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토론회] “동아시아 국제연대와 노동자국제주의” 191016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2019년 10월 16일 “아시아 국제연대와 노동자 국제주의”를 주제로 정세토론회를 열었습니다. 홍콩 시위와 한일 무역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열린 이번 토론회는 한국 노동운동에서 국제연대의 역사를 통해 아시아 국제연대와 노동자 국제주의의 올바른 방향을 검토하고, 현 상황을 노동자 국제주의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권영숙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이자 노동사회학자의 기조발제와, 9월초 2주 가까이 홍콩 시위를 취재하고 돌아온 김한주 ‘민중언론 참세상’ 기자의 발제에 이어 벌어진 토론은 국제연대 활동과 이주노동자 운동의 현장 실무자들이 다수 참석하고 발언해 더 생생했습니다. 3시간 가까이 진지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토론회는 참석자 전원이 노동자 국제연대의 노래인 ‘인터내셔널가’를 제창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권영숙 대표는 자신의 책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국제연대>(2018, 한울)을 토대로 한 기조발제 “한국 노동운동의 국제연대-민주화, 세계화, 그리고 집합기억”에서, 국제연대란 무엇인가, 국제연대의 단위로서 동아시아는 있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발제는 국제연대는 교류가 아니고, 교류는 운동이 아님을 분명히 하면서 민주노총 등 한국 노동운동의 국제연대가 여전히 도구주의적 의식에 머물고 있으며 계급적 관점에서 국제연대를 보는 시각이 빈약함을 비판했습니다. 또 국제연대의 지역적 경계로서 ‘동아시아적 정체성’은 연대와 공동체의 기억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냉전 질서 아래 하나의 경제, 안보 축으로 묶이면서 ‘획정’된 것임을 지적하면서 경제(자본주의), 안보(군사동맹), 정치(민주주의)의 세 축에 걸쳐 있는 아시아 국제연대의 올바른 방향을 잡아주는 시각이 바로 노동자 국제주의라고 강조했습니다. 보론에서 권 대표는 한일 무역전쟁의 와중에 벌어지고 있는 애국주의, 민족주의 광풍에 노동운동과 좌파가 계급적 관점에서 비판하기는커녕 동조하는 경향을 매섭게 비판했습니다.
김한주 기자는 ‘자본주의 직면한 검은 시위대, 탈출구는?’ 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홍콩 시위의 경과와 현황을 전하고, 중국 자본의 홍콩 장악과 경제적 불평등에 따른 양극화가 심각하고 이를 홍콩시위가 반영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시위대가 경제나 체제의 문제보다 당장의 현안인 경찰과 행정부의 폭력에 대한 저항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점차 이후의 방향을 두고 시위대 내부의 분열이 진행되면서 의제의 심화 및 수렴이 되지 않고 있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습니다
청중 토론은 한국 노동운동은 왜 국제연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가, 노동자 국제주의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집중됐습니다. 한일 무역전쟁에서 노동이 공동실천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질의에 대해 권영숙 대표는 노동자 국제주의 관점이 가능하려면 체제에 포섭된 노동운동에서 벗어나 자신의 계급성, 급진성을 만들어가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제안으로 이번 토론회의 결론을 대신했습니다.
홍콩 시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한일 무역전쟁은 양국 정권과 자본에게 큰 이득을 안긴 채 노동자 민중에 대한 봉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시아 국제연대와 노동자 국제주의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노동자 국제주의라는 드문 주제로 연 이 토론회에 정작 민주노총 조합원등 노동자들의 참석은 많지 않았습니다. 한국 노동운동의 국제주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 해서 씁쓸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연대운동을 하는 노동 사회단체들의 활동가들, 홍콩 현지에서 시위참여를 했던 이들이 모여서 토론한 의미있는 자리였습니다.
앞으로도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노동자 국제주의를 지향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적파업연대기금
2019.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