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사파동행_파인텍(스타케미칼) 고공농성장 편] 20181012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의 제7차 사파동행은 335일째 75미터 굴뚝위에서 고공농성 중인 파인텍(구 스타케미칼) 노조의 박준호, 홍기탁 노동자와 지난 10월12일 함께 했습니다.
차광호 지회장이 구미 스타케미칼 시절 공장안 굴뚝에서 했던 408일 농성까지 합하면 700일이 넘는 고공농성 투쟁사업장입니다.

스타플렉스 자본은 408일 농성을 끝내면서 서명한 물증이 남아있는 노사합의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자본가의 약속 이행을 강제하는 것 마저도 사회적 투쟁의 힘이 필요합니다. 파인텍 노조는 그러므로 자본의 3가지 승계 약속이행과 더불어 노동악법 철폐와 노동 적대적인 헬조선의 혁파를 함께 외치고 있는 것이지요.

시작은 힘차게 연대 풍물 길놀이로 열어 젖혔습니다. 집회 현장의 사기를 복돋우고 투쟁의 포문을 여는 아주 중요한 길놀이가 어느 순간부터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운동속에 축적되어야 할 것이나 사라져가는 오래된 것들을 복원하는 것이 필요한 현 시대에 사파기금의 작지만 소중한 시도이기도 합니다. 잃어버린 투쟁 결기의 복원과 구체적 정세에 구체적 개입. 이는 드러내지는 않지만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이 언제나 추구하는 바입니다. 어쨌든 파인텍의 본사인 스타플렉스가 입주하고 있는 서울 목동 CBS빌딩 후문 광장에서부터 쇠 소리와 북소리로 [7차 사파동행]의 포문을 열고 본사앞까지 돌면서 중간중간 짧은 길놀이를 진행한후 집회를 시작했습니다.

1부는 사회적파업연대기금 권영숙 대표의 여는 발언과, 차광호지회장의 파인텍 투쟁사, 이어서 언제나 그랬듯이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투쟁 발언과 연대자들의 연대 발언들로 알차게 채웠습니다. 투쟁의 결기를 모아서 지부장 단식을 시작한 춘천환경사업소 윤현민 사무장 발언과, 천신만고 끝에 정규직 노조의 저항을 뚫고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법원의 판결로 노조 조직의 정당성을 추인받으며 노조 조직화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자동차판매연대지회 김선영 지회장, 이어 공공기관 정규직화를 자회사 고용으로 관철하기 위해 협박과 노조탄압을 일삼는 한국잡월드에 맞서 노조를 만들고 이상무(Sangmoo Lee)본부장 단식과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잡월드 신생 노조의 당찬 포부,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항공자본의 노동탄압에 맞서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노조를 결성한 항공연대노조와 함께 해온 공공운수노조 정찬무 동지, 그리고 시종 파인텍 굴뚝 농성에 ‘제5 조합원’인양 열심히 연대해온 김광호 동지등의 발언. 고공의 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만사를 제치고 함께 해준 연대자들의 소중하고 진심어린 발언이 좀 길게 이어졌습니다. 사파기금은 연대자의 시각에서 투쟁하는 노동자와 함께 소통하고 연대자와 투쟁하는 노동자가 하나가 되는 길을 모색합니다.

2부가 백미였습니다. 2부는 새로운 시도로 고공과 함께 했습니다. 지난 [6차 사파동행_광화문고공농성장 편]에서는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고공 농성자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약간 거리가 있는 고공과 지상의 대화를 페이스북 라이브로 시도했습니다. 내려오면 뭐가 가장 먹고 싶고 누가 가장 보고 싶냐는 소소한 질문부터 지금 고공투쟁을 하는 이유와 의미를 고공 농성자로부터 직접 듣는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서울 고공농성자와 전주 시청앞 조명탑 위에서 차광호의 408일 고공농성 기록을 갈아치울 채비를 하고 있는 김재주 동지와 시청 4층 점거농성중이던 김영만(남영만) 지부장간에 하늘의 대화까지. 비록 10여 초의 페이스북 라이브 딜레이 때문에 원활한 의사소통은 하기 힘들었지만 고공의 마음을 듣고 지상의 마음을 전달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의 행사에 함께 해주는 박준 가수의 공연으로 끝맺음을 했습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언제나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실천으로 함께 합니다. 이번 [7차 사파동행]도 그러한 사회적 연대의 실천이었습니다. 함께 해주신 노동자와 연대자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앞으로도 같이 해주실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2018년 10월 15일
사회적파업연대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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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인사가 왔습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 7차 동행을 여러분들의 참여로 힘을 받는 자리였습니다.
사전 준비와 계획에 따라 진행이 되었지만 날씨가 추워 힘이 들었네요
하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추위를 녹이는 뜨거운 차를 나누고 어려운 사정에도 힘내라고 투쟁기금도 보내 오셨습니다.
그리고 왜 굴뚝고공농성을 하는지 어떻게 하면 이기고 내려 올수 있는지 많은 것들을 공유하는 시간이였습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동지들께 한번 더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힘내서 투쟁 하겠습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사파 노동영화열전 시즌2_1회 “노동자계급 천국으로 가다” 20180915

