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노동재난연대기금 이어쓰기] 한국 방역모델에 실종된 사회적 연대 살리는 길

권영숙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사회적파업연대기금에서 코로나19의 사회적 재난속에서 더욱 변방에 몰린 노동 약자들을 지원 연대하는 ‘코로나19노동재난연대기금’ 조성에 나섰다. 코로나19노동재난연대기금의 제안 취지를 소개하고, 이어 기금 제안에 동참하고 나선 각계 각층 다양한 참가자들이 각자의 위치와 시선으로 코로나19 팬데믹과 노동재난연대기금에 대한 생각들을 연대의 글이어쓰기로 연속 게재하기로 한다.
(연대의 글 이어쓰기는 프레시안에 연속 게재되었습니다. 프레시안 기사 바로가기)

전염병은 모든 사람들을 연결하지만 동시에 고립시킵니다. 전염병은 시공간을 넘어서 전파되면서 동시에 격리와 감금, 수용시설을 만듭니다. 전염병 앞에서 우리 모두는 감염의 가능성을 안고 있지만 그 재난의 파급력은 집단, 인종, 계급, 국가에 따라 다릅니다. 반면 코로나19가 전지구 전염병(팬데믹)으로 돌고 있지만 그 어느 나라 방역의 성공도 안심하거나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렇듯 전염병 앞에서 우리는 상호의존적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재난의 사회적 성격과 불평등한 위력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염병 방지의 전략이 되는 순간, 우리는 사회적 고립과 연대의 갈림길을 경험합니다. 각자도생의 신자유주의는 전염병의 퇴치 전략일 수 없음이 판명되었습니다. 해외 사례가 증명하듯이 적자생존과 자연도태의 신자유주의적 처방인 ‘집단면역’ 전략은 전염병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정확한 확진과 검사와 예방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해 완성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인 한국은 코로나19에 맞서는 강력한 모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델에 가장 결여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회적 연대입니다.

K-방역모델에서 결여된 사회적 연대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저녁 8시만 되면 터져나오던 연대의 박수 소리, 한국에선 터져나오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각자의 집에서 감염되지 않기 위한 최선의 조건을 유지하는데 집중하였습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코로나19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피와 땀, 한숨은 고스란히 방송 전파를 타고 알려졌습니다. 또 감염자들은 사회에 나쁜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죄인이 아니라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 전염병의 불운한 피해자이자 재난의 당사자로서 당당히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발언을 했습니다. 사회는 연대로 그들을 안았습니다. 과연 한국은 연대의 행동이 얼마나 가시화되었던가요?

이 사회는 철저히 건강한 사람의 입장에서, 비 감염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전염병이 걸리지 않을 것인가에 시종일관 집중하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사회에서 감염자들은 숨고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감염자들은 죄인 취급을 받았고 직장에서 해고당하기도 했으며, 감염 환자로서의 고통과 경험을 사회적으로 나누고 공감과 위로를 받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우던 의료진들과 평소 한국 병원들에서 ‘태움 문화’로 불리는 고강도 노동시간을 견뎌야했던 간호사들은 그렇게 체화된 기율과 노동으로 코로나19의 한국 모델을 유지하는 전사가 되었습니다. 강한 노동규율과 장시간 노동이 K-모델에 핵심이었던 속성 대량 확진검사를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노동은 당연시되었습니다. 또 유럽 등에서 만연했던 사재기가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스스로 전염병에 노출되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노동을 했던 택배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그들은 과로로 죽기도 하고 감염돼 죽기도 했습니다. 또 봉쇄(락다운)없이 사회가 작동하도록 만든 수많은 서비스 노동자들, 돌봄 노동자들, 제조업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이들 모두의 ‘그림자노동’ 이 있었기에 한국 사회의 방역모델은 성공적으로 효과를 발휘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회는 이들에게 어떤 감사를 표하고 연대했던가요?

코로나19는 사회적 재난이자 노동재난이다

코로나19의 경제적 타격이 거세게 몰아치는 지금, 코로나19는 ‘노동재난’이 되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해고, 무급휴직, 실업 대란이 노동의 가장 약한 고리인 비정규,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거세게 덮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취업 노동자 2736만 명 가운데 고용보험 가입 노동자는 1380만 명으로 전체의 54.8%에 불과합니다. 또 680만 명은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을 수 없고, 특수고용 노동자 220만 명은 아예 4대 보험 대상이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권이 유보된 영세사업장 노동자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부인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아예 권리 외부에 있는 이주 노동자들이 지금 헌법상의 노동권과 최소한의 노동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몰아치고 있는 해고 광풍은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사회적 학살일 것입니다. 권리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코로나19는 전염병에 걸리지 않아도 이미 생존의 위기입니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허용되지 않은 채 위험노동을 해야 했던 노동자들은 전염병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는 불평등한 사회적 재난인 동시에 ‘노동재난’입니다.

