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2024년 12월 23일 “2024년 계엄-탄핵 국면에서 노동좌파의 시각과 전망” 을 제목으로 긴급시국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비대면 온라인(줌) 토론회였고, 토론정원을 약간 상회하는 이들이 모여서 3시간여 동안 권영숙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소장의 기조발제를 듣고, 토론했습니다. 원래 2시간 예정했으나 발제도 토론도 각 주제들에 걸쳐서 시간을 넉넉히 두면서 풍부한 토론이 가능했습니다.
12월3일 대통령 윤석열의 계엄 선포 및 해제, 12.7 국회1차 탄핵소추와 여의도 집회, 12.14 국회 2차 탄핵소추 가결과 여의도 집회가 있었고. 12월 21일 3차 광화문 집회와 그날밤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남태령 농민시위 연대집회가 있었습니다.
권영숙 소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건들의 연속 속에서 가닥을 잡고 완성된 발제문을 발제하기보다, 화두 중심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이에 대한 지금까지 움직임들과 프레임들, 담론들을 열거하고 비판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답들을 조금씩 풀어놨습니다. 그래서 발제문의 형식이라기보다는 문제를 던지는 방식이었습니다.
초점은 1. 왜 계엄은 가능했고, 또 불가능한지 이유. 이것은 현 정세에 대한 기본 상식을 좀 더 깨고 다른 질문을 던지기위한 것이었습니다. 민주화이후 왜 첫 계엄이 일어났는가, 그리고 왜 그 계엄은 실패하였는가의 문제. 2. 계엄이후, 포스트계엄에 대한 인식과 대응. 왜 계엄에 대해서 탄핵으로 일치하여 해법을 찾고 외치고 있는가의 문제. 이는 2016년 박근혜퇴진촛불과 현재의 비교 속에서. 3. 한국 87년체제와 87년 헌법의 문제. 87년체제는 윤석열을 낳았고 윤석열로부터 자신을 구하였습니다. 근데 윤석열 탄핵으로 87년 체제를 구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면 도로 87년체제입니다. 이 체제는 스스로 자신의 체제를 완성했고, 이제 그 한계를 스스로 넘어설 수 없는 체제입니다. 그것이 집약된 것이 ’87년 헌법’입니다. 해서 결국 헌법의 문제. 헌법 개정과 제정의 문제가 도출될 수 밖에 없다고 권 소장은 강조하였습니다. 4. 왜 개헌이 아닌 헌법제정인가. 이 지점에선 ‘가이없는’ 간극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제기가 사장될 수도 있습니다. 권소장은 12.21 남태령을 보면서 이 문제까지 발표문에서 다루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토론은 좋았습니다. 긴 발제에 대해서 대체로 필요한 문제제기와 설명으로 이해했고,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들을 털어놓고, 의문들을 제출하면서 발제문의 논지와 여러 연결고리가 생겼습니다. 다양한 이들이 참석하였기 때문에, 논의는 종잡기 어려운 면도 있었으나, 다행히 해야할 이야기들을 대체로 제기하고 함께 토론하였습니다. 계엄이후 국면에 대한 당혹감, 민주노총등 노동의 행보에 대한 답답함, 지역과 중앙의 괴리, 현재 열린 국면에서 어떻게 목표와 방향을 가진 집단적인 흐름을 만들까에 대한 의견들이 속출했습니다.
87년 헌법에 대해선 쉽게 이해되지 않은, 낯설고 새로운 문제제기라는 의견도 솔직하게 나왔습니다. 사실 한국헌법에 대한 해부를 제대로 한 논문이 없습니다. 그 정도로 87년 헌법에 대한 ‘신화화’가 심각합니다. 헌법 제정이 어떻게 개정과 다른가? 이도 이제 생각을 해야할 주제입니다. 운동도, 좌파도 이런 문제의식은 80년대이후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이 주제와 이 제안이 얼마나 ‘험난한’ 길을 가야할지도 판단이 됩니다.
현정세에 긴급하게, 준비했고 완성도를 어느 정도 희생하면서 가장 먼저 연 토론회들중 하나였습니다. 결론부터 내는 관념적이고 목소리 높은 성명서보다 이런 토론회속에서, 생각을 더 급진적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더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탄핵이라는 제도적 절차를 기정사실화하기전에, 현체제에 대한 다양한 의문을 발칙하게 가지는 것이 우리에겐 더욱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 토론의 장이었길 바라면서 열었습니다.