<사파 노동영화 열전>이 새로운 주제로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시즌1이 “파업 전야”였다면 이번 시즌 2는 “파업, 그리고 이후”입니다. 파업이라는 강력한 스펙터클 때문에 우리는 파업이 끝난 후의 그 지난하고 처절한 현장 투쟁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시즌2에서 선정한 영화들은 주로 파업 이후를 다룬 영화들입니다. 파업이 끝난 후 노동은 어떤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가를 영화를 통해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입니다.

첫 상영작은 엘리오 페트리 감독의 1971년 작품 “노동계급 천국으로 가다”였습니다. 1970년대 초 신자유주의가 도입되기 시작한 이탈리아의 부품 공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한국의 “파업전야”처럼 실제 공장에서 촬영하고 그 공장의 노동자들이 직접 영화에 출연해서 현장의 생동감을 더해줍니다. 현대 헐리우드 영화의 호흡에 익숙해지고 이탈리아 영화에 생경한 일부 참석자들은 영화 상영 후 더러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만 실제 공장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은 영화의 현장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사파 노동영화 열전>의 백미인 권영숙 대표와 함께 영화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토론도 이어졌습니다. 70년대 신자유주의 도입시기의 이탈리아 노동현실이 40년이 지난 한국의 노동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것에 놀라고 분노를 표했습니다. 권대표는 이탈리아를 휩쓴 “뜨거운 가을”이후 노동자 대중투쟁이 걸어간 길을, 한국의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의 상황과 연결해 설명했습니다.

토론에서 최근 남은 해고자 복직에 합의한 쌍용차 노동자의 조심스러운 이야기,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의 금속 제조업 노동현장에 대한 증언, 저 멀리 지방에서 반전반핵 운동을 하고 있는 이의 반핵에 대한 의지,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투쟁을 하고 있는 서울지역 교사 노동자들의 제조업 노동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협동조합에서 해고된 1인 노동자가 쏟아낸 조직노동에 대한 울분, 이덕우 노동변호사의 툭 던진 진지한 고민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뒷풀이 자리에서도 아나코 페미니즘과 이 영화가 일으킨 물의와 이어진 국제적인 논쟁등에 대한 이야기 등 자유롭게 영화에 대한 이런저런 해석을 하며 한국의 노동 현실에 대해서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잘 만들어진 노동 영화를 통해 오늘의 노동을 함께 고민하자. 이것이 <사파 노동영화 열전>의 기조입니다. 사랑방 영화제 같은 느낌이지만 치열한 토론과 학습의 장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잃어버린 노동계급의 언어를 복원해내고 그 언어로 세상을 해석하고 오늘을 싸워내는 것. 이 역시 사파 노동영화 열전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번 시즌2에도 많은 분들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사파 노동영화 열전> 제2회는 10월 13일(토) 열리고 상영작은 “당신과 나의 전쟁(태준식 감독)”입니다. 아까운 기획에 더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2018년 9월 20일
사회적파업연대기금

[9.1 전주 택시 고공농성장_사파 버스] 20180901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의 희망 버스가 다시 한 번 전주로 향했습니다. 김재주 노동자가 완전월급제 쟁취를 위해 하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둔 날이 1년전 9월4일 입니다. 또한 8월 31일부터는 택시 노조 김영만 지부장을 비롯한 6명이 전주시청 4층에서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택시 노동자들이 ‘완전월급제’ 쟁취와 ‘변형된 사납금제 폐지’를 위해 결사항전으로 모든 힘을 쏟고 있습다.

