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동행>17호 입니다. 격월 (둘째 주 화요일)로 발행되니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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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을 맞으며
연대에서 동맹으로 향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사회적 연대로 열어젖힌 2011년에서 2024년 남태령의 연대까지
– 사파기금의 ‘사회적연대‘운동과 희망버스를 기억하며
“운동은 주체를 넓혀가는 흐름이다. 그리고 그 주체는 연대운동을 통해서도 넓혀진다. 그런 점에서 노동에 대한 사회적 연대는 바로 함께할 세력, 즉‘동맹’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권영숙, <황해문화>2014 여름)
한국 사회는 희망에 목말라있는 사회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노동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려는 시도에 목말라 있습니다. 그만큼 민주화이행후 노동배제적 민주주주의 속에서 노동의 사회적 고립은 심각했습니다. 2011년 ‘노동의 절망’ 상태를 뚫고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을 향하는 희망버스로부터 시작된 노동에 대한 사회적 연대의 의미는 컸습니다. 전태일이 죽어가면서 절실히 찾았던 노동자 친구가 바로 사회적 연대라고 봅니다. 2011년은 1970년대 이후 산업화를 질주해온 대한민국에서 최초의 유의미한 노동에 대한 사회적 연대운동의 등장이라고 할 만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떻게 희망버스로 시작된 노동의 사회적 연대를 지속적인 문제의식으로 발전시키고 장기적인 전망으로 추동할 동력을 확보하는가였습니다. 2011년 2차희망버스 직후인 7월 17일 시작된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희망버스로 시작된 노동의 사회적 연대를 장기적인 문제의식으로 결집하고, 나아가 파업기금이 부재한 채 파업을 시작하면서 돈의 압박에 스러져가는 한국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원하기위한 하나의 제도적 장치를 지향하는 연대운동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의 노동은 파업권이란 헌법적인 권리를 가졌으나, 돈 앞에서 속수무책이었고 스러져갔습니다. 파업기금의 부재는 곧 노동자의 파업권의 유명무실화로 이어졌습니다. ‘단지 용역깡패와 공권력의 침탈 뿐 아니라’ 돈이 이들의 피를 말렸습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가장 일찌기 손해배상가압류를 통한 자본의 새로운 노동통제에 주목하며 이를 ‘사회적 연대’로 뚫고 나가자고 제안한 연대운동이었습니다. 나의 노동의 댓가인 “피같은” 돈을, 정리해고, 비정규직화, 노동파괴의 현실에 맞서 싸우는 정당한 파업에 대한 파업기금으로 조성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희망버스 이후의 움직임들은 희망버스를 반복 재현하려는 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어렵게 시작한 노동에 대한 사회적 연대의 문제의식을 한 단계 넘어서는 연대적 사회운동의 조직화와 노동중심사회를 향한 문제의식과 정치로 모아가지 못하였습니다. 한편 노동자투쟁의 당사자주의, 노조운동의 관료화, 노동운동의 전망 부재는 사회적 연대자들을 낙심하게 만들었고, 떠나게 만들었습니다. 다른 한편 노동자투쟁에 대한 사회적 연대는 개인들의 주관성과 자발성에 기초한 연대를 넘어서지 못하면서 범위를 확대하지 못하고 소진하게 됩니다.
2024년 12월3일 대통령 윤석열의 무모한 계엄 선포가 사회적 연대운동에 예기치 못한 새로운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윤석열퇴진/탄핵 캠페인 자체로서 가능했던 일은 아닙니다. 12월 21일 밤 서울 접경 남태령에서 경찰에 막혀 고립된 농민시위를 SNS에서 본 수만명의 이름없는 연대자들의 발걸음이 다가왔습니다. 마치 2011년 7월 2차 희망버스부터 영도로 가는 연대의 발걸음처럼. 그리고 남태령의 연대자들은 윤석열 ‘탄핵’을 넘어서, 이 땅의 억압받는 이들에 대한 연대에 나섰습니다. 성소수자들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손을 잡았습니다. 2011년 7월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이 노동의 파업권을 인정하는 운동으로서 사회적 파업기금을 사회적 연대로 모으자는 제안을 했을 때, 매일 수십만 수백만원의 연대기금이 쏟아졌을 때처럼.