2024.12.28
주최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주관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공개]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창립심포지엄 전체 동영상을 깔끔하게 2시 50여분짜리로 편집하여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기조발제를 귀로 들을 수 있고, 토론회 현장의 묵직하고 날카로운 토론내용들을 눈으로 볼 수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창립 심포지엄 촬영 영상 (230603)
실황 라이브 중계 화면에 비해 훨씬 더 보기 좋고, 듣기 좋습니다.
발언을 시간대별로 목차로 올려뒀고, 각 발언만 화면으로 다시 클릭해서 볼 수 있습니다. 나름 익힌 신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촬영도, 카메라워크도 화면구성도 이만하면 성공했다고 자평합니다.
영상음향촬영을 맡은 이들의 노고에 대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질적으로도’ 우수한 콘텐츠를 많이 올릴테니, 만반의 기대를 부탁합니다.
후기 전문 및 앨범 보기 :
- 페이스북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페이지/ ‘민노연’ 계정
- https://sapafund.org/?p=5775.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는 2023년 6월3일 “민주주의와 노동의 동학: 체제전환을 향한 이론적 실천적 도정을 향해”라는 제하에 창립심포지엄을 열었습니다. 3월25일 창립식이후 본격적으로 연구소가 지향하는 이론적 탐구를 향한 대주제를 드러내는 자리였습니다. 흥미롭게도 정말 새로운 얼굴들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이 연구소의 내용과 방향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낡은 모습과 낡은 문제의식을 넘어서길 바라는 기대라고 여깁니다.
권영숙 연구소 소장이 심포지엄과 거의 동일한 제목의 기조발제문 “민주주의와 노동의 동학: 87년체제의 ‘체제전환’의 방향과 가능성- 자유주의 정치의 한계와 좌파의 위기를 중심으로”를 발표하였습니다. 근 40분에 걸쳐, 권영숙 소장은 현존 민주주의, 노동, 계급, 노동정치(세력화), 노조운동에 걸친 방대한 쟁점을 다루면서, 특유의 강력한 논지를 제시하고, 실천적인 목소리까지 결론으로 냈습니다. 사회를 맡은 백승욱(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발제문의 키워드를 민주주의, 계급, 민주노총등 3개로 정리했습니다.
기조발제문에서 권소장은, 박근혜 윤석열등 우파정권이 등장할 때마다 ‘민주주의 수호’담론이 득세하였고, 이런 규범적이고 비이성적인 대응앞에 좌파마저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로의 회귀에 동조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과연 “민주주의 수호”가 좌파의 정치적 담론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지형과 문제를 포착하기 위해서 ’87년이후 현존 민주주의’를 문제화해야한다고 말하고, 정권들간의 차이가 아니라 정치체제로서 민주주의의 체제적인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봐야하며, 그럴 때 ‘체제 전환;의 논쟁에서 정확한 출발점에 설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박근혜 윤석열 정부의 모습은 ’87년체제와 민주주의의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위기의 증후 혹은 증상”일뿐이라고 덧붙입니다. 따라서 문제삼아야할 것은 87년이후 민주주의 헌정질서 자체이며, 비정상이 아니라 ‘정상정치’로서 한국 민주주의입니다.
그리고 이행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계급문제에 허약한 민주주의이고, 이는 바로 자유주의정치의 근본문제이기도 하다고 발제자는 말합니다. 그에 따르면 87년체제는 ‘자유주의적 정치경제학적 질서’로의 ‘체제전환’ 이자 국가보안법으로 유지되는 보수양당 독점의 ’48년체제’의 부활로 규정됩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자유주의 정치는 계급, 이념, 그리고 정치적 민주주의의 3개 층위에서 한계를 노정하였으며, 제도적 자유주의 세력의 정치적 선택의 결과 보수우익이 부활하고 우익의 패권이 강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정치적 민주화이후 사회적 불평등은 해소되긴 커녕 격화되면서, 민주주의의 ‘심화’가 아닌 ‘민주주의의 환멸’ 현상을 낳았고 이것이 이명박근혜 우익정부의 집권과우익 헤게모니의 부활과 자유주의 세력간에 ㅡ 발제자의 개념에 따르면, ‘민주주의의 악순환’의 구도를 낳았다는것입니다.
하지만 현존민주주의 정치에 대해 노동좌파는 독자적 세력화는 커녕 ‘계급없는 노동’과 ‘노동없는 진보’를 반복하면서 자기 정립을 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부재의 위기’, ‘불가능성의 위기’에 접어들었고, 다른한편 노동계급은 아예 ‘노동사회’의 붕괴와 계급의 해체현상에 직면하였고 이것이 ‘노동의 위기’라고 권소장은 진단합니다. 그러므로 계급적 관점의 좌파의 정립이 가장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소위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노동계급정치’가 부재한 노조의 정치세력화일뿐이라고 비판합니다. 특히 민주노총을 지배하는 조합주의적 흐름은 노조활동만이 아니라 ‘조합주의적 정당’을 세웠고 민주노동당은 좌파계급정당이 아닌 ‘노조기반 (계급연합) 정당’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조와 정당의 ‘양날개론’은 소멸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민주노총등 노조운동의 지배적인 흐름으로 살아있다고 보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와는 준별되는 노동계급정치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습니다. 그는 ‘좌파는 민주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말하였고 이는 토론장에서 흥미로운 논쟁을 촉발하기도 하였습니다.
