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비정규직 17년의 싸움, 어찌 멈추랴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해고노동자 진환 인터뷰

: 김한주 편집위원

 

17년째 이어지는 비정규직 해고자의 불법파견 투쟁. 회사의 탄압과 무시가 계속돼도, 동료들이 생계 문제로 현장에서 떠나도, 상급단체 노조에서 잊혀져도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노동자 투쟁 현장을 벗어나지 않은 노동자들이 있다. 이번 투쟁소식은 한국지엠 창원비정규직지회 진환 해고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지엠 사측은 지난해 11월 금속노조에 ‘한국지엠 생산하도급 근로자 관련 특별협의 제안’ 공문을 보냈다. 금속노조는 교섭단을 꾸리고 불법파견 문제 해결과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을 위한 교섭을 준비했다. 그렇게 2022년 3월 3일. 해고된 지 16년 만에 원청과의 첫 ‘상견례’가 열렸다.

– 투쟁 17년 만에 열린 첫 교섭이다. 어떻게 진행됐나?

오늘(3일) 상견례를 진행했다. 우리는 요구안을 전달했다. 상견례였기 때문에 양쪽 메시지 정도만 오갔다. 사측은 “생산 사내하도급과 만나는 게 역사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비정규직을 원청과 아무 관계없는 사내하도급이라고 표현했다. 비정규직과의 고용관계에서 선을 긋는 자본의 관점은 달라진 게 없다. 달라진 건 사측이 처음으로 먼저 만나자고 한 것뿐이다. 이 런 태도 변화에는 배경이 있다. 우리가 2015년에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불법파견)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고, 곧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카허카젬 사장을 상대로 진행되는 불법파견 형사재판도 현재 1심 진행 중인데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 앞으로 교섭 과정은 어떻게 바라보나?

일단 회사가 갑작스레 제기한 교섭에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 불법파견 문제를 희석시키거나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문제를 덮기 위한 ‘시간 끌기’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교섭 제기에 따라 빠르게 노조 요구안을 제출했고, 회사도 자기 제시안을 건넬 텐데, 그 내용에 진정성이 담길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만약 불법파견 문제를 흐리는 방향으로 유도한다면 회사는 응당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다음 교섭은 3월 10일에 열린다.

– 해고 17년 만에 교섭 자리에서 만난 사측이다. 그간의 기억이 되짚어보자면?

나는 2005년 조합에 가입했다. 회사는 그 해 일방적으로 나를 해고했다. 당시 지회는 회사에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이라고. 같은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라고. 그런데 회사는 우리를 해고했다. 우리가 피해당사자인데 왜 해고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것들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지금껏 오리발 내밀면서 비정규직 사용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래도 우리는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대법원, 검찰할 것 없이 모든 국가기관이 불법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사측도 이 교섭까지 나오지 않았을까. 하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잡자고 한 게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 당국이 불법을 인정했다지만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기엔 어려울 것 같은데?

그동안 각 기관은 불법파견 판정을 내려놓고 제대로 책임지지 않았다. 아주 미온적으로 대처한 게 지난 세월이다. 당국은 2005년, 2018년 불법파견 시정지시를 내렸는데 그걸로 끝이었다. 오히려 노동부는 ‘회사를 압박할 순 없다’, ‘제재할 권한이 없다’는 등 회피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 사이 해결을 요구하던 비정규직 당사자들은 또 해고를 당했다. 정부가 회사에게 ‘비정규직들이 지쳐서 떨어져 나가게 하라’는 신호를 준 것과 마찬가지였다.

– 금속노조 차원의 불법파견 투쟁은 어떻게 봤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끈질기게 싸우는데, 이를 제대로 이기기 위해서는 원하청의 힘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껏 금속노조에서 잘 모아지지 않았다. 2017년 말 창원공장 정규직 집행부에서 인소싱을 추진하면서 비정규직은 해고당하고 비정규직지회 파업이 파괴된 바 있다. 금속노조가 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을 쫓아내는 인소싱을 하지 말 것을 방침으로 정했는데도 말이다. 방침을 어겼는데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책임 추궁은 없었다. 인소싱으로 비정규직 조합원 50명가량이 쫓겨났다.

– 법률 투쟁에서 느낀 한계는 없었나?

현대기아차 비정규직도 마찬가지 문제일텐데, 일부 조합원은 소송만 쳐다보면서 실제 투쟁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본인이 정규직이 되면 모든 게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이 한계이지 않을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조 활동과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를 균형 있게 가져가야 하는데 소송에만 의지한 경향이 있다. 그렇게 해서는 노조의 강화, 발전은 없다. 이 요소들의 균형을 맞추면서 조합원으로서의 자기 투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제대로 투쟁해서 자기 힘으로 정규직이 됐다면, 그 뒤에도 활동하고 금속노조를 강화하는데 더 큰 역량을 보여주지 않겠나.

– 앞으로의 투쟁 계획은?

먼저 2020년 1월 공정에 빈 자리가 생기면 해고자를 복직한다는 노사 합의가 있었다. 그해 부평비정규직지회에서 20여 명이 복직했고, 그 뒤로 순차적으로 복직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창원 조합원이 복직할 자리가 났는데 회사가 막았다. 지난해 12월 부평 조합원 2명도 막혔다. 약속도 안 지키는데 쉽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원하청이 함께 교섭해서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지금 교섭단은 금속노조, 지역지부, 지엠지부, 비정규직지회로 구성돼 있다. 공동으로 힘을 합쳐서 한국지엠이 제대로 된 해답을 내놓을 때까지 맞서야 한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나가야 하지 않겠나.

–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연대자들에게 한마디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조를 만들면 폐업을 수시로 겪는다. 1순위 해고자다. 그래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실제로 현장을 바꾸고자 싸우려 하는데 생계 문제로 떠나는 게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이 더 힘있게 싸워서 복직하도록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사파기금은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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