김재주 고공농성 1주년을 맞아 전국의 노동자 연대자들이 9월1일 희망버스를 띄우기로 했습니다. 과정에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 공공운수노조는 공식적으로 희망버스에 결합하지 않았습니다. 재정 상태도 열악했고, 준비 기간도 역대 희망버스중 가장 짧았습니다. 마음 있는 이들은 모두 발을 동동 굴리며 손발을 부지런히 보탰습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사파 7차 작은희망버스_전주 택시 고공농성장편]를 진행했고 기금도 이번 농성에만 한차례 지원했습니다. 사파 작은희망버스이후 1차 희망버스가 발진했습니다. 2차 희망버스도 무사히 발진하여, 김재주와 6인의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2차 희망버스에 대한 재정을 위한 사파기금 지원을 긴급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여기지 못했습니다. 전국의 희망버스 탑승 분위기가 여간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1주일을 앞두고 ‘사파버스’ 1대를 편성하여 발진하기로 했습니다. 웹자보 하나 준비돼 있지 않았고 무엇보다 인원을 과연 다 채울 수 있을까 염려되었습니다만 기우였습니다. 물론 사파는 말이 씨가 되고 행동이 되는, 그 원칙을 이번에도 지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리하여 적당한 인원들이 그리고 투쟁노동자들과 연대자들이 함께 하는 명실상부한 희망버스가 되었습니다. 30명을 훌쩍 넘는 참가자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돌아올 때는 또 새로운 얼굴들이 사파버스와 함께 서울로 상경했습니다. 택시지부 서울지회 노동자들, 대한문 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들, 목동의 하늘 감옥에서 또 다른 고공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파인텍 노동자들, 온갖 성적 모욕과 탄압을 이겨내며 싸우고 있는 레이테크 노동자들 등 투쟁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사파기금의 자랑스러운 연대자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사파버스는 희망버스가 항상 출발하던 그 장소, 대한문 앞에서 집결했습니다. 이번 희망버스가 2011년 영도로 향하던 희망버스를 탔던 마음과 연대의식을 다시 일깨우기를 바래봅니다. 또한 이 자리는 쌍용차 정리해고자 고 김주중님의 분향소가 차려져 있는 곳입니다. 사파버스 탑승객들은 단체로 합동 분향을 숙연하게 하고,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인사를 나눈뒤 함께 전주로 출발했습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의 행사는 언제나 알찬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버스 안에서도 허투루 가는 법이 없습니다. 모두 빠짐없이 자기 방식대로 인사도 하였습니다. 이어 권영숙 사파기금 대표가 진행한 “현정세와 택시투쟁의 목표와 방향” 강의를 짧게 15분간 들었습니다. 권대표가 밤샘 노동을 하고 온 직후로 수면을 양해해달라고 한 택시 조합원들에게, 강의 마지막엔 모두 깨워놓겠다고 했는데 예상대로 되었습니다. 택시 노동자들의 요구가 운송사업자상 ‘전액관리제’가 아니라 ‘근로기준법 58조 노동시간 특례조항과 이를 뒷받침하는 노동부의 소위 ‘소정 근로시간’ 임금지침에 대한 폐기 투쟁으로 집중해야한다는 것, 사업자들에 대한 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을 문제삼아야 한다는 점, 그래서 전액관리제 폐기가 아니라 완전 월급제 쟁취, 그리고 나아가 근로기준법 독소조항 폐기 투쟁으로 방향을 정확히 잡아야한다는 것을 역설하였습니다. 택시 노동자들과 연대자들은 박수로 함께 했습니다.

이어 택시 투쟁가도 배웠습니다. 몸이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대하는 투쟁에 대한 명확한 관점을 갖고 임할 때 적은 인원으로도 무서운 힘을 발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에 적극적으로 임해주신 택시 노동자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주에 도착하니 조명탑 위에선 김재주 노동자가 고공농성 중이었고, 시청 4층 베란다엔 6명의 택시 노동자들이 보였습니다. 이 무슨 얄궂은 모습인지요. 현장 상황은 긴박해 보였습니다. 전주시청 고공 농성 노동자들은 김재주 노동자를 엄호하고 김재주 노동자 역시 5명의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결사의 자세였습니다.