*여기까지 기조발제의 1부 요약이었고, 2부. 87년체제와 체제 전환 , 3부.노동좌파의 불가능성의 위기와 87년체제 전환의 새로운 방향은 이후 홈페이지에 게시될 자료집을 참조하기 바랍니다.
백승욱 사회자는 기조발제를 꼼꼼히 요약하면서, 자유주의적 정치경제적 체제 전환에서 ”자유주의’의 의미를 더 분명히 할 것을 주문하였고 발제자는 답하였습니다. 사회자는 패널들의 토론을 발제와 연결하여 치열한 토론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패널 양준석(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소속)은 87년이행으로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실현됐고, 이후 부르조아 민주주의에 포섭당하지 않는 전진이 요구되었으나 반대로 되었다면서, 기조발제의 많은 부분을 단락별로 인용하면서 대체로 동의하였습니다. 비정규운동의 조합주의적 경향에 대한 비판, 민주노총이 기층노동자들을 조직할 필요도 지적하였습니다.
패널 양동규(민주노총 부위원장)는, 기조발제자의 표현인 “노동좌파”라는 말을 그대로 원용하면서, 기후위기등 인류의 위기가 노동좌파의 진출을 요구하고 이제 “멸종이냐 사회주의냐”의 기로에 서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민주노총에 대한 기조발제자의 비판에 대해 “민주노총은 일종의 플랫폼”이라고 표현하였고, 이에 대해 청중석의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플랫폼’이라는 표현의 부적절함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양 부위원장은 연구소가 반자본주의 담론을 벼리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피력했습니다.
패널 임운택(계명대 사회학과)은 자본이 아닌 국가만을 상대로 싸우는 정치주의, 그리고 계급적 실천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계급물신주의’가 있다고 지적하고, 연대의 추상적 가치보다 노동현장의 구체적 변화속에서 조직화와 연대 복원을 주문하였습니다. 하지만 기조발제자는 ‘계급’이 부재한 현재 노조운동을 언급하면서 ‘계급물신주의’는 한국에서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이견을 제기했습니다.
패널 박경석(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은, 구두 발언을 통해서 “87체제는 비장애인의 체제”일뿐이고, 장애인들의 동참이 불가능했으며, 이 체제하에서 중요시된 것은 단지 재활, 돌봄의 성격일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의 ‘혐오정치’에 대해서, 언제 어둠의 정치 아니었던 적이 있나? 좀더 세고 야비한 놈을 만난 것일뿐이고, 제대로 붙을만하다고 말하고, 혐오와 갈라치기를 제대로 해줘서 오히려 장애인운동의 쟁점화에 성공하고 있다면서, 노동이 장애인운동과 함께 하면서 나서자라고 독려하여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날 토론회는 사회자의 표현대로 “최근 드문 토론회”였습니다. 주제도, 현장 토론도 치열했고, 기조발제자와 패널들, 사회자가 모두 일치단결하여 주제에 걸맞는 내용있는 토론을 하기 위해 힘을 모았습니다. 무려 3시간 30분이 넘은 토론회는 숨죽이듯 토론을 참관하는 새로운 얼굴의 청중의 존재로 인해 더욱 의미 있었습니다.
창립심포지엄을 막 끝낸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관심과 동참, 지지를 바랍니다.
2023.6.14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12월17일 3기 민주주의와노동학교의 후속 ‘공개집담회’를 “내 일터의 노동권에 대하여”라는 제하에 열었습니다.
2022년 3기 민주주의와 노동학교는 “한국 노동권의 역사, 현재, 그리고 노동운동의 동맹 전략: 권리의 유보, 배제, 해체의 3중 장애를 넘어서는 노동권의 새로운 인식 “이라는 대주제하에 4강에 걸쳐 권영숙 노동사회학자의 강의로 진행되었고, 노동자들이 각자의 일터에서 노동권을 진단하는 발표를 하는 자리였습니다. 귀한 자리였고, 많은 이들이 참여했고,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민중민주열사와 이태원 참사로 죽임당한 158명에 대한 묵념에 이어 “인터내셔날가”를 훌륭한 홍익대 인디밴드 기타리스트의 편곡과 반주로 함께 불렀습니다. 러시아어로 1절, 이후 한국어로 3절까지 초라 가수와 임정득 가수의 선창하에 제창이 이어졌는데, 이 주제의 토론회에서 인터내셔날가를 여는 노래로 부르는 의미가 컸고, 더욱 어울린다 여겼다봅니다.
