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서울 인헌동에 있는 비전향장기수의 집 ‘만남의 집’을 9월29일 연대방문하였다. 추석이후 대표와 집행위원들의 단촐한 방문이었다.

사파기금과 만남의 집의 인연은, 2022년 4월 83번째 기금지원을 만남의 집에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권영숙 대표가 ‘미전향장기수’의 존재와 그들의 의미에 대해 계속적으로 환기하는 글을 썼고,이후 만남의집에 대한 사정을 청취하면서 5백만원 기금 지원까지 진행했다. 이후 해마다 신년과 추석 즈음에 가능하면 직접 방문하여 안부를 묻고 근황을 살피고 있다.

이번에는 2024년내내 미뤘던 추석이후 방문을 하게 된 것이다. 9월28일부터 1박일 ‘민주주의와노동’캠프를 진행하고 곧바로 방문하여 몸들은 다 피곤했지만, 잘했구나 싶었던 방문이다.

대한민국은 해방후 남한에서 빨치산활동하다가 체포됐거나 빨치산활동후 북에서 내려와 체포된 이들을 장기 구금하면서 고문과 협박으로 ‘전향공작’을 진행했다. 말하자면 남한 자본주의체제로의 ‘전향’서약서를 쓰면 장기 감옥에서 풀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전향공작을 버티면서 끝까지 서약서를 쓰지 않은 이들을 ‘비전향 장기수’라고 한다.

1998년 현재 만남의 집에 거주하시는 양희철 선생을 마지막으로 미전향장기수들은 모두 감옥에서 나왔다. 그리고 대다수는 남북대화를 거쳐 이인모 노인을 시작으로 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남북대화의 단절, 체제경쟁의 심화 속에서 비전향장기수 수십명이 돌아가지 못했고, 그들은 이 세상을 줄줄이 하직하고 십여명이 생존해 있다.
사파기금은 자신의 신념과 사상을 지키기 위한 투쟁 역시 제대로, 그리고 재평가받아야한다고 보며, 이것도 ‘투쟁’의 일부라고 여기고 기금 지원을 하였다.

만남의 집 거주자중에는 노환으로 이 집에서 독립후에 돌아가신 ‘남한 최후의 여자 빨치산’ 정순덕도 있다. 현재 만남의 집에는 양희철 91세. 박희성 90세. 김영식 92세.양원진 96세 네 분의 비전향 장기수 출신 선생님들이 기거하고 있다. 안부를 전하면, 양원진 선생은 몇차례의 수술을 버티고 기력을 약간 회복했고, 박희성 선생은 혈액암으로 항암치료를 병행하면서 통원 치료중이다. 여전히 세상이 바뀌어 북으로 돌아가겠다고 기염을 토하신다.

방문할 때마다 이 이들의 삶에서 많은 것을 느낀다. 그리고 김영식 선생이 가꾼 마당에서 무엇인가를 수확해온다. 이번에는 큰 박과 애호박 하나다. 뭣이라도 손에 들려보내고 싶어 배웅자리가 항시 바쁜 분들이다. 계속 뵐 수 있기를 바란다.

2024. 10. 04
사회적파업연대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