너무 반가웠습니다. 눈물나도록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당연한 일입니다. 노동하는 사람이고 노동자가 될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면서 사회적 연대에 나서는 것, 사회적 연대는 그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왜 내가 이렇게 노동을 몰랐지?”라는 가책과 각성은 2011년에도 휩쓸었던 사회적 정서였습니다. 하지만 가책과 속죄의식, 분노는 시작일뿐입니다. 노동의 사회적 고립을 뚫고 노동과 접속했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는 과연 ‘이번에는’ 과거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우리는 정말 분노와 절망을 넘어서 새로운 사회적 연대의 서사를 써낼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사회를 재구성하는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까 입니다.
왜 희망버스는 2012년 노동자의 죽음을 멈추지 못했을까를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저는 노동의 고립의 반대어는 ‘사회적 연대’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연대를 더욱 넓게 확장하면 노동의 죽음을 멈추고 노동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이는 노동자 주체와 노동의 사회적 연대세력 모두를 향해 참으로 곤혹스런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2011년의 사회적연대가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갈수록 미미해지고 그 빛을 잃어가던 과정이었다면, 이번 사회적 연대의 움직임은 다르길 기대합니다. 노동에 대한 사회적 연대가 아니라 노동하는 이들의 상호연대가 되길 바랍니다. 사회적 연대가 더욱 사회적으로 확장되길 바랍니다. 사회적 연대가 더욱 정치적으로 선명해지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사회적 연대로부터 사회적 동맹으로, 방향을 가진 정치적 힘으로 스스로 진화 진보하길 바랍니다.
한걸음씩 함께 웃으면서,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길 다시 바랍니다.
2025.1.14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권영숙
[기쁜소식]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소식지 <사파동행> 17호가 발간되었습니다 (2025. 01. 14)
웹진 : https://stib.ee/pbAF
홈페이지에서 보기: https://sapafund.org/?p=7773
2024년 연말과 2025년 연시는 격동의 시간이었습니다. 12.3 대통령 윤석열의 계엄선포와 해제, 그리고 탄핵국면의 전개속에서 대규모 대중집회가 열렸습니다. 윤석열은 체포되고 헌재의 사법의 시간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른 생각은 불가능할까요? 남태령에서 시작된 연대가 노동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2011년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을 시작하게 한 그 사회적 움직임이 계속 유의미한 행보를 걷기를 바랍니다. 모두 심신 강건하시길!
[2025년을 맞으며]
연대에서 동맹으로 향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사회적 연대로 열어젖힌 2011년에서 2024년 남태령의 연대까지
– 사파기금의 ‘사회적연대’운동과 희망버스를 기억하며
2011년의 사회적연대가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갈수록 미미해지고 그 빛을 잃어가던 과정이었다면, 이번 사회적 연대의 움직임은 다르길 기대합니다. 노동에 대한 사회적 연대가 아니라 노동하는 이들의 상호연대가 되길 바랍니다. 사회적 연대가 더욱 사회적으로 확장되길 바랍니다. 사회적 연대가 더욱 정치적으로 선명해지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사회적 연대로부터 사회적 동맹으로, 방향을 가진 정치적 힘으로 스스로 진화 진보하길 바랍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길 다시 바랍니다.
2025.1.14.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권영숙
전문 https://sapafund.org/?p=7756
= 성 명 서
나중은 없다. 탄핵 이전에도 이후에도 함께 외치고 연대하고 함께 뭉치자!:
“지금 외치지 못하면 어떻게 다음에 외치겠는가?
불평등 철폐를, 사회 변혁을, 해방 세상을! ”
전문 https://sapafund.org/?p=7711
= [후기] 긴급시국토론회
2024년 계엄-탄핵 국면에서 노동좌파의 시각과 전망” 241223
기조발제: 권영숙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소장)
일시: 2024. 12.23 오후7시- 9시
장소: 온라인 강연 토론 (Zoom)
후기 전문 https://sapafund.org/?p=7740
= [후기] 22회 사파포럼
“2021년 현대제철 비정규파업이 넘어선 것들, 넘어서야할 것들” 241123
발제 이상규 현대제철 비정규지회장
2024년 11월 23일 민주노총 15층 교육장
전문 https://sapafund.org/?p=7659
= [노동현장 소식]
– 금속노조 서울지부 주얼리분회
– 내 삶을 바꾸는 민주주의, 비정규직 1박2일 대행진!