좌장이자 학교강사였던 권영숙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는, “각 일터와 노동형태들을 망라해서 노동권 문제를 개별적이고 종합적으로 토론하는 자리 기획이, 노동계에서 거의 없었다”고 말하고, “산별과 업종, 기업규모와 정규 비정규 고용형태, 젠더와 국적에 따라 다른 노동권”의 현주소를 무시하고 두루뭉실하게 노동권 일반으로 다루면서 특히 대기업 정규직 조직노동 중심의 사고와 실천이 지속됐다며 비판적인 지적을 했습니다. 노동권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을 위해서 노동권의 지연, 배제, 그리고 해체라는 “노동권의 3중 딜레마”를 제대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무원노조의 조창현, 전교조의 조남규 진영효 조합원은 공무원노동자와 교사노동자의 일터에서 “지연된 노동권”에 대해서 진단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두 발제가 모두 공무원노조, 전교조 운동사에 집중되었고, 공무원특별법과 교원법의 문제를 경유하여, 법외노조였던 두 노조의 투쟁전략과 현재 상태를 진단하였습니다. 결국 법외노조에 대한 대응은 ‘합법노조’가 되는 것이 아니며, ‘지연된 노동권’에 대한 대응은 모두를 포괄하는 노동권을 주장하는 것이라는 점을 이 두 사례는 드러냈다고 좌장은 이후 덧붙였습니다. 공무원, 교사들을 대상으로한 소위 ‘특별법’이라는 법체제의 문제에 대한 이후 토론을 기대합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노동권은 전형적인 비정규직 노동권의 상태, 즉 ‘배제된 노동권’입니다. 동일노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원청사용자와 교섭구조, 즉 노자관계를 확보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파업은 바로 불법화됩니다. 결국 노동3권에서 배제됩니다. 지난 7월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51일간의 파업이 극명하게 드러냈습니다. 20일째 단식중인 김이춘택 사무장은 조선소 현황과 하청노동자 고용구조에 대한 진단에 이어, 하청노동자의 대응을 ‘존재의 이전’과 ‘존재의 부정’의 두 유형으로 설명했습니다. 470억의 손배가압류속에서 거통고지회의 투쟁이 노조법2조, 3조와 직결되지만 동시에 조선소 비정규운동의 중요한 시동을 건 파업투쟁이 되길 바랍니다.
“물류 플랫폼노동자의 ‘해체되는 노동권'”에 대해서 정성용 쿠팡물류센터 인천분회장이 발제했습니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을 해왔고, 노조를 만들었고, 투쟁중에 해고당했지만, 민주주의와노동학교 강의 내용에 따라 쿠팡 물류센터에 대해 “노동3권으로 뜯어보기”를 이 발제를 통해서 처음으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직고용된 노동자들이고, 형식상 노동3권을 가졌고, 단체 교섭도 진행하지만, 이들의 노동권은 사실은 ‘해체되는 노동권’입니다. 일용직이 68%, 계약직이 24.6%, 그리고 정규직은 단 2,5%인 일터에서 과연 노조는 어떻게 존재 가능하고, 어떻게 노동3권을 확보하고, 어떻게 단체 교섭을 하고 단체 행동을 하고, 단체협약을 지키게 만들 수 있을까요? 허울좋은 직고용 뒤에 숨은 ‘일용직 노동자들’은 결국 ‘플랫폼 노동의 현실입니다.
“사라지는 노동권, 노동계급 없는 노동: 1인 노동자의 경우”에 대해서 발표한 김한경님은 ‘마트 노동자’입니다. 그는 제과점 공장에 ‘구인공고’부착물을 보고 들어갔고 3개월마다 재계약했습니다. 요양보호사로 채용됐을 때는 “워크넷”이라는 인터넷 채용사이트를 통해서 들어갔습니다. 마지막으로 24시간편의점 ‘아르바이트’ 역시 구인구직 플팻폼인 ‘알바천국’을 통해서 들어갔습니다. 정상적인, 즉 근로기준법과 노조법과는 완전 무관한 채용형태는 플랫폼 노동을 통해서 가능했습니다. 1인 노동자와 사용자간의 관계는 노사관계로 다뤄지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주 다루지 않는 장애인 노동권에 대해서 금문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활동가가 발표했습니다. 노동시장에서 장애인의 지위와 현황, 한국의 장애인 노동정책과 법제화 수준은 형편없습니다. 장애인 노동자의 월평균임금이 최저임금 기준의 20%입니다. 전체 장애인의 85%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됩니다. 장애인은 말하자면 자본에 착취당할 수 ‘없는’ 노동자, 즉 노동자 아닌 장애인입니다. 그들이 ‘자본에 착취당하지 않는 장애인 노동자’로 서기 위한 노동권은 노동에 대한 새로운 성찰과 개념을 요구합니다. 장애인의 노동권에 대한 이해가 전체 노동계급의 노동권에 결여된 핵심을 살펴보는 ‘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권영숙 좌장은 덧붙입니다.
