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4월 25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고공단식농성중인 노동자공투를 찾아서 ‘사파동행’을 열었습니다. 8년이 지나 그때와 닮은 꼴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2025년, 2017년 [6차 사파동행_광화문 고공단식농성장편] 후기와 앨범을 올립니다.
후기 앨범이 8년이나 늦어진 이유는, 그때의 상황이 너무도 급박하였고, 사파기금은 모든 힘을 다하여 노동자공투와 고공농성을 지지 엄호하는데 사력을 다하고 있었기때문입니다. 때를 놓치면서 후기앨범은 게시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때 탄핵, 대선, 그리고 노동자고공농성 26일간의 처절한 기록은, 2025년 12.3 계엄과 탄핵, 대선, 그리고 노동자 고공농성장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다시 반추하고 되새겨봐야할 것들이 많습니다. 지금이라도 올려야하는 이유였습니다.
사파기금의 6차 사파동행은 단식고공농성이라는 초유의 선도적인 행동을 감행한 노동자공투를 엄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촛불시민들이 ‘민주주의을 지키자’라고 말할 때, 그리고 민주노총이 노조 조끼를 벗고 토요일 집회를 나가라고 할 때, 노동자 공투는 토요일뿐 아니라 매일 집회와 피켓팅을 하면서 노동의제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장기투쟁사업장의 존재를 알렸고,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그리고 이를 위한 ‘노동악법’ 철폐와 노동법 전면 제개정을 외쳤습니다.
힘들고 외로운 투쟁이었습니다. 2015년 여전히 ‘박근혜 퇴진’이라는 구호가 정확히 터져나오지 않을 때, 11개 장기투쟁 사업장등 노조들은 ‘노동자 공투단’을 만들었습니다. 1년 반 전국을 순회하는 노력을 하면서 박근혜퇴진과 노동악법 철폐, 노동법 전면제개정을 위해 함께 전선을 형성하고 단일대오로 ‘공동투쟁체’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사파기금은 공투에 총 3회 기금을 지원하였습니다.
그리고 2016년 10월말 정부종합청사앞에서 농성을 시작하기로 하였고, 10월 마지막날 첫 토요촛불이 소규모로 열린 다음날인 11월1일 노동자들은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앞에서 농성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이후 5개월간 긴 시간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을 기다리는 동안에 공투와 사파기금은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법 전면제개정을 함께 외쳤습니다. 그리고 조기대선이 결정되었습니다. 광장의 에너지는 일시에 사라지고 ‘정권교체’론만이 요란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2017년 4월14일 노동자공투은 다시 6개사업장 6인의 노동자들을 광화문 40미터 위 광고탑에 올려보냈습니다. 첫날부터 사흘간 처절하게 싸우면서 생수와 사파가 제공한 침낭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 투쟁에 대한 민주노총과 노동단체들의 엄호는 미약했습니다.
이때 4월 25일 사파기금의 6차 사파동행이 열렸습니다. 농성장 아래 광화문역 7번출구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정말 많은 이들이 모였습니다. 하나된 마음으로 12일차 고공단식중인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격려하였습니다. 사파기금은 처음으로 고공농성자들을 대형 스크린에 띄워서 화상 통화를 시도하였습니다. 기술적인 어려움을 뚫고 대성공이었습니다. 그러나 단식의 고비라는 12일차에 화면으로 만난 노동자들의 모습 앞에 할말을 잃고 숙연해졌습니다.
5월9일 대선으로 문재인이 당선되었습니다. 이른바 ‘촛불혁명’으로 성과를 다 가져간 문재인이 광화문에서 당선자 파티를 할 때도 바로 옆 고공단식 농성장은 외면했습니다. 노동자들은 그들의 연단에 올라 피케팅을 감행하였습니다. 5월10일 문재인은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식을 하고 오후 1시경 청와대로 가는 카 퍼레이드로 광화문 사거리를 지났습니다. 바로 그 때 고공농성자들은 하늘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는 일별도 하지 않은채,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화답하면서 청와대에 ‘입성’하였습니다. 청와대 앞을 개방한다면서 ‘꽃길을 열어주겠다’고 해서 대대적인 방송을 했지만, 청와대 100미터앞에서 거리 노숙 농성을 시작한 노동자들은 경찰의 침탈과 괴롭힘에 시달렸습니다. 끝까지 촛불정권이라는 문재인 정권은 투쟁사업장의 목소리에 귀를 열지 않았습니다. 꽃길은 ‘시민들에게’ 열리는 것이었고, 노동자들은 청와대 앞에서 다시 싸움에 나서야 했습니다. 촛불과 탄핵은 노동자들의 세상을 만드는데 전혀 기여하지 못했습니다.
기억합시다. 2017년 4월14일부터 5월10일 26일간의 노동자고공단식농성을.
잊지맙시다. 그 투쟁을 ‘민주주의’는 어떻게 외면하였는지를.
노동자들과 민중은 스스로 자신의 힘으로만 스스로를 해방시킬 수 있다는 것을.
2025. 5.13
사회적파업연대기금