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코로나19 노동재난연대기금 조성운동을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7월 20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재난 당사자와의 1차 집담회를 열었습니다.
“그 목소리”-배제된 목소리, 사라지는 목소리, 지워지는 목소리” 라는 집담회 제목대로, 코로나19 재난에 가장 취약한 조건에서 버티고 싸워온 이들의 육성을 통해서 그들이 이 재난을 어떻게 겪고 있는지 직접 들어보고 연대할 방안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집담회 이틀 뒤인 7월22일은 마침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의 9주년 생일이라, 박준 가수가 축하 노래를 부르고 떡을 장만해 다함께 나눠 먹으며 조촐하게 축하했습니다.
패널로 아랫마을홈리스야학 학생회장 로즈마리, 의료연대 코로나19 대구공동행동의 이정현 공동집행위원장, 공공운수노조 쿠팡노조의 정진영 지부장을 초대했으나 정 지부장은 당일 아침 열이 나서 병원에 가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검사 결과 다행히 코로나19 감염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으나, 코로나19 이후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로 잇따라 쓰러진 데서 드러난 노동재난을 몸소 증명한 셈이 됐습니다.
홈리스야학의 로즈마리님은 주거권은 물론 의료권도 보호받지 못하는 홈리스와 쪽방촌 주민들의 코로나19 재난 상황을 생생하게 들려줬습니다. 노숙인들은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할 엄두도 내기 힘들어 신청률이 35.8%에 그치고 있고, 여느 의료수급자와 달리 노숙인은 서울의 9곳 등 지정된 공공병원에서만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코로나19 이후로는 치료가 덜 끝나도 걸을 수만 있으면 병원에서 내보내는 바람에 성치 않은 몸으로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 쪽방촌 주민들은 재개발을 앞두고 열악한 거처에서마저 쫓겨날까 두려워하는 상황을 전해 들으며, 한국 사회의 전염병뿐 아니라 모든 질병의 사회적인 차별과 불평등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의료연대 이정현님이 들려준 대구의 코로나19 상황은 세계적 모범이라는 K방역이 의료진을 갈아 넣어 유지되고 있음을 더욱 뚜렷이 드러냈습니다. 예컨대 대구에 파견된 타지역 의료진이 코로나19 활동 후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것과 달리, 대구 의료진은 하루 쉬고 다시 일터로 복귀하고 있다고 합니다. 방역과 치료는 구분됩니다. 방역에 성공한다고 해도 치료는 공공의료의 튼튼한 점검과 토대없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좌장인 권영숙 대표의 말대로 홈리스와 쪽방촌 거주자, 이주노동자등에 대한 격리와 배제를 통해서 이 사회의 방역모델을 유지한 것은 이 사회안의 ‘락다운(봉쇄)’조처였습니다. 또한 “노동자가 안전해야 사회가 안전합니다”. 택배, 의료 노동자들에게 위험노동을 전가하고 그들에게 더큰 부담을 떠맡긴 방역은 장기적으로 지속하거나 성공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코로나19 국면에서 이 사회가 작동하도록 그림자노동을 감수했던 이들에 대한 사회적 연대는 거의 실종됐습니다. 그리고 이는 이제 코로나19이후의 ‘새로운 노멀’을 상상하는데 자기 한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모두 함께 살기 위한 구상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넘어서 사회적 연대로 첫걸음을 내딛는데서 출발합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이 불평등에 맞서는 사회적 연대를 강조하며 코로나19 노동재난연대기금 조성에 나선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코로나19 노동재난연대기금 집담회는 이주노동자, 돌봄노동자(학교비정규 포함), 항공 해고자, 무급 노동자들을 초청해 8월에 한 번 더 있을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2020.7.22.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발표 자료
홈리스야학과 의료연대 두 단체 모두 발표 자료도 참 좋았습니다.
발표자료-홈리스야학 로즈마리
발표자료-의료연대 이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