1월 17일(금) 16시 한화본사 집결
= [공유]
현장쟁점 민노의 창
2024년 최저임금투쟁 평가와 2025년 최저임금 투쟁
– 공세적인 최저임금 확대담론으로 임금투쟁의 주체를 발굴하고 공동투쟁을 준비하자!
2024년 12월 30일,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전문 https://dem-labor.org/?p=15176
+ 연대와 후원 참여하는 방법
bit.ly/사파기금연대
bit.ly/기금단체후원
bit.ly/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2024년 12월 23일 “2024년 계엄-탄핵 국면에서 노동좌파의 시각과 전망” 을 제목으로 긴급시국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비대면 온라인(줌) 토론회였고, 토론정원을 약간 상회하는 이들이 모여서 3시간여 동안 권영숙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소장의 기조발제를 듣고, 토론했습니다. 원래 2시간 예정했으나 발제도 토론도 각 주제들에 걸쳐서 시간을 넉넉히 두면서 풍부한 토론이 가능했습니다.
12월3일 대통령 윤석열의 계엄 선포 및 해제, 12.7 국회1차 탄핵소추와 여의도 집회, 12.14 국회 2차 탄핵소추 가결과 여의도 집회가 있었고. 12월 21일 3차 광화문 집회와 그날밤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남태령 농민시위 연대집회가 있었습니다.
권영숙 소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건들의 연속 속에서 가닥을 잡고 완성된 발제문을 발제하기보다, 화두 중심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이에 대한 지금까지 움직임들과 프레임들, 담론들을 열거하고 비판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답들을 조금씩 풀어놨습니다. 그래서 발제문의 형식이라기보다는 문제를 던지는 방식이었습니다.
초점은 1. 왜 계엄은 가능했고, 또 불가능한지 이유. 이것은 현 정세에 대한 기본 상식을 좀 더 깨고 다른 질문을 던지기위한 것이었습니다. 민주화이후 왜 첫 계엄이 일어났는가, 그리고 왜 그 계엄은 실패하였는가의 문제. 2. 계엄이후, 포스트계엄에 대한 인식과 대응. 왜 계엄에 대해서 탄핵으로 일치하여 해법을 찾고 외치고 있는가의 문제. 이는 2016년 박근혜퇴진촛불과 현재의 비교 속에서. 3. 한국 87년체제와 87년 헌법의 문제. 87년체제는 윤석열을 낳았고 윤석열로부터 자신을 구하였습니다. 근데 윤석열 탄핵으로 87년 체제를 구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면 도로 87년체제입니다. 이 체제는 스스로 자신의 체제를 완성했고, 이제 그 한계를 스스로 넘어설 수 없는 체제입니다. 그것이 집약된 것이 ’87년 헌법’입니다. 해서 결국 헌법의 문제. 헌법 개정과 제정의 문제가 도출될 수 밖에 없다고 권 소장은 강조하였습니다. 4. 왜 개헌이 아닌 헌법제정인가. 이 지점에선 ‘가이없는’ 간극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제기가 사장될 수도 있습니다. 권소장은 12.21 남태령을 보면서 이 문제까지 발표문에서 다루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토론은 좋았습니다. 긴 발제에 대해서 대체로 필요한 문제제기와 설명으로 이해했고,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들을 털어놓고, 의문들을 제출하면서 발제문의 논지와 여러 연결고리가 생겼습니다. 다양한 이들이 참석하였기 때문에, 논의는 종잡기 어려운 면도 있었으나, 다행히 해야할 이야기들을 대체로 제기하고 함께 토론하였습니다. 계엄이후 국면에 대한 당혹감, 민주노총등 노동의 행보에 대한 답답함, 지역과 중앙의 괴리, 현재 열린 국면에서 어떻게 목표와 방향을 가진 집단적인 흐름을 만들까에 대한 의견들이 속출했습니다.
