반화되겠는가? 민주노동당은 어찌하여 이 지경이 되었는가? 우리의 정치방침은 어디서부터 어느 방향으로 고쳐야 하는가? *노조법 2,3조를 노란봉투법으로 고치면 플랫폼 노동인 라이더들에게는 무엇이 변하거나 좋아지는가? 오늘 현장 발제에 이 분들도 한 파트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공지] 제19회 사파포럼 – “손배가압류와 노조법 2,3조에 대하여”

일시: 2022. 12. 6 (화) 오후 6시 30분
장소: 서울 정동 민주노총12층 대회의실

손배가압류와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뜨거운 노동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노조법 2,3조는 왜 문제이며, 어떤 방향으로 개정해야하는지 아직 숨은 쟁점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손배가압류는 노조법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그동안 손배가압류는 노조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한국 노동의 계급적 단결과 사회적 연대를 넓히는 방향으로 노조법을 개정하기 위해 보다 더 구체적이고 치밀하고 비판적으로 알아보는 [19회 사파포럼]을 12월6일 엽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합니다.

1. 기조발제:
“오래된 손배가압류 문제와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 성찰”/ 권영숙 노동사회학자

2. 현장발제:

– ” 대우조선 파업과 노조법의 문제점, 그리고 노동법개정 투쟁방향”/ 김형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

– “우리는 어떻게 손배가압류에 대응했는가: KEC 대응 사례로 본 손배가압류의 실체와 효과”/ 김진아 KEC노조 수석부지회장

– “철도노조 손배가압류 대응이 남긴 교훈”/ 김형균 철도노조 부산고속차량지부

주최 사회적파업연대기금 sapafund@gmail.com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2021년 6월23일 “노동자해고와 복직투쟁의 운동적 의미와 평가”를 주제로 [18차 사파포럼을 서울 공무원노조 대회의실에서 열었습니다.
오랜만에, 그리고 코로나19가 1년반이상 덮친 가운데 처음 여는 실내행사라 조심스러웠지만, 줌을 이용한 웨비나와 오프 토론회 병행하여 잘 마쳤습니다. 현장에서 함께한 노동자, 연대자들 그리고 줌으로 함께 한 연대자 여러분 반가웠습니다.
포럼은 민주노조운동 내에서 노동자 해고와 복직투쟁의 운동적 의미를 살펴보고, 그간 다양한 해고자투쟁을 평가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권영숙 사회학자(사파기금 대표)가 “한국 해고체제의 변화와 복직투쟁의 운동적 의미”에 대한 기조발제로 전체적인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발제문은 한국 사회의 해고문제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구조이며, 현재의 해고체제는 1997년이후 구조화되었고, 고용체제와 함께 노동시장 재배치를 통해서 신자유주의적 노동체제를 만드는 핵심축이라는 점에서 ‘체제(regime)’로 볼 수 있다는 독특한 견해를 개진하였습니다. 해고체제의 역사적 추이와 해고유형의 3단계 변화를 살펴본 후,  그는 87년이후 해고체제는 한국 자본주의의 축적방식의 일부로 변화해왔고, 정규직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고용은 하나의 팩키지이고 상호불가분의 관계이므로 양자는 하나의 틀안에서 해체해야할 ‘체제’적인 문제이며 전노동계급적인 문제라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1997년이후 해고유형은 더욱 다양해졌고, 지금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계약해지를 넘어서 희망퇴직등 ‘해고의 상시화’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반면 해고에 대한 대응과 해고투쟁은 집단화되지 못하고 오히려 단위사업장의 복직투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권 대표는 그러므로 당장 당면한 해고자 운동이 고립을 피할 사회적 지지와 연대,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엄호가 절실하고, 둘째 해고가 고용체제와 얽힌 체제적인 문제인만큼 복직투쟁과 정리해고 철폐 및 비정규직 철폐 사이의 간극을 좁힐 실천적인 매개경로와 해법을 더이상 외면하지 말고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어 4개 노동자투쟁 사례 발표는 기조발제에서 언급한 한국 해고체제내의 다양한 해고유형과 복직투쟁, 구체적인 구호와 실천의 다양성과 공통성을 드러냈습니다. 전교조 김영섭 전 해고자와 공무원노조 회복투 김은환 전위원장의 발제대로, 이들 노조의 해고자 투쟁은 애초에 복직투쟁이 아니었습니다. 노동권과 정치적 참여가 유보되고 박탈된 교사노동자와 공무원 노동자들이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다 해고되어 시작했듯이, 이들의 투쟁은 노동권 전면쟁취를 위한 해고자운동이었습니다. 하지만 해고 투쟁에 대한 조직 내부 피로감, 해고투쟁의 의미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지지의 부침등 속에서, 공식 노조의 해고자투쟁에 대한 입장이 변화하면서 해고자 투쟁은 ‘복직 투쟁’으로 좁혀졌습니다.
톨게이트 도명화지부장은 재작년 전국의 관심을 모았던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을 소개하고, 복직이후 상황에 대해서 발표했습니다. 많은 우려와 달리 노동자들은, 노조 만들고 투쟁하기 이전의 시절만큼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고 여기고 있으며, 지금은 꿋꿋이 민주노조로서 다음의 투쟁을 향한 힘을 비축하고 있다고 전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유성기업 10년 해고투쟁와 노동탄압에 대한 저항을 꼼곰하게 발제한 도성대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자본의 치졸하고 간악한 노동탄압에 맞선 오랜 투쟁이 어떻게 승리로 귀결되었는가를 발표했고, 그 경험에서 교훈을 얻고 배우고자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유성기업 부품을 쓰는 현대차그룹이 노동탄압의 배후라는 점에서, 과연 현대차앞에서 유성기업 노동자는 ‘정규직인가’라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도성대지회장은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 땅에는 해고자 투쟁도 하지 못하고 스러져가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성공한 사례는 발표되지만, 패배한 사례는 발표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당시 투쟁한 노동자들의 요구가 수용되더라도 그 자리에 정리해고가 사라지지 않고 비정규직이 다시 채워진다는 현실, 해고와 고용이 하나의 체제적 문제라는 점은 여전히 함께 고민해야할 문제입니다. 사파포럼에서 그를 조금은 짚어낸 것이 성과라고 봅니다.
줌을 이용한 온라인 세미나는 한계도 있지만 장점도 보였으므로 다음에 좀더 쌍방형으로 해볼만하다는 평가입니다.
다음에 새로운 주제로 여는 사파포럼을 기대해주세요.
2021. 6.30
사회적파업연대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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