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파업연대기금을 제안하며

작성: Young-sook Kweon 2011년 7월 17일 일요일 오후 8:57

파업기금을 아는가?
대체로 서구 노동운동사에서 노조운동이 본격화되고 전국화 산별화되면서, 파업기금을 조합원으로부터 월 단위로 받아서 비축해둔다. 그리고 일정한 파업기금을 모으고 파업한다. 왜냐하면 파업을 하고 스스로 기계를 멈추더라도, 파업에는 돈이 필요하고,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은 굶을 순 없으니까, 자식들을 키우고 학교를 보내야하니까.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별도로 파업기금을 조성한다는 것은 노조와 노동계급이 자신을 ‘파업의 주체’로 의식하고 파업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준비된 파업에 대한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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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에선 이 파업기금이 낯설다.
민주노조운동이 시작된 1987년 노동자대투쟁이래, 노조들은 파업중 ‘무노동 무임금’에 맞서 싸우는데 초점을 둘 수 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파업중인 개인들의 생계는 각자 노동자들의 몫이 돼버렸다. 파업기금에 대한 문제의식은 채 정립되지 않은 가운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제도화됐고, 준비되지 못한 파업의 결과는 비참했다.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손해배상 청구등은 노동자 파업에 대한 신종 탄압 수단이 되었다. 갈수록 비타협적이고 적대적인 자본, 민주화 이행이후 민주주의 국가의 노동 배제와 친자본적인 태도속에서, 한국적인 노동현상이 돼버린 장기 파업, 그리고 장기투쟁 사업장)들에서 이는 특히 큰 문제였다. 한국의 노동은 파업을 하기 위해 죽음의 제단앞에 자신의 목숨을 저당잡혀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노동은 파업권이란 헌법적인 권리를 가졌으나, 돈 앞에서 속수무책이었고 스러져갔다. 쌍용자동차의 사례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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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진중공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6개월여의 파업중, 이들의 인생은 이미 절단났다. 이 과정에서 4백여명의 노동자들은 대부분 떠나고 끝까지 남은 조합원들은 100여명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조지회장 채길용의 야합적 ‘직권합의’ 같은 일도 벌어졌다.  그런 것이다. 하지만 파업한다고 해서 그들이 사람이 아닌가, 살던 삶마저 멈춰야 하는가. 파업하는 노동자들 그들 역시 평범한 이 사회의 필부들, 가장들, 시민들이다.  그리고 돈은 이들의 피를 말린다. 단지 용역깡패와 공권력의 침탈뿐 아니라 돈이 노동자들의 투쟁을 무너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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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안하고자 한다. 지금야말로 사회적파업기금을 조성하고 문제의식을 가져야할 때이다.
한진중공업 파업과 김진숙을 지지연대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사회적파업기금’의 형성에 나서길.
일부에서 이미 한진중공업 노동자 가족대책위 후원기금 모금을 산발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의미를 확대해서, 노동에 대한 이 사회의 ‘연대’를 위해서, 그리고 노동자들의 파업과 노동자들의 파업권에 대한 강한 긍정의 표시로, 사회적 연대로 파업기금의 조성에 나서길.

모든 가능한 방법을 모색해본다.
함께 희망버스를 타자고 한다. 그러나 부산 영도로 가는 희망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한진중공업 노동자 파업과 고공농성중인 김진숙에 관심갖는 그 모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를 지지하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를 안타까워 하고, 노동자들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할 사람들은 이보다 많으리라, 지난 7월초 희망버스를 탄 1만여명보다는 많으리라. 아니 그렇다고 굳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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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는 7월 30일 3차 희망버스를 탈 수 없는 사람들은 다른 연대를 할 수 있다.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갈 수 없는 사람들은, 그간 이 사회에서 고립되고 배제된 노동에 대한 연대의 표시로 나의 피같은, 내 노동의 결실인 금전으로 그들의 파업을 지원하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고, 돈보다 귀하다는 것을 증명하자.

그리고 그 방법들을 실행 가능하도록 만들자.
노동이 돈앞에서 스러지지 않는 사회적 연대를 위하여!

2011.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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