87년 헌법에 대해선 쉽게 이해되지 않은, 낯설고 새로운 문제제기라는 의견도 솔직하게 나왔습니다. 사실 한국헌법에 대한 해부를 제대로 한 논문이 없습니다. 그 정도로 87년 헌법에 대한 ‘신화화’가 심각합니다. 헌법 제정이 어떻게 개정과 다른가? 이도 이제 생각을 해야할 주제입니다. 운동도, 좌파도 이런 문제의식은 80년대이후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이 주제와 이 제안이 얼마나 ‘험난한’ 길을 가야할지도 판단이 됩니다.
현정세에 긴급하게, 준비했고 완성도를 어느 정도 희생하면서 가장 먼저 연 토론회들중 하나였습니다. 결론부터 내는 관념적이고 목소리 높은 성명서보다 이런 토론회속에서, 생각을 더 급진적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더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탄핵이라는 제도적 절차를 기정사실화하기전에, 현체제에 대한 다양한 의문을 발칙하게 가지는 것이 우리에겐 더욱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 토론의 장이었길 바라면서 열었습니다.
2024.12.28
주최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주관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기조발제: 권영숙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소장)
일시: 2024. 12.23 오후7시- 9시
장소: 온라인 강연 토론 (Zoom)
대통령 윤석열의 계엄 선포와 탄핵이후 급변하는 정치국면 속에서 정확한 정세론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인 정세에 구체적인 개입’을 실천적으로 사고하고 토론해야 할 때입니다.
– ‘계엄-탄핵 (포스트 계엄)국면’의 성격은 무엇인가?
– 이에 대해 급진, 진보, 좌파는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가?
–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외치고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이 2024년 12월 16일 낸 시국성명서와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의 <전망과실천> 홈페이지에 게재되는 “권영숙의 테제11” 관련 글을 중심으로
질의 응답하고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87년체제의 체제 전환이 조종을 고하고 있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
민주 대 반민주 진영논리에 휩쓸리지 않는 좌파적 관점에서 계급정치와 사회적 동맹정치의 시각,
계엄과 탄핵국면을 넘어서 새로운 체제를 만들 수 있는 변혁적 상상력과 힘에 대해서
함께 진지하게 토론하는 장이 되길 바랍니다.
* QR코드 혹은 구글신청서로 참가 신청을 해주세요. https://bit.ly/49Xr1wR
(토론 직정인원 유지를 위해 신청은 20명이내로 제한)
주최: 사회적파업연대기금 sapafund@gmail.com
주관: 민주주의와노동연구소 demlabor1848@gmail.com
끌어내리지 못했다. 그것이 바로 혁명과 혁명 아닌 것의 차이다.
계엄은 반헌법적이었고 그 회복은 철저히 법적이었다. ‘질서있는 퇴진’으로 이룰 수 있는 것들은 이미 한계를 내장하고 있다.
87년체제는 윤석열을 낳았고, 계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87년체제는 스스로 자신을 구했다. 하지만 그 한계를 통해서 87년체제의 미완성적인 형태는 스스로 조종을 울리고 있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 와야할 체제는 무엇이어야할까? 6공화국에서 7공화국으로 수를 바꾸는 공화국을 세우는 것인가?
87년 헌법은 인민주권을 실현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소수가 뽑던 것에서 유권자들이 직접 뽑아 대통령에게 권한을 집중하는 직선제를 도입했다. 주권재민, 즉 권력은 인민에게 있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실현한 것이 아니라 권력을 누구에게 대의할 것인가라는 방법을 바꿨을 뿐이다.
또 87년 헌법은 권위주의체제가 위축시켰던 약간의 정치적 자유와 시민적 권리를 다시 부여하였다. 하지만 헌법적인 권리는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고 공정하게 작동하고 있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헌법 33조의 노동의 시민권이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성문법으로 보장한 노동의 시민권은 왜 이렇게 사문화되고 짓밟히고 있는가. 왜 윤석열의 계엄시도에 대해 ‘반헌법적’이라고 일제히 일어나지만, 365일 일상에서 매일 벌어지는 반헌법적인 행위는 묵과하거나 침묵하는가!