이번 집담회는 새롭다는 평이었습니다. 이렇게 6개의 일터에 대해서, 노동권이라는 시각에서, 그것도 급진적인 노동권을 향한 ‘동맹’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발표할 기회도 들을 기회도 없었다는 평이 이어졌습니다. 이 토론회가 계기가 되어, 더욱 명료하고 선명한 노동권에 대한 문제의식과 “노동자가 하나”가 되기위한, 계급을 형성하기 위한 토론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사파기금은 그런 기획을 준비하겠습니다.
2022.12.23.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2022년 4월5일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세종호텔 정리해고사태, 과연 정당한가?” 토론회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공동주관으로 열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근기법24조 정리해고조항이 코로나19를 핑계로 한 해고를 정당화하는데 악용되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사학자본이 교육사업을 위한 수익성 사업으로 경영하는 세종호텔 노동자들에 단행한 ‘정리해고 학살’에 주목하고 이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였습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15명이상, 줌 Zoom 참여로 최대 25명 참여하였고, 발제와 토론은 실천적으로 명료하고 내용은 알찼습니다.
좌장을 맡은 사회적파업연대기금 권영숙 대표는, 코로나19 확진으로 발제를 하지 못한 유흥희 ‘비정규직이제그만’ 집행위원장을 대신하여 간단히 ‘코로나19와 노동자투쟁, 그리고 정리해고 철폐의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졌습니다(자료집에 미수록). 그는 정리해고철폐투쟁 20여년에도 불구하고 폐지하지 못한 “정리해고 조항이 철폐되지 않는한 ‘노동재난’도 정리해고를 비껴갈수 없다”며 이 시점에 정리해고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시 곧추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전지구적 전염병이 모든 사람들이 걸릴 수 있는 재난이고, 노동자투쟁과 파업, 집회 시위 모두 예외없이 제한할 수 있다고 하면서, 노동자 해고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단행하는 이중성과 모순”을 지적했습니다.
세종호텔노조 정리해고 토론회를 사회적파업연대기금,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공동주관하여 4월5일 엽니다. 연대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토론회]
근기법 24조 정리해고를 다시 소환한다
“세종호텔 정리해고사태, 과연 정당한가?”
-사학자본의 정리해고 학살과 포스트 코로나를 향한 올바른 해법
○ 일시 : 2022년 4월 5일(화) 오후 6시
○ 장소 :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
○ ZOOM 회의 링크 : https://bit.ly/세종호텔토론회
○ 좌장: 권영숙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 발제
유흥희_비정규직이제그만_ 코로나19 노동재난과 노동자투쟁
윤지영_공익인권법재단 공감_ 세종호텔 경영행태 분석과 사학자본 수익사업의 문제점
박종남_민주주의법학연구회_ 세종호텔 쟁의관련 법리적인 검토
○ 현장 발언
고진수_세종호텔노조 지부장
김계월_아시아나케이오노조 지부장
최대근_관광레져산업노조 위원장
노경봉_신도여객노조 지회장
주관: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주최: 세종호텔노조지부, 세종호텔정리해고철회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코로나19노동재난연대기금 조성후 기획으로 “코로나19 속에서 지워진 그 목소리”라는 주제하에 연속 집담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8월이후 확진사태로 두 차례 연기 끝에 2차 집담회가 “노동재난에 맞서 함께 연대하고 저항하기”란 제목으로 9월28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여전히 코로나19에 대한 국가방역과 강제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참석자는 많지 않았지만, 집담회는 세부주제를 다 다루며 내실있게 잘 진행되었습니다. 패널 발제들은 코로나19가 덮친 노동의 모습, 노동의 약자들, 노동재난의 민낯, 사회적 거리두기의 허상, 코로나19 해고와 불안정노동, 권리와 복지의 사각지대를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코로나19 전염병과 전 국가적인 방역통제 속에서, “어떻게 노동재난에 맞서 함께 저항하고 연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모인 이들의 문제의식은 “전국민 국가위기 극복이 아니라 노동재난의 불평등성에 맞선 투쟁과 연대”를 향해 나아가는 걸음과 문제의식을 방역 앞에서 멈출 수 없다였습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과 김이찬 지구인의 정류장 대표는 이주노동자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노동재난을 거의 종합하듯이 총체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언론에서 많이 보도되기도 했던 마스크공급 배제와 전국민재난지원금 배제외에도, 주로 농촌 노동자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이미 고립과 격리 상태인데, 코로나19를 핑계로 해서 ‘감금’에 준하는 상태에 이르러있습니다. 여기에 이주노동자를 향한 악법중 악법인 고용허가제와 이동의 부자유는 특히나 위력을 발휘합니다. 좌장인 권영숙 대표는 이주노동이야말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허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현실이며, 코로나19 이전에도 있던 사회적인 차별과 배제가 코로나19을 통해서 더욱 명확해지고, 더 노골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주노동자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실제로는 강제조치임을 보여줍니다. 자발적 감금을 거부하면 해고이고, 해고는 곧 ‘불법체류’로 변합니다.
