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파업연대기금 받는 말
폭염 시기 휴게시간 보장을 요구하는 8월 1일 쿠팡노동자 하루 파업.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끄럽지 않게 파업 기금인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을 받을 자격이 생겼기 때문에 그렇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쿠팡물류센터지회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비조합원인 현장 노동자들에게 ‘파업’이라는 단어를 통해 노동조합의 존재감을 각인시켰고, 실제로 조합원, 비조합원이 함께 동참하는 출근 거부 운동을 현장에서 실현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빠르게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벤치마킹하고 있는 아마존이 그러하기 때문일까요? 쿠팡이라는 기업, 구체적으로는 쿠팡 물류센터 현장은 그야말로 ‘노동 문제’ 백화점입니다. 냉난방장치 없어 여름에는 찜통, 겨울에는 영하 10도. 그와중에 휴게시간 없음. 고용의 절반이 일용직, 나머지 역시 12개월 계약직이라 재계약에 목매며 회사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구조. 휴대폰 반입 금지 등 각종 인권침해와 직장 내 괴롭힘. 최저임금에 장시간 야간노동. 은폐되고 있음에도 국내 10위 안에 드는 산재 인정수. 과로사와 각종 산재 사망. 이런 현장에서 3만~4만 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한때 국내 시가총액 2위, 고용규모 3위를 기록한 쿠팡의 적나라한 현실입니다.
2021년 6월 6일 노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이후 현장에서 꽤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워낙 열악한 현장이었기에 여전히 부족합니다. 성과를 보고 느끼며 더 많은 쿠팡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곳 쿠팡 물류센터는 ‘계속 일하면서 바꾸고 싶은 현장’이기보다는 ‘최대한 빨리 떠나고 싶은 현장’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의 쿠팡 잠실 본사 농성 투쟁, 그리고 올해의 8.1 하루 파업과 휴게시간 지키는 준법 투쟁, 그리고 8.14 하루 쿠팡 불매. 모두 ‘떠나고 싶은 현장’의 노동자들의 가슴에 ‘하루를 일해도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라는 따뜻한 희망의 불을 지피기 위한 부싯돌 작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꺼이 장작을 내어주신 사회적파업연대기금에 감사의 말 드립니다.
2023년 8월 11일(금)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 정성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