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 노동영화 열전> 시즌1_제4회 <노마 레이> 180113
이번 “사파 노동영화 열전” 제4회는 <노마 레이(Norma Mae> (마틴 리트 감독, 1979)이었습니다. 미국 남부 노스 캐롤라이나주의 노동자계급 여성이 노조를 결성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과 그를 파괴하기 위해 자본이 사용하는 인종, 젠더 분열책등을 매우 잘 그린 영화였습니다.
“사파 노동영화 열전”은 단순히 영화를 보기 위한 행사가 아닙니다. 영화 속에서 노동과 노동운동이란 무엇이며 지금 여기의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를 나누기 위한 자리입니다. 영화를 매개로 한 학습의 현장입니다. 수 십년의 시간이 지났어도 영화가 제작됐을 당시의 고민과 현재 우리의 고민은 본질적으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입니다.
하여 영화를 통해 지금 이 곳의 노동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사파 노동영화 열전”의 영화들은 그렇게 선정되었고 앞으로 진행될 시즌 2,3의 영화들도 동일한 기준으로 선정될 것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노동자들과 연대자들이 같이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영화 감상과 의견의 교환 속에서 새롭고 도전적인 생각들이 자라나길 바랍니다. 그리고 각자의 제한된 지평을 깰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매서운 추위를 뚫고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제5회 상영작은 에밀 졸라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제르미날>입니다. <노마 레이>와는 또 다른 시간과 장소 속에서 벌어지는 노동을 접할 수 있습니다. 다음 상영회 때 뵙겠습니다.
2018. 1. 14
* 다음은 노동영화열전을 기획하고 길잡이 역할을 하는 권영숙 사파기금 대표의 ‘길잡이 글’입니다. 영화 선정이유와 노동영화 열전을 사파기금이 기획한 배경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될 글이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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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잡이 글
권영숙 (사파기금 대표, 노동사회학자)
사파 노동영화는, 언제나 그렇듯 나쁘지 않았다. 아니 이번이 더 좋았다. 매번 더 좋아진다.
사파 노동영화를 선택한 기준은 있었다:
– 노동과 파업에 관한 영화.
– 시대와 공간을 달리하며 노동의 관점에서 정치교양이 될만한 영화(그래서 길잡이 강의가 중요하다).
– 덜 교조적이고, 잘 만든 영화.
– 마지막으로 가능한한 길잡이인 내가 본 영화.
그렇게 노동영화 목록을 작성한 후에, 이번 시즌 주제를 ‘파업전야’로 정했고, 추스린 영화들중 이 주제에 맞는, 그러면서도 노동영화중 손꼽힐만한 6개 작품을 시즌1 상영작으로 선정했다. 그러니 당연히 영화들을 선택하는 것도, 상영 순서를 정하는 것도, 꽤 의도적이고 목적의식적으로 배치한 셈이다.
그래도 이제 네번째 영화까지 상영해놓고 보니, 이 순서대로 영화들을 상영한 것이 마치 맞춤하듯 물흐르듯 좋다. 러시아혁명기 노동을 다룬 에이젠슈타인의 <파업>으로 시작해서, 한국의 1987년 노동자대투쟁기를 다룬 영화 <파업전야>, 그리고 미국의 노동운동이 기업별 노조주의로 찌들기전의 탄광파업을 다룬 <메이트원>과 미국의 노동운동이 기업별 노조주의와, 조합주의와, 부패로 물들어가는 가운데, 가장 열악한 방직공장에서 노조 만들기를 그린 영화 <노마 레이>까지.
이번 4번째 <노마 레이> (마틴 리트 감독, 1979) 상영회에 참석한 이들도, 모두 좋다 하고 깨달음이 있었던 듯하고, 다음에 꼭 참석을!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꼬박 꼬박 참석자는 드물다. 그냥 영화는 영화지, 싶은건지. 노동과 파업을 주제로 한 이 영화제, 내용이 노동이라서 그런지, 요즘 핫하다는 페미니즘 영화도 아니라서 그런지. 정작 노동자들이나 연대자들은 노동과 노동운동의 역사에 대해 알려고 하고 공부를 하려고 하지 않아서인지.
영화가 얼마나 훌륭한 텍스트이자 교재일 수 있는지 사람들이 잘 모른다. 이전에 기억들을 동원해, 미개봉작이었던 시절, 물어물어 찾아서 봤던 영화를 4번째로 배치한 <노마 레이>도 훌륭했다. 웬만한 페미니즘 영화보다도, 노동영화보다도. 그러니 놓치지 마시라. 한 편만 보는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보길 권한다. 그리고 길잡이로 제시하는 이야기를 화두처럼 씹어보면 좋겠다. 두고 두고.
사파 사무실 방문했다 같이 영화를 본, 큰 투쟁 앞둔 전국 택시노조 김영만 지부장이 노조운동을 시작한 이래 이게 두번째 본 영화라 하신다. 그리고 노조만 만들자가 아니라 진짜 노조를 노조 union답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것인가 고민을 안고 간다고 영화 소감을 말했다. 왠지 찡했다.
다음 5번째 영화는 <제르미날>이다. 프랑스 노동영화다. 프랑스혁명만 애매하게 기억하는 프랑스에서, 과연 이 ‘부르조아 민주주의 혁명’ 이후에 노동계급에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그들은 어떻게 민주주의의 허상에 대응했을까? 에밀 졸라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제2제정 시기 프랑스, 산업자본주의하 노동계급과 그들의 투쟁과 생활을 그리고 있다.
2018년 1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