아시아나항공 케이오 김계월 부지부장과 고건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 대표의 발표는, 코로나19가 ‘노동재난’임을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아시아나 금호재단의 자회사인 케이오노조의 해고는 코로나19속에서 가장 먼저 가장 빨리 해고되는 비정규노동자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코로나19이후 첫 해고 사례입니다. 최근 원청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주선’으로 하청업체와 2회 교섭을 가졌으나 회사는 ‘다른 노조’ 핑계를 대고 무급휴직 동의서부터 내라는 등 억지를 부려 교섭은 깨졌습니다. 김계월 부지부장은 “권력과 자본이 짜고 하는 이것은 무엇일까, 소수가 아무리 옳다고, 법적으로 옳다고 해도, 쉽게 복직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라는 질문을 투쟁 과정 내내 던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답했습니다. “모두가 재난이고 국가적 재난이라고 하면서, 어려운 위기라면서 재벌은 1도 손해를 보지 않고 노동자들은 제일 먼저 잘린다”며, “K 방역 그렇게 잘하면서. 노동자들에게 먹고 살아가는 길을 국가가 책임져야하지 않나”라고 문제를 던졌습니다. 문재인 정권과 제도정치권이 이 질문에 어떤 답을 하고 있는지, 현실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쿠팡발 코로나19 피해노동자’모임’은 최근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지난 5월24일 쿠팡의 부천물류센터에서 최초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방역당국이 회사에 통고했지만 회사는 당일과 그 다음날까지 이틀동안 노동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출근을 시켰습니다. 그 결과 노동자들과 그의 가족들 포함하여 총152명이 감염됐습니다. 노동자와 그 가족들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쿠팡은 일터의 전염병 감염 사례를 알리지 않고 노동자들을 출근시킴으로써 백수십명 감염을 초래했습니다. 이것은 명백히 형사적인 죄입니다.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할 판인데, 쿠팡은 피해 노동자들에겐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고객들에겐 택배물품은 안전하다는 공지를 냈습니다. 고건 대표는 “확진자가 모두 비정규직이라면서, 지금 단기 계약자는 갱신을 위한 지원창구 자체를 막았고, 계약직은 한 달 임금을 추가해서 지급한 것이 전부이며, 대부분 현재 자진 퇴사하거나 병가 상태로 출근 못하고 있으며, 출근을 못하면 무단결근으로 해고 당하고 있다”고 현장 사정을 전했습니다.
이것이 한국에서, 그리고 문재인 정권이 노동을 존중하는 현실입니다. 노동자들, 그중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가장 먼저 ‘치워버리고’, 작업장 전염병에도 불구하고 그 위험을 알리지 않고 노동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회사가 ‘가족같은 회사’라고 주장합니다. 권영숙 대표는 이탈리아 파업과 미국 물류회사 아마존등의 사례를 거론하면서 노동자의 안전한 노동을 위해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도입해야하고, 그것을 코로나19 전염병 가운데 노동자의 작업거부권으로 가장 먼저 제도화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집담회는 코로나19가 불평등한 재난이며 노동재난임을 당사자의 목소리와 토론을 통해서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주제인 “함께 맞서 연대하고 저항하기”에 대해선 모두가 질문을 제기했습니다. 과연 비대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제적인 방역조처로 작동하는 현실에서, 저항은 어떻게 가능할까? 연대는 어떻게 가능할까? 만나지 못하는데 ‘유대’는 ‘공감’은 어떻게 형성해갈 수 있을까?