이번 윤석열의 계엄시도로 87년 헌법의 한계가 드러났다. 87년 헌법은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을 삭제함으로써 군부를 장악하지 못한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가까스로 막아냈다. 국민은 대통령으로부터 87년 헌법을 구해냈다. 그러나 동시에 87년 헌법체제의 한계와 정치적 위기도 분명히 드러났다. 제대로 대의되지 못할 때 자유민주주의는 자신을 위기에 빠뜨리고 만다. 87년 체제는 이렇게 종지부를 향해 가고 있다.
그럼 이제 어떤 헌정질서여야하는가?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았을 뿐인데 하면서 다른 대통령 뽑기에 집중할 것인가? 혹은 다시 대통령 직선제의 흠결을 보충하고 정치권력 구조와 선거제도의 변경에 한정하는 ‘개헌’을 하고 7공화국을 선포하는 것이 과연 인민주권을 실현하는 것인가?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대중은 다양했다. 그 대중을 ‘시민’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시민의 승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모두가 하나의 시민이고 하나의 승리였을까? 그리고 과연 이 모든 것들을 누가 주도하고 있는가? 과연 시민적 민주주의, 민중적 민주주의, 사회적 민주주의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탄핵 먼저’, 다른 것들은 나중에 라고 말하는 것은 틀렸다. 지금 말하지 않으면 다음은 없다. ‘이제부터’는 앞의 조건에 의해서 이미 긴박되고 제한되어진다.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이제부터’ 가능하다고 희망사항을 늘어놓기 보다는, 탄핵이후 정치적인 공간 속에서 다른 생각과 다른 실천을 향해 나아갈 정치적 상상력을, 더욱 명시적인 언어로 발화하자. 이것이 ‘미래에 오지 않을 것’을 다가오게 만들 수도 있는, 그리고 이번 2024년 촛불광장에서 유일하게 발견한 잠재태였다.
하나. 87년 6월항쟁으로 시작된 87년체제는 자신의 체제전환을 완성하였고, 자기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이 체제에 균열 이상의 새로운 변혁적인 전환을 가져올 힘을 만들어야한다.
둘. 권력은 인민, 민중에게 있다. 그것이말로 이름만이 남은 민주주의의 원래 의미일 것이다. 그 원칙을 더욱 분명히 세우고, 이제야말로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여야한다. 인민 스스로 헌법 제정권력으로 나서야한다.
셋. 헌법의 제정권자인 인민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대중이 인민주권의 주체로, 헌법 제정권력의 주체로 나아가도록 계속 발언하고 행동하여야한다.
넷. 촛불 대중의 광장은 모든 노동하는 인민들의 사회적 총파업으로 연결되고, 노동하는 이들의 사회적 총파업은 광장의 역사를 새롭게 써야한다.
사회적 연대와 사회적 파업을 사회적 총파업으로! 체제 변혁으로!
2024. 12. 16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제 22회 사파포럼 – 현장 시리즈 “나의 투쟁, 우리의 운동”(3차) ““2021년 현대제철 비정규파업이 넘어선 것들, 넘어서야할 것들”
○ 발제 : 이상규 (현대제철 비정규지회장)
○ 사회 : 권영숙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 일시: 2024년 11월 23일(토) 오후 3시-6시
○ 장소: 서울 민주노총 15층 교육장
주최 :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올해 현장시리즈 ‘나의투쟁, 우리의운동’ 3번째로 준비한 22회 사파포럼 “2021년 현대제철 파업투쟁이 넘어선 것들, 넘어서야할 것들”을 2024년 11월 23일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열었습니다.
올해 마지막 행사이기도한 이날 사파포럼은 현대제철 비정규지회의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교육장을 가득 채운 참가자들이 이 주제에 집중하며 모두가 참여하고 토론하는 의미있는 자리였습니다. 사회자 권영숙 사파기금 대표가 서두에서 밝힌 취지대로, ‘나의 투쟁’과 ‘우리의 운동’ 사이를 잇는 예민하고 중요한 많은 질문들을 던지고 토론하는 가운데 투쟁 노동자들은 자신의 문제를 객관화하고, 연대자들은 투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더하면서 현장시리즈의 취지를 충분히 실천하였습니다.
