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9월12일 세종호텔노조가 고공농성 100일을 넘어서면서 3년 9개월만에 회사와 ‘교섭’하는 자리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서울고용지청 앞 결의대회에 참석하였다. 이에 앞서 사파기금은 세종호텔앞 점심 선전전에 함께 하고, 고진수 지부장과 인사를 나눴다.
3년 9개월만의 교섭이라고 했다. 이재명정부가 나선 것이 분명하고 당장의 사회정치적 압박을 피하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다. 세종호텔 이사회는 복직을 포함한 안을 만들어 오라고 ‘대표이사’인 오세인에게 말했다. 노조는 로비에 들이쳐서 당장의 교섭자리에 나오라고 요구했고. 2주내에 1차 교섭을 하기로 했고, 서울 고용지청은 회사에 일정을 제시하여 9월12일 서울고용지청 내에 교섭장이 차려졌다 (이때 노조도 노조의 교섭일정을 제시했어야 한다. 그것이 ‘동등한 교섭’의 시작이다)
1차 교섭에 맞춰서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민주노총의 결의대회라고 하였다. 민주노총과 서울본부의 온갖 노조 조끼들이 꽉 채우지는 못하더라도, 투쟁에 끌려가는 행보를 지금껏 보였어도, 적어도 이날, 즉 고진수 지부장의 피눈물나는 고공농성을 축으로 하여 노조와 연대자들의 포기하지 않은 투쟁으로 만든 자리인 만큼 노조의 결의대회로 자신들의 조합원의 투쟁을 ‘엄호’하는 자리로 만들었어야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노조 깃발도 노조 조끼도 많지 않았고, 다수가 20대 청년 ‘말벌들’과 연대단체와 연대자들이었다.
고공의 고진수 지부장은 9월12일 이전에 몇번이나 참여를 독려하는 ‘호소’문을 격문처럼 올렸다. 마치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처럼. 조직노동이 힘을 실어달라고, 이번 첫 교섭 자리에서 우리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을! ‘복직’은 최대한이 아니라 최소의 요구라는 것을 드러냈어야하는 자리였다.
아니나다를까. 교섭장에 나온 대표이사라는 자는 이 자리는 ‘교섭’이 아니라 ‘인사하는 자리이고 ‘대화’하는 자리라고 했다. 물론 복직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복직절차를 위한 안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고공농성 100일을 넘어서고, 세종호텔의 노조 대표자들과 만난 자리를 ‘교섭’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저 뻔뻔함. 아니 우습게 보려고 드는 자세. 문제 많다.
세종호텔 이사회가 말을 했다고 해서, 뒤에 이재명 정부가 있다고 해서, 이 ‘교섭’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러므로 이 결의대회는 달랐어야 한다. 좀더 엄호의 결의를 보였어야 하고, 절대 사수의 기개를 보였어야 하고, 세종호텔 사측에게 세를 과시했어야 한다. 또한 노동자투쟁, 특히 권영숙대표의 말을 빌자면, 고공농성을 ‘정리’하는 것으로 노동포섭의 쇼케이스(showcase)를 만들려고 한다는 이재명정부의 허튼 짓을 막기 위해서도, 투쟁으로 교섭을 돌파하는 자리로 만들었어야 한다. 그리고 자리에 나온 오세인이 주변의 기세에 눌러 교섭자리에 말 한마디 잘못하면 큰 일 날 듯이 만들었어야 한다. 하지만 과연 그랬는가?
첫 교섭자리에서 그런 기세와 기개를 더욱 선명하게 보이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첫걸음에서 오금을 박는게 중요한데 말이다. 자본의 의도는 이미 드러나고 있다. 가능하면 시간끌기. 시간 끌어서 이 투쟁을 가능하면 지우고, 정권의 눈에서 멀어지게 만들기, 그리하여 다시 장기전으로 가기. 추석전에 내려오게 하자고? 그렇다면 결의도 연대의 엄호도 달라져야 한다.
9월 24일 다음주 수요일에 2차 ‘교섭’이 열린다. 교섭장에 들어가는 노조측 대표들 – 서울본부장, 서비스연맹 호텔본부장, 그리고 사무장-은 교섭을 명실상부한 교섭이 되도록 더욱 힘있게 발언을 하길 바란다. 2차교섭에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모여서 엄호할까? 1차 교섭에서 조직으로 엄호하지 못한 민주노총, 서울본부, 그리고 특히 서비스연맹은 조직적인 엄호의 자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저들이 ‘대화’라고 말하는 자리가 노자가 맞장뜨는 자리, 즉 단체교섭 자리라는 것을 분명히 각인시키고, 다시 매무새 고치도록 만드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