코로나19는 운동에게 큰 도전입니다. 이 질문 자체가 중요합니다. 집담회는 그를 위해서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함께 맞서 연대하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경험하는 현실이 다르지 않음을 느끼고, 다른 이의 더 심각한 고통에 귀기울이고 연대와 공감하고, 정의롭지 못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연대와 실천 방안을 함께 만들어가자. 집담회의 결론이었습니다.
사파기금이 조성한 코로나19노동재난연대기금으로 더욱 구체적인 연대를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지하고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2020.10.05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코로나19 노동재난연대기금 조성운동을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7월 20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재난 당사자와의 1차 집담회를 열었습니다.
“그 목소리”-배제된 목소리, 사라지는 목소리, 지워지는 목소리” 라는 집담회 제목대로, 코로나19 재난에 가장 취약한 조건에서 버티고 싸워온 이들의 육성을 통해서 그들이 이 재난을 어떻게 겪고 있는지 직접 들어보고 연대할 방안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집담회 이틀 뒤인 7월22일은 마침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의 9주년 생일이라, 박준 가수가 축하 노래를 부르고 떡을 장만해 다함께 나눠 먹으며 조촐하게 축하했습니다.
패널로 아랫마을홈리스야학 학생회장 로즈마리, 의료연대 코로나19 대구공동행동의 이정현 공동집행위원장, 공공운수노조 쿠팡노조의 정진영 지부장을 초대했으나 정 지부장은 당일 아침 열이 나서 병원에 가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검사 결과 다행히 코로나19 감염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으나, 코로나19 이후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로 잇따라 쓰러진 데서 드러난 노동재난을 몸소 증명한 셈이 됐습니다.
홈리스야학의 로즈마리님은 주거권은 물론 의료권도 보호받지 못하는 홈리스와 쪽방촌 주민들의 코로나19 재난 상황을 생생하게 들려줬습니다. 노숙인들은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할 엄두도 내기 힘들어 신청률이 35.8%에 그치고 있고, 여느 의료수급자와 달리 노숙인은 서울의 9곳 등 지정된 공공병원에서만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코로나19 이후로는 치료가 덜 끝나도 걸을 수만 있으면 병원에서 내보내는 바람에 성치 않은 몸으로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 쪽방촌 주민들은 재개발을 앞두고 열악한 거처에서마저 쫓겨날까 두려워하는 상황을 전해 들으며, 한국 사회의 전염병뿐 아니라 모든 질병의 사회적인 차별과 불평등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의료연대 이정현님이 들려준 대구의 코로나19 상황은 세계적 모범이라는 K방역이 의료진을 갈아 넣어 유지되고 있음을 더욱 뚜렷이 드러냈습니다. 예컨대 대구에 파견된 타지역 의료진이 코로나19 활동 후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것과 달리, 대구 의료진은 하루 쉬고 다시 일터로 복귀하고 있다고 합니다. 방역과 치료는 구분됩니다. 방역에 성공한다고 해도 치료는 공공의료의 튼튼한 점검과 토대없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좌장인 권영숙 대표의 말대로 홈리스와 쪽방촌 거주자, 이주노동자등에 대한 격리와 배제를 통해서 이 사회의 방역모델을 유지한 것은 이 사회안의 ‘락다운(봉쇄)’조처였습니다. 또한 “노동자가 안전해야 사회가 안전합니다”. 택배, 의료 노동자들에게 위험노동을 전가하고 그들에게 더큰 부담을 떠맡긴 방역은 장기적으로 지속하거나 성공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코로나19 국면에서 이 사회가 작동하도록 그림자노동을 감수했던 이들에 대한 사회적 연대는 거의 실종됐습니다. 그리고 이는 이제 코로나19이후의 ‘새로운 노멀’을 상상하는데 자기 한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모두 함께 살기 위한 구상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넘어서 사회적 연대로 첫걸음을 내딛는데서 출발합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이 불평등에 맞서는 사회적 연대를 강조하며 코로나19 노동재난연대기금 조성에 나선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코로나19 노동재난연대기금 집담회는 이주노동자, 돌봄노동자(학교비정규 포함), 항공 해고자, 무급 노동자들을 초청해 8월에 한 번 더 있을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2020.7.22.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발표 자료
홈리스야학과 의료연대 두 단체 모두 발표 자료도 참 좋았습니다.
