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노동재난연대기금 이어쓰기]

김중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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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7일, 초등학교 1학년의 첫 등교 개학이 있던 날, 초등학교 교사인 공동체 식구가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를 올렸다.

“등교 20분 만에 아이들 돌려보내고 있어. 우리 긴급 돌봄 지원 인력 중에 한 분이 확진 되셨대.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했대.”

확진되었다는 분은 그 학교에서 방과 후 강사로 일했던 스물아홉 청년이었다. 코로나19로 등교 개학이 미뤄지면서 몇 달 동안 실업자로 지내야 했던 그는 학교에서 긴급 돌봄을 시작하면서 일주일에 이틀씩 출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주일에 이틀 나가서 받는 임금으로는 월세도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 청년은 학교와 인연을 유지하면서도 생계를 잇기 위해 쿠팡물류센터로 일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대구와 경북의 코로나19 감염을 뺀 코로나19 확진자는 주로 유학생들이나 외국 여행자들이었다. 그러다 이태원 발 확진을 시작으로 다시 쿠팡 물류 센터, 학원, 콜센터로 확산이 되더니 얼마 전에는 노인들 대상으로 하는 다단계 건강용품 판매 업소로 확대 되었다. 코로나19의 바이러스가 점점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성공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난한 이들은 여전히 안전하지 않았다.

4월말의 연휴를 맞으며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기대를 품었다. 보건당국의 우려를 모르지는 않으나 당장 먹고 사는 게 급했다. 겨울방학이 끝난 뒤에도 열리지 않은 학교는 방과 후 교사나 강사로 일하던 2,30대 청년들의 생계를 곤란하게 했다. 영상 관련 학과를 나와 초등학교나 중학교의 애니메이션 강의를 하던 청년, 중학교에서 기타 강의를 하던 청년 모두 일이 끊겼다. 인천 공항 정비 팀에서 계약직으로 오랫동안 일하다가 정규직으로 전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청년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청년은 미래는커녕 당장 오늘의 삶이 캄캄해졌다.

공립 유치원의 보조 교사, 특수학급 보조 교사로 일하던 공부방 엄마들도 일이 끊겼다. 단골 미용실의 원장은 코로나19가 진정이 되지 않으면 남편이 다니는 김포의 포장회사가 멈출 거라 걱정했다. 이미 이주노동자들이 여럿 해고 되고, 단축근무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이제 막 40대가 된 미용사는 코로나19에도 일을 할 수 있는 자신이 노동자인 남편보다 훨씬 낫다는 위로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다.
 
코로나19는 당장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부모님 일로 오랜만에 통화를 한 친정 오빠는 한숨을 쉬었다. 중국에서 인쇄공장을 하던 오빠는 지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 큰 피해를 입고 빈털터리로 한국으로 돌아 와 프리랜서 기술자로 일하고 있었다. 주로 베트남, 동티모르, 라오스, 이집트, 멕시코 개발도상국가에 가서 기계를 설치하거나 수리해 왔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는 치명적이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한국의 거래처인 대구, 부산, 군산도 아예 갈 수 없었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복지관이나 문화센터의 요가 강사로 메우던 올케도 일이 끊겼고, 비행기 승무원이던 오빠의 딸들도 유급, 혹은 무급 휴직 상태 다.
 
코로나19는 우리 공부방 식구들 개인 뿐 아니라 공부방 운영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30년째 계속 되어 온 정기공연 연습이 하루아침에 중단이 되었고 32년 만에 공부방 문이 닫혔다.
 
“나는 처음에 코로나 19가 생겼을 때 금방 다 끝날 줄 알았다. 난 태어나서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공부방 4학년 아이가 쓴 글이 내 생각과 같다. 3월 말이 되면서 더는 공부방 아이들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 긴급 돌봄을 하기 위해 공부방 부모님들께 연락을 했다. 파트타임으로 일을 나가던 분들은 일을 그만 두고 집에 계셨다. 위로를 해야 할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어쨌든 그 덕분에 초등부 아이들 중 혼자 집에 있는 아이들 넷만 우선 공부방으로 불렀다.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 길어지면서 한 아이는 아빠가 퇴근하는 9시가 첫 끼였고, 또 다른 아이는 장애인 가정에 배달되는 저녁 도시락이 유일한 끼니였다. 할머니나 엄마가 점심을 해놓고 가는 아이들은 그에 비하면 나은 편이었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학습 결손보다 당장 제대로 된 밥 한 끼가 아쉬운 아이들이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4월 19일 온라인 개학을 하고부터 혼자서는 원력수업을 따라 갈 수 없는 아이들까지 긴급 돌봄을 확대했다. 아이들은 공부방에 오자 재잘재잘 그동안 못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아빠가 정규직이 된 지 1년 반 만에 해고 돼서 쿠팡에 나가게 된 가정의 아이는 아빠가 더 유명한 회사에 다니게 됐다고 좋아하고, 이 와중에 월세 계약기간이 끝나가 당장 이삿짐을 꾸려야 하는 가정의 아이는 공부방과 멀어질 것을 두려워했다. 몇 달 째 일을 하지 못하는 이주민 엄마아빠와 집에만 있다 온 아이는 멍한 상태를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 코로나19는 가난한 노동자들의 가정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었다.

초중고의 등교 개학이 시작되자 1학기는 모두 온라인 수업으로 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2십만을 훌쩍 넘겼다. 그러나 아이들의 등교가 일상생활의 상징이 되고, 돌봄의 회복이 되고, 학습 결손의 보완이 되는 이들은 정작 등교를 바라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복잡한 마음을 숨겨야 했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 대해 많은 이들이 비대면 사회를 예측한다. 그들은 저마다 이 기회에 권위적인 기업 문화를 바꿔야 한다, 자택 근무가 확대 될 것이다, 학교에서도 비대면 학습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예측을 들을 때마다 더 작아지고 불안해지는 이들은 비숙련 노동자, 건축 노동자, 돌봄 노동자들이다. 바로 내 이웃과 가족들이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에서 코로나19노동재난연대기금을 조성한다는 글을 보고 반가웠다.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 아예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없는 더 많은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기금을 조성하자는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의 제안에 더 큰 규모의 단체들이 함께 시작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지만, 그들의 생각과 마음은 여기에 닿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연대는 결국 힘없고 가난한 이들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4월부터 나는 공동체로부터 재난 지원금을 받는다. 심지어 지난 두 주간의 입원과 수술비도 공동체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작가라지만 인세보다 학교나 도서관 강의가 생계의 수단이 되었던 사정을 공동체 식구들이 배려했기 때문이다. 그 돈은 우리가 15년 동안 모아 온 ‘수호천사’라는 기금에서 나온다. ‘수호천사’ 기금은 공동체 식구들이 공부방 운영과 상근활동가들의 활동비를 위해 각 가정의 수입 15%이상을 나누는 ‘공제회’라는 기금과 별도로 운영한다. 다른 사보험이 없는 공동체 식구들의 병원비 지원과 공부방 아이들의 장학금 등으로 쓰기 위해 모으는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수호천사’ 기금은 우리 공동체 식구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 각자가 공부방 활동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 온 힘이 되었다.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들과 나누고 연대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되어 준 것이다. 코로나19는 32년 동안 해 온 빈민지역의 공부방 운영도 어렵게 만들었다. 세금공제도 되지 않는 작은 공부방에 오랫동안 후원을 해온 후원자들은 대개 평범한 노동자들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후원을 유지해주는 고마운 분들이 더 많다. 그 마음이 32년 동안 빈민지역에서 공부방을 하는 힘이 되어주었다.

나는 코로나19 이후는 약하고 가난한 이들의 연대가 더 긴밀하게 강화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재난연대기금’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사회로 가는 길에 꼭 필요한 연민이자 동무이다. ‘노동재난연대기금’을 통해 노동자들이 벼랑 끝에서 내려 와 코로나19로 더 강화될 더 쉬운 해고, 더 열악한 일자리를 주장하는 자본과 정부와 싸울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재난연대기금’은 노동자들의 어깨동무가 될 것이고, 목소리가 되어 줄 것이다.

* 코로나19 재난의 불평등에 맞서는 사회적연대! 코로나19노동재난연대기금 참여방법

1. 링크 신청: https://vo.la/0TZ02.

2. 직접 이체: 국민은행 012501-04-230247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주관: 사회적파업연대기금/ 홈페이지 sapafun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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