사파기금 연대자들은 버스에서 약속한대로, 사파기금이 준비한 5개의 현수막을 먼저 걸기로 했습니다. 어용 한국노총쪽이 집회하고 농성자 지킴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등 험악한 현장 사정속에서 현수막들이 많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준비한 것입니다. 어깨를 딛고 올라서서 비오듯 땀을 흘리며 달았습니다. 파란 사파기금 현수막을 보면 반가워해 주시길. 현수막 문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완전 월급제 쟁취하자! 택시 공공성 확보하자!
– 사회적파업연대기금
2. 죽음의 질주 이제는 끝장내자!
–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연대자 일동
3. 완전월급제 시행 않는 택시자본 면허 취소!
– 사회적파업연대기금
4. 불법 사납금제 묵인하는 노동부는 독소임금지침 폐기하라!
– 사회적파업연대기금
5. 전주시는 당장 완전월급제 시행을 강제하라!
–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이어 700여 명의 연대자들이 모여 1차 결의대회와 2차 투쟁 문화제를 진행했습니다. 1차 결의대회는 노조의 결의대회로, 민주노총 공식 집행부들이 한둘 나와서 발언했습니다. 발언은 좀 산만했고 분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택시 노동자들이 연단에 올라 노래로 엄호하는 가운데, 시청사 안, 유리문 밖에서, 그리고 한치 앞이면 떨어질 위험에 있는 농성자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들을 하늘로 하나둘 올려보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운영위원인 고진수 위원이 사회를 본 2차 투쟁 문화제는 결기가 서려있었습니다. 두 고공농성을 연대자들이 사회적연대로 보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그리고 완전월급제를 강제하지 않는 전주시에 우리는 언제든지 전주로 달려올 준비가 되어있음도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법적으로 이미 시행되었어야 할 완전월급제는 택시 자본의 편법과 전주시의 직무유기로 아직도 시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오직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그에 대한 사회적 연대가 쟁취해내야 할 일입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이 급하게 조직한 <9.1 전주로 가는 사파 버스>는 그 투쟁에 작은 힘을 보태기 위함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투쟁하는 노동자들 곁에서 그들이 돈 따위에 스러지지 않도록 지원하고 엄호하며 같이 싸울 것입니다.

2018. 9. 9.
사회적파업연대기금

[2018 사파기금 여름 물품연대 & 농성장 순회] 20180816

저기 사람이 있습니다. 투쟁의 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11년만의 살인적인 폭염에 지상 사람들이 하나둘 나가떨어질 때, 온 몸을 태울 것 같은 태양빛을 저 높은 곳에서 온 몸으로 받아내며 싸우는 사람들. 바로 목동 열병합발전소 75미터 굴뚝 위에서 고공 농성 중인 파인텍 노동자들입니다. ‘2018 사파기금 여름 물품연대 & 농성장 순회’는 바로 파인텍 농성장부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스타플렉스 본사가 있는 목동 CBS 후문 중식 선전전이었습니다. 이곳은 목동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곳입니다. 연대자분 중에서 목동 인근에 사시는 분들은 매주 목요일 1시 파인텍 중식 선전전에 함께 해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중식 선전전을 마치고 근처 마트에 들러 연대할 물품을 구매했습니다. 이번 물품연대는 ‘생수와 수박’입니다. 폭염과 싸우며 아스팔트 위에서 농성하는 노동자들에게 목을 적셔줄 물과 당분을 보충해줄 과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열병합발전소 앞 파인텍 농성장에서 물품을 전달하고 수박을 나눠 먹고, 고공에 있는 동지들과 통화를 한 후 다음 농성장으로 향했습니다.

두 번째 물품연대 농성장은 청와대 앞에서 전교조 합법화를 위해 지부장단 릴레이 단식 중인 전교조 농성장이었습니다. 27일간의 전교조 위원장의 단식을 지부장단이 받아서 하고 있었습니다. 교사도 노동자입니다. 노동자에게 주어진 헌법상의 권리인 노동 3권을 반드시 쟁취하시길 바랍니다. 단식 중인 전교조 농성장에는 생수만 전달했습니다.

세 번째 물품연대 농성장은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농성 중인 전국집배원노조 였습니다. 과로사 근절과 토요택배 완전 폐지, 주 40시간 노동보장을 위해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입니다. 우리가 인터넷으로 편리하게 물품을 구매하고 배송 받기 위해 이들 집배원 노동자들은 새벽부터 늦은밤까지 노동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지난 5년간 과로사 혹은 자살로 사망한 집배원은 216명에 이릅니다. 제도적 개선을 통해 이들의 노동 조건이 나아져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고 인내를 가질 필요도 있습니다. 파리 코뮌 시기 제빵 노동자들의 야간 노동을 금지했던 것처럼 말이지요. 이 곳에도 생수를 전달했습니다.