발표자료-홈리스야학 로즈마리
발표자료-의료연대 이정현
코로나19 노동재난연대기금 1차 집담회 후기 사진앨범 보러가기
[정세토론회] “동아시아 국제연대와 노동자국제주의” 191016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2019년 10월 16일 “아시아 국제연대와 노동자 국제주의”를 주제로 정세토론회를 열었습니다. 홍콩 시위와 한일 무역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열린 이번 토론회는 한국 노동운동에서 국제연대의 역사를 통해 아시아 국제연대와 노동자 국제주의의 올바른 방향을 검토하고, 현 상황을 노동자 국제주의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권영숙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이자 노동사회학자의 기조발제와, 9월초 2주 가까이 홍콩 시위를 취재하고 돌아온 김한주 ‘민중언론 참세상’ 기자의 발제에 이어 벌어진 토론은 국제연대 활동과 이주노동자 운동의 현장 실무자들이 다수 참석하고 발언해 더 생생했습니다. 3시간 가까이 진지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토론회는 참석자 전원이 노동자 국제연대의 노래인 ‘인터내셔널가’를 제창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권영숙 대표는 자신의 책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국제연대>(2018, 한울)을 토대로 한 기조발제 “한국 노동운동의 국제연대-민주화, 세계화, 그리고 집합기억”에서, 국제연대란 무엇인가, 국제연대의 단위로서 동아시아는 있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발제는 국제연대는 교류가 아니고, 교류는 운동이 아님을 분명히 하면서 민주노총 등 한국 노동운동의 국제연대가 여전히 도구주의적 의식에 머물고 있으며 계급적 관점에서 국제연대를 보는 시각이 빈약함을 비판했습니다. 또 국제연대의 지역적 경계로서 ‘동아시아적 정체성’은 연대와 공동체의 기억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냉전 질서 아래 하나의 경제, 안보 축으로 묶이면서 ‘획정’된 것임을 지적하면서 경제(자본주의), 안보(군사동맹), 정치(민주주의)의 세 축에 걸쳐 있는 아시아 국제연대의 올바른 방향을 잡아주는 시각이 바로 노동자 국제주의라고 강조했습니다. 보론에서 권 대표는 한일 무역전쟁의 와중에 벌어지고 있는 애국주의, 민족주의 광풍에 노동운동과 좌파가 계급적 관점에서 비판하기는커녕 동조하는 경향을 매섭게 비판했습니다.
김한주 기자는 ‘자본주의 직면한 검은 시위대, 탈출구는?’ 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홍콩 시위의 경과와 현황을 전하고, 중국 자본의 홍콩 장악과 경제적 불평등에 따른 양극화가 심각하고 이를 홍콩시위가 반영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시위대가 경제나 체제의 문제보다 당장의 현안인 경찰과 행정부의 폭력에 대한 저항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점차 이후의 방향을 두고 시위대 내부의 분열이 진행되면서 의제의 심화 및 수렴이 되지 않고 있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습니다
청중 토론은 한국 노동운동은 왜 국제연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가, 노동자 국제주의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집중됐습니다. 한일 무역전쟁에서 노동이 공동실천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질의에 대해 권영숙 대표는 노동자 국제주의 관점이 가능하려면 체제에 포섭된 노동운동에서 벗어나 자신의 계급성, 급진성을 만들어가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제안으로 이번 토론회의 결론을 대신했습니다.
홍콩 시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한일 무역전쟁은 양국 정권과 자본에게 큰 이득을 안긴 채 노동자 민중에 대한 봉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시아 국제연대와 노동자 국제주의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노동자 국제주의라는 드문 주제로 연 이 토론회에 정작 민주노총 조합원등 노동자들의 참석은 많지 않았습니다. 한국 노동운동의 국제주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 해서 씁쓸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연대운동을 하는 노동 사회단체들의 활동가들, 홍콩 현지에서 시위참여를 했던 이들이 모여서 토론한 의미있는 자리였습니다.
앞으로도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노동자 국제주의를 지향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
2019. 10. 28.
[정세토론회] “동아시아 국제연대와 노동자국제주의” 현장사진앨범가기
사파 정세토론회
“아시아 국제연대와 노동자 국제주의”
한일의 ‘무역전쟁’ 앞에서 한국의 민중 노동자들은 어떻게 국제연대를 생각해야할까요? 또한 여전히 수그러지지 않고 거세게 이어지는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해 노동자 국제주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해해야할까요?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에게 동아시아는 있다! 혹은 없다일까요?
최근에 전개되는 양상과 과거 한국 노동운동의 국제연대의 역사를 통해서 아시아 국제연대와 노동자 국제주의를 생각해보는 정세토론회를 엽니다.
많은 참석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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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 2019년 10월16일 오후7시
– 장소 : 사회적파업연대기금 교육장 (서울 용산구 원효로 250 2층)
– 기조 발제: 권영숙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국제연대> 공저자)
– 발제: 김한주 (민중언론 참세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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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최: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문의 sapafund@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