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19회 사파포럼을 “손배가압류와 노조법 2,3조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12월6일 열었습니다. 많은 인원이 참가하지 않았지만, 발제와 토론은 치열하고 밀도 높았고, 많은 의미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노조법2,3조 개정안이 국회에 회부되고 운동본부가 차려져 국회앞 농성중이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3인을 비롯하여 금속위원장, 공공운수 부위원장, 민주노총 부위원장 각1인이 농성중인 상황에서 이 주제를 잡아 민주노총 12층에서 토론하는 것 자체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또 취지문에서 밝혔듯이, 올해말과 내년초를 달굴 “뜨거운 노동쟁점”을 둘러싸고 아직 “숨은 쟁점들”이 많다는 점을 주제 선택의 이유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투쟁에서 어쩌다 상징처럼 된 거통고조선지회의 김형수 지회장 발제와 안준호 부지회장의 낭독, 그리고 마지막에 유최안 단식자도 함께 했습니다.

기조발제는 “오래된 손배가압류 문제와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라는 제목으로 권영숙 노동사회학자가 했습니다. 발제문 요약만 16페이지입니다. 발제자는 손배가압류가 일단 이 정권의 문제도 아니고, 2014년 쌍용자동차때부터 문제도 아니고, 2000년대 초부터 문제도 아닌, 바로 87년 민주화이행/노동자대투쟁이후 노동에 대한 새로운 통제수단으로 시작된 “오래된 손배가압류”라는 점을 먼저 강조했습니다. 이는 발제 논지에서 매우 중요한데, 손배가압류는 민주주의 정치체제하에서 ‘노동통제’의 새로운 전략과 기법의 일부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제자는 다양한 노동통제 유형을 제시하고, 이중 “사법적 통제”가 형사화, 민사화, 개인화라는 특징을 가지면서 손배가압류라는 문제가 부각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손배가압류는 단지 ‘정당한’ 노사분규의 경우 노조와 개인조합원을 손배가압류 대상에서 금지한다는 노조법 3조의 문제를 넘어선 전체적 맥락을 이해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이와관련 노조법 3조 개정안에 대한 법률적 해석과 의미, 그리고 벌어질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지적했습니다.

노조법 2조 개정안은 상대적으로 크게 논쟁점이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특히 노동자성에 대한 ‘추정규정’의 효력, “이 법에 의한”을 “헌법에 의한”으로 고치는 것의 실정법적, 실체적인 한계등도 검토해봐야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노조법이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면적 개정이 아닌 2조와 3조로 국한되었고, 2조와 3조가 연결되지만 서로 구별되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발제자는 노조법 3조보다 2조를 특히 강조했고, 두 조항이 연결된다면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라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를 그는 입법투쟁의 ‘주체’의 문제와 ‘계급정치적’ 관점에서 현재의 민주당등 국회 세력과 손잡는 방식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적인 우려를 표했습니다.

현장 발제로, 거통고지회는 51일간의 파업투쟁이 남긴 성과와 한계에 대해서 겸허하게 발표했습니다. 김형수지회장이 공장내 출입을 이유로 형사재판을 받아야하는 날이라 안준호 부지회장이 발제했지만, 그들은 마치 한몸인양 발제를 했습니다. 김형수지회장은 재판후에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에서 줌으로 보충 발제하는 성의를 보였습니다. 단식중인 유최안 부지회장도 토론 막바지에 노조법2,3조 입법투쟁이 전부가 아니라, 사회적 파업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KEC 사례는 정리해고 2회를 철회시키면서 치열하게 투쟁한 결과 법원의 30여억의 손배가압류 금액 조정에 응하고 조합원들 모두가 함께 그 금액을 물었습니다. 그 과정은 돈이, 자본이 노동자들을,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어떻게 짓밟고자 파업의 불법화, 형사법상 업무상방해, 그리고 민사법상 ‘손배가압류’를 법의 허울아래 이용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반대로 이 과정은 어떻게 전투적이고 단결된 노조가 허울좋은 ‘사법적 금전적’ 탄압을 물리쳐왔는가의 사례입니다. 발제자 김진아 수석부지회장이 짧은 발제중에 울컥하고 울먹이는 모습은 숙연하였습니다.

철도노조는 정규직, 공기업, 고임금 받는 노조의 경우도, 파업권을 행사한다면 피해가지 못하는 것이 손배가압류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김형균 조합원은 손배가압류만 해도 몇번이었고 그를 조정, 취소, 그리고 납부란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했던 과정을 담담히 밝혔습니다. 파업을 한다면 한국 노동자 누구나 손배가압류 대상일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토론에서도 많은 중요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선 참석자가 올린 후기를 덧붙입니다 (아래 홈페이지 전문에서 읽어보세요).

