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 노조 지부장)

2년전 어느 봄날 나는 코로나19 로 정리해고가 되었다.

부당한 해고에 맞서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서 첫 번째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고 그 투쟁의 시작은 지금 600일이 되어도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지노위 ,중노위 그리고 행정소송 1심까지 사법부는 해고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아시아나 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은 여전히 거리에서 천막을 치고 한뎃잠을 자며 원직복직을 위해 투쟁을 하고 있다.

고통의 시간은 인간의 마음을 수차례 갈기갈기 찢어놓았고, 노동자의 자존심도 짓밟아 버린 금호문화재단 박삼구는 경영비리로 유죄 판결로 감옥에 들어갔으나 지금 보석으로 나와 따뜻한 방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노동자들은 차가운 거리로 내몰고,  박삼구에게는 따뜻한 안방을 내어준 이 정부는 한 자리의 일자리라도 지키겠다는 약속을 언제 지킬 것인지. 답을 기다리는 케이오 해고 노동자들 중 두 명은 지난해 거리에서 정년을 맞았고 또 3월이면 정년이 다가온다.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은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세 차례, 종각 금호아시아나본사 앞에서  부당해고 판결 났으니 복직 이행을 하라고, 그 책임을 금호문화재단 박삼구가 지라고 소수의 작은 소리이지만 크게 외치고 있다. 오늘도 우리는 오늘도 이 추위에 투쟁을 멈출 수 없음을 알리는 선전전을 하고 있다.

아시아나 케이오 부당해고 철회를 위해 싸우는 종각 센트로폴리스빌딩은 금호아시아나 본사가 있는 건물이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처음 해고를 당하고 종각에 천막을 치고 지방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기까지 천막 농성장은 해고자의 집이 되었다. 2020년 여름은 54차례의 장마비와  습도때문에 고역이였다.

잠이오면 건물 안 그늘을 찾아다니며 졸기도 하고 여기저기 지나가는 시민들 눈치를 보며 천막을 지켜야 했던 어느날, 나는 한겨레신문에 실린 사회적파업연대기금 권영숙 대표의 긴 인터뷰를 읽었다.

“과연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정도로 당신은 긴급재난 상태였나요? 라고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요”

전국민 재난기금을 국가가 지급했을 때의 이 인터뷰를 보며 나는 깊은 공감을 느꼈다. 나도 비록 해고자였지만 코로나19로 상황이 더 좋지 않은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그리고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이라는 단체와 함께 하고 싶었다.

사파기금에 조금이나마 연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끝에, ‘코로나19 첫 해고 사업장’인 케이오노조의 투쟁을 알리기 위해 방송국에 출연해서 받은 출연료중 절반의 금액을 사파기금에 연대했다. 그렇게 시작된 사파기금과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코로나19의 재난은 해고문제뿐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까지 재난과 위기로 다가왔다. 그 때 사파기금은 고통에 빠져있는 해고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재난연대기금을 조성하고 물품이나 투쟁기금 등 해고사업장 재정사업에 통큰 마음으로 연대를 했다.

사파기금은 요즘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이 땅의 해고노동자들과 파업투쟁을 하고있는 노동자들에게 꼭 필요한 연대기금으로 쓰여지고 있다. 낮은 곳으로의 연대를 알리고, 노동자들이 돈앞에 쓰러지지 않도록 기금을 모아 연대하는 사파기금은 해고자가 된 나에겐  선물이었다.

해고자로 살아가면서 지금까지 많은, 선물 같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선물을 받고 기쁜 마음을 누군가에게 선물을 나누는 연대로 이어져야 한다는 걸 도움을 받으며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도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이 코로나19 재난시대의 선물처럼 노동자들에게 꼭 필요한 곳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연대와 사랑을 실천하는 사회적파업연대기금에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싶다. 모든 노동자들이 돈 앞에 쓰러지지 않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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