다음 들른 곳은 오늘로 어느덧 투쟁 4216일째인 최장기투쟁 사업장 콜트콜텍 노조의 광화문 농성장이었습니다. 농성장을 지키고 있던 이인근 지회장과 함께 수박을 같이 나눠 먹고 콜트콜텍 투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왔습니다.

마지막 물품연대 농성장은 故김주중 쌍용자동차 조합원의 분향소였습니다. 우파 세력들의 난동으로 분향소 설치 이후 몇 일 동안 심적, 물적으로 고생이 많았던 곳입니다. 벌써 30번째 죽음입니다. 선별적 복직 이후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더 힘내서 투쟁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사회적 연대로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많은 시민들과 연대자들이 오고가는 곳인만큼 생수와 수박을 넉넉하게 전달했습니다.

지역에서 더위와 싸우며 투쟁하고 있어 미처 가지 못한 영월교통지회, 유성기업지회, 춘천환경사업소, 택시지부(세종, 전주), 그리고 75미터 굴뚝 위에서 50도의 더위와 싸우고 있는 파인텍지회에는 2차 물품 연대로 생수 등을 보냈습니다.

겨울의 추위는 옆 동지들의 온기로 이겨낼 수 있고, 여름의 폭염은 더 여유 있는 마음가짐으로 견뎌낼 수 있습니다. 거리 곳곳과 고공에서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이번 ‘2018 사파기금 여름 물품연대 & 농성장 순회’가 작은 힘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한발씩, 웃으며, 끝까지, 함께!”

2018. 08. 17.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제8차 사파 작은 희망버스 – 춘천환경사업소편] 180609

2018년 6월 9일(토) 춘천역 광장- 행진- 춘천시청사앞

사파 8차 작은희망버스는 춘천으로 달려갔습니다. 민간위탁업체 변경 과정에서 해고 당한 후 민간위탁 철회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거리에서 242일째 노숙 천막 농성을 하고 있는 춘천환경사업소 노동자들과 연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색다르게 기차 한 칸을 통으로 빌렸습니다. 작은희망’기차’였습니다. 투쟁노동자들과 연대자들로 다 채웠습니다. 처음 시도해본 것인데, 준비가 어렵긴 했지만 색다른 시도였고 꽤 괜찮았습니다.
기차 안에서 행진과 집회에서 사용할 개인 손 피켓을 만들었습니다. 사파기금이 준비한 마분지에 참가자들이 재기발랄한 구호들을 적고 발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비정규직 소각하고 정규직으로 돌아가자!”, “48인은 바로 우리다”등, 춘천환경사업소 노동자 투쟁의 의미를 살리고, 연대자의 염원이 담긴 구호들이 백출했습니다. 단체로 함께 한 레이테크코리아 노동자들이 마치 레이테크 임태수 사장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듯 피켓을 만들면서 “나쁜 XX야”를 연발하는 모습은 속 시원하면서도 먹먹했습니다.

춘천역에 도착하니 이미 강원지역과 전국에서 온 많은 노동자들과 연대자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춘천역광장에 도착해 모인 연대자들은 역 광장 한 가운데에 사람으로 “단결/연대/투쟁” 글자도 만들었습니다.

오후 5시 춘천시의 악질적인 방해 속에서 본집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춘천시가 주최하는 거짓 ‘환경축제’는 5시에 끝나기로 약속되어 있었지만 그들은 기다려라 하더니, 5시가 넘어서 오히려 음악 소리를 키우며 집회를 방해하고 질질 집회를 끌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방해에 굴하고 움츠려들 [사파 8차 작은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아니었습니다. 목이 찢어져라 외치고, 더 큰 목소리로 발언하며, 더 힘찬 팔뚝질로 맞섰습니다.