발제자인 이상규 현대제철 비정규지회장은 ‘현대제철 파업투쟁이 넘어선 것들, 넘어서야할 것들’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발제문을 발표하였습니다. 2021년 현대제철 비정규지회는 코로나 방역통제 속에서 53일간 공장 점거투쟁을 감행하였고, 이는 공장 밖 조합원들의 굳센 엄호와 내부의 견고한 투쟁 속에서 가능했음을 빽빽이 정리한 ‘투쟁일지’로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이상규지회장은 자화자찬보다는, 시작부터 자본의 ‘기획’이 깃든 비정규노조의 설립과정에서 어떻게 ‘민주노조’로 반듯하게 설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 노동부의 불법파견 감독에 이어 현대차자본이 발빠르게 대응한 ‘자회사 비정규직화’에 맞서 자회사 반대 직접고용 쟁취 투쟁을 감행하기 위해 초기 준비를 거쳐 통제센터 기습 점거농성을 감행했는지 과정, 그리고 조합원들들은 구사대에 밀리지 않고 정말 잘 싸웠다를 강조하면서도 현장의 ‘생산을 타격’하는 실질적인 파업으로 확대되지 못한 점에 대한 인정과 지적등으로 토론을 위한 많은 시사점을 제공했습니다.
토론은 좋았습니다. 자신의 투쟁을 미화하지도 않았고, 밋밋하게 평범하게 만들지도 않았습니다. 현대제철 비정규노조 조합원들은 이 토론에 진지하게 임하였고, ‘내재적인 비판’을 솔직담백하게 상호 교환하였습니다. 이만으로도 사파포럼의 의미에 걸맞는 토론이었습니다.
내용도 좋았습니다. 용광로 셧다운 장치가 있는 통제센터 점거가 준비된 전술이었는가의 문제, 점거농성이 53일로 장기화되면서 내외부가 분리된 전술의 한계와 조합원들의 동요, 사회적인 연대파업으로 만들기 위한 사회적인 선전과 홍보의 부족등이 거론됐습니다(하지만 이는 금속노조 민주노총의 한계와 사회적 연대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또 현대제철 6곳중에서 당진공장만이 노조를 힘있게 세우며 농성파업이 가능했지만 이미 다른 공장의 자회사 선례로 인한 내부 동요, 자회사 고용에 동의하려는 집단적인 움직임속에서 직접고용 쟁취 대오를 유지하면서 ‘조직적인’ 퇴각을 하였다는 점등입니다.
이는 마지막 순서로, 당시 파업에 참가하였고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빠짐없이 “현대제철 파업투쟁이 넘어선 것들과 넘어서야할 것들”을 각자 말하는 것으로 종합되었습니다. ‘넘어선 것들’은 노동자의 힘, 파업의 힘을 자각하게 되었고 구사대와 자본의 의도를 물리치고 노조를 사수하였다는 점, 반면 ‘넘어서야할 것들’로는, 그런 단결력에도 불구하고 단결력의 부족을 실감하였다는 점, ‘자회사 전환’방식을 거부하였지만 현재 진행중인 법원 불법파견 소송에 조합원 거의 전부가 해당자이고 따라서 법률투쟁의 한계를 넘어서는 과제가 향후 노조의 존립과 성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와 과연 ‘비정규직 철폐”라는 목표는 어떻게 계속 유지하고 실천할 것인가의 문제등입니다.
이상규 지회장은 이에 대해 “21년 53일 통제센터 점거파업투쟁은 자본과의 전쟁에서 이제 하나의 전투가 끝났을 뿐”인 의미이며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사회자인 권영숙 대표는 마무리하면서 비정규직 철폐는 분명히 단위사업장을 넘어서는 문제이지만, 동시에 한 사업장의 노조 역시 ‘전계급적 단결’이라는 문제의식을 놓쳐서는 이 목표를 온전히 쟁취할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비정규노동의 존재는 정규직노조의 시험대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22회 사파포럼은 정확한 주제의식을 가득 담아낸 좋은 토론장이었습니다. 불편한 진실을 진솔하게 함께 나누며 다가올 미래를 함께 고민한 모든 참가자들께 연대의 인사를 보냅니다.
2024. 11. 26
사회적파업연대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