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논평] 제주 4.3 ‘각명비’에서 지워진 이름들
권영숙(사회학자.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 설치한 거대한 원형 공간에는 1만4천명이 넘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마을별로 새겨진 각명비가 있다. 그 속에는 지워진 이름들이 눈에 띈다. 바로 2000년 제주 4.3 특별법 제정이후 희생자 신청을 했다가 유형 무형의 철회 압박을 받아서 지워진 이름들이다…
지금 이들의 이름을 되살리는 일이 과연 관용과 포용의 문제인가. 그리고 과연 누가 누구를 관용하고 포용한다는 건가. 필자는 이 두 가지 논점을 제기하고 싶다.
4.3항쟁의 무장대원들, 즉 빨치산들 그들은 4.3항쟁의 일부다. 그들이 바로 4.3항쟁의 주체다. 과연 그들을 제외하고 제주 4.3항쟁을 말할 수 있는가. 제주 4.3항쟁에 정확한 이름을 붙일 수 있는가. 4.3항쟁을 기념하고 기억할 수 있는가.
이는 그들을 관용하고 포용하는 문제가 아니다. 4.3항쟁을 말하고 추념하면서, 이들 주모자들과 참가자들의 존재를 배제하고 지운 상태에서 4.3을 추모하겠다는 것 자체가 역사 왜곡이고 역사에 대한 폭력이다. 게다가 지금 말로는 ‘제주 4.3 항쟁’이라고 지칭하면서, 항쟁의 참가자가 아니라 ‘피해자’들만 있다. ‘항쟁’이라고 지정하였으면서도, 무엇에 대한 항쟁이라는 말은 여전히 채우지 못하고 ‘4.3 항쟁’이라고 밋밋하게 부를 뿐이다. 결국 문제는 있는 역사를 있는 그대로 포용하지 못하는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및 사회의 시각과 이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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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http://m.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5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