사파기금 권영숙 대표의 발언은 전체적인 정세속에서 노동자 투쟁이 처한 상황에 대한 절박성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했습니다. 선거 전야는 6.13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얼마나 전국을 파란 물결로 물들일까에 온통 관심 집중이었습니다. 더 정확히는 6월12일- 바로 선거 전야에 싱가포르에서 이뤄지는 북미정상회담이 어떤 결과를 낼 것이며, 그것이 국내 정치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를 눈뜨고 봐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과연 613선거후에는 무엇이 올까요?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어떤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지, 그리고 연대자들은 왜 여기 춘천에 왔는지를 이후에도 잊지 말자는 것이지요.

김영희 지부장의 발언은 그동안 노동자로서의 존중과 존엄은 커녕, 시민권과 인권을 억압당했던 춘천환경사업소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절박함을 말했고, 그렇기 때문에 물러서지 않고 민간위탁 철회시키고, 비정규철폐 투쟁 가운데 이 투쟁의 의미를 더하겠다는 결심을 밝혔습니다. 춘천 환경사업소 노동자들이 한마음으로 이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어 사파작은희망버스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전국의 투쟁사업장 9곳의 발언, 강원 6곳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발언과 사파기금 연대자 발언이 있었습니다. 모두 당차고 투쟁적이었습니다. 이후 동영상으로 꼭 확인해주시길.

토요일 반나절 동안의 [사파 8차 작은희망버스_춘천환경사업소 편]이 춘천환경사업소 노동자들의 투쟁에 작은 힘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춘천시의 악질적인 방해에 굴하지 말고, 선거철 정치인들의 검은 혀에 흔들리지 말며, 서로를 보듬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더 내부적으로 단단해져서 서릿발처럼 매서운 투쟁을 하시길 바랍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 곁에 사파기금이 언제나 함께 하겠습니다.
“한발씩, 웃으며, 끝까지, 함께!”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사파 7차 작은 희망버스 – 전주택시 고공농성장편]
2018년 2월 24일(토)

[사파 7차 작은 희망버스]는 전주 시청에서 고공농성중인 택시 노동자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김재주 택시 노동자가 하늘에 오른지 174일째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사납금제 때문에 아무리 장시간 노동을 해도 최저임금조차 받기 어려운 택시 노동자들의 사활을 건 싸움에 사파의 작은 희망버스가 마중물이 되기 위해 힘차게 달려갔습니다.

160여 명이 넘는 전국의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연대자들이 함께 했습니다. 전주택시 투쟁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규모 있는 집회였다고 합니다. 사파 7차 작은 희망버스를 전주로 가기로 한 것에 자긍심을 느끼면서도 어깨가 무거워졌습니다.

사파의 작은희망버스가 전국의 노동자 투쟁들을 잇는 오작교가 되기를 바랍니다. 노동자들이 굴하지 않고 파업 승리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길 희망합니다. 그리고 사파기금이 전국의 노동하는 이들이 함께 ‘희망을 모으는’ 연대의 금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노동자들에게 희망은 결국 사회적 힘이기 때문이고 사회적 힘은 바로 사회적 연대에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파 7차 작은 희망버스 – 전주택시 고공농성장편] 현장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사파기금이 5번째 하는 물품연대입니다. 방한품연대로는 3번째입니다.

이번 연대 물품은 추운 혹한기를 맞이하여 성능좋은 핫팩들, 그리고 황사 미세먼지가 많은 한겨울 초봄의 거리에서 잘 버티시라고 목보호 마스크들을 공통으로 준비했습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 쟁취!

2월 20일 오후부터 저녁까지 서울 시내 일원의 농성장들은 직접 방문 전달하고 지역 농성장에는 직접 혹은 택배로 보낼 예정입니다.  방한품연대 방문전달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사파 노동영화 열전> 시즌1_제4회 <노마 레이> 180113

이번 “사파 노동영화 열전” 제4회는 <노마 레이(Norma Mae> (마틴 리트 감독, 1979)이었습니다. 미국 남부 노스 캐롤라이나주의 노동자계급 여성이 노조를 결성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과 그를 파괴하기 위해 자본이 사용하는 인종, 젠더 분열책등을 매우 잘 그린 영화였습니다.

“사파 노동영화 열전”은 단순히 영화를 보기 위한 행사가 아닙니다. 영화 속에서 노동과 노동운동이란 무엇이며 지금 여기의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를 나누기 위한 자리입니다. 영화를 매개로 한 학습의 현장입니다. 수 십년의 시간이 지났어도 영화가 제작됐을 당시의 고민과 현재 우리의 고민은 본질적으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입니다.