노조법2,3조 개정운동은 이제 시작입니다. 그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그 논의가 더 튼튼한 합의를 만들수록, 투쟁은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2022.12.16
사회적파업연대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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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후기>
@조남규:
깊이있고 날카롭고 감동적인데다
정신이 번쩍 나는 토론회였다.
충격에 가까운 오늘의 각성으로 내가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조차 하다.
어쨌든 감사드린다. 발제자와 토론자, 참가자, 주최측 모두에게 꾸우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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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발제인 권영숙 대표의 발표 내용은 내 식으로 요약하자면,
* 노조법 2,3조 개정에 목을 매는 게 여러모로 위험한 면이 있다.
* 내용상 노조법 2조에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하면 뭔가 많이 달라질 거 같지만, 이것은 자본에게 결정적인 타격이 되거나, 이로 인해 노동이 결정적인 힘을 얻는 게 아니다.
* 노조법 3조에 손배 가압류의 조건을 2항부터 7항까지 길게 이어붙이는 것 역시 부분적으로 유리해지는 측면이 있지만, 그 외에는 엄단한다는 식으로 갈 가능성이 커서 막상 현실화되면 어느정도 힘있는 노조가 조금 유리하고 힘없는 노조는 더 악랄한 탄압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대해 나중에 토론에서 거통고 지회 안 부지회장은 노란봉투법이 있느냐 없느냐가 지난 거통고 투쟁이나 앞으로 거통고 투쟁의 중요한 조건이 아니다. 자본은 노란봉투법 따위 얼마든지 피하며 더 악랄하게 탄압할 수 있는 애들이고, 우리에게 중요한 건 투쟁의지와 철저한 준비와 실천과 연대이다.고 답하였다.)
* 게다가 노란봉투법을 추진하는 주체를 보라, 노동 중심의 운동기구가 아니라 민주당에 의존하여 정의당, 명망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이 망라된 여당뺀 사회적 합의기구 모양새이다. 그동안 노동법 개악한 것은 항상 민주당 정권이었고, 민주당은 정권을 잃었을 때만 친노동 행보를 시늉만 한다.
* 여기에 경총은 노란봉투법에 맞서는 그들의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부당노동행위 자본가 처벌조항 삭제, 대체근로허용, 점거파업금지 등을 제시하고 있다.
* 이러면 어떻게 되겠나? 뭔가 될 것처럼 희망고문만 하다가 끝나거나, 최대치가 2조 원청 사용자 인정은 빠지고 3조에서 몇 개 바지고 완화된 상태에서 자본가 요구 일부 받아들이는 교환 거래로 통과될 것이다.
* 지금 이런 노조법 2,3조에 목매고 있을 때가 아니다. 화물연대 파업을 엄호하는 연대파업을 성사시키는 지도력을 발휘하고 혼신의 힘을 다하면서, 부분적으로 노조법 개정을 말하되, 3조에 구구절절한 제한조건을 달기보다는 본래 문구 “쟁의로 인한 손해에 노조와 조합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라는 문구 자체를 현실화시키는 투쟁이 더 낫다고 본다.
( KEC 김 수석부지회장(아니고 사무장)은 3조 2항~7항을 (적은 액수로) “얼마 이상의 벌금을 줄 수 없다”로 한정하는 것이 더 간단하고, 투쟁에 유리하다. 법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아니다, 투쟁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조건일 뿐이다. 투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답변하였다.)
현장발제 3개는 거통고, KEC, 철도노조의 투쟁사례 요약이면서 손배가압류 상황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손배가압류가 초점이라기보다는 지난한 투쟁의 흐름을 내적으로, 반성적으로, 속사정도 다 보여주면서, 그 간간신고를 이겨내는 과정을 담담히 서술하였다. 꼭 일독을, 눈으로 읽지말고 소리내어 읽어보시기 바란다. 발제자들도 발제문을 거의 그대로 읽었는데, 상황상황들이 환히 눈 앞에 떠오르며 눈물이 났다.
현장발제자들의 마지막 발언은 * 이렇게 무기력할거면 새로운 깃발이라도 들어야 하지 않나?, * 민주노총이 전선을 치며 나아가야 한다. 전선을 치지 않고 개별사업장의 투쟁에 연대하는 정도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 죽도록 싸워왔는데 이제 정년이 한달 남았고, 이제야 모든 게 더 잘 보인다. 시지프스의 바위돌을 굴려올려온 것만 같다. * 우리는 열심히 투쟁했고 어려움을 이기고 승리했지만, 세월이 흐르고 투쟁하는 사람들만 고립되거나 손해보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든다. * 법 개정은 투쟁의 조건일 뿐이다. 법이 투쟁을 대신해서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등등이었다.
헤어지며 남는 의문은 * 이렇게 훌륭하게 완벽하게 싸우는 노조활동이 일반화되겠는가? 민주노동당은 어찌하여 이 지경이 되었는가? 우리의 정치방침은 어디서부터 어느 방향으로 고쳐야 하는가? *노조법 2,3조를 노란봉투법으로 고치면 플랫폼 노동인 라이더들에게는 무엇이 변하거나 좋아지는가? 오늘 현장 발제에 이 분들도 한 파트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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