기부나 소비가 아닌 노동재난연대기금 조성을

코로나19 앞에서 긴급재난기금이 긴급히 필요합니다! 코로나19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전염병이라는 점에서 평등하지만, 과연 누구에게나 똑같이 재난이며 또 긴급한 재난인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모든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즉 긴급성의 문제는 지원 기준에서 배제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재난 앞에서 가장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재난 난민들에게 불평등한 것입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긴급한 재난난민들에게 주어져야 하고 재난의 약자들에게 더 많은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주노동자들, 노숙인들 등은 아예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배제되었습니다. 이제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공돈’처럼 소비하지 말고 코로나19 재난의 가장 변방의 약자를 위한 재난연대기금으로 환원, 조성하는 캠페인을 제안합니다. 국가로부터 전국민이 받게 되는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일회적인 가처분소득으로 사용하지 말고, 사회적 노동 약자와 민중을 위한 노동재난연대기금으로 조성하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이 운동은 자선이나 시혜, 혹은 기부가 아니라 노동재난에 대한 사회적 연대이길 바랍니다. 전염병 속에서도 한국 사회가 봉쇄없이 작동한 것은 고용불안과 차별에 시달리면서도 정규직 등 비교적 안전한 이들이 외면한 영역에서 헌신한 노동 약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코로나19 이후 가장 먼저 사라지고 스러지고 치워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쓰러지지 않게 하기 위한 사회적 연대가 필요합니다. 연대는 원조나 시혜가 아니라 그들이 받아야할 정당한 몫을 돌려주는 것입니다.사회적파업연대기금이 새로운 연대의 기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사파기금)은 2011년 희망버스 가운데, 노동이 돈앞에 스러지지 않는 사회적 연대운동으로 출발하여, 노동자의 파업기금을 사회적 연대로 조성하며 꾸준히 연대운동을 해왔습니다. 투쟁사업장 노동자들, 이주노동자, 장애인운동등 47개 단체에 75차례 기금 지원과 물품 지원 및 다양한 연대활동을 펼쳐왔습니다.

9년 전 희망버스 도상에서 불평등한 노동현실에 맞서 노동의 시민권을 사회적 연대로 지지하기 위해 사파기금을 만들었듯이, 이제 코로나19의 사회적 재난 앞에서 더욱 불평등한 위치에 놓인 노동 약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코로나19 노동재난연대기금’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이 기금은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의 목적성 기금으로 설치하여, 3개월 기한으로 조성하는 모금운동입니다. 3개월간의 기금 조성기간에 많은 이들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조성한 기금은 코로나19 노동재난을 가장 심각하게 겪고 있는 영세사업장 노동자, 비정규노동자, 이주노동자 및 코로나19 국제연대, 활동가 재난기금을 위해 사용합니다.기금 조성액의 규모에 따라 기금 목적과 대상을 더욱 넓힐 수 있습니다. 희망을 모으는 ‘코로나19 노동재난연대기금’ 조성에 적극 동참해주세요.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사회적 연대로

코로나19 전염병의 긴 터널을 지나는 지금이말로 K-모델을 주도했던 ‘국가의 지침을 넘어서는 사회 안의 연대’의 목소리와 공동행동이 필요합니다. 지금이야말로 개인들의 각자도생의 신자유주의가 아닌, 그리고 재난을 빙자하여 자본주의 이윤만을 추구하는 재난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적 재난연대가 필요합니다.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길은 전염병 앞에서 각자도생이 아니라 재난의 불평등에 맞서는 사회적 연대입니다. 그것이 바로 코로나19노동재난연대기금입니다.

* 코로나19 재난의 불평등에 맞서는 사회적연대! 코로나19노동재난연대기금 참여방법
1. 링크 신청: vo.la/0TZ0
2. 직접 이체: 국민은행 012501-04-230247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주관: 사회적파업연대기금 (sapafund@gmail.com)

About sapafund

soulguardian71@gmail.com 사파홈피관리

Comments are closed.

Post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