하여 영화를 통해 지금 이 곳의 노동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사파 노동영화 열전”의 영화들은 그렇게 선정되었고 앞으로 진행될 시즌 2,3의 영화들도 동일한 기준으로 선정될 것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노동자들과 연대자들이 같이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영화 감상과 의견의 교환 속에서 새롭고 도전적인 생각들이 자라나길 바랍니다. 그리고 각자의 제한된 지평을 깰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매서운 추위를 뚫고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제5회 상영작은 에밀 졸라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제르미날>입니다. <노마 레이>와는 또 다른 시간과 장소 속에서 벌어지는 노동을 접할 수 있습니다. 다음 상영회 때 뵙겠습니다.

2018. 1. 14

* 다음은 노동영화열전을 기획하고 길잡이 역할을 하는 권영숙 사파기금 대표의 ‘길잡이 글’입니다. 영화 선정이유와 노동영화 열전을 사파기금이 기획한 배경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될 글이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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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잡이 글
권영숙 (사파기금 대표, 노동사회학자)

사파 노동영화는, 언제나 그렇듯 나쁘지 않았다. 아니 이번이 더 좋았다. 매번 더 좋아진다.

사파 노동영화를 선택한 기준은 있었다:
– 노동과 파업에 관한 영화.
– 시대와 공간을 달리하며 노동의 관점에서 정치교양이 될만한 영화(그래서 길잡이 강의가 중요하다).
– 덜 교조적이고, 잘 만든 영화.
– 마지막으로 가능한한 길잡이인 내가 본 영화.

그렇게 노동영화 목록을 작성한 후에, 이번 시즌 주제를 ‘파업전야’로 정했고, 추스린 영화들중 이 주제에 맞는, 그러면서도 노동영화중 손꼽힐만한 6개 작품을 시즌1 상영작으로 선정했다. 그러니 당연히 영화들을 선택하는 것도, 상영 순서를 정하는 것도, 꽤 의도적이고 목적의식적으로 배치한 셈이다.

그래도 이제 네번째 영화까지 상영해놓고 보니, 이 순서대로 영화들을 상영한 것이 마치 맞춤하듯 물흐르듯 좋다. 러시아혁명기 노동을 다룬 에이젠슈타인의 <파업>으로 시작해서, 한국의 1987년 노동자대투쟁기를 다룬 영화 <파업전야>, 그리고 미국의 노동운동이 기업별 노조주의로 찌들기전의 탄광파업을 다룬 <메이트원>과 미국의 노동운동이 기업별 노조주의와, 조합주의와, 부패로 물들어가는 가운데, 가장 열악한 방직공장에서 노조 만들기를 그린 영화 <노마 레이>까지.

이번 4번째 <노마 레이> (마틴 리트 감독, 1979) 상영회에 참석한 이들도, 모두 좋다 하고 깨달음이 있었던 듯하고, 다음에 꼭 참석을!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꼬박 꼬박 참석자는 드물다. 그냥 영화는 영화지, 싶은건지. 노동과 파업을 주제로 한 이 영화제, 내용이 노동이라서 그런지, 요즘 핫하다는 페미니즘 영화도 아니라서 그런지. 정작 노동자들이나 연대자들은 노동과 노동운동의 역사에 대해 알려고 하고 공부를 하려고 하지 않아서인지.

영화가 얼마나 훌륭한 텍스트이자 교재일 수 있는지 사람들이 잘 모른다. 이전에 기억들을 동원해, 미개봉작이었던 시절, 물어물어 찾아서 봤던 영화를 4번째로 배치한 <노마 레이>도 훌륭했다. 웬만한 페미니즘 영화보다도, 노동영화보다도. 그러니 놓치지 마시라. 한 편만 보는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보길 권한다. 그리고 길잡이로 제시하는 이야기를 화두처럼 씹어보면 좋겠다. 두고 두고.

사파 사무실 방문했다 같이 영화를 본, 큰 투쟁 앞둔 전국 택시노조 김영만 지부장이 노조운동을 시작한 이래 이게 두번째 본 영화라 하신다. 그리고 노조만 만들자가 아니라 진짜 노조를 노조 union답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것인가 고민을 안고 간다고 영화 소감을 말했다. 왠지 찡했다.

다음 5번째 영화는 <제르미날>이다. 프랑스 노동영화다. 프랑스혁명만 애매하게 기억하는 프랑스에서, 과연 이 ‘부르조아 민주주의 혁명’ 이후에 노동계급에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그들은 어떻게 민주주의의 허상에 대응했을까? 에밀 졸라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제2제정 시기 프랑스, 산업자본주의하 노동계급과 그들의 투쟁과 생활을 그리고 있다.

2018년 1월 15일

사파 노동영화 열전 3회 “메이트원” – 2017 노동자대회 전야 (2017. 11. 11.)

제3회 사파 노동영화 열전은 2017 노동자대회 전야제에서 열렸습니다.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리고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와 함께 준비했습니다. 그것이 사파 노동영화 열전의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겠지요.

사파 노동영화 열전의 상영작들이 비록 수십년 전의 영화들이지만 현재성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오히려 지금 이곳의 투쟁들이 나아갈 길을 더 잘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매 상영마다 노동자들이 더 많이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요? 길을 찾고 싶고, 옆의 동지들과 고민을 나누고자 하는 의지와 마음. 사파 노동영화 열전은 그것이면 됩니다.

제3회 상영작 “메이트원”을 보러 오신 분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뜨거운 의지로 쌀쌀한 날씨에도 두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을 것이라 생각하고, 가슴 뭉클했습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사업장에서 조합원들과 같이 보고 싶다는 어느 노동자의 말은 사파 노동영화 열전이 존재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초라해진 전야제와 노동운동을 지켜보며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새 희망의 단서를 발견하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움츠려들지 않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팔뚝질하는 참가자들의 표정 속에서 였습니다. 아마 전야제 마당에서 울려퍼진 처음이자 마지막 ‘임을 위한 행진곡’이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상영 준비와 마무리까지 큰 도움 주신 연대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
2017. 11. 20

사파 노동영화 열전 (두번째)_“파업전야” 171014

“몽키스패너를 치켜드는 그 장면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그 장면을 계속 만들어내야 합니다.”

2017년 9월 9일 오후 7시 사파기금 영화방에서는 두번째 영화로 장산곶매의 파업전야(1990)이 상영됐습니다. 첫 상영회보다 훨씬 많은,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어쩌면 촌스러웠지만 감동적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어색한 신파조 연기는 민망했습니다. 하지만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본 “파업전야”는 그 자체로 감동이었습니다. 혼자 봤으면 웃고만 말았을 장면도 현장 활동가들과 함께 보니 달랐습니다. 87년~89년의 그 당시와 오늘을 비교하며 무엇이 달라졌고 어떤 것이 여전한지를, 그리고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고민하게 했습니다. 노동자대투쟁 30주년에 함께 한 두 번째 상영회는 충분히 의미있었다라고 감히 말하겠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참가자들과의 영화 & 대화도 소중했습니다. <파업전야> 촬영장이었던 인천 남동공단의 한독금속은 당시 조업재개를 요구하는 파업중이었고, 노조위원장은 구속됐으며, 그에 따라 현장을 맡고 있던 노동자의 당시 상황에 대한 생생한 증언도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그렇게 큰 파장을 그리고 이렇게 현재까지 큰 의미를 가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덕분에 <파업전야>는 더 생동감 있었습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30년이 지난 지금, 노동운동은 당시보다 퇴보한 것이 아니냐는 뼈아픈 반성의 대화도 이어졌습니다. 그 지점이 과거와 현재가 달라진 변화의 지점이라는 사실은 통렬한 아픔이라는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오늘의 반성이 내일의 혁신을 위한 출발점이어야 하겠지요. 어떻게, 무엇을 혁신할 것인가. 우리가 끊임없이 해야 할 질문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화두 하나를 스스로에게 제기한 것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대화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파업전야2’를 만들자”, “공모전이 어떻겠느냐” 등등. 상영회는 끝났지만 열기는 식지 않았습니다. 투쟁을 승리하고 곧 공장으로 돌아갈 삼표 노동자들의 고민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소수노조로서 앞으로 경험할 그 많은 난관들을 똘똘 뭉쳐 지혜롭고 당차게 돌파하기를 바랍니다.

사파 노동영화 열전은 장대한 기획입니다. 하지만 무겁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부담없이 노동영화도 보고 옆에 앉은 동지들이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그 자리들을 노동자들과 연대자들이 채워주시고 만들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세 번째 상영회에서 뵙겠습니다.

2017. 10. 17(화)
사회적파업연대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