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월 28일 서울 세종로광장 고 문중원 열사의 주검이 놓인 냉동차앞에서 진행된 추모제에 참석해서, 사파기금 대표로 마지막 연대발언을 했습니다. 그 발언 여기에 올려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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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죽이지마라!
2012년 12월 20일 18대 대선에서 박근혜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노동자들의 지독한 절망이 죽음의 행렬로 터져나왔습니다.

12월 21일 한진중공업 최강서가 노조 사무실에서 자결했고, 그 다음날인 12월 22일 현대중공업 비정규 해고노동자 이운남이 아파트에서 투신했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인 25일 한국외국어대노조 이호일 지부장이 자결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오늘입니다. 2013년 오늘 1월 28일 기아차 비정규 해고노동자 윤주형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7월15일 현대차 아산공장 비정규지회 사무장 박정식까지 죽었습니다. 모두 노동권을 완전히 보장받지 못한 이 땅의 노동자들입니다.

그때 제사회단체 60여개단체는 12월 26일 “더이상 죽이지 마라! 노동현안 비상시국회의”라는 이름의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박근혜 당선자 인수위원회 앞 투쟁등을 전개하였습니다. 전 그때 민교협 노동위원장으로 구성 초기부터 참여하고 해산까지 함께 했습니다. 시국회의는 발족선언에서 “열사들은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일한 만큼 대접받을 권리, 두들겨 맞지 않고 노조활동 할 수 있는 사회를 기대했을 뿐”이라며 “대통령 선거 결과 이런 소박한 기대는 물거품이 됐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목숨을 스스로 던졌다”고 밝혔습니다.

맞습니다. 박근혜 정부든 혹은 다른 정부든, 노동자들에게 선거후 집권하는 정부가 그 무엇을 보장하지도 않을 것이 분명한데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것만으로도 앞으로 올 미래가 절망적이었던 노동자들은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그들 앞에 강고한 자본의 벽, 국가의 벽, 그리고 너무도 멀고 취약한 조직노동의 사회적인 힘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더이상 죽이지마라! 노동현안 비상시국회의’는 투쟁하고 연대했지만 그이상으로 가지 못했습니다. 죽음을 멈추게 하지 못하고 해산했습니다.

그리고 입만 열면 희망버스를 참칭하여 희망을 말했던 박근혜씨와 달리, 촛불로 박근혜씨가 대통령직에서 탄핵당한 후 들어선 문재인정부는 노동존중을 말했습니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공약했습니다. 하지만 그도 김용균의 죽음을 막지 못했습니다. 아니 과연 막을 의지와 의사가 있었을까요?

김용균의 죽음이후 터져나온 공감과 문제제기앞에서 고 김용균법이라고 불리는 산업재해 관련 법이 만들어졌지만 그 법은 온갖 유보 조항을 담고있습니다. 김용균이 지금 살아있어도 보호받지 못할 입법을 두고 김용균법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기만입니다.

더 큰 기만은 그런 법을 만들고서 얼마 안돼 일본에 대해 자본을 대리한 경제전쟁을 벌이면서 그 핑계로 ‘산업기술보호법’을 통과시킨 것입니다. 노동자의 산업재해 등을 증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업내 생산공정 정보를 ‘산업기술보호’라는 명목으로 덮어두는데 여야, 진보정당 할 것없이 통과시켰습니다. 국민경제, 경제 애국주의, 애국이냐 매국이냐라는 조국의 발언, 그 광풍속에서 가장 먼저 희생된 것이 노동자의 노동시간, 노동자의 안전, 노동자의 이해입니다.

그 가운데 공기업인 한국 도로공사의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가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한국 마사회의 문중원이 일곱번째 죽음을 택했습니다. 2005년 노무현 정부때 시작된 마사회 기수들의 죽음이, 그 정부를 계승했다는 문재인 정부에서 또 문중원 기수의 죽음으로 이어졌습니다.

노동존중하겠다는 문재인 정권하에서도 노동자들은 죽고 있습니다. 고 문중원은 그의 앞에 동료들의 죽음들을 보면서 절망했을 것입니다. 절망이 희망을 갖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리하여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절망의 반대가 희망인데 당연한 것 아닌가 하겠지만. 절망의 반대는 연대입니다. 절망을 뚫는 것은 사회적 연대입니다. 우리의 연대가 강고하지 못해서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죽음을 선택하게 합니다. 죽고서야 이렇게 뭉치고 만나고 싸우는 것 이제 그만 했으면 합니다.

고 문중원의 장례를 지내야합니다. 그를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빨리 옮겨 봄이 오는 따뜻한 양지바른 곳에 옮겼으면 합니다. 그렇게 해야겠지요.
그러나 그것으로 이 투쟁은 끝나기 힘들 것입니다. 고 김용균, 고 문중원의 투쟁을 이어가야합니다. 그것이 그들에게 우리가 감히 ‘열사’라는 이름을 붙이는 자세일 것입니다.

자본앞에, 이권앞에 굴복하고 엄호하고 은폐하는 문재인 정부는 희망을 말할 자격도 없고 노동존중을 말할 자격도 없습니다. 노동존중을 자본의 이해앞에서 헌신짝처럼 던진 자유주의 세력은 노동자의 대변인도 만인을 위한 정부도 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이 투쟁이 오늘의 죽음과 절망을 딛고 사회적 연대를 통해서 노동자들의 진정한 희망을 쌓아갈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더이상 죽이지 마라!
사회적파업연대기금도 함께 하겠습니다.
끝까지 함께 투쟁!

2020. 1. 28 고문중원